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식회사 - 질병과 비만 빈곤 뒤에 숨은 식품산업의 비밀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 따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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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우리가 매 순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진실한 음식인가?...하는 의문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어린시절,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한 것만으로도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것보다 기적적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건으로 세계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때, 다음으로 정복(?)해야 할 것으로 떠오른 것은 다름아닌 하루 세 번만 먹으면 식생활이 해결되는 알약이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우주인들의 먹을거리에 기인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아무튼 그때의 내 기억으로는 먹기만 하면 하루 세 끼 꼬박 찾아먹어야 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신비의 알약이 머지않아 개발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이야깃거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절대로, 결코' 그런 명약(?)은 개발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다만 그것이 인간의 능력 부족때문이 아닌 인간(식품기업)의 끝모르는 욕심과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정치적) 야심이 복합적으로 얽힌 음모(?)에 의한 것이리라.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 한 조각, 마시는 음료 한 모금에 얽힌 생생한 현실을 읽다보니 <식품주식회사>라는 제목은 오히려 착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식품제국주의>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일깨우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다른 영토를 침략하던 과거의 정치적 제국주의와는 달리 한나라 안에서 (식품)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정치권과의 적절치 못한 동맹을 맺고,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생명을 담보로 사업영역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미국의) 현재 전체 식품시장의 60%가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약 다섯 개의 유통업체다. 합병의 결과는 손에 꼽히는 몇몇 회사들이 식품생산자(공급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본문 231)'

이것이 자유(무한)경쟁이 가능한 21세기 자본주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극소수의 업체가 전체 시장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가 수긍하기 어려운 현실이 숨겨져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소비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조작된 저가'와 아무리 영세한 규모의 경쟁자까지도 궁지로 몰아 '항복'을 받아내는 것!
공룡같은 거대기업에게는 일말의 동정심은커녕 아량조차도 없다. 자신들의 제품(식품)이 전국을, 세계를 점령하는 것만이 지상최대의 목표일뿐! 심지어 이주노동자들의 불법이민을 부추기고, 개인 농가의 고유의 종자마저도 철저하게 약탈할 뿐이다.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가 먹는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거대기업의 무서운 욕망이 숨겨져 있고, 소수 농업종사자들의 한숨과 눈물이 젖어 있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거대기업과 결탁한 정치적 음모가 들어있는 음식이 과연 우리의 신체를, 정신을 건강하게 살찌울 수 있을까?? 

음식은 순수히 고유의 맛과 영양을 간직할 때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고 우리의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온갖 욕심과 음모가 버무려진 음식이 어찌 우리를 건강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진실한 음식, 우리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진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리란 생각이 절로 든다. 포장지에 명기된 가격만 믿어서는 안 될 때이다. 기업의 화려한 광고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식품소비자도 이제 그만이다.
진짜 합리적인 가격을 판단할 줄 알고, 기업의 정치적 결탁을 더이상 묵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간편하고 값싸게 포장된 음식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노동자들의 평균이하의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건강하지 못한 원료..등)을 외면하기보다는 좀 번거롭더라도 먹을거리의 본질과 정당한 가격을 볼 수 있는 '진실한 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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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 대한민국 희망수업 1교시 작은숲 작은학교
신현수 외 15인 지음 / 작은숲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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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학교를 꿈꾸는 16명의 선생님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들에게 첫 수업에서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재 교실풍경이 모두가 바라는 그것과는 멀기만 한 '희망'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문득 우리(선생님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미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정작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하니, 흥!하고 콧방귀나 뀌지는 않을지...  

어제오늘 기사로 떠들썩했던 로봇영재였던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시험성적을 비관해 미련없이 삶을 포기한 아이들이 하나둘이 아닌 우리 사회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로봇영재로 주목을 받던 그의 죽음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새롭게 모색된 대입전형방법인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탁월한 재능을 인정해 선발한 인재를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수업조차 제대로 견뎌낼 수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고야마는 부조리한 현실때문은 아닌지....
입학사정관제라는 한껏 부풀려진 정책이 오히려 유능한 미래를 좌절로 몰아넣고야 말았으니,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꼭 성적순이 아니라도, 탁월한 재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자선하듯 내놓은 새로운 제도는 입학전형에만 적용될뿐이다.  

