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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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책을 읽고 글을 쓸까?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자신만의 세계관과 가치를 만들고 확장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글을 제대로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대표적인 고전인 <<논어>>를 읽으면서 앞서 말한 사람이 되는 것을 간신히 희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자신의 생각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직접 정성스럽게 <<논어>>를 읽은 후 그 뜻을 자신만의 견해로 해석했다.  

 나는 김영민 교수가 언급한 인간상을 '우리가 간신히, 그리고 간절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책을 읽을 때 글을 제대로 읽고 그 뜻을 깊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두는 동시에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김 교수가 정성스럽게 읽고 해석한 <<논어>>의 내용을 살펴보자.


"고전의 메시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서두르는 동안 콘텍스트가 주는 다채로운 경지는 모두 놓치게 되고, 경주 끝에 얻은 만병통치약은 사이비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명된다. 콘텍스트가 주는 경관을 주시하며 생각의 무덤 사이를 헤매다 보면 인간의 근본 문제와 고투했던 과거의 흔적이 역사적 맥락이라는 매개를 거쳐 서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오래전 죽었던 생각이 부활하는 사상사적 모멘트moment이다.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 16~17p


"논어에 따르면, 제대로 된 사람은 나쁜 사람을 미워할 뿐 아니라, 나쁜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공자는 어설픈 평화주의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저 사람처럼 모나게 살지 마라" 하고 말하지 않는다. "저 사람처럼 모나게 살지 마라"에서 "저 사람"을 맡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공자이다. 공자에 따르면, 비타협적으로 살 때라야 비로소 악한 일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확히 좋아하고 미워해야 한다. 공자는 말한다. 오직 인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다고.- 94~95p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려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려면, 무능을 넘어 배우는 일 자체에 대해 배우려면, 메타meta 시선이 필요하다. 공자가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극복 대상이 된 3인칭의 자아뿐 아니라, 대상화된 자신을 바라보는 1인칭의 자아가 동시에 있다. 메타 시선을 장착한 사람은 대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가는 사람, 자신이 알 수 없는 큰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메타 시선이 있는 이는 무지를 그저 선언하기보다, 질문한다. 『 논어』 속의 공자는 제자들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누가 공자보고 예를 안다고 했나? 매사에 묻기만 하는데." 그러자, 공자는 말한다. "그렇게 묻는 것이 예이다."

 정교한 질문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훈련된 행위이며, 대상을 메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메타 시선을 유지하는 일은 많은 심리적, 육체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고단한 일이기도 하다.- 152~153, 155p


"공자가 국가가 지배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소규모 가족 단위를 중시했다는 이유로 공자를 국가주의의 선구자쯤으로 간주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 논어』 속 공자는 대개 국가의 과도한 활동을 제한하는 편이었다. 『 논어』에서는 과도한 세금 징수나 국가의 무력 수행 등에 반대하는 공자의 언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비국가 영역이 많은 사회적 기능을 떠맡는다는 점에서, 공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국가는 '작은 국가'임에 틀림없다. 공자의 이상 국가는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덕을, 바람직한 성정을 기를 수 있는 공동체이지, 법이 삶의 국면마다 개입하는 '거대한' 조직이 아니다." - 181~182p


 김영민 교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 논어』를 읽고 해석했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본인이 말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성취했다. 이제 우리의 차례다. 꼭 『 논어』를 읽어야만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자신이 좋아하는 책부터 제대로 읽기 시작해 보자. 이로써 자신만의 세계관과 가치를 세우고 공고화하기 위해 글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간신히, 그리고 간절히 희망하는 동시에 이를 이루고자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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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EBS.펭수 지음 / 놀(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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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의 2030세대, 아니 전 세대가 한 마리 펭귄에게 열광하고 있다. 그 펭귄은 바로 남극 출신의 EBS 연습생 '펭수'다.

 펭수의 인기는 다양하게 입증되고 있다. 지난 4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333명을 대상으로 '2019 올해의 인물'을 조사한 결과, '펭수'가 1위에 올랐다. 이례적으로 동물이 1위를 차지해 버렸다. 펭수의 인기는 광고업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펭수를 광고 모델로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데, 이 와중에 KGC인삼공사가 펭수를 모델로 내세운 '정관장' 광고를 내년 1월에 공개한다. 이외에도 최근 발간된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으며, 3월 14일에 시작한 펭수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12월 21일 오후 10시 55분 기준) 1억 회가 넘는 조회 수와 1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2030세대를 넘어 다양한 세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펭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랑스러운 몸짓과 목소리도 있겠지만,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한 펭수 특유의 '말' 아닐까? 지금부터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아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하루하루 즐거움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는 펭수의 어록을 살펴보자.


