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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드, 대한민국 영어공부
송봉숙 지음 / 부키 / 2010년 3월
평점 :
처음엔 으레 쏟아져나오는 무수한 책들 가운데 하나려니 했다. 하루하루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현교육제도를 그래도 수용하며 살아야지 하는 살아남기 비법이라도 되는양 그럴싸한 노하우를 내세운 책들에 비하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듯 모순된 교육제도며 체재를 살짝이나마 꼬집어 주는 책이려니 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교육의 최종목표는 영어 또는 대입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쳐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은 목적도 없이 영어를 배우고 이유없이 대입을 준비한다. 아닌게 아니라 영어와 대입은 아이들의 목적이고 목표가 아니라 부모들의 것이다. 영어에 일류대에 한맺힌(피해의식이 쌓인?) 부모들의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삶을 보장해줄 보증수표인양 아이들을 일찌감치 영어와 대입으로 몰아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뛰어난 문자, 한글을 갖고도 영어에 미쳐있는 나라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우리말도 못하는 아이를 영어학원에다 밀어넣고, 발음이 조금이라도 좋아진다면 어린아이의 설소대를 함부로 자르는 부모가 능력있는(교육열이 높은?) 부모라고 인정받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식의 교육은 오로지 돈이 있어야 가능한 나라,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는 나라, 학교에서의 교육은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는 나라. 그것이 바로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대한민국 영어공부에 레드카드를 던지고 있는 저자의 조목조목 이유 있고 근거 있는 이야기를 통해 짚어볼 수 있는 것은, 모순된 교육제도의 현실을 버젓이 알고도 모른체하는 국가와 교육관련자들 그리고 나아가서 정치적인 이유 등등까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하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나조차도 한 해에도 몇번씩 바뀌는 교육관련 제도에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을 하는데, 다년간(몇십 년간)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이들이 그것을 모를까. 어쩌면 복잡한(?) 이유로 알고도 모른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미국 현지로 유학까지 한 저자가 냉정하게 바라본 현재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현실. 막연히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현실에 대해 느끼는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영어교육에 보이지 않는 미국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 영어 교육 열풍에서 빠뜨릴 수 없는 건 영어 교육 시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노력이다.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영어 교육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세계가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릴수록 그들의 일자리는 많아지고 영어 교육 관련 수익이 높아질테니 말이다.' (본문 167쪽)
과연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의미일 것이다. 그러고보면 정치적 경제적 부분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부분까지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심각한 현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제도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니 말이다. 정치적 경제적 관계와 얽혀있으니 교육적인 관계는 어떻게 보면 상호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관계일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정치적 경제적인 거래의 원활함을 위한 부수적인 것정도로 다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엔 영어교육 정책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도 영어로 인한 혜택(?)을 크게는 아니지만 누린 세대여서 영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도 본문을 통해 말했듯이 영어는 수단이지 결코 목적 그것도 맹목적인 투자의 대상쯤으로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영어도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수단, 또는 연구(학문)의 대상.. 그 이상도 또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중국어나 일본어, 독일어나 프랑스어와 마찬가지로 영어도 취급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세계공용어라는 무시못할 힘을 가진 언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미래까지도 지레 판가름하고자 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일이다.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세상에는 더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현실, 레드카드로 부족하다. 올곧은 양심선언이 필요한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현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