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딩동 편지 왔어요 - 우편집배원 일과 사람 2
정소영 지음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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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집집마다 유선전화는 물론이고 언제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는 휴대용 전화인 핸드폰을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도 가지고 다니는 세상이다.
게다가 간단한 서류는 문서나 파일, 사진으로 첨부해서 보낼 수 있는 인터넷 메일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보니 예전처럼 우표나 편지, 빨간 우체통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 한 번쯤은 편지함에 여러가지 우편물을 꽂아놓고 가는 집배원아저씨는 따르릉 자전거가 아닌 부다다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신다.
그러고보면 세상이 많이 변한만큼 바뀐 우리의 생활가운데 하나가 다름아닌 편지와 관련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 안부 편지를 써야했고(물론 아버지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지만..) 때로는 작은아버지들께도 편지를 써야했었다. 또 방학이면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께도 어서 개학이 되어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쓰고는 했었다. 

어머니도 외삼촌들께 편지를 쓰시고는 했었다. 어머니의 글씨가 참 정갈해서 삐뚤빼뚤한 내 글씨가 더욱 불만스러워 몇 번이나 편지지를 구기고 다시 쓰고는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편지하면 떠오르는 빨간 우체통과 우표며 엽서를 사던 기억이 어느새 어린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았다.

과거의 기쁘고 반갑고 또 때로는 슬프고 속상한 소식을 담은 편지를 전해주던 집배원 아저씨들의 요즘 모습은 편지보다는 각종 고지서와 홍보물을 담은 우편물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 가득한 홍보전단지까지 배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우편물들.
문득, 손끝의 정성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이 그리워진다. 

아직까지 여자집배원을 본 적은 없어 다소 생소하지만,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요즘이어서 반가운 집배원 효순씨의 모습이다. 더구나 얼굴 가득 정감이 느껴지는 표정이 더 반갑다.

요즘의 우체국에서는 우편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금융업무며 택배업무까지 함께 하고 있음도 넉넉한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우체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에 친근한 우체국의 모습이다. 

자신이 맡은 구역에 배달할 편지와 각종 우편물들을 분류하고 우편 가방과 우편 바구니에 배달하기 편리하게 챙겨넣고 안전한 옷차림까지 하고나선 효순씨의 모습이 영락없는 집배원의 모습이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구석구석, 험한 산길도 거뜬하게 달려가는 효순씨의 모습이 늠름하기까지 하다.

때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높은 계단을 오르고 사나운 개때문에 곤란을 겪어도 편지며 소포를 전하기 위해 개울을 건너고 진흙탕을 마다않는 효순씨의 얼굴엔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함께 보람이 가득하다.  

집배원하면 편지배달만을 생각하던 과거에 비해 일반 택배회사가 가지 않는 외딴 섬이나 깊은 산골짜기까지 김치며 생선, 쌀... 보내지 못할 것이 없는, 정말 고마운 일을 대신해 주는 집배원의 하루를 엿볼 수 있다.
집배원 아저씨가 내일은 우리집에 어떤 우편물을 배달해줄까... 벌써부터 기다려지게 하는 책이다.



우편업무와 금융업무를 함께 하는 우체국 풍경~



왼쪽) 집배원의 필수품, 우편 가방과 우편 바구니 그리고 우편물 받은 사람의 확인을 받는 피디에이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오른쪽) 중요한 서류나 귀중한 물건을 보낼 때 이용하는 등기 우편물과 등기 우편물을 받을 사람이 집에 없을 때 남기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



우체국 소포나 택배로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
우체국에 가서 부치면 소포, 우체국에서 가지러 오면 택배가 된단다~
(흠..우체국에 가지고 가서 부쳐도 택배로 되던데...^^;)



효순씨의 하루 일과를 엿볼 수 있는 풍경~
산골짜기까지도 마다않고 부다다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선다.
때로 변덕스러운 날씨에 사나운 개들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배달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부탁까지도 들어주는 마음씨 고운 효순씨의 모습이 정겹다.