"펭수를 좋아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어요. 99살도 됩니다. 100살도 됩니다. 120살 돼요. 사랑은 나이 불문! 국경 불문!" - 19p


"거북목. 굽은 어깨. 가슴이 아픕니다, 가슴이..." - 138p


"자신감은 자신한테 있어요. 그런데 그걸 아직 발견하지 못하신 거예요. 거울을 보고 '난 할 수 있다! 나는 멋진 사람이다!' 생각하시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자신을 믿고 사랑할 줄 알아야 돼요." - 140p


"여러분들! 근데 이것도 참 어려운 거예요. 힘든데 힘내라? 이게 참 어려운 거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쵸?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펭-러뷰." - 184p


"다 잘할 순 없어요. 하나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 - 188p


"내가 나 자신일 때 제일 좋은 겁니다." - 211p


 수많은 이들을 펭며들게 한 펭수의 어록은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많다. 이 같은 어록을 탄생시킨 펭수의 입담은 상대를 비하하지 않고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건강하며, 삶을 살아가면서 잊어버리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 지쳐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현재, 솔직함과 따뜻함 그리고 건강함을 담고 있는 펭수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행운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펭수를 알게 된 이래 유튜브와 EBS를 통해 펭수의 행동과 말을 꾸준히 봐왔다. 나 역시 힘들고 두려울 때 또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펭수를 보며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펭수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고 앞으로 펭수와 함께할 날들이 기대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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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2disc)
요한 렌크 감독, 제어드 해리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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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426, 소련의 프리피야트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는 2011년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에 의해 최고 등급인 7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는 곧 후쿠시마가 21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였다면, 체르노빌은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였음을 의미한다.

 사고가 일어난 지 만 33년이 지난 올해, 미국의 드라마 명가 HBO가 영국의 SKY와 함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초로 제작한 5부작 미니시리즈 체르노빌’(감독 요한 렌크, 작가 크레이그 메이진)이 시청자를 찾아왔다. 이 드라마는 지난 5월 미국 HBO에서 방영됐고, 국내에서는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통해 814일에 최초 공개됐다.

 1988426일 오전 12345, 한 남성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소련의 핵물리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재러드 해리스)’, 2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했던 진실과 함께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테이프에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메시지에는 체르노빌 사고 수습 책임자로서 느꼈던 죄책감 등이 배어 있었다. 도대체 2년 전 체르노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6426일 오전 12345, 소련의 프리피야트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 4호기가 폭발했다. 사고 발생 당시 담당자였던 부수석 연구원 아나톨리 댜틀로프(폴 리터)’와 그의 부하 직원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다. 이후 댜틀로프에게 심상치 않은 내용의 보고가 올라온다. 폭발 후 원전 근처에 흑연이 나뒹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곧 원자로의 노심이 열렸다는 이야기인데, 댜틀로프는 자신의 눈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흑연을 확인했음에도 이 사실을 부정한다.

 폭발로 인해 불이 나자 소방대원 전원에게 출동 명령이 내려진다. 이에 신혼의 달콤함을 만끽하고 있던 젊은 소방관 바실리 이그나텐코(애덤 나가이티스)’는 아내인 류드밀라 이그나텐코(제시 버클리)’를 두고 화재 현장으로 출발한다. 단순한 화재인 줄 알고 평상시처럼 출동한 바실리와 그의 동료들은 최선을 다해 불을 끄지만, 이는 곧 비극의 시작이었다. 바실리와 대원들은 피폭을 당해 모스크바 제6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그리고 류드밀라는 병원에 있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로 출발한다. 병원에서 남편을 만난 류드밀라는 뛸 듯이 기뻐하지만 이 순간도 잠시였다. 곧 남편은 하루하루 죽어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바실리는 세상을 떠나는데, 신체가 방사능에 오염돼 시멘트에 묻히고 만다. 류드밀라는 시멘트에 묻히는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한편 사고 소식을 접한 소련 정부는 수습을 위해 쿠르차토프 원자력연구소 제1부소장 발레리 레가소프에게 연락을 한다. 사고관리위원회의 일원이 된 레가소프는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보고서를 읽어보던 그는 사고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은 사고가 원활히 수습되고 있으며, 누출된 방사능의 양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레가소프는 이의를 제기하고, 결국 장관회의 부의장 겸 연료동력부 장관인 보리스 셰르비나(스텔란 스카스가드)’와 함께 사고 수습을 위해 체르노빌로 향하게 된다.