어려서부터 로봇을 좋아해 로봇박사로 불리며 로봇영재로 국내 유수의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영어로 진행되는 미적분학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사가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대체 무엇을 위해 영어로 진행된 수업이었는지 자못 궁금증이 더해간다. 미적분이이란 만만찮은 과목으로도 벅찼을텐데 그것도 영어로 진행했다니..도대체 여기가 미국인지 영국인지...왜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이 영어에 발목을 잡혀야 하는지, 또 아까운 목숨을 던져야 하는지.... 

그래서 더욱 이 책에 실린 16명의 선생님들이 희망하는 1교시 수업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또 간절히 현실로 마주하고픈 수업으로 다가왔다.
전국의 학교에서, 가장 일선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희망수업에는 안타까운 현재의 교육정책이 엿보이기도 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도 복선처럼 깔려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마주쳐야 할 현실로. 

어떤 선생님들은 자신이 맡은 과목에 충실히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로서, 또 기성세대로서 미래인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중에는 장벽같은 현 입시제도와 교육정책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교육자로서의 자책같은 비판도 느껴진다. 

'속도와 가벼움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와 획일적인 학교문화, 입시 경쟁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끼워 맞춘 자아의 발달을 조장함으로써 그들을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하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이 전면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 막고 있다'라는 글은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범하고 있는 우(愚)가 얼마나 우리 아이들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미래인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비단 부모만의 책임도 아니고 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몫만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부가 사회인을 길러낸다는 명목으로 행사하는 불합리한 교육정책에 맞서 부모와 교사가 함께 힘을 모아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이 아닐까. 

부조리한 교육정책과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자기반성적인 교사들이 있는 한 이 책에 실린 희망수업 1교시는 절대로 희망으로만 남겨지지 않으리라. 희망의 수업이 아이들의 교실에서 현실로 피어날 그 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이상 아이들을 모순된 현실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양심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의 하나된 용기가 급선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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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로드 - 라이더들을 설레게 하는 80일간의 일본 기행
차백성 지음 / 엘빅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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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두 말할 것도 없이 뻔~한 책이려니 했다. 언젠가부터 붐처럼 일고 있는 자전거로 떠나는 배아픈(?) 여행기려니 했다. 어쨌든 시간이나 기회가 주어지고, 비록 금전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하더라고 자전거라는 다소 소박한(정겨운) 매(개)체를 앞세운 저자의 넘치는 열정을 담은 그림 좋은 일본 여행기려니 했다.
그래서인지 선뜻 읽어보고픈 마음보다는, 일종의 개인적인 뿌듯함이 넘쳐나는 여행후기쯤이 아닐까 지레짐작이 앞섰다. 

사실, 어느 누구인들 마음 한 켠에 여행에 대한 바람을 품지 않고 살까? 그것이 바다 건너 하늘 저편의 머나먼 이국 땅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과 함께든 혼자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허락된다면 누구인들 떠나고 싶지 않을까..... 아웅다웅하는 현실을 훌훌 떨치듯 털어버리고 말이다. 비록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 마주해야 할지라도.
결혼전부터 뚜렷한 목적도 없이 막연하게 그 언젠가의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는 내게는 더욱 그림의 떡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같아 선뜻 펼쳐들지 못한 책. 

그러나 묵직하고 두툼한 책의 두께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어떻게 얼마나 달렸기에...하는 궁금증에 쭈뼛하며 읽기 시작한 책. 무엇보다 앞표지 날개에 적힌 그의 이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자신의 오랜 꿈을 위해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회사를 떠나 여러 나라를 여행...특히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한 가지씩의 컨셉을 잡아 자신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여행담을 담아오는 여행방식은 그의 전매특허다. 테마가 있는 세계 자전거 여행을 위해 그는 매번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국내1세대 라이더인 그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전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2008년에 북미 대륙과 하와이 여행기를 담은 <아메리카 로드>로 수많은 라이더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는 국내1세대 라이더라는 저자가 이번 <재팬 로드>에서는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지 사뭇 궁금했다.

