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갱스 오브 뉴욕 : 스틸북 한정판 풀슬립 - 부클릿(36p)+캐릭터 카드(4종)+엽서(6종)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는 수도인 '워싱턴'보다는 '뉴욕'일 듯하다. 뉴욕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동시에 대중문화에서 화려하게 그려지는 도시이다보니 그럴 만도 하다. 이렇다보니 많은 미국인들이 뉴욕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자부심은 크고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화려하고 누구나 선망하는 도시인 뉴욕의 '근간'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거장으로 꼽히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갱스 오브 뉴욕'(2002)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갱스 오브 뉴욕은, 뉴욕에 위치한 파이브 포인츠에서 아일랜드 이주민파의 리더로 있던 발론 신부(리암 니슨)가 토착민들의 지지를 받는 빌 더 부처(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목숨을 잃은 후 발론의 아들인 암스테르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원수를 갚아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복수가 전개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현재의 뉴욕을 만든 근간을 말한다. 그 근간은 '폭력'과 '인종 차별', '불평등', '매춘', '도박', '부정부패' 등이다. 이는 우리가 뉴욕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결국,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화를 통해 화려함과 자유로움, 부유함을 자랑하는 현대 뉴욕의 근간이 앞에서 언급한 것들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감독의 메시지는 뉴욕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해왔던 사실과 함께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까지 환기시킨다.

 

<갱스 오브 뉴욕의 첫 장면>


 개인적으로 영화의 첫 장면인 패싸움 신과 마지막 장면에서 교차되는 뉴욕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첫 장면은 낭자하는 피와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괴성과 신음 소리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긴장감과 잔인함을 극대화했다. 1860년대의 뉴욕과 현대의 뉴욕이 교차하는 장면은 이 도시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 뉴욕을 다시 보게 한다. 주연 배우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카메론 디아즈의 연기도 훌륭했는데, 그 중에서 악역을 맡은 루이스의 연기는 보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외에도 1860년대의 뉴욕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고증과 작품 속에 담긴 감독의 메시지 또한 인상 깊었다.


<1860년대의 뉴욕>


<현대 뉴욕>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0-09-08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마틴 스콜세지 참 좋은 감독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악역의 루이스 연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영화와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반갑습니다^^

kpio99 2020-09-08 10:1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고양이라디오 님. 저도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모두 작품 속에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덕분에 영화 속 사회적 메시지를 읽어내려 디테일한 부분까지 눈여겨 보게 되네요. 고양이라디오 님 말씀처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굉장히 좋은 감독임에 틀림없습니다.
 
[4K 블루레이] 풀 메탈 자켓 (2disc: 4K UHD + 2D) - 초도한정 특전
스탠리 큐브릭 감독, 로널드 리 어메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풀 메탈 자켓'은 1987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제작한 반전 영화로, '베트남전'을 주제로 삼았다. 구스타브 하스포드의 '짧은 생명들'을 각색해 만든 작품으로, 전쟁으로 인해 괴물이 돼 버린 이들을 조명한다.

 영화는 두 챕터로 나뉘는데, 이 중 첫 챕터는 해병대에 입대해 지옥 훈련을 받는 훈련병들과 그들에게 매일같이 인격 모독과 폭력을 퍼붓는 하트만 상사(로널드 리 어메이). 그리고 하트만 상사를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훈련병 레너드(빈센트 도너프리오)를 주로 다룬다. 여기서 레너드는 전쟁에 필요한 킬러로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괴물로 변해 버린 인물이다.