편지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
편지가 생겨나기 전에 소식을 주고받던 방법이며 우표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집배원이 되기위해서는 오토바이 운전면허와 성실하고 강한 책임감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멋진 집배원 효순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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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내복을 입은 공룡 - 그림으로 보는 공룡 백과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3
더글러스 플로리언 글.그림, 노은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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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딸아이도 한때(초등1학년 무렵이었던가?) 공룡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유치원때 자주 만나며 서로의 집에 오가던 남자아이 중에 유난히 공룡을 좋아하던 친구의 영향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 아이는 공룡이란 공룡은 죄다 모으고, 공룡백과까지 여러 권 가지고 있으며, 엄마 말로는 한글도 공룡이름을 외우느라 자연스레 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는 공룡이라면 손가락만한 인형부터 팔뚝만한 크기에 몸통을 움직이며 크르릉~ 거리는 소리까지 내는 로봇까지 가지고 있어 딸아이의 부러움을 샀었다. 언감생심 비싼 공룡인형이나 모형까지는 사주지 못하고 공룡 관련 책을 몇 권 사주는 것으로 대신했었는데, 책장 한 켠에 꽂힌 그 책을 딸아이는 틈만 나면 빼어들고 어려운 공룡이름을 읊어대고는 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한동안 그 책을 책가방에 꼭 챙겨가고는 했었던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유난히 공룡을 좋아했던 딸아이의 친구도 생각나고 몇 년전 그때가 떠올라 반가움이 밀려왔다.

책장을 펼치면 표지의 안쪽부터 공룡이 반겨준다. 익룡인듯 날개의 끝을 잡고 있는 아이는 신기하게도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여서 의외인데 한편으로 신선하다~
얼핏보면 어린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엉성하고 흐릿한 공룡그림들이 왠지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그림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름아닌 말놀이같은 공룡에 관한 시(?)들이다.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어서 '팔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은 브라키오사우루스에 대한 시를 보면,  

가 하도 커서 이름도 브라오사우루스.
테니스장보다 길고 바지선보다 크지.
난 이렇게 큰 도마뱀은 본 적 없어.
목을 쭉 뻗으면 하늘을 날던 새들과
뽀뽀할 수 있을 정도로 가 크지.
.......
.......
큰 브라키오사우루스처럼
너희도 무럭무럭 자라렴!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이름가운데 ''자를 인상적으로 쓴 시를 통해 특징과 함께 브라키오사우루스를 기억하게 하는 것 같다. 

등줄기를 따라 솟아있는 골판때문에 '지붕 도마뱀'이라는 뜻의 스테고사우루스는 '테고'를, 남쪽의 도마뱀이란 뜻의 기가노토사우루스는 '기가'를 인상적으로 써서 시를 지었다.
그밖에도 공룡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특징을 재치있게 표현한 시들을 통해 말놀이하듯 공룡들을 만나는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공룡은 몸집은 50센티미터로 꽤 작지만 이름은 가장 길어 이름을 말하다가 혀가 꼬일지도 모른다는 미크로파키케팔로사우루스~. 정말로 이름 한 번 길기도 하다.
또 얼핏보면 둥근 가시를 한 모양이 뿔복같기도 한 민미.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민미 교차로에서 발견되어 가장 짧은 이름을 가진 공룡이라니... 이름 한 번 희한하다! 

그렇다면 과연 '빨간 내복을 입은' 공룡은 누구일까?
정말 빨간 내복을 입고 있는 공룡일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아이들과 함께 당장 이 책을 펼쳐보시라~ 

아쉬운 한 가지는, 다름아닌 말놀이의 일관성에 대한 것이라고나 할까....
보통 공룡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이 너댓 살부터 초등입학 전후 무렵이라고 한다면 한창 재미난 말놀이가 제격일 나이이다.
따라서 앞부분에 공룡들의 이름 가운데 몇글자를 두드러지게 사용한 시가 인상적이고 재밌는데, 쭈욱~ 일관적이지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같아 안타깝다고나 할까......사실 나부터서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이왕이면 아이들의 재밌는 말놀이가 일관성있게 계속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살짝 밀려온다.



- 목을 쭉 뻗으면 하늘을 날던 새들과 뽀뽀할 수 있을 정도로 가 큰 브라오사우루스

- 테고사우루스는 골판 모양으로 암컷과 수컷을 구분했을 테고!

- 기가 막히게 커다란 기가노토사우루스

- 사나운 너는 공룡들의 왕 라노사우루스 렉스, 지금은 멸종되고 없는 네 별명은 티렉스



- 코부터 꼬리까지 27미터가 훌쩍 넘는 나는 바로바로 바로사우루스!

