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이로움 - 일어나자, 출근하자, 웃으면서
조훈희 지음 / 프롬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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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직장'(職場)을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사람들이 직장에 몸을 담고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밥벌이' 때문이다.

 문제는 밥벌이를 위해 다니는 직장이 '고난'과 '괴로움'의 장소라는 점이다. 이에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와 '이직'을 택하는데, 과연 '퇴사'와 '이직'만이 회사생활의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직장인이자 작가인 조훈희는 '퇴사'와 '이직'이 행복한 직장생활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한때 '프로 퇴사러'였던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퇴사'와 '이직'보다는 회사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동시에 이로운 '밥법이'에 필요한 실용적인 자세도 알려준다.


"회사생활도 출근길 만원 지하철과 비슷하다. 우리는 다음 열차도 있고 또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매일 같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린다. 내 공간을 더 넓히기 위해서 남들을 밀어내고, 혹시나 내가 밀려날까 온 힘을 다해서 버틴다. 회사일이든 지하철이든 차분하게 걸어가면 방향을 잃을 확률도 줄고, 매일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알아내서 더 빨리 도착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 26~27p


"당첨되지도 않을 복권을 사놓고 '이 돈 생기면 뭐 할까' 생각하기보다 당신이 지금 하고 싶은 것, 내일 해보고 싶은 것, 현실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을 꿈꾸듯 생각해보면 행복해질 수 있다. 매일 자신만의 꿈을 꾸자." - 30~31p


"우리 모두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알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가져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60p


"식판의 반찬을 모두 비우며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겠다.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가 몰라서 그렇지 사실은 영양가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잘나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저 사람은 왜 회사에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 62p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나이와 경력에 비해 승진이 빠른 상태라면 그것은 결코 당신 혼자 잘해서가 아니다. 유능한 사람들이 당신 곁에 있고, 당신에게 맞는 기회가 적절한 시기에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신이 회사에서 동료보다 승진이 늦은 상태라면 그것 역시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당신은 여름에 제일 맛이 좋은 수박인데 실수로 과수원을 잘못 골라서 겨울에 맛이 좋은 과일이 잔뜩 있는 감귤 과수원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결코 본인이 타인보다 수확이 늦다고 좌절하거나 걱정하지 말 것이다." - 145~146p


 직장은 우리에게 월급과 함께 이에 상응하는 괴로움도 안겨준다. 회사원 입장에서는 월급이라는 '보람'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한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밥벌이를 떠나서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회사생활을 즐겁고 보람차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게 보다 지혜로운 선택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밥벌이의 이로움'은 저자의 경험과 느낌을 내포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담고 있다. 밥벌이의 무게에 짓눌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한 번 즈음 이 책을 읽어보자. 그리고 책에 있는 내용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 이렇게 하면 출근길과 업무 시간이 이전처럼 마냥 괴롭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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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시나리오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지음 / 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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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8일(월)은 '세계 여성의 날'로, 1908년 3월 8일에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행동이 기폭제였다. 이후 UN은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법정 기념일로 공식 지정되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곧 다가올 '2021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 서사가 빛나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바로 '윤희에게'(2019)다.