 폭발 7시간 후인 426일 오전 830, 민스크에 있는 벨라루스 원자력연구소의 핵물리학자 울라나 호뮤크(에밀리 왓슨)’8밀리뢴트겐의 방사능을 측정한다. 그는 방사능의 출처를 조사하던 중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사고를 알게 된다. 사고 사실을 파악한 호뮤크는 체르노빌로 출발한다. 체르노빌에 도착한 그는 사고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던 레가소프와 셰르비나를 만나게 되고, 레가소프와 함께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진실을 원치 않은 소련 정부가 사고 발생 직후부터 거짓을 반복하면서 진실을 찾으려는 이들은 감시와 연행 등의 위협을 받고, 사고는 소련을 넘어 인류 최악의 참사로 확대된다. 정부의 거짓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호뮤크와 레가소프는 사고의 진짜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하고, 마침내 세상에 진실을 공개할 기회가 레가소프에게 주어진다.

 33년 전에 있었던 최악의 참사를 드라마화한 체르노빌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단순히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일까? 분명 아닐 것이다. 이 드라마가 조명하는 것은 바로 거짓의 대가. 사고 발생 이래 소련 정부는 자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과 정권의 안정을 위해 거짓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36시간 만에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소개령이 발령됐고, 희생을 치르지 않아도 될 수많은 생명들이 체르노빌 원전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사고의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거짓의 대가는 이처럼 너무나도 많은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이와 관련해 요한 렌크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첫 대사는 현대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질문이에요. 여전히 진실보다 자신들을 위해 거짓을 선전하는 기회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죠.”라고 말했다.

 거짓은 잠깐의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큰일이 생겼을 때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 개인과 권력의 거짓 모두 옳지 않지만 이 중에서 더 큰 책임과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권력은 여러 수단을 통해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부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르러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진실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권력의 거짓으로 인해 한 사회와 구성원들이 치러온 비용과 대가를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거짓에 의한 대가와 비용이 너무나도 커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동안의 거짓말을 진실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 또한 등장한다. 권력이 자신을 위해 퍼뜨린 거짓의 대가는 이처럼 크고 치명적이다. 그리고 체르노빌은 시청자에게 이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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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ead Poets Society (죽은 시인의 사회) (한글무자막)(Blu-ray) (1989)
Touchstone / Disney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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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 역시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가치임을 일깨워주는 영화.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구성하는 가치의 다양함을 가르쳐주는 키팅 선생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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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 THE REVIEW - 방탄소년단을 리뷰하다
김영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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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 시상식에서 BTS가 3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투어 오브 더 이어(TOUR OF THE YEAR)', '페이보릿 듀오 오어 그룹(FAVORITE DUO OR GROUP-POP/ROCK)',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 등 3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됐다. 3개의 상 중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BTS에게 수여됐다. '페이보릿 듀오 오어 그룹' 팝/록 부문에서 BTS는 조나스 브라더스와 패닉 앳 더 디스크 등의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을 벌여 비영어권 아티스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2012년에 싸이가 AMAs에서 뉴미디어상을 받은 이래 7년 만에 한국 아티스트가 본상을 받게 됐다(중앙일보, 'BT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3관왕…"그래미는 왜 빼나" 논란', 2019. 11. 25).

 좋은 소식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멜론뮤직어워드(MMA) 2019 이매진 바이 기아'에서 BTS는 4개 부분 대상을 모두 휩쓸어 총 8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베스트송' 등의 4개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의 앨범'으로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가, '올해의 베스트송'으로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각각 선정됐다. 이외에도 BTS는 음원 성적과 멜론 회원 투표로 선정한 '톱 10'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남자 댄스상'·'네티즌 인기상'·'카카오 핫스타상' 등 총 8개의 트로피를 받았다(경북매일, 'BTS, 멜론뮤직어워드 8관왕 우뚝', 2019. 12. 01).

 BTS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수상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궁금증을 남긴다. 그것은 '그들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팬과 전문가 등에 따라 답변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BTS의 음악에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에 기초한 음악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에 마음이 간다. 이런 특성 때문에 BTS의 음악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래서 오직 BT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무엇이 된 건 아닐까? 이 점과 관련해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인 김영대 씨의 <<BTS: THE REVIEW 방탄소년단을 리뷰하다>>를 살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BTS의 음악을 살펴보는 동시에 BTS 현상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함께 소개한다. 모든 내용을 다 다루고 싶지만, 분량 등의 이유로 BTS의 음악 중에서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것들만 소개하고자 한다. 