- 내 이름을 말하다가 네 혀가 꼬일지도 모르는 나는 미크로파키케팔로사우루스

- 공룡 가운데 가장 짧은 이름을 가진 민미

- 공룡의 멸종: 자욱한 화산재와 연기에 숨이 콱콱 막혀서? 운석이 지구에 부딪쳐 폭발하는 바람에? 날씨가 마구 변덕을 부려서?
과연 공룡들은 왜 멸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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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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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아이들에게 제일 맛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떤 음식을 손에 꼽을까?
햄버거, 피자, 스파케티, 치킨......
그러고보면 먹을 것이 너무 많아 고민인 시절이다.  

그러나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딱 하나 떠오르는 음식은 다름아닌 '짜장면'!
노란 단무지와 먹는 짜장면은 왜 그렇게도 맛있었던지......

운동회가 있던 날이면 엄마가 싸오신 김밥과 삶은 계란과 삶은 밤 그리고 푸짐한 먹을거리를 다 먹고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어김없이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가 짜장면을 먹어야만 했던 그 아련한 기억이 때때로 가슴 깊이 묻어둔 추억처럼 떠오르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도 딸아이와 마트에 가는 날에는 먹을거리가 다양한 푸드코트에서 한참을 고민해도 결국엔 짜장면을 주문하고는 만다. 어느 땐 먹으면서도 참 어쩔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어쩜 그렇게 자주 먹으면서도 물리지도 않는지... 한편으로는 신기한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어쩌면 어린시절, 엄마와 함께 중국집을 들어서며 입속 가득 돌던 군침의 추억때문일까? 이제는 부모님과 다시는 함께 먹어볼 수 없는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때문일까? 

나의 어린시절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듬뿍 느끼게 하는 이 책은 보고 또 봐도 재미가 있다. 아마도 쓰고 그린이의 어린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여서일까? 

이야기 속의 신흥반점 역시 작가의 어린시절 중국집 가게 이름으로, 짜장을 볶고 짬뽕을 끓이는 아빠의 모습이며 작가의 어린시절 모습인듯한 주인공 강희의 모습이 정감을 느끼게 한다. 구석구석 중국집 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들까지도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에 친근감이 더해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게방의 방을 닦는 강희와 이불을 들고 쫓아다니는 동생 강우, 설거지를 하는 엄마와 노래를 흥얼거리며 식당 바닥을 밀대로 닦는 아빠의 모습까지.... 정말 중국집 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생생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중국집 신흥반점의 요리사이자 아빠인 이중남씨와 사장님이자 설거지 담당인 엄마 배연희씨 그리고 강희와 강우 남매가 들려주고 보여주고 알려주는 짜장면에 얽힌 이야기가 짜장 냄새처럼 구수하고 맛나게 전해져 온다. 

신선한 해물거리와 싱싱한 재료들을 사러 나선 시장풍경과 사온 재료들을 손질하는 주방풍경이며, 짜장면 혹은 짬뽕, 탕수육을 먹으러 온 손님들의 모습이 생생한 식당풍경까지... 책장 가득 짜장 냄새가 풍기는 듯하다. 

평소 맛나게 먹기만 하던 짜장면의 짜장양념 만들기 비법(그것도 20년 손맛을 느낄 수 있는!)도 공개하고, 차림표의 다양한 메뉴를 눈으로 실컷 즐길 수 있는, 덤으로 북적북적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온종일 짜장을 볶고 탕수육을 만드느라 힘든 아빠의 발바닥에 박힌 굳은 살이 왠지모를 뭉클함까지 느끼게 하는 감동이 짜장면의 구수한 냄새와 함께 느껴진다. 

본문 중간중간 짜장면을 비롯한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의 일과와 더불어 중국집에서 하는 일(주문, 배달, 빈그릇 수거 등)도 꼼꼼하게 보여주고, 책 뒤에 짜장면의 유래, 짜장면의 종류, 지역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 중국요리에 대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더불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우리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코너를 통해 정말 다양한 먹을거리를 위해 연구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있음도 알게 된다.



싱싱한 음식 재료를 사러 간  시장 풍경~
아빠는 '빨판이 손에 쩍쩍 달라붙는' 오징어가 좋다며 흡족해 한다.



