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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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원의 책 The Books of beginning」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이미 '전 세계 3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수식어가 증명(?)하듯 중학교에 입학한 후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책상 앞에서 씨름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접어가며 푹~ 빠져든 책이었다.

케이트와 마이클, 엠마...세 명의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부모와 헤어져 고아원을 전전하는 초반부의 이야기에는 측은함이 먼저 밀려왔다.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맏이 케이트가 두 살배기와 갓난아이였던 두 동생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약속을 잠결에 하고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했으니...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해 이끌리듯 모범적(?)으로 살아가고는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케이트 역시 마찬가지로 어린 두 동생을 겨우 네 살때 잠결에 엄마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없이 강하게 자란다.물론 그 날의 기억을 그나마 간직한 것은 맏이였던 자신 뿐이었으로.

몇 군데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끝에 최악으로 열악한 '희망도 대책도 없는 고아들을 위한 에드가 앨런 포의 집'에서 조차도 골치덩이들로 여겨지던 삼남매. 삼남매를 몹시도 못마땅해 하는 크럼리 원장의 계락(복수?)에 의한듯 보이지만(동물보호소나 다름없는 곳을 알면서도 기꺼이 삼남매를 보내는 원장) 결국엔 운명처럼 메임브리지 폴스에 도착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마법의 이야기는 도저히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묘하게 펼쳐지는 주변 풍광에서 느껴지는 신기한 기운(분위기)과 함께 자신들 세 명이 고아원의 전부라는 사실에 삼남매는 바짝 긴장하게 되는데, 자신들을 맞이하는 에이브러햄과 늙은 가정부 미스 샐로우의 푸짐한 식사는 삼남매의 긴장을 풀어지게 한다.

그리고 에이브러햄이 건네준 십오 년전에 찍었다는 낡은 흑백사진 한 장과 탐험삼아 둘러보던 그 방에서 발견한 낡은 책(아무런 내용도 없이 전부 백지 뿐이었던 녹색 가죽 표지의)은 비로소 마법의 세계로 삼남매를 이끈다.

정말 상상만 해도 신기하지 않을까.. 책 사이에 과거의 사진을 넣으면 어느새 과거의 그 시간으로 순간이동을 하듯 삼남매가 사라지고 다시 현재의 사진을 넣으면 뿅!하고 나타나듯 현재로 돌아온다는...... 우연하게 그러나 이미 삼남매가 영문 모를 이별을 하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날에 이미 필연처럼 시작된듯 마이클은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 마법의 단초가 되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만들어 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보물처럼 간직하며 자신의 일부인듯 여긴다.

뜬금없이 마법의 시간으로 빠져든 삼남매는 처음 자신들을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다 주었던 책이 마법이 세상의 일부로 선명하게 존재하던, 마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하나였던 시대에 자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에 자신들의 존재가 잊혀질 것을 두려워한 마법사들이 지난 수천 년 동안의 모든 비밀과 지식을 한데 모아놓은 '시원의 책'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책이 마법사들의 위대한 지식이 집대성된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라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을 알려준 것은 다름아닌 지금의 세상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백작부인. 시원의 책을 차지하기 위한 백작부인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다름아닌 백작부인에게 볼모로 사로잡힌 케임브리지 폴스의 아이들때문이었다.
10년이 지나도록 자신들을 찾아오지 않은 부모들에 대한 그리움과 케임브리지 폴스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주고픈 간절함으로 백작부인에 맞서는 케이트 삼남매의 활약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시원의 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무리들, 온전한 형체를 가질 수 없어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빼앗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다이어 매그너스 (살짝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가 떠오른다)와 백작부인, 그리고 형체도 소리도 끔찍한 꽥꽥이들과 마지막에 가브리엘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괴물의 형상은 무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것이 독자의 무한 상상을 재촉하는 판타지의 묘미일 것이다.
케이트 남매를 돕는 핌 박사와 가브리엘은 물론 드워프들과 케임브리지 폴스의 풍경까지 환상적인 마법을 담은 한 편의 영화가 절로 간절해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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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캣! 살림 YA 시리즈
칼 히어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살림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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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묵직한 두께에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밀려들었던 책. 그러나 서너 장을 넘기자 바쁘게 읽혀진 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통쾌함과 함께 왠지모를 허전함과 섭섭함이 몰려오는 책! 책장을 넘길수록 한 편의 영화로 만나도 좋을 이야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등장인물들과 사건의 전개가 절로 나의 상상을 자극하며 플로리다 주의 빅 사이프러스 숲 보호구역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도 같은 사건에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보호구역에서 불법으로 석유를 채굴하여 정부로부터 엄청난 보상을 받으려는 드레이크 일당의 꿍꿍이에 맞선 트윌리와 스타치 선생님의 멸종위기에 처한 아기 퓨마 살리기에 닉과 마르타, 스모키의 활약이 여느 영웅못지 않다.

