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상실, 그 허전함에 대해김영석의 <호랑지빠귀 우는 고양이의 계절비 내리는 수요일, ‘호랑지빠귀 우는 고양이의 계절’을 읽었다. 여름과 비와 아주 잘 어울리는 소설 책. 비 내리는 날에는 무조건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표제작인 <호랑지빠귀 우는 고양이의 계절> 은 지난 여름 홀린 듯 사라져버린 은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인의 갑작스런 사라짐은 남겨진 사람에게 커다란 상흔을 남깁니다. 그 상흔을 쫒아가면서 연인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죠. 저는 이 책을 통해 ‘호랑지빠귀’라는 새를 처음 접했습니다. 이 새는 “해뜨기 전 제일 많이 우는 새” 라고 화자는 은영에게 말합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새의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새는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존재이자 여름을 느끼게 해 주는 존재이니까요. 연인이었던 은영 또한 어찌 보면 여름에 대한 은유로 읽힙니다. 은영은 여름에만 봉사를 하고 여름에만 관계를 맺는 사람이니까요. 은영의 죽음 또한 죽음이라기보다는 인생을 환승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쩐지 호랑지빠귀 우는 여름이 오면 은영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죽음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 <프랑스말로는 코아코아>와 <산타키아라광장에서 추는 춤>이 있습니다. <프랑스말로는 코아코아>는 혼자 고독사한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들은 마지막으로 엄마를 본 그날을 끊임없이 재생합니다. ‘코아코아’란 외국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부르는 말이 있냐, 는 엄마의 질문에 대한 아들의 뒤늦은 대답입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언어이자 후회의 언어. 그래서 이 작품은 슬픕니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언어를 한 두 개 쯤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소파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 <폰타아레나스행 택배>,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영혼을 가진 아빠의 이야기 <디숄>. 화자와 함께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온세일> 이 있습니다. <디숄>은 제목부터 근사합니다. 디숄이란 다름아닌 디지텰 영혼을 뜻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씽크홀에 빠졌다 살아나온 여자의 이야기<강화, 카프리, 그리고 섬섬> 우리 삶은 때로는 씽크홀에 빠진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 밑바닥에도 물이 흐르고, 그 물줄기가 바다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해 주는 소설집입니다. #호랑지빠귀우는고양이의계절#고양이#김영석소설가#카눈#카눈출판사#죽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