<위> 중국요리에 쓰이는 싱싱한 채소와 살아있는 해산물, 그리고 탱탱한 고기~
<아래> 무서운 가스불도 있고, 뜨거운 기름도 튀고, 큰 칼도 있는 중국집 부엌의 풍경.  우동 솥과 우동 팬, 기름요리 팬, 기름 솥, 국수 건지는 체, 국자, 맛국물 솥도 있다.
장봐온 재료들을 다듬고 손질하는 아빠와 기특하게 도와주는 강희~



20년 손맛의 비법이 담긴 짜장양념 만들기~



<위> 짜장면도 짬뽕도 탕수육도 군만두도 있는 중국집의 차림표
<아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 배달하는 아빠~



부엌 정리며 가게 청소까지 마치고 난 후 가게방에 모여 앉은 가족들~
짜장도 볶고 탕수육도 튀기고 배달까지 하느라 온종일 바쁜 아빠는 어느새 코를 골고 있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아빠의 수고를 말해주는 듯......



책 뒤의 정보코너: <짜장면이 궁금해> <중국요리가 몇 가지인지 아무도 몰라!>
                           <우리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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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네 방향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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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파란막대 파란상자> <두 사람> <생각> 등을 통해 독특한 매력을 느낀 이보나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나로 하여금 브라보~를 외치게 하는 것은, 두툼한 책의 두께라든가 또는 시원스레 큼지막한 판형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이보나 작가의 독특함을 물씬 느끼게 하는 표지 그림과 '시간의 네 방향'이란 다소 의아한 제목에 '시간이 방향을 나타내는 걸까?' '시간이 가리키는 방향을 의미하는 걸까?' 이런저런 짐작으로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과연 '네 방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음 한두 번 휘리릭~ 보고서는 그 깊이 있는 재미를 제대로 못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 책은 '유럽의 동쪽을 굽이져 흐르는 비스와 강가에 아주 오래된 도시'에 있다는 시내 광장(네모반듯한)에 무려 600년 전에 세워진 커다란 시청 건물 위 네모난 시계탑에 얽힌(?) 이야기 또는 시계탑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네모난 시계탑의 네 면에 설치된 네 개의 시계판은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어 네모난 광장의 동서남북으로 서 있는 집들에서 가장 잘 보인다. 그냥 창밖으로 보이는 시계를 보기만 하면 될테니까. 

시계탑이 있는 시청 건물이 무려 600년 전에 세워졌다고 하니 아마도 이 시계탑도 600년을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셈일까?  백 년이 지나고 또 백 년이 지나고 또 백 년이 지나고.... 또 지나도록 사람들은 창 너머 시계를 보듯 시계는 창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 책!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저 시간을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무생물에 불과한 시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또 죽는 것을 지켜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관객임을 깨닫게 한다. 한 마디로, 유구한 시간 앞에서 인간은 생과 사, 희로애락을 연기하는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우쳐 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이다. 

1500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동쪽 집의 부엌 풍경, 남쪽 집의 공방 풍경, 서쪽 집의 아이들 방 풍경, 북쪽 집의 거실 풍경은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시시각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동서남북의 네 집에서 광장을 둘러싼 모든 집들, 그 시, 그 나라, 또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삶을 그려보게 한다. 와우~ 순간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그 뒤로 계속되는 1600년 4월의 어느 날, 아침 9시, 1700년 6월의 어느 날, 오후 1시, 1800년 8월 어느 날, 오후 5시, 1900년 10월 어느 날, 저녁 8시, 2000년 12월 31일, 자정.....의 이야기는 무려 600년에 걸쳐 같은 공간에서 그러나 다른 계절과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통해 시계(시간)은 이야기한다.  

'똑같은 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빨리 흐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을 만치 느리게 가요.(본문 9쪽)'

'한 시, 두 시, 여덟 시 반, 열두 시 십오 분...... 시계가 가리키는 이름들은 몇백 년 동안 똑같아요. 하지만 그 시간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단 한 번뿐인 시간들이에요.(본문 11쪽)'

시간... 그 어떤 것보다 귀한 것이 바로 한 번 지나면 되돌릴 수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시간이 아닐까. 또 부자건 가난뱅이이건 어른이건 아이이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공평한 시간. 그 시간 앞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문득, 광장의 시계탑에 걸린 시계라는 관객 앞에서 배우가 되어 연기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금 우리집은 시계탑의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장소는 거실이고, 시간은 2010년 4월 어느 날, 오후 8시 무렵, 우리의 모습은 딸아이는 중간고사 준비로 책상 앞에 앉아 시험준비로 열심이고, 엄마인 나는 그림책 <시간의 네 방향>을 보고 또 보면서 브라보!를 속으로 외치고 있다~^^ 

시간 혹은 시각의 중요한 성질, 절대적으로 공평하다는...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고 그 누구도 돌이킬 수 없다는.....것을 연극(어릴 때 하던 인형놀이같은?)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정말 볼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는 책이다. 