처음엔 갑작스레 사라진 스타치 선생님의 행방에 궁금증이 증폭되지만 갑작스레 닉과 마르타 앞에 나타난 인물 트윌리와 한술 더 떠 이전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스모키까지 온통 의문이 피어오른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닉과 마르타의 탐정기질같은 끈질긴 추궁이 마침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야 만다. 마침내 아기 퓨마를 무사히 엄마 퓨마에게 인도하기 까지 한다. 그 댓가(?)로 닉은 심한 부상을 당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닉이 참으로 대견하게 느껴졌다. 이라크에서 부상을 당하고 오른팔 전체를 잃게된 아빠를 담담하게, 그러나 나름의 방식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닉 못지 않게 아빠의 모습도 감동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인물은 '이 땅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일에 대해 화가 나서 폭발할 지경'이라는 트윌리. 닉과 아이들의 캠프에 화재가 있던 날 찾은 두 마리 새끼 퓨마 가운데 한 마리가 죽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는 그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정말 한 편의 영화로 만나면 그 통쾌한 몇몇 순간의 감동이 더 생생하게 느껴질 것같다. 트윌리가 드레이크 일당에게 보기좋게 엿을 먹인 S-C-A-T(똥!)이라고 써놓은 분홍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이나 닉과 마르타가 아기 퓨마를 엄마 퓨마에게 건네는 그 순간, 닉이 아빠의 고통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위해 오른팔을 뒤로 묶고 애쓰는 장면 등등.... 

굳이 멸종동물을 보호하자! 환경을 가꾸자!...와 같은 캠페인을 내세우지 않아도 어느새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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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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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리던 책을 정작 딸아이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어제 오후에 근처 시댁에 다녀오느라 늦게 왔더니 학교에서 돌아와있던 딸아이가 택배를 받고 열어보았나보다. 얼른 읽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딸아이의 손에 들어간 책이라 다 읽기 전에는 넘겨주지 않을 것같아 딸아이가 빨리 읽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드디어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는 걸보니 벌써 다 읽었나보다 생각하는데 대뜸 질문을 던진다. "엄마, 엄마가 아주 부잣집 딸이라면 어떨 것같아?" "글쎄, 좋을 것 같은데...." 나의 대답이 신통치 않았는지 딸아이는 별반응이 없었다.
순간 '소희의 방'의 내용때문일 것이란 생각에 "가끔 책을 읽다보면 나도 주인공처럼 되고픈 때가 있던데..."라고 말끝을 흐리니 딸아이가 "엄마도 그래?"하며 깜짝 놀란 표정인지 반가운 표정인지를 짓는다. 음.. 뭔가 있구나.. 

딸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소희의 방'이 더욱 궁금해졌다. 밤11시가 훌쩍 넘어 책을 들고 앉았다. 다음 날이 토요휴업일이라 딸아이도 등교하지 않으니 마음엔 여유가 넘쳤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달밭을 떠나던 소희의 마지막 모습 이후 과연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소희가 등장할지 마음이 두근거렸다. 

어느새 1년 반이 훌쩍 지나 열다섯 살 중학생이 되어 나타난 소희는 흘러간 시간만큼 새로운 삶을 마주하고 있었다. 달밭에서 아빠이자 엄마였던 할머니와 함께 살며 꿋꿋하고 씩씩한 모습이었던 소희는 갑작스레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생활에 긴장이 된 탓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전무한 소희.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가 그동안 만들고 가꾸어 온 가정 속으로 낯설게 들어가는 소희의 모습만큼이나 뒤늦게라도 자신의 딸을 찾으려는 엄마의 모습이 서먹서먹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지 못하는 탓일지도...... 

