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 - 개정판
전광용 지음 / 을유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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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이자 종합병원 원장인 이인국은 경성제국대학(지금의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수재다. 이 박사는 진료 시에 환자의 경제적 능력을 먼저 본다.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받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은 환자는 어떻게든 돌려보낸다. 그래서 그의 병원이 받는 치료비는 타 병원보다 비싸다. 이렇다 보니 그의 병원에는 주로 권력자들과 재벌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인국은 미국에서 공부 중인 딸 나미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것이었다. 인국은 딸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생각을 뒤로 한 채 미국 대사관의 브라운 씨를 만나기 위해 출발한다. 이때 인국은 그가 지나온 시절을 떠올린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 박사는 유창한 일본어를 앞세워 주로 일본인들을 치료했다. 그 시기 그는 잘나갔다. 하지만, 해방이 찾아오면서 그의 삶에 어둠이 드리워진다. 북쪽에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친일 행위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인국 역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의 죄목은 '친일파, 민족 반역자, 반일 투사 치료 거부, 일제의 간첩 행위' 등이었다. 감옥에 갇힌 인국은 생존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러시아어 회화 책 한 권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그는 그 책으로 러시아어 공부를 시작한다. 생존에 대한 그의 열망이 하늘에 닿은 걸까? 이 박사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감옥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감옥의 책임자인 스텐코프 소좌는 이인국에게 재소자를 치료하라는 임무를 준다.

 한창 전염병에 걸린 죄수들을 치료하던 인국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굴러 들어온다. 스텐코프가 순시를 돌고 있을 때, 인국은 그의 얼굴에 붙어 있