하염없이 하염없는 시인의일요일시집 23
강연호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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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맑고 투명한 시, 그래서 감동이 오래 넘실대는 시집이었습니다. 삶의 한 고비를 지나온 이의 깊은 시선이 고요하게 펼쳐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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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당 부당시 시인의일요일시집 22
서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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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 시인은 이미 20년 전에 소설로도 등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소설가가 쓰는 시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첫 시집인 <부당당 부당시>는 제목부터 그렇지만 대단히 전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칠면서도 사유가 깊었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그런 스텝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비판 혹은 좌절,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자기반성적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다시 앞으로 나가는 에너지라는 것을 시인은 시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간격이 커서,시를 읽다가 헛다리를 짚기도 하지만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약간 고급한 퀴즈 같기도 하고, 고급한 농담 같기도 하고.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 그 느낌이 매번 달랐습니다. 팔색조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있는 몇 개의 입술로
익명의 몸과 마음에 죄를 짓지 않도록 나는 쉽게
화대를 받지 않겠습니다.

하나가 나오고 하나가 들어간다. 잠시 따뜻했던
흔적들

가장 슬플 때, 나는
한다. - P100

힘이 다 빠진 구름은 뜨거운 기름 속으로
속살부터 천천히 익히면 당신과 내가 공존하는 온도

설탕을 몰랐던 입맛으로
케첩을 좋아했던 거짓말로 핫도그를 탈까, 곡선에서
길어진 모가지 - P114

갑자기가 되었다가 접히기도 하고 때로는 찢어지기도 하겠지만 쨍 소리 나는 바람 안에 나를 구겨 넣다 보면 저절로 누울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하늘로 뿌리 내린 나무 한 그루를 수액으로 꽂고 누워 울기 직전의 얼굴로 당신 이름을 불러 보는 것이다. 나를 스치는 손바닥들이 - P124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침대에 배 깔고 만화책 펼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창문 열고 하늘 쳐다본다. 비, 내린다고 했다. 비, 풍경이 필요했다. 갑자기 엄마, 청소하신다. 화장실에 긴 호스, 연결하신다. 콸콸, 하늘에 비 대신 콸콸 천장에 물 쏟아진다. 이방 저방 거실 부엌 콸콸 물, 난리 났다. 방문 쾅 닫았다. 쾅쾅 문 두드린다.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모른 체 만화책 한 장. 다시 쾅쾅 문 두드린다. 왜요. 신경질적으로 문 열었다. 들어오신다. 아버지, 두리번거리신다.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침대에 걸쳐앉아 만
화책 빼앗는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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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당 부당시 시인의일요일시집 22
서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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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습니다. 발랄하고 거칠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속시원한 구석이 있습니다. 마치 세상과 맞짱을 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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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갈 거란 계획 시인의일요일시집 21
도복희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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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다운 시를 읽었습니다. 요즘 시들은 보통 2-3쪽을 넘기기 십상인데, 이 시집의 시들은 한편에 한 쪽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천천히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의 내용도 평이했습니다. 우리 동네 풍경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선이 깊어서 그 의미도 남달랐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시에 가장 잘 맞는 시였습니다. 결연한 의지도 있고, 차갑거나 고요한 침묵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뭔가 있는 척,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게 제일 좋았습니다. 지루하고 긴 시에 지친 분들이 계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너 아니면, 안 되겠다고
잘 훈련된 기마병 되어
널 향해 달려갈 거야
매일 밤 그 마음을 토벌해
한시라도 떨어져 살아갈 수 없도록
그렇게 길들일 거야 - P14

새벽이 무지갯빛으로 물드는 곳에서
누구도 마주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움푹 파인 초승달에 걸터앉아
낮달이 될 때까지
밤의 벼랑을
뜬눈으로 보내야 할 테지만
상관없어요
당신이라는 감옥에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발자국 사라진 사막을 걷는 일이 대수겠어요 - P24

물 한 방울 주지 않아도 왕성하게 뻗어 간다 소문은
담벼락에 뿌리를 대고 시푸르게 오르는 담쟁이덩굴이
끝내 그 집을 삼켜 버린 것처럼
비밀에서 탄생한 종족은 각자의 모퉁이를 넓혀 간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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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갈 거란 계획 시인의일요일시집 21
도복희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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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짧고 깊은 시를 읽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시적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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