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폴 미래의 고전 22
이병승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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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아니라 2011년 바로 지금 '차일드 폴'이 실행되어도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같은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하면 좀 심한 표현일까??
아니, 결코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우리 세태를 보자면 누군들 그런 생각이 절도 들지 않겠는가 말이다. 

벌써 한 달도 넘게 온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구제역으로 이미 백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되었고 조류독감마저 발생하여 전국이 그야말로 공포에 떨고 있다. 처음 구제역이 발생된 작년 12월에만 해도 청정육류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살아있는 가축들을 죽이는 살처분이 당연하게 시행되었지만 무조건 살처분이 해결책이 아니었는지 구제역은 소에서 돼지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구제역이 발생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지자 살처분과 함께 예방백신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살처분된 소와 돼지들의 침출수로 지하수가 오염되고 살처분과 방역작업에 투여된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더우기 예방백신을 투여한 가축들도 안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병원균을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니 그야말로 공포스런 요즘이 아닐 수 없다.  

애초부터 구제역이 의심된다는 농민의 신고에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뒤늦게 밝혀지고 살처분 역시도 대책없이 파묻기에 급급하다보니 침출수로 인한 오염피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니... 이 모두가 평소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책과 실행 탓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고 마침내는 세계를 하나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이 이야기가 그저 상상만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가 되면 전쟁을 할 일도 없고, 남의 나라라고 도와주지 못할 일도 없다'는 현웅이의 생각이 얼마나 당연한지..... 

우리 어른들은 세계 평화와 인류의 하나됨을 오래 전부터 외치면서도 왜 여태까지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정치가들이 눈앞의 이익만 챙기고(본문 17쪽)'라는 가장 큰 이유때문이 아닐까..
그러고보면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나에서 열까지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우리의 생활은 물론 다른 나라와의 교류까지도 정치적인 간섭과 통제가 따른다.   

처음엔 '차일드 폴'이란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 표지 그림의 곱슬머리와 둥근 안경을 끼고 주근깨가 있는 아이의 이름이 차일드 폴이려니 했다. 그러나, '차일드 폴'은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는 '법'의 이름이었다. 어린이를 뜻하는 차일드(Child)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를 합친 '차일드-폴(Child-Pol)'은 2019년의 대재앙이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 세계적인 재벌 기업가들이 모여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어린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인 것!

정치가들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 자연과 환경을 지키고자 했다면 없었을 재앙. 그러나 참혹한 재앙 앞에 정치가들은 결국 차일드 폴을 시행하게 되고,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대통령이 탄생한 것. 어린이 대통령은 초등5학년 안현웅~.
나중에야 차일드 폴이 세계적인 비밀조직인 이트(Eat)라는 조직의 속셈으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을 알게된 현웅. 그러나 그들이 예상치 못한 현웅이의 순수함은 오히려 이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정치적 야심이 없는 현웅이의 순수한 마음이 황돈만 회장의 얼음보다 차가운 마음을 녹이고, 맨발의 소년 준일이의 마을을 수몰로부터 구해내고, 마침내는 너와 내가 함께 하는 하나의 나라 '유 앤 아이'를 탄생하고야 만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광고 카피도 있었던 것 같은데...정말 아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에 기쁨보다는 왜 부끄러움이 먼저 밀려오는지...
지금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온갖 정치적 술책으로 인류는 물론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무리들에게 필독으로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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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열두 달 명절이야기 오십 빛깔 우리 것 우리 얘기 1
우리누리 글, 김병하 그림 / 주니어중앙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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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나는 열두 달 명절 이야기'라는 제목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새해의 첫 명절 설날을 시작으로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유두, 칠월칠석, 추석, 중양절, 동지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까지 명절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와 명절 음식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새해의 첫 날인만큼 마음이 설레게 하는 설날에는 어머니들이 정성껏 만든 '설빔'도 입고 돌아가신 조상들을 섬기는 차례도 지내며 어른들께 세배도 드리고 덕담도 듣는다. 한 해의 복을 얻기 위해 대들보나 부엌문 앞에 걸어두는 복조리를 사는 것도 설날 이른 새벽이며 댓돌 위에 벗어 놓은 신발을 훔쳐가기 위해 야광귀가 나타나는 것도 설날 밤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날로 바쁜 설날이 지나고 나면 한 해 동안의 세세한 일을 바라는 정월대보름이 다가온다. 부럼을 깨물어 부스럼을 막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더위도 팔고 다리를 밟으며 다리의 건강을 기원하고 달집을 태우며 한 해의 무탈을 빌던 정월대보름.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는 것이 아닐까... 