 두 번째 챕터는 베트남에서 종군 기자로 활약하는 조커(하트만 상사가 붙여준 별칭, 매튜 모딘)를 다룬다. 조커는 레너드와 함께 훈련을 받았던 병사로, 레너드와 하트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베트남으로 향한다. 챕터 2는 조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긴 하지만, 단순히 조커만을 조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커가 가는 장소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이렇게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장면 중에서, 민간인을 죽인 사실을 자랑스럽게 털어 놓는 병사의 모습을 부각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러한 장면 역시 전쟁 때문에 괴물이 돼 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결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위에서 설명한 장면과 인물들을 통해 '누가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전쟁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는 게 어떨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0-09-08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잘 전달한 영화죠.

kpio99 2020-09-08 10:12   좋아요 2 | URL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눈빛은 정말 강렬해서 잊히지를 않네요^^
 
살인의 추억(2disc)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해 오랜 시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다. 진범이 드러나면서,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2003년 4월 25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 와요'(1996년)를 각색한 작품으로, 개봉 당시 52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영화를 제작한 봉준호 감독은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맛본 실패를 만회한 것을 넘어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라서는 초석을 다졌다. 개봉 후 제작진, 감독, 관객, 평단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은 영화는 국내 주요 영화제들에서 큰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2015년에는 미국 영화 매체인 '시네마스코프'가 살인의 추억을 2000년대 최고의 영화 9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에서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물이다. 영화는 장르 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을 통해 80년대를 저격한다. 계속해서 범인을 잡지 못하는 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조용구(김뢰하)는 아무런 근거 없이 지적장애인인 백강호(박노식)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취조를 하는 동안 고문과 폭행, 증거 조작을 일삼는다. 서울에서 내려와 합리적인 수사를 하고자 하는 서태윤(김상경)의 논리적인 설명은 그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두만과 용구가 취조 과정에서 행사한 폭력은 당시 실제로 이뤄진 행위였는데, 이는 80년대를 휘감았던, 군사 정권의 산물인 폭압적 분위기를 상징한다. 또 영화는 수사에 매진해야 할 경찰 인력을 시위 진압에 투입하는 장면을 통해, 당시의 군사 정권이 국민의 안전보다는 정권 안정에 더 매진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영화는 사건을 수사하는 두만과 용구의 폭력과 함께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는 데에만 혈안이 된 정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80년대를 관통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고발한다. 정리하자면 봉준호 감독은 80년대의 폭압적인 시대상에 기초해 수사와 취조를 진행하는 형사들의 모습과 국민 안전을 등한시하며 오직 권력 유지에만 매달린 정권의 태도를 조명하면서,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사건이 오랫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영화는 80년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농촌의 풍경과 시위 장면, 시위를 진압하는 전경, 등화관제 등을 통해 과거를 충실히 재현했다. 그리고 첫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과 현장을 통제하는 형사의 모습을 '롱 테이크'와 '딥 포커스 쇼트'를 결합해 표현하면서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였다. 산에서 강호의 진술을 강요하는 장면에서는 두만과 용구, 이 두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태윤에게 각각 다른 딥 포커스를 적용해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을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 같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작년에 범인이 잡히면서 오랜 시간 동안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로써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채 끝났던 살인의 추억의 엔딩도 그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시 사건과,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생긴 피해와 아픔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는 그 피해와 아픔을 치유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래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은 왜 해당 사건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했을까? 영화가 개봉한 건 2003년이다. 사건의 주 배경이었던 80년대를 지난 지 20년 가까이 돼 가는 시점이었다. 이에 봉 감독은 80년대보다 여러 면에서 진보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던 우리가, 그 당시의 시대상이 만들어낸 미제 사건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 사건이 하나의 추억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묻고자 한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0-09-08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진호님 글이 전문가처럼 느껴집니다ㅎ 전문가가 아니신지 의심스럽습니다ㅎ 마지막 문단 좋은 글 감사합니다.

kpio99 2020-09-08 10:15   좋아요 1 | URL
많이 부족한 글에 과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 영화를, 고상함 따위 1도 없이 세상을, 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의없다(백재욱)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주 일요일 아침 10시 40분, JTBC에서는 영화 전문 프로그램인 '방구석1열'이 방영된다.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특정 영화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인데, 본격적인 설명과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이들이 시청한 영화의 요약본이 나온다. 영화 전문 유튜버들이 보내온 영상이다.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들 중에는 '거의없다'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가 책을 냈다. 거의없다가 영화 유튜버이자 영화를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내가 유튜브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널인 <영화걸작선>은 주로 망한 영화를 다루는 콘텐츠다. 내 기준에서 망한 영화만을 다룬다. 좋은 영화도 많은데 왜 망한 영화를 다루는 건가? 내가 망한 영화만 다루는 이유는 첫 번째 잘 만들고 잘 된 영화를 소개하는 작업은 이미 수많은 유튜버들이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다. 두 번째 나는 원래 남들이 잘 되는 것보다 망하는 걸 좋아한다. 세 번째 나는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21p