크게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된 목차를 살펴보자니  일본 속 우리 역사의 흔적을 더듬고자 하는 그의 이번 목표가 한눈에 들어오고, 목차를 넘기면 두 장 가득 앞으로 달려야 할 일본 곳곳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라도 하듯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저자의 모습과 함께 얼마나 보고 또 보았는지 손때가 충분히 묻은 듯한 일본관련 책자가 인상깊게 눈에 띈다.
책을 펼치기 전의 쭈뼛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일본 열도를 두 바퀴로 달려가는 저자의 뒤꽁무니에 편승이라도 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규슈, 시코쿠, 혼슈, 홋카이도, 4개의 큰 섬을 비롯하여 부산에서 50Km 거리의 쓰시마와 저 멀리 오키나와 등 모두 6개의 섬을 3차에 걸쳐 돌아본 듯한데, 저자가 시큰한 땀냄새와 함께 들려주는 일본 곳곳에서 만나는 우리의 역사는 우리와는 어쩔 수없이 '가깝고도 먼 나라'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되새기게 된다.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관계 좋은 이웃나라로보다는 우리의 영토를 호시탐탐 노리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침략자이자 마침내는 우리의 주권은 물론 셀 수없는 목숨을 유린하고도 당당한 파렴치범으로서의 모습이 우리 민족의 뇌리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영토 곳곳에서 남아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만나는 것은 저자의 '과거사 충격 극복 장애증'이라는 희귀한(?) 병명을 공감할만큼 아프고 잔인하고 애통하게 다가왔다. 

사실, '일본'하면 개인적으로 경험한 적도 없으면서 어려서부터의 세뇌적인(?) 교육때문이었을까... 무조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회만 있으면 우리 영토를 침략하고 강제로 조약을 맺고 국모까지 시해하고 마음대로 식민지 삼았던 괘씸한 놈들일 뿐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은커녕 당당하기만 하지 않은가.. 아직도 우리 영토(독도)를 제 것이라하고 역사마저도 왜곡하니... 이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도무지 없는 놈들. 무엇보다 우리의 자주적인 근대화의 기회를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대학 때 교양과목이었던 일본어 수업도 마지못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마디로 알고도 배우고도 싶지 않았던... 생각할수록 부글부글 왠지모를 화가 치밀어 오르고 억울한 마음만 생겨나는 탓에 말이다.  

그러나 강과 산, 계곡을 두 바퀴로 힘차게 구르며 보여주는 풍경만큼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고, 만나는 사람들 또한 여느 모습과 다르지 않게 정감있게 다가왔다. 대화가 안되면 필담으로라도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이기 까지 하였다. 

그러고보면, 나에게 심어진 무조건적인 일본거부증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국민들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부의 정치세력 혹은 기득권세력이 저지른 역사적 만행 그 자체에 대한 것이리라. 무조건적인 세뇌교육이 '일본'하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자전거에 편승하듯 돌아본 일본 속 우리 역사의 흔적은 잊고 있던 혹은 묻혀 있던 역사의 흔적을 다시금 깨우치고 발견하는 기회로 다가온다. 저자가  두 바퀴를 굴리며 일본 구석구석에 흘린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목표한 바를 이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으로 인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기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품고있던 '무조건일본거부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일본이란 나라 역시도 '무조건' 거부가 아닌 알 것은 알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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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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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내 품안에 머물것 같던 딸아이는 어느새 부쩍 자라 사춘기의 바람앞에서 저항은커녕 당연하게 순응(?)해 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딸아이와 달리 나의 가슴엔 갑작스런 허전함이 밀려와 나를 당혹케 한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몇년째 하고 있는 운동(수영)의 멤버들과 그나마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근처 마트에도 함께 가고 점심도 함께 먹노라면 시간 만큼은 휘리릭~ 잘도 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나의 허전한 마음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처방은 아닌지라 다시 혼자의 시간이 되면 이자가 붙듯 그만큼 더 허전함은 농도가 진해져 있다. 

그다지 아이에게 올인~을 한 것도 아닌데 혹시 서서히 중년이 시작되려는 전조증상인가 싶어 바짝 긴장하게 된다. 여태껏 한 것이라고는 평범한 주부로, 엄마로 부지런히 산 것뿐인데....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중년이 된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니.. 안타까움보다는 왠지 억울함이 밀려온다.

억울함이 밀려오니 마음마저 급해진다. 언제나 그렇듯 남편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근래에는 오히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찾은듯 일과 여행에 열심이다) 하나있는 딸아이도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바쁘고... 이제야 비로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마음 깊은 곳에 품고만 있던 '여행'에의 갈증이 더는 참을 수 없을 것처럼, 아니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는 듯 가슴 속 허전함을 단방에 몰아내버린다. 또 하나, '독서'도 기다렸다는듯 고개를 쳐든다. 여태껏 딸아이의 책을 읽느라 책꽂이에만 꽂아두었던 책들이 난리라도 쳐댈듯.....그래서인지 더욱 반갑게 읽게 된 이 책! 