엄마와 새아빠, 그리고 엄마의 두 아들 우혁과 우진. 그 속에서 자신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소희의 몫이 아님에도 소희는 갑작스레 닥친 환경의 변화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 속에 무조건적으로 그들과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갈망)때문인지 잔뜩 긴장하고 주눅든 모습이다. 하긴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그렇지 않을까.... 비록 자신을 낳은 엄마가 함께 살자고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지겠지만, 그 옆에 이미 엄마의 또다른 가족들이 버젓이 있으니 말이다.  

열다섯이란 나이만으로도 사춘기입네 청소년기네 하며 자신의 내면 속 문제로도 벅찰 나이의 소희. 여태껏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여유보다는 현재를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활자체로도 버거웠을 소희.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소희는 그런 일로 가벼운 투정조차 하지 않는다. 달밭에서의 그 소희처럼. 다만  뒤늦게 만난 엄마와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에 당황하고 긴장한 모습일 뿐. 

이제는 정말 엄마와 한집에서 살게 되고 더불어 여태껏 누려보지 못했던 행복을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받듯 부자인 새아빠와 두 동생들까지 나타난 소희가 마치 신데렐라가 된 듯하다. 더구나,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는 소희의 과거는 전혀 모른 채 그냥 부잣집 딸로만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멋진 남자 친구와 마음 잘 통하는 절친까지 있는 소희의 새로운 모습에 딸아이도 살짝 부럽지 않았을까.... 

언제나 그렇듯 한 고비를 넘겨 서로가 어쨌든 가족임을 확인하게 된 엄마와 소희. 그리고 새아빠와 엄마의 두 아들 우혁과 우진, 그리고 또 하나의 소희인듯 나타난 새아빠의 딸 리나.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가족 구성원이 참으로 공평하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같은 입장인 엄마와 새아빠처럼 같은 입장인 소희와 리나, 그리고 그들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는듯 우혁과 우진이 있다.  

문득 새로운 가족이 되는 데는 어느 누구 할 것없이 모두에게 버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소희에게만 닥친 변화가 아니라 엄마, 새아빠, 우혁과 우진, 저멀리 미국에 있다는 리나에게도 어쩌면 똑같은 세기로 불어대는 바람처럼. 

어느덧 한창 이성에 두근거릴 열다섯 살의 나이로 나타난 소희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또래들의 이야기까지도 함께 들려주며, 마음 속에 진주를 키우고 싶어했던 달밭에서의 바람처럼 상처를 이겨내고 마침내 진주를 키워냈다. 
그러고보니 소희는 진짜 하늘말나리인가보다.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알차게 자기 자신을 꾸려 나'간다는 바우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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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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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나 역시도 사춘기를 앓는 당사자인 딸아이만큼이나 혼란과 불안인 요즘이라고나 할까....
어제는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배정원서 작성을 위한 학부모 설명회가 있다하여 참석했는데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학부모들이 적지 않게 참석했다. 슬라이드와 함께 조목조목 짚어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있자니 새삼 딸아이의 모습이 현실로 다가왔다. 어느새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된다니...... 

언제부턴가 하나둘 피어나던 여드름도 어느덧 익숙하게 다가오는데 문득문득 반항기담긴 시선이나 삐딱한 말투는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아직 어린 것이 어디서 괘씸하게......

그래서인지 청소년기의 아이들의 생활을 바탕으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예사롭지 않게 읽혀졌다. 혹시 내 아이도 직.간접적으로 겪게될 상황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치고 지나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보다는 학교, 학원에서 또래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는만큼 그들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당사자인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친구들에 대한 특별한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때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라도 또래 아이들로부터 왕따라도 당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기는 어쩌면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전학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요즘이 아닌가. 

과거 또래 아이들끼리는 멀고 가까움이 없이 친구라며 부르고 어울려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요즘에는 좁은 교실안에서조차도 '절친'이란 말로 특별한 관계를 내세우고는 한다. 반친구는 그냥 반친구일뿐, 진짜(?)친구는 절친이라는 것일까?? 

저학년때 친구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조바심내던 딸아이가 어느새 밤 늦게 까지 문자를 주고받으며 주말이나 휴일이면 따로 만나 어설픈(?) 쇼핑 흉내를 내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영화까지도 보고 오니 말이다. 초등생이라고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전같지 않은 요즘 아이들의 모습에 살짝 긴장하게 된다. 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찌보면 대단하지도 않은 일(도서관이나 화장실에서 바람 맞힌 것?)로 재민이에게 괘씸함을 갖게된 시욱의 모습을 보자면, 그 이유가 다름아닌 2반의 쩨쩨한 남자로 불리게 될까봐서이다. 호영이가 호떡으로 불리는 연유를 잘 아는 때문이다.
시욱과 재민.. 둘만의 친밀감이나 우정같은 것보다는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이 더욱 중요한 탓일까?? 

