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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100년 100개의 기억 - 3.1운동부터 남북정상회담까지
모지현 지음 / 더좋은책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풍성한 역사의 식탁에 맛깔스런 찬을 보태다~!
올해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서가 다른 어느 해보다 풍성한 듯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겠지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새 책의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제목 '100년 100개의 기억', 참 잘 뽑지 않았나요? 이목을 확 끄는 무언가가 있어요. 왠지 꼭 기억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책의 구성과 특징
<한국 현대사 100년 100개의 기억>은 우리의 최근 100년의 역사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3.1 운동과 임정 수립, 만주사변과 브나로드 운동, 8.15 광복과 신탁 통치, 5.16 쿠데타와 경제 개발 계획 ,1987년 민주항쟁과 북방 정책을 다섯 분기점으로 삼아 우리 역사의 특징적 단면들을 100개의 테마로 엮어내고 있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100개의 기억'에는 아무래도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많지만, 대중목욕탕의 등장, 인공 조미료의 탄생, 어린이대공원과 창경궁, E-sports의 시작 등과 같이 우리네 일상과 관련된 친근한 소재들도 꽤 포함되어 있습니다.
1장. 희망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1919-1930)

1919년 임시정부의 수립은 사진 속 부제 그대로 대한민국의 국체와 국호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국체란 국가 체제, 즉 국가의 형태와 정체(=정치 체제)를 말합니다.
임시정부는 헌법에 준하는 임시헌장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지요.
3.1 운동으로 수립된 다수의 임시정부 중 유일하게 국호를 쓴 것이 상하이의 임시의정원이었고, 이후 임시정부의 통합을 주도한 것도 상하이쪽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이라는 국호가 결정된 것으로 압니다.
국호 대한민국은 황제의 나라(제국)에서 국민의 나라(민국)로 바뀌었다는 의미인데,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 일본에 빼앗긴 나라이름도 되찾자! 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민주공화제라는 국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 1919년 3.1 운동에서 표출된 독립의 희망으로 탄생한 대한민국은 2019년 현재 여전히 꿋꿋하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2장. 밤을 뚫고 빛, 돌아오다 (1931-1945)

2015년 <암살>, 2016년 <밀정>, 이 영화들은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암살>에서 조승우가 배를 타고 오면서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 라고 했던 대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김원봉과 의열단의 이름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 김원봉의 의열단 세력을 중심으로 1930년대 중반 중국 관내의 독립운동세력이 '민족혁명당' 이라는 하나로 뭉치게 됩니다.
김구 계열의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좌우를 망라하는 거의 대부분의 세력의 통일을 이룬 것이었죠. 이때 김구의 선택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고 저 또한 아쉬워하는 대목입니다.
일제가 패망하기 전에 한국 독립군의 군사력이 정식으로 연합군의 일원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독립운동 단체가 연합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좌우익을 막론하고 통일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p. 146)
이러한 연유로 우리 독립운동 세력은 민족혁명당 이후로도 끊임없이 통합을 모색합니다. 특히 1945년에는 매우 구체적인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일본의 조기 항복으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마지막 그 항복 시점마저 우리에게 불행이었습니다.
3장. 세계가 그은 선 국경이 되어 (1945-1961)

저자는 광복 이후 우리가 겪어야 했던 주요 사건들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 것인가를 요령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3장의 제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강요한 38도선은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지만, 결국 남북에 두 개의 단독정부 수립, 즉 분단을 가져왔으니까요.
신탁통치 파동 중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반탁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써 자신들의 친일 행적을 세탁하며 반공 애국자로 변신하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이 친일파 청산으로부터 멀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p. 206)
4.3 항쟁기에 발생한 3만명 정도의 희생 대부분이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된 뒤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에 의해 어린이, 부녀자, 노인 등이 다수 포함된 마을 주민들이 도처에서 집단 학살된 것이다. (p. 220)
신탁통치 문제는 좌우의 극렬한 대립, 친미반소 구도의 정립 등 여러 문제를 가져왔으나, 식민지에서 독립한 한국이 반드시 이루어야할 민족반역자 청산이라는 과제에 커다란 걸림돌을 낳게 됩니다.
제주 4.3 사건이 일어난 1948년 4월은 미군이 통치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8.15) 이후라는 것이죠.
당시 제주도민을 30만여 명으로 볼 때 무려 1/10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서귀포 대정읍에 있는 백조일손지묘는 당시 학살의 참극과 무차별성을 잘 보여줍니다.
4장. 한국, 앞만 보고 전진 또 전진(1961-1987)

현재와 가까운 역사일수록 당사자가 살아있기에 현대사를 쓰는 것은 늘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저자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가능한 중립적으로 사실을 적으려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4장에서 특히 잘 드러납니다. 베트남 참전에서는 그 빛과 그림자를 온전히 껴안자고 이야기합니다.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정권의 장기 독재 체제 형성과 함께 변질되는 한계가 있지만, 동시에 1970년대 한국 경제 발전의 정신적 토대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75번째 기억인 혼분식 장려 운동을 보면서 어릴 때 추억에 잠깁니다. 그때는 초등학교에서 도시락을 검사해 잡곡이 섞였는지를 담임교사가 확인했습니다. 쌀밥만 싸온 날은 친구의 도시락에서 보리를 몇알씩 옮기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지 못할 일입니다.
79번째와 81번째로 언급되는 야간통행 금지와 해외여행 자유화도 그렇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자정 12시부터는 통행이 금지되고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은 50세가 넘어야만 갈 수 있었으니까요.
5장. 아픈 만큼 하나 되어, 세계로 미래로 (1987-2019)

IMF 외환위기를 다룬 글을 보면서는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영화와 현실은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그때의 아픔과 허망함은 공통일 것입니다.
수많은 기업의 도산과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은 1998년 발표된 한스밴드의 '오락실'이라는 노래로 형상화 되었습니다. 정리해고로 대표되는 노동의 유연화는 지금도 여전히 극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99번째 기억인 'BTS 현상'은 오늘날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한때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K-P0P으로 대표되는 한류를 창출하고 문화를 수출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까
만약 우리가 1900년에 태어나 지금까지 장수했다고 가정해보면 망국, 식민지배, 광복, 분단, 전쟁, 경제개발, 군사독재, 민주화, 월드컵, 탄핵, 촛불 등 정말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격세지감이니 상전벽해니 라는 말로도 충분하지 않은듯 합니다.
때로는 고통과 치욕이었고, 때로는 기쁨과 환희였던,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입니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거의 유일한 국가 대한민국!
<한국현대사 100년 100개의 기억>은 100개의 테마를 짧게는 4페이지, 길게는 8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록 시간순으로 100개의 기억이 제시되지만, 우리가 꼭 그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가는 주제부터 먼저 골라 읽으면서 점차 확대시켜 나가다보면 어느새 우리 100년의 역사가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올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