제목조차도 '여행자의 독서'라니.... 요즘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행'과 '독서'에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과연 여행자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제목만으로 떠오르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다.  

무엇보다 의도된 혹은 갑작스레 떠나게 된 여행길에 저자는 거기에 맞춤하는 책을 나름 선택해서 여행의 필수품처럼 챙겨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여행하면서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이미 읽었던 책에서의 여운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곱씹기도 하고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흠.. 그러고보면 저자는 이미 지독한(?) 독서가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작가는 물론 책의 부분을 딱딱 걸맞은(저자의 지독히 주관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내용을 상기시켜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이 사람(저자)은 책을 어떻게 읽기에 이렇게 많은 책들의 내용을 적시적소에 펼쳐내 보여줄 수 있을까... (지독한) 독서가의 여행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구원, 사랑, 이야기 그리고 나...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행들 중에 어느 것 하나 지나치고 싶은 곳이 없다. 시간적 금전적 그리고 기타 등등...여유가 허락한다면 그가 알려준 책을 읽고 또 그 어떤 필수품보다 중요하게 챙겨넣고 떠나고픈 여행이다.  

어느덧 여행에의 설레임이 주는 가벼운 흥겨움보다는 삶에 대한 진한 이야기가 더 가슴을 파고드는 나이인 탓일까... 저자가 짚어주는 인용구절이 그 땅에서의 삶을 더 궁금하게 한다. 
 

결국, 인간은 얼마나 사는 걸까?

천 년? 단 하루?

일주일? 수 세기?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죽는 걸까?

'영원히'라는 말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 파블로 네루다의 시, <영원의 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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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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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3일, 바로 어제가 고 전태일 열사의 40주기였다. 이미 며칠 전부터 떠들썩하게 방송에서 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40년이 흐른 노동(자)의 현실을 다양하게 재조명하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고작해야 5~10분 거리에 고 전태일 열사의 묘가 있다는 것을 6년 전 이곳으로 이사한 후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평소 사진찍기가 취미인 남편의 우스꽝스런 에피소드(사연?)로 집 근처에 있는 모란공원(묘지.. 이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이 말 그대로 공원인줄 알았다. 하지만 '묘지'가 생략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고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의 '열사의 묘역'에 있는 무덤 앞에 일일이 술 한 잔씩을 올리게 되면서였다.  

고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나름의 이유로 분신, 투신, 항쟁 등을 하다 결국엔 고인이 된 사람들. 대부분의 당시의 부조리한 현실에 몸을 던져 싸운 사람들이었다. 

40년 전 '노동자도 사람'이라며 온몸을 불태웠던 전태일. 그의 뜨거운 바람처럼 노동자도 사람인 세상이 되었을까??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는 부제의 이 책은 고 전태일 열사와 동명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비롯해 사람을 좋아했던 전태일 열사가 살짝~ 보이는 만화와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솔직한 토크도 있고 '노동'과 관련한 교양이나 상식이 아닌 필수정보도 담겨있는 이른바 '2010, 우리 시대의 노동을 말한다'쯤이 아닐까 싶다. 

고 전태일 열사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 우선 의아하기도 하지만, 평택, 인천, 전주, 부산, 거제에서 같은 이름(한자야 어떻든)으로 살고 있는 전태일들이 들려주는 삶은 물론 <열혈청춘>편의 네 명의 청년들이 쏟아놓는 이야기는 40년 전 전태일 열사의 모습과 다른듯 같다. 

아닌게 아니라, 고 전태일 열사가 몸을 불사르며 외쳐간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던 노동자들과 오늘날의 노동자들과의 자격(신분, 능력?)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무학력 또는 저학력의 소유자들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반복되는 기계적인 일을 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노동자들은 대체로 고학력의 소유자들임에도 4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노동현실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다른 것 같겠지만 말이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흐른만큼 영리해지고 치밀해진 고용주나 기업에 의해 한껏 인간다워진 대우를 하는듯 하지만 이익추구, 영리추구를 향한 그들의 기본욕구나 목표는 변함없이 한결같음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엔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직도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니 말이다. 

고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기념하여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사회과학 출판사가 특별하게 기획한 듯한 이 책을 읽다보니 40년 전의 전태일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강산이 적어도 네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흐른 2010년 11월 우리 사회, 노동의 현실이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음은 변함없이 들려오는 관련 뉴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더구나, 비정규직 880만 시대에 2,30대 청년세대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전태일 열사의 뜨거운 외침이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우리 모두에게 따스한 희망으로 돌아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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