 '윤희에게'는 '레몬타임'(2012), '만일의 세계'(2014)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7) 등을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제18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비평가상,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각본상·음악상·영평 10선, 제21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자연기자상, 제7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41회 청룡영화제 감독상·각본상을 수상했다. 벡델데이 2020의 '벡델 초이스 10'에 선정되었으며, '윤희'를 연기한 김희애 배우는 '벡델리안'에 선정되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윤희에게'는 이혼 후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사는 '윤희'(김희애)에게 '쥰'(나카무라 유코)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엄마보다 먼저 쥰의 편지를 확인한 새봄은 윤희에게 일본 오타루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모녀는 오타루로 향하는데, 그곳에는 윤희에게 편지를 부친 쥰이 있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러브레터'(1995)의 설원과 유사한 풍경을 지닌 오타루에서 전개된다. 이는 '러브레터'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윤희에게'의 핵심은 윤희와 쥰의 관계와 상처로, 국내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중년 퀴어물'의 형식을 띠고 있다. 윤희와 쥰은 여성과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받아왔고, 이 때문에 오랫동안 숨죽여 지내야 했다. 그러다 윤희에게 도착한 쥰의 편지와 새봄의 활약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이로써 윤희는 무기력했던 초반부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여성이라는 이유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했다는 점 때문에 온갖 고초를 겪어온 윤희, 이로 인한 무기력과 상처를 딛고 세상에 뛰어드는 윤희. 영화는 이 같은 윤희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윤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윤희의 편지에 적힌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등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도 좋다는 점과 쥰을 만난 후 세상에 뛰어든 윤희처럼 알을 깨고 나오라는 격려·응원이 담겨 있다. 그래서 '윤희에게'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넘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수많은 윤희들을 위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윤희의 상처는 가까운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에 기인하지만, 가까운 사람 덕분에 조금이나마 치유된다. 이러한 구성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더 크고 아프게 느끼면서도,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우리의 삶을 그려낸다(실제로 임대형 감독은 이 부분을 고려하면서 영화를 연출했다-경향신문과의 인터뷰). 이는 우리 주변의 '윤희'들을 돌아보게 하며, 우리가 이들에게 가하는 유무형의 폭력과 차별 등을 성찰하도록 한다.


평점-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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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다크 나이트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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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야가 타격을 입었는데, 그 중 하나로 '영화 산업'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극장을 꼽을 수 있다. 위기에 처한 극장가는 여러 자구책을 내놓았고, 대표적인 조치 중 하나가 바로 '재개봉'이다. 이전에 개봉해 명작이라 평가받고 있는 작품을 다시 틀어준 것이다. 재개봉한 작품들은 어려운 극장가에 힘을 보탰는데, 이렇게 극장에 걸린 대표적인 재개봉작으로는 지난해 7월 1일에 재개봉한 '다크 나이트'를 들 수 있다.

 다크 나이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으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두 번째 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블레이드' 시리즈와 '배트맨 비긴즈' 등의 각본을 쓴 데이빗 S. 고이어가 작품의 각본을 맡았다. '글래디에이터'와 '배트맨 비긴즈' 등의 음악을 책임졌던 한스 짐머가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다크 나이트는 2008년에 개봉했다. 개봉한 해에 한국에서는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고, 2008년 국내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북미에서는 5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과를 거뒀다. 또 제34회 LA비평가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히스 레저)을, 제80회 미국비평가협회상에서는 영화 톱10을 수상했다. 이 밖에 제66회 골든글로브시상식 남우조연상(히스 레저), 제62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남우조연상(히스 레저), 제81회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조연상(히스 레저) 등을 받았다.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2008)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는 고담시의 수호자인 '배트맨'(크리스찬 베일)과 '조커'(히스 레저)의 한판승부를 담고 있다.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 구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크 나이트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을 리부트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크 나이트의 히어로인 배트맨은 제목 그대로 '어둠의 기사'다. 고담의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그의 마음은 트라우마와 어둠으로 차 있다. 또 기본적으로 배트맨은 '자경단원'이며, 고담시를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 법적인 선을 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공식적·합법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히어로가 아닌 것이다. 이 같은 배트맨의 행동을 추동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패를 넘어 무너져 내린 고담시의 공권력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어둠의 기사일 수밖에 없다. 

 배트맨의 대척점에 위치한 조커는 단순한 빌런이 아니다. 단순히 돈과 권력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과 고담시의 타락을 목표로 움직인다. 그리고 조커는 '전략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배트맨의 약점을 파고 들고,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상대를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이로 인해 배트맨은 자신이 지키고 싶던 가치를 모두 잃고 만다.