아닐게 아니라, 처음에는 이보나 작가의 특징적인 화려한 콜라쥬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 책장을 넘기기 바빴으며, 두 번째에야 비로소 인형놀이(연극)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깨닫게 된 이 책은 도대체 몇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지 몇 번을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오호 이런..... 내 눈썰미가 없는 탓인지 그 인물이 그 인물같으니 말이다. 

여태껏 보았던 그 어느 작품보다 화려한 콜라쥬로 나의 시원찮은 눈썰미를 탓하게 하는 이 그림책은 비스와 강가의 오랜 도시의 역사(짐작컨대 폴란드)와 곳곳에서 명화를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이보나 작가의 깜짝 출연이 반가운, 그야말로 브라보!다~ 

한 가지, 몇백 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모습이며 생활상이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삶의 모습이야 큰 차이가 없겠지만 문명의 발전이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물론, 세심하게 살펴보면 미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아니면, 정말 비스와 강가의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겉표지와 속표지의 그림~
속표지의 그림은 나중에야 한 편의 연극을 보여주듯 펼쳐지는 이야기의 전개를 의미하는 '무대'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시간의 보편적인(특징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문구와 어린시절의 '인형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



사람들의 한바탕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 위에서는 모두 여섯 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여섯 편의 연극은 100년을 주기로 계절은 물론 하루 중의 새벽-아침-오후-저녁-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시계탑이 바라보는 동쪽 집, 부엌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은 시대에 따라 제각각으로 펼쳐진다.
창너머로 보이는 시계탑은 항상 변함이 없으나 부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남쪽 집, 공방> 시계탑의 남쪽 집, 공방에는 가장 많은 변화가 있다.
제본 기술자-구두 공방- 시계 기술자- 모자 장인-사진가-그림책 화가의 작업실.... 등으로 화려한 변천사를 가진 공방의 모습이 펼쳐진다~
 


깜짝 반가운 사실!
작가인 이보나의 까메오 출연??
작업 중인 책상 위에 펼쳐진 <파란막대 파란상자>를 짐작케 하는 증거물(?)로 인해 창너머 시계탑을 바라보는 뒷모습의 여인이 다름아닌 이보나 작가임을 눈치채게 한다.

흠.. 이렇게 이보나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에 등장인물로 깜짝 등장을 하시는군요. 아쉽게도 뒷모습이긴 하지만요. 그렇다면 벽에 걸린 사진은 작가의 어린시절의 모습??



<서쪽 집, 아이들 방>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 방엔 장난감이 가득하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게 마련이다.



<북쪽 집, 거실> 온 가족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인 거실이 오랜 시간이 지난 2000년 12월 31일, 자정에는 호텔 방으로 바뀐 그곳에서 묵게 된 외국인이 500년 묵은 종, 투바데이가 흥겹게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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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1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최근에 출간 되었습니다.
 
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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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초록빛 표지에 가벼운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다.
코 끝에 걸친듯한 안경은 한눈에 보기에도 돋보기임을 짐작케 하는 머리카락이 희끗한 할머니의 무릎에 앙증맞게 올라선 쥐가 아마도 '장미 별장의 쥐'인가보다. 

홀로 도시 밖 작은 별장에 살고 있는 장미 할머니는 혼자 살다 보니 말을 할 일조차 별로 없다. 그나마 상처 입은 달팽이나 새, 강아지, 젊은이를 돌봐준 적도 있었지만 모두들 상처가 낫자마자 별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장미 할머니가 무척이나 쓸쓸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림마저도 이층 창가에서 떠나가는 달팽이와 강아지, 젊은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장미 할머니라니....... 

어느 해 겨울, 남의 집 쌀을 몰래 가져다 쌓아놓는 습성때문에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쌀톨이가 장미 할머니의 별장 문을 두드린다. 바퀴 마저 하나가 빠진 낡은 가방을 들고 나타난 쌀톨이에게 장미 할머니가 바란 것은 별장의 울타리와 대나무 발을 갉아먹지 말라는 것!
할머니의 식탁에 올라 앉아 할머니가 준비해놓은 빵을 맛나게 먹는 쌀톨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그윽한 눈빛에는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낼 친구가 생겨서 기쁜 할머니의 마음이 온전히 담겨있다. 