 BTS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짚어볼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한국 대중음악과 21세기에 관한 내용이다. 21세기를 맞이한 한국 대중음악은 비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고, 그 결과 'K-Pop'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새롭게 명명된 이 음악 신(scene)에서 우리는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가지 변곡점을 목격한다. 첫 번째는 전 세계적인 바이럴과 K-Pop 붐을 불러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BTS 현상'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하다. 이는 BTS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BTS의 데뷔 싱글 앨범은 '2 COOL 4 SKOOL'로, 2013년에 출시됐다. BTS는 1980~1990년대 스타일의 스크래치가 담긴 올드스쿨 힙합으로 첫 발을 뗐다. BTS의 데뷔 음반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전반적인 힙합의 부상과 아이돌의 구별짓기 욕망이라는 맥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비록 이들이 아이돌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태도와 기저에 힙합이 있다는 사실은 사운드와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뮤직비디오와 다소 힘을 준 듯한 비주얼은 힙합의 '공격성'을 정체성으로 끌어 안으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지금은 누구에게나 제법 익숙한 아이돌의 자기 증명과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열망이 BTS의 경우 유독 데뷔 앨범에서부터 분명하게 표방됐을 뿐만 아니라, 그 방식이 예외적이라고 할 만큼 직설적이고 진솔했다. 이는 분명히 새로운 흐름이었다. 데뷔 앨범의 메인 곡은 'No More Dream'인데, 이 앨범은 학교 3부작의 첫 장을 장식했다.

 'DARK&WILD'로 청소년들의 '꿈'과 '행복'이 지닌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을 끝낸 BTS는 청춘의 가장 눈부신 한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 시리즈를 발표한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화양연화 Pt. 1'과 '화양연화 Pt. 2' 그리고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이뤄져 있다. Pt. 1과 Pt. 2는 2015년에 출시된 미니 앨범이고, Young Forever는 2016년에 나온 리패키지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BTS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봄날'이 수록된 'YOU NEVER WALK ALONE(2017년, 리패키지 앨범)'을 접하면서부터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봄날'과 'Not Today'였다. 봄날의 경우 뮤직비디오를 통해 5년 전의 어느 봄날에 우리 곁을 떠나버린 아이들을 기리는 것 같아,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저며온다. Not Today는 팍팍한 오늘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춘에게 건네는 BTS만의 위로와 격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의 좌절감이 어떠한 종류의 불합리함과 부당함 혹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지는 몰라도, 아직은 패배를 선언하고 주저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두 곡을 통해 BTS는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닌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음악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BTS는 화양연화 시리즈를 지나 'LOVE YOURSELF'를 통해 그동안 접한 적 없던 문제 의식, 즉 그에 대한 본질과 답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통한 '자기애'의 깨달음이다. 주제 의식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여타 K-Pop 아이돌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 같은 서사가 음악과 밀접히 연관되면서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Her'는 'LOVE YOURSELF' 시리즈 중 '승'의 파트를 담당하는 앨범으로,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전기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서사 구조상 사랑의 기쁨과 설렘을 묘사하기도 하거니와, 같은 해 BBMAs의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을 하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그룹이 된 외부 상황 때문인지, 앨범은 시종일관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로 나아간다.

 'LOVE YOURSELF' 시리즈의 마지막인 <LOVE YOURSELF 결 'Answer'>는 BTS가 화양연화 이래로 보여준 청춘과 성장의 궁극적인 담론이 가장 완성된 형태로 담긴 결론이다. 이 앨범은 단순히 기존의 앨범을 재활용한 모음집도 아니고 새로운 곡 몇 개를 끼워 넣은 리패키지 앨범도 아니다. 'Answer'에 담긴 모든 곡은 '기··전·결'이라는 서사 구조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아 역할을 하며, 음악적으로는 <Her>와 <Tear> 사이에서 나온 곡에서 완전한 쓰임새를 가진다. 사랑의 흥분으로 시작해 이별의 아픔을 지나 자기애를 깨닫는 긴 여정은 서사 구조상 일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이야기만이 아닌 장르와 편곡이라는 음악적 문법으로 표현됐다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K-Pop의 기준점을 제시한 동시에 수준을 높인 문제작이자 BTS 커리어 한 챕터의 화려한 마무리다.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기억에 남는 곡으로는 'DNA·고민보다 GO·Fake Love·낙원·Magic Shop·Anpangman·IDOL·Answer: Love Myself' 등을 들고 싶다. 'LOVE YOURSELF' 시리즈는 BTS의 핵심 메시지인 '자기애'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앨범이어서 듣고 보는 이에게 그들 음악의 정수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BTS 음악 커리어 중 깊은 인상을 준 앨범과 수록곡을 알아봤다. 데뷔 앨범부터 'LOVE YOURSELF' 시리즈까지 모두 다루고 싶지만 분량 등의 이유로 그렇지 못해 아쉽다. BTS의 음악을 책이라는 매체로 접해보니, 그들의 음악에 분명한 서사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그것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실제로 겪고 느꼈던 이야기인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이 수많은 음악팬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 BTS는 누구나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일에 음악을 향한 열정과 그들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오직 BTS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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