"영화를 어떤 목적으로 봐야 한다, 이 영화는 이렇게 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그런 게 어디 있나. 영화는 자기 꼴리는 대로 보는 거다. 보고 싶은 것만 봐도 되고, 한 장르만 죽어라 파도 되고, 배우 얼굴만 구경해도 된다." -52p


"영화는 절대 '그냥 영화'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대중이 즐기는 대중예술이고, 당연히 대중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시대를 반영하면서 변화한다. 모든 영화는, 시대와 담론을 담는다. 싫어도 담을 수밖에 없다." -106~107p


"영화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모습, 대중의 기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이다. 그리고 이런 것은 대부분 정치 행위의 결과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한 것이고, 그러므로 당연히 영화 이야기에 정치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시선의 접근이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것이다." -132~133p


"곁눈질로 구경해놓고 영화 봤다고 하지 마라. 그냥 줄거리만 이해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164p


"어떤 장르의 영화든 간에, 편견 없는 시선으로 보기 위해선 그 뿌리를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2007년에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나 <빅쇼트> 같은 영화를 본다면, 아마 역대급 어처구니를 상실하는 2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180p


"어떤 장르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몇 가지 조건을 나열하면서 '불쾌한 영화' 혹은 '혐오 영화'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거기 안 걸리는 영화가 몇 개 없다."-185p


"영화 유튜버가 되고 싶거나, 혹은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가끔 남기는 댓글에 내가 항상 대답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대답은 이거다.


질문한 시간에 영화를 졸라 봐라."-335p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먼저 덕후가 돼라. 그냥 덕후 말고, 어지간한 사람은 혀를 내두르면서 기겁을 할 레알 찐덕후가."-336p


 책에는 영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그가 재밌게 본 영화를 설명하고 해석한 내용도 있다. 해당 내용에서 저자가 줄거리 소개뿐만 아니라 해당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소품 등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석하는 데 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데도 능숙하다고 느꼈다. 이는 영화에 대한 그의 전문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이 같은 전문성에는 영화에 대한 거의없다만의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0-09-08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유튜브 영상 많이 봤습니다. 제가 본 재미없는 영화들이 왜 재미없었나 분석할 수 있어서 재밌더라고요ㅎ 꼭 보고 싶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kpio99 2020-09-08 10:05   좋아요 1 | URL
저도 봤는데 망한 영화를 찰지게 까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NamGiKim 2020-09-08 10:06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유용한 채널이죠.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튜버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0-09-24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이 책을 kpio99님 덕에 알게 됐군요!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kpio99 2020-09-24 15: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서로 좋은 책 발견해 나가길 바라요^^
 
2020 미디어 트렌드
이창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트렌드 변화에 관심을 가진다. 트렌드가 사람들의 삶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우리가 항상 소비하면서도 잘 느끼지 못하는 '미디어'에서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2020년, 지금의 미디어는 어떤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을까? 4년 전 2020년의 미디어 트렌드를 예측한 <<2020 미디어 트렌드>>를 통해 알아보자.