에궁.. 그런데 지하 창고에서 겨울을 보낸 쌀톨이가 봄이 된 어느 날부터 아예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남의 집에서 가져온 쌀로 술을 담아 배가 부르도록 먹느라 장미 할머니와 밥도 같이 먹지 않는 쌀톨이. 알딸딸하게 술에 취해 날파리가 바글거리는 전등불 옆에서 잠들어 있는 쌀톨이의 모습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더욱이 잼을 가지러 지하 창고에 내려간 장미 할머니에게 발견된 쌀톨이는 죽은 걸로 오인되어 자칫 구덩이에 묻힐 뻔 한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장미 할머니는 쌀톨이가 죽지 않은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여겼을테지만, 쌀톨이는 자기를 위해 울어주는 할머니에게 감동하여 술까지 끊게 된다. 그야말로 감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장미 할머니의 별장 문을 두드리는 고양이 뚱이. 하지만 이미 장미 별장에는 쌀톨이가 살고 있으니 집 안으로 들어오기란 쉽지 않을 터.. 역시나 장미 할머니는 뚱이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심술이 난 뚱이는 지붕에 올라가 쾅쾅거리기며 할머니를 괴롭힌다.
달빛에 비친 뚱이의 커다란 그림자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결코 그런 뚱이를 나무라지 않는 장미 할머니.
'사실, 어두운 밤에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지요.'라는 글귀에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차라리, 뚱이의 심술이 외로운 것보다 낫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심술을 부리는 뚱이의 마음이 몹시도 외로운 탓이라 생각하는 걸까? 

문득, 처음 책을 읽으며 장미 별장에 혼자서 살아가면서 이따금 다친 동물이나 사람들을 돌봐주는 장미 할머니가 무척 외로울 거라고 짐작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쩌면 할머니는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미 외로움을 초월하고 있었을지도........상처 입은 동물들과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그들의 외로울 지도 모를 마음까지도 치료해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장미 할머니는 결코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이에게 장미 별장을 양보하고 별장을 떠났던 쌀톨이가 장미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돌아와 장미 할머니가 없는 장미 별장을 꼼짝 않고 지키고 있는 뚱이와 함께 앉아 긴긴 눈물을 흘리는 뒷모습에 장미 할머니의 말 없는 그러나 넉넉한 사랑이 몹시도 진~하게 느껴진다.



장미 별장에서 홀로 사는 장미 할머니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던 것은 상처 입은 달팽이와 새, 강아지 그리고 젊은이를 돌봐 주던 시간... 그러나, 상처가 낫자마자 모두들 별장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겨울, 장미 별장을 찾아온 쌀톨이를 안경 너머로 바라보는 장미 할머니. 왠지 둘의 모습이 닮아있다.^^
겨울을 보내기 위해 지하 창고로 내려가는 쌀톨이를 바라보는 장미 할머니의 표정에 섭섭함이 느껴진다.



술에 취해 잠든 쌀톨이를 죽은 줄만 알고 새하얀 장미 넝쿨 아래 구덩이를 파고 묻어주려는 장미 할머니. 그러나 차마 묻지 못하고 두 손 고이 쌀톨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흐른다.



장미 할머니가 받아주지 않자 화가난 고양이 뚱이는 별장의 지붕 위에 올라가 쿵쾅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 달빛에 비친 커다란 그림자로 장미 할머니를 놀라게 한다.
하지만, 장미 할머니는 그런 뚱이를 나무라지 않는다.
어두운 밤에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란 것을 이미 알기에....... 

장미 울타리에 올라가 꽃잎을 마구 뜯다가 가시에 찔려 다친 뚱이의 발을 치료해 주는 장미 할머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쌀톨이가 뚱이에게 장미 할머니를 양보라도 하듯 낡은 가방을 끌고 장미 별장을 떠난다.
그러나 쌀톨이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장미 할머니랑 뚱이랑 쌀톨이랑 왜 함께 살면 안 되는 거지??)



떠돌아 다니면서도 장미 할머니를 그리워 하며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은 쌀톨이와 장미 넝쿨 아래 꼼짝 않고 앉아 할머니의 장미 별장을 지키고 있는 뚱이가 왠지 닮은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장미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쌀톨이가 뚱이 옆에 앉아 긴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짠~해져 온다.
쌀톨이와 뚱이를 저토록 울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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