문득, '관계'에 대한 진지함이 상실된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 사람들의 생각이야 어떻든 둘만의 관계가 진심이고 진지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과거의 '친구'가 아니었을까....
시대가 변하고 세태가 달라진만큼 친구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 요즘 아이들의 모습일까 싶은 생각이 새삼스레 밀려온다.   

자신 스스로보다는 상대방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 의미를 두는 요즘이다보니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없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주인공 시욱이 재민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처럼. 그러나 그 주먹은 다름아닌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뒤늦은 후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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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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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책을 읽기 전까지 제목만 보고는) 요즘 종종 공론의 주제가 되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려니 했다.  

문명의 이기(利器)와는 반비례로 상실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 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기초적이라할 수 있는 가족의 현실을 짚어주는 그런 내용말이다. 동시에 더이상의 가족의 해체는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 가족의 충실한 일원으로서 행복한(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종의 캠페인같은 냄새를 풍기는 그런 이야기려니 했다. 

그러나, 책 앞머리에 <모색과 시도>를 통해 이 책이 아주 특별하게 기획(?)되고 독특하게 만들어진 책임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주제로 네 명의 작가가 가족 구성원의 인물 하나씩을 도맡아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지나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의 백 번째 책으로 마침내 탄생하게 되었다는 대표의 소개글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러고보면 작가 넷이서 하나의 작품을 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같으니 말이다. 참 독특한 시도인 셈이다. 

네 명의 작가가 딸, 엄마(이 역할이 참으로 모호하다. 실제로 엄마라기보다는 이모이니 말이다), 아들과 아빠의 역할을 맡은듯 제각기 맡은 인물을 풀어내고 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개체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핸드폰'! 그야말로 첨단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핸드폰이니 말이다. 요즘엔 핸드폰에 컴퓨터 기능을 더한 스마트폰으로 시끌시끌한 세상이다. 그야말로 핸드폰으로 못할 일이 없을 것같은 세상이다. 

쌈박기획의 핸드폰 광고에 등장하게된 배우들(가족폰을 연기하게 된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과 아들의 역할을 나름의 이유로 맡게된)이 연기가 아닌 그들의 현실을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보다는 각자가 딸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살아가는 현실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그러고보니 엄마의 역할을 맡은 쌈박기획의 안지나 팀장은 엄마로서의 이야기보다는 딸로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엄마의 이야기는 오히려 딸의 역할을 맡은 예린과 아들 역할을 맡은 재형이를 통해 듣는 듯하다.)  

캠페인처럼 회복되어야 할 가족의 모습(관계?)은 오히려 쌈박기획의 '가족폰' 광고를 통해 단순명료하게 들려주는 듯하다. 비록 핸드폰이란 매개체를 통한 간접적인 접촉이고 소통이지만 관심과 사랑, 염려까지도 온전하게 전달된다. 정말 핸드폰으로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이다. 문득, 앞표지에 핸드폰 그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핸드폰 주위에 제각각 홀로인듯 배치되어 있는 아빠, 엄마, 딸과 아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가족의 중심에 상징처럼 놓여있는 핸드폰이 마치 가족을 이어주는 거대한 다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러고보니 핸드폰(머지않아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겠지만)없이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시대이다. 한시라도 핸드폰없이 살 수 없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핸드폰을 통해 덜어지고, 아이들은 핸드폰을 통해 부모로부터의 관심과 사랑까지도 받아들이는 요즘이 아닐까...... 

가족폰 광고를 통해 우리 모두가 돌아가고 싶은(회복해야 할)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정작 거기에 등장하는 각자의 역할을 맡은 단역배우들은 핸드폰 시대를 살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아이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혼동하는 엄마, 일과 꿈을 쫓아 정신없이 살아가는 딸, 예전같지 않은 가정(집)의 모습에 당황하는 아빠...... 

문득, 가족보다 더 가까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핸드폰에게 '혹시 너도 가족이냐?'고 물어봐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뚱딴지같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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