 한편 이들의 대결은 윤리적·사회적·정치적·도덕적·철학적 고민거리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법이 정해 놓은 선을 넘는 배트맨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 인간의 선함과 타락을 향한 관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두 인물의 대결을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서로 다른 철학과 신념을 가진 캐릭터들의 대결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관객에게는 생각거리를 던진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메시지와 생각할 거리를 지닌 두 인물의 대결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개인적으로 조커의 완승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바꿔 말하면 배트맨의 완패라고 표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크 나이트의 핵심 매력은 '어둠의 기사' 배트맨과 '전략가 빌런' 조커의 대결이지만 이걸로만 한정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조나단 놀란·데이빗 S. 고이어의 탄탄한 시나리오, 높은 현실감을 위해 시카고 현지에서 진행한 로케이션 촬영, 아이맥스를 활용한 촬영, 크리스찬 베일과 히스 레저를 비롯해 아론 에크하트·마이클 케인·모건 프리먼·매기 질렌할·게리 올드만 등의 배우들이 보여준 환상적인 연기도 작품의 매력 포인트였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다크 나이트는 최고의 히어로 영화와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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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 라이벌 난장사
남무성 그림.각색, 황희연 글 / 오픈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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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산업 분야가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그리고 이처럼 어려움에 빠진 분야 중 하나로 '영화 산업'을 들 수 있다.

 지난 12월 14일에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코로나19 충격: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관객수 급감 현상이 두드러졌고, 그 결과 올해 11월까지의 극장 매출액은 4,9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동월 기간 매출액인 1조 7,273억 원 대비 71.2% 감소한 결과다. 최근 3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12월 전망도 흐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한 4월의 93.4%를 2019년 12월 극장 매출액에 적용해 산출한 올해 12월 매출액 추정치는 123억 원이다. 이를 더한 2020년 극장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1조 4,037억 원) 감소한 5,103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희망에 부풀었던 영화계와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영화업계 종사자와 영화팬들이 기념할 만한 날이 다가왔다. 바로 '영화 탄생의 날'로, 이른바 영화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2월 28일은 영화 탄생 125주년이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업계 종사자들과 팬들이 함께 즐기며 보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영화 탄생 125주년 기념하기 위해 영화의 역사를 짚어 보고자 한다.

 영화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참고할 책은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이다. 이 책은 만화를 통해 영화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 영화감독들의 라이벌 구도에 기초해 영화 발전의 흐름을 짚는다.

 '제7의 예술'로도 불리는 영화의 생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바로 1895년 12월 28일이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 사는 상류층들은 4번가에 있는 '르 그랑 카페'로 몰려 들었다. 평상시 이 카페는 커피를 마시면서 예술과 문화, 사회, 정치를 논하는 곳으로 쓰였지만, 이 날의 쓰임새는 달랐다. '뤼미에르 형제'의 주최 아래 세계 최초의 영화 상영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촬영과 영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장치에 더해 한 장소에서 여러 명이 영화를 관람하는 형식이 현재의 일반적인 상영 방식과 같기 때문에 1895년 12월 28일을 '영화 탄생의 날'로 본다.

 사실 영화의 발명가는 '토머스 에디슨'이다. 축음기를 개발한 후, 에디슨은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는 '소리방'을 열어 큰돈을 벌었다. 1889년, 그는 사진을 이어서 볼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시작해 1893년에 완성한다. 이 기계의 이름은 '키네토스코프'. 이후 에디슨은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에디슨의 기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한 사람씩만 볼 수 있는 데다가 상영 시간이 20초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 독일 베를린의 '막스 스클라다노프스키' 형제는 '바이오스코프'라는 영사기를 만든다. 이 장치는 에디슨과 뤼미에르 형제의 것보다 상영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스클라다노프스키 형제는 기계의 상업화에 실패했고, 이때부터 뤼미에르 형제의 활약이 시작된다.

 뤼미에르 형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영사기를 활용해 대대적인 상영회를 가졌다. 이들이 상영회를 연 르 그랑 카페에는 '판타지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도 있었다. 상영회가 끝난 후 멜리에스는 뤼미에르 형제와 협상을 벌이지만, 뤼미에르 형제는 멜리에스의 제안을 거절한다.

 결과적으로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산업은 오래 가지 못했다. 비슷한 기계를 발명한 사람들이 늘어났고, 사람들은 더 좋은 시설을 갖춘 극장으로 옮겨 갔다. 뤼미에르 형제는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결국 제작을 중단하고 만다.