'찬 밥을 먹는 날'의 유래가 되는 개자추 이야기도 재밌지만 한식무렵이 나무를 심는 식목일과 비슷한 시기에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한 한식도 있고, 그네를 뛰고 씨름판도 벌어지는 단오,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으며 더위를 식히고 여유를 즐기는 유두도 어쩜 그리 시의적절한지...농사를 기본으로 살아가던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견우와 직녀의 애닯은 사랑이 먼저 떠오르는 칠월칠석이 지나면 오곡백과가 풍성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으로 달을 닮은 송편을 빚어 먹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강강술래도 뛰며 농악 놀이도 즐긴다.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의 흥취를 즐기던 음력 9월9일의 중양절은 다소 낯선 명절로 다가왔다. 둥근 새알이 맛난 팥죽을 먹는 동지 역시도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유래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 년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에도 새해 첫 날과 마찬가지로 의미있는 일들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날이다. 질벼이 없어지라며 집 안에 있던 묵은 약들을 불에 태우고, 한 해를 무사히 잘 보냈다는 것을 알리는 묵은 세배도 드리고, 지난 해 동안 집에 들어와 있던 나쁜 귀신들과 재앙을 버리는 대청소도 하고, 부엌에 살면서 집안을 보살펴 주는 부엌 귀신 맞이도 한다. 또 푸른 대나무를 태우는 대불놓기로 집안에 잡귀신들을 쫓으며 깨끗한 새해 맞이를 준비한다. 

농사를 천하의 기본으로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던 조상들의 모습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열두 달 명절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나 어느덧 시대가 변하고 생활모습이 바뀜에 따라 잊히고 사라진 명절이 적지 않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것도 분명 있을 터, 그것이 바로 소중한 우리의 문화, 명절이 아닐까 싶다. 

조상들의 삶에 대한 지혜가 담긴 명절이 잊히고 사라진 것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 시대의 변화 탓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명절 분실이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문화말살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그 시기에 빼앗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한 운동도 벌어지고 있지만, 그와 함께 우리 스스로 돌이켜 되찾아야 하는 문화 '명절'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진정으로 신 나는 우리 명절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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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로 변한 날 - 고운 말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8
서지원 지음, 천필연 그림 / 소담주니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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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핸드폰과 같은 첨단 매체들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생활이 편해진 이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폐해도 심각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언어 파괴 현상과 폭력 언어의 등장이 그것이다.
정상적인 언어 배열이 아닌 임의로 줄인 말이나 익명성에 의한 무분별한 언어 사용은 그로 인한 새로운 사회문제까지 야기한다.

어린아이들에게 친근한 TV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무분별한 신조어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기에 급급하다.
그야말로 우리말의 수난시대가 따로없다. 바르고 고운 말은 교과서에서나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올바른 판단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이러한 현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바르고 고운 말을 배우기도 전에 온갖 이상한 말들을 먼저 배우고, 또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예의라고는 귀를 씻고 들을래도 들을 수없는 과격한 말들이 더 힘있고 능력있는 것처럼 생각하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현중이 역시 캐안습이니 빵꾸똥꾸니, 쩐다느니, 됐거든~ 하는 요즘의 파괴적인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사람이 개로 변하고, 개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말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나쁜 말을 마구마구 사용하다가 강아지 다솜이와 몸이 바뀐 것! 

급기야는 엄마와 다솜이에게 쫓겨나 동네를 배회하다 역시나 처지가 같아진 기철이와 진구를 만나 수복산 산신령 할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무서운 어둠을 무릅쓰고 찾아간 산신령 할아버지가 깨우쳐 준 것은 '나쁜 말을 하고 화를 내는 것은 아직 아기와도 같은 어린 마음이기'때문이라는 것!
또 나쁜 말은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있으며 나쁜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마음에 차지 않고 화가 나면 나쁜 말부터 내뱉던 현중이가 '나쁜 말 추방 작전'까지 펼치며 착한 아이가 된다는 다소 빤~한 이야기가 '보름달이 뜨는 밤'이란 으스스한 배경과 잘 어우러져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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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 대한민국 희망수업 1교시 작은숲 작은학교
신현수 외 15인 지음 / 작은숲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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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학교를 꿈꾸는 16명의 선생님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들에게 첫 수업에서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재 교실풍경이 모두가 바라는 그것과는 멀기만 한 '희망'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문득 우리(선생님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미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정작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하니, 흥!하고 콧방귀나 뀌지는 않을지...  

어제오늘 기사로 떠들썩했던 로봇영재였던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시험성적을 비관해 미련없이 삶을 포기한 아이들이 하나둘이 아닌 우리 사회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로봇영재로 주목을 받던 그의 죽음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새롭게 모색된 대입전형방법인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탁월한 재능을 인정해 선발한 인재를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수업조차 제대로 견뎌낼 수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고야마는 부조리한 현실때문은 아닌지....
입학사정관제라는 한껏 부풀려진 정책이 오히려 유능한 미래를 좌절로 몰아넣고야 말았으니,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꼭 성적순이 아니라도, 탁월한 재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자선하듯 내놓은 새로운 제도는 입학전형에만 적용될뿐이다.  