 미디어와 관련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ICT'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은 하나의 '모바일 미디어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기사와 동영상을 보고 듣는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다. 테크 시장을 평정한 기술 기업이 알고 보니 미디어 기업이기도 한 것이다. 시대 변화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주체는 여전히 '매스미디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사와 동영상의 대부분은 매스미디어가 만든 콘텐츠다.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방송인'은 '1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ICT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셜 미디어'다. 한국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SNS'라고 부르는데, 이는 '서비스'를 강조해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축소한다. 소셜 미디어가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는 '메르스'를 들 수 있다. 2015년 5~6월 대한민국을 집어 삼킨 메르스에 관한 정보가 주로 유통된 경로는 소셜 미디어였다. 또 잘못된 정보와 지나친 공포를 퍼뜨린 것 역시 소셜 미디어였다. 당시 소셜 미디어는 매스미디어가 취재하지 못한 사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확산(보도)함으로써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보의 양에서는 매스미디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토리닷'에 따르면, 2015년 5월 27일~6월 3일 오후 4시 30분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메르스'라는 단어를 포함한 웹 문서의 양은 78만 7,340건이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뉴스 미디어들은 PC에서든, 모바일에서든 자사의 기사를 소셜 공유가 가능하게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소셜 공유에 사활을 거는 주체는 뉴스 미디어뿐만이 아니다. 방송 미디어, 기업들도 SNS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확산하려 애쓰고 있다.

 이처럼 소셜 공유에 올인하는 전략을 '소셜 퍼스트'라고 한다.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가 강력한 트리거였는데, NYT 내부 보고용 문건이었던 이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된 시점은 2014년 3월이었다. 그리고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디지털 퍼스트'였다. 2014년 11월에는 슈미트 회장이 '모바일 온리'를 주장했다. NYT는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뒤 모바일 온리로의 변모를 꾀했다. 이러한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바일 온리의 핵심 유입 경로가 소셜 미디어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바일 온리의 핵심은 '소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바일(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 온리' 이후 와야 하는 흐름은 '소셜 퍼스트'가 돼야만 한다.

 데스크톱 PC보다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모바일 온리'라고 한다. 국내 미디어 이용률을 보면 모바일 온리의 시대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2012년 이전까지는 모바일이 PC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2011년과 2012년에 '갤럭시 S2'와 'S3'가 각각 출시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데스크톱 PC에 익숙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이러한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모바일이 대세이지만 국내 언론사들의 모바일 실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바일 투자 대비 수익도 저조하다. 언론사가 '모바일 세컨드, 모바일 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광고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즉 돈이 모바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언론사들이 모바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2015년 기준 국내 모바일 광고비 액수는 약 9,400억 원으로, 모바일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에 비해 약 1,800배나 늘었다. 디지털 광고 점유율에서는 PC가 81%를 차지했지만, 앞으로 PC와 모바일의 점유율 역시 뒤바뀔 것이다.

 2015년 5월 7일, NYT는 초특급 기획 기사를 터뜨리면서 기존 종이신문의 관행을 완전히 깨버렸다. 1부를 5월 8일 온라인판에, 2부를 5월 9일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종이신문에는 5월 10일에만 올렸다. NYT는 이 기사에 디지털 퍼스트뿐만 아니라 '소셜 퍼스트'와 '글로벌 퍼스트'까지 적용했다. 이에 반해 국내 매체들은 입으로는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페이퍼 퍼스트'(인쇄 매체 우선 전략)로 움직인다. 기성 언론이 디지털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디지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미디어 업계도 디지털 퍼스트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 2016년 1월 4일부터 지면 회의를 편집 회의로 바꿨다. 또 지면과 온라인의 비율을 8:2에서 5:5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널리즘 현장에서도 '가상현실'과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테크 저널리즘'이라고 칭한다. '로봇 저널리즘, 드론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 등은 현재 진행 중이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라이브 생중계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를 이용한 보도를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좀 더 정밀하게 정의하자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 기사화하는 것을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결국,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저널리즘은 '탐사보도 저널리즘'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심층 보도를 하려면 데이터를 찾고, 발굴하고,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탐사보도의 예로는 2016년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트렌드는 어찌 보면 미디어 형식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형식은 시대에 따라 항상 바뀐다. 이 같은 현상 속에서도 미디어의 '본질', 심오하게 표현하면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한결같이 유지돼야 한다. 아무리 형식이 화려해도 미디어의 존재 이유 자체를 변질시키거나 망각한 채 생산한 콘텐츠는 한낱 '눈요기'나 '소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국가별 언론 신뢰도'에서 2017년부터 4년째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언론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톱데일리, '언론 신뢰도 4년째 꼴찌... 제도 개선은 '글쎄'', 2020. 6.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