 한편 조르주 멜리에스는 당시 '로베르우댕'이라는 마술 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1896년 초, 멜리에스는 독학으로 영사기를 개발했다. 이로써 뤼미에르 형제와 멜리에스의 경쟁이 시작된다. 뤼미에르 형제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담은 반면에 멜리에스는 마술적 트릭을 영화에 적극 적용했다. 멜리에스가 만든 최초의 트릭 영화는 '사라진 귀부인'(1896)이다.

 1897년, 멜리에스는 온실 형태의 스튜디오를 만든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스튜디오다. 이 스튜디어에서 만든 영화는 총 500편에 이른다. 대부분이 편집이나 특수효과를 이용한 공상과학 영화였다. 제작 도중 일어난 카메라 고장으로 '이중 노출', '페이드 아웃', '조리개 기술'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한 영화 중 대표작은 '달나라 여행'(1902).

 멜리에스의 공상과학 영화는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1903년에는 미국에 사무실을 차리고 영화 판권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큰 규모의 회사들이 영화 제작에 뛰어들고, 멜리에스의 작품이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후 영화는 미국에서 산업으로 진화한다. 미국 영화는 전쟁 이전까지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화와 경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럽이 전쟁에 휩싸이자,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선진 문물을 들여와 산업으로 발전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영화'다. 영화가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최초의 상설 극장인 '니켈로디언'이 문을 열게 됐고, 영화는 미국 노동자들의 최고 유흥 거리로 자리를 잡는다. 이후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시스템'과 함께 '스타 시스템', '스타 배우'가 탄생하며 영화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영화의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등의 스타 배우, '하워드 호크스'와 '존 포드', '앨프리드 히치콕'과 '오손 웰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세르지오 레오네', '마틴 스코세이지'와 '우디 앨런' 등의 감독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영화의 발전과 진보에 기여했다.

 현재 코로나19는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에 큰 시련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화는 영광의 순간뿐만 아니라 좌절과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진일보했다. 그렇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인터스텔라'(2014) 속 명대사처럼 영화계가 반드시 답을 찾아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팬들에게 이전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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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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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페터 한트케'의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 세상에 나온 지 만 50년이 되는 해이다. 작품은 한트케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1972)되기도 했다.

 책은, 한때 잘나갔지만 건축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는 '요제프 블로흐'가 자신을 향한 현장감독의 눈빛을 본 후 해고를 직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공사장에서 나온 블로흐는 극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는 게르다와 하룻밤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난 게르다는 블로흐에게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하고, 이를 들은 블로흐는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인다. 이후 블로흐는 국경 마을로 피신해 그곳에서 지낸다. 사건을 파악한 경찰이 점차 수사망을 좁혀 오면서, 블로흐는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불안'과 '강박'으로, 블로흐가 게르다를 죽인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월요일'에 던진 게르다의 질문이 직장을 잃은 본인의 불안한 처지를 직시하게 했고, 이것은 폭력을 동반했다. 또 서서히 다가오는 수사망으로 인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데, 저자는 이를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골키퍼로서 활약한 블로흐의 경력을 빌려 범인이 된 그의 불안함을 은유한 것이다.

 해고를 지레짐작한 후 직장에서 나온 블로흐는 주변의 인물과 사물을 과도하게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행위는 국경 마을에서도 이어지며,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동 시장과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불안감이 '강박'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블로흐의 '불안'과 '강박'을 보면서,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고용 위기와 전염병의 공포 등으로 인해 불안에 휩싸여 있는 현대인이 떠올랐다. 감염병에 의한 경제적 타격으로 직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 일상에 깊게 스며든 전염병의 공포, 급감한 인간관계로 인한 고립감 등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불안과 강박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 블루'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블로흐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강박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불안과 강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누적되면 한 사회 전체가 병들게 된다. 이에 사회 전체가 코로나19의 확산세 저지와 종식에 힘을 쏟으면서, 구성원들의 불안과 강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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