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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평점 :
2010년 11월 13일, 바로 어제가 고 전태일 열사의 40주기였다. 이미 며칠 전부터 떠들썩하게 방송에서 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40년이 흐른 노동(자)의 현실을 다양하게 재조명하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고작해야 5~10분 거리에 고 전태일 열사의 묘가 있다는 것을 6년 전 이곳으로 이사한 후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평소 사진찍기가 취미인 남편의 우스꽝스런 에피소드(사연?)로 집 근처에 있는 모란공원(묘지.. 이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이 말 그대로 공원인줄 알았다. 하지만 '묘지'가 생략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고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의 '열사의 묘역'에 있는 무덤 앞에 일일이 술 한 잔씩을 올리게 되면서였다.
고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나름의 이유로 분신, 투신, 항쟁 등을 하다 결국엔 고인이 된 사람들. 대부분의 당시의 부조리한 현실에 몸을 던져 싸운 사람들이었다.
40년 전 '노동자도 사람'이라며 온몸을 불태웠던 전태일. 그의 뜨거운 바람처럼 노동자도 사람인 세상이 되었을까??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는 부제의 이 책은 고 전태일 열사와 동명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비롯해 사람을 좋아했던 전태일 열사가 살짝~ 보이는 만화와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솔직한 토크도 있고 '노동'과 관련한 교양이나 상식이 아닌 필수정보도 담겨있는 이른바 '2010, 우리 시대의 노동을 말한다'쯤이 아닐까 싶다.
고 전태일 열사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 우선 의아하기도 하지만, 평택, 인천, 전주, 부산, 거제에서 같은 이름(한자야 어떻든)으로 살고 있는 전태일들이 들려주는 삶은 물론 <열혈청춘>편의 네 명의 청년들이 쏟아놓는 이야기는 40년 전 전태일 열사의 모습과 다른듯 같다.
아닌게 아니라, 고 전태일 열사가 몸을 불사르며 외쳐간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던 노동자들과 오늘날의 노동자들과의 자격(신분, 능력?)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무학력 또는 저학력의 소유자들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반복되는 기계적인 일을 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노동자들은 대체로 고학력의 소유자들임에도 4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노동현실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다른 것 같겠지만 말이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흐른만큼 영리해지고 치밀해진 고용주나 기업에 의해 한껏 인간다워진 대우를 하는듯 하지만 이익추구, 영리추구를 향한 그들의 기본욕구나 목표는 변함없이 한결같음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엔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직도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니 말이다.
고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기념하여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사회과학 출판사가 특별하게 기획한 듯한 이 책을 읽다보니 40년 전의 전태일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강산이 적어도 네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흐른 2010년 11월 우리 사회, 노동의 현실이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음은 변함없이 들려오는 관련 뉴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더구나, 비정규직 880만 시대에 2,30대 청년세대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전태일 열사의 뜨거운 외침이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우리 모두에게 따스한 희망으로 돌아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