어려서부터 로봇을 좋아해 로봇박사로 불리며 로봇영재로 국내 유수의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영어로 진행되는 미적분학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사가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대체 무엇을 위해 영어로 진행된 수업이었는지 자못 궁금증이 더해간다. 미적분이이란 만만찮은 과목으로도 벅찼을텐데 그것도 영어로 진행했다니..도대체 여기가 미국인지 영국인지...왜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이 영어에 발목을 잡혀야 하는지, 또 아까운 목숨을 던져야 하는지.... 

그래서 더욱 이 책에 실린 16명의 선생님들이 희망하는 1교시 수업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또 간절히 현실로 마주하고픈 수업으로 다가왔다.
전국의 학교에서, 가장 일선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희망수업에는 안타까운 현재의 교육정책이 엿보이기도 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도 복선처럼 깔려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마주쳐야 할 현실로. 

어떤 선생님들은 자신이 맡은 과목에 충실히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로서, 또 기성세대로서 미래인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중에는 장벽같은 현 입시제도와 교육정책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교육자로서의 자책같은 비판도 느껴진다. 

'속도와 가벼움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와 획일적인 학교문화, 입시 경쟁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끼워 맞춘 자아의 발달을 조장함으로써 그들을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하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이 전면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 막고 있다'라는 글은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범하고 있는 우(愚)가 얼마나 우리 아이들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미래인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비단 부모만의 책임도 아니고 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몫만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부가 사회인을 길러낸다는 명목으로 행사하는 불합리한 교육정책에 맞서 부모와 교사가 함께 힘을 모아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이 아닐까. 

부조리한 교육정책과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자기반성적인 교사들이 있는 한 이 책에 실린 희망수업 1교시는 절대로 희망으로만 남겨지지 않으리라. 희망의 수업이 아이들의 교실에서 현실로 피어날 그 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이상 아이들을 모순된 현실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양심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의 하나된 용기가 급선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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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내 인생의 헛발질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0
노혜영 지음, 박윤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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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조연이 형의 이름이 주연이라고 소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열두 살 짜리의 헛발질이란 제목이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형 주연이와 동생 조연이?...라고하니 왠지 심상치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같은 뒤늦은 기대감이 밀려왔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그것도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조연의 경우처럼 아픈 형의 신장이식을 위해 자신이 인공수정되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까.... 

문득 '열두 살'이란 조연의 나이가 심상치않게 다가왔다. 그러고보면 한창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할 때가 그무렵인 것같아서 말이다. 말하자면 요즘 아이들이 서서히 사춘기란 병아닌 병을 앓기 시작하는 나이이니 말이다. 

요즘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만 보아도 열두 살이던 5학년때부터 조금씩 말 수도 적어지고 자신에 관한 질문만큼은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나 역시도 초등고학년 무렵 '혹시 엄마가 계모가 아닐까?'부터 시작해서 '내가 엄마와 아빠의 진짜 딸이기는 할까?'같은 시답지않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조연이 탈출구처럼 생각해 낸 것은 다름아닌 가출!
돌이켜보니 나 역시도 가출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때가 있었다. 우습지도 않게 '발레'를 하고파서였다. 한창 인기있던 만화에 너무 심취했던 탓인지 주인공처럼 발레를 하고싶다는 생각에 급기야는 발레학원을 수소문해 다짜고짜 원장님을 찾아가 발레를 배우고 싶으니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거였다. 아마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서였는지 중학교도 야간으로 다니며 학원 청소도 할테니 발레를 배우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하지만 나의 용기는 딱 거기까지 였다. 원장님과의 면담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출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길 용기는 없었는지 그 뒤 중학교에 무사히 입학해서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조연의 경우는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통장과 도장, 가장 아끼는 MP3와 여벌의 옷가지까지 챙기는 용의주도함까지 갖췄다. 일상처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와 잠시 망설임도 꿈틀대지만 결국엔 가출을 감행한다. 엉겹결에 올라타게된 작은 승합차와 인연처럼 만나게 된 사투리 작렬인 캠핑카의 아저씨~
그리고 펼쳐지는 사흘간의 가출 소동.
사투리 작렬하는 캠핑카 아저씨와 본의아닌 동거를 하면서 겪게되는 조연의 3일동안의 가출소동이 결코 제목처럼 헛발질이 아니란 것을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이야기가 펼쳐진다. 

캠핑카 아저씨의 아버지 말씀처럼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놈들이다)'인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래도 인정 넘치는 세상임을 우여곡절로 보여주는 캠핑카 아저씨와 주유소 할아버지. 허둥!허둥! 외쳐대는 허둥교가 결코 책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차마 용서할 수없는 이들을 기꺼이 용서하는 일 역시도 엄연한 현실 속의 이야기임을 상기하게 된다. 또 조연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결코 보기 드문 현실이 아님을 생각하니 요즘 세상이 새롭다.  

조연이 헛발질(가출)을 통해 자신이 형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공수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더불어 운 좋게 만난 캠핑카 아저씨와 주유소 할아버지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만큼은 제대로 깨닫지 않았을까...
웃음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열두 살 조연의 유쾌한 헛발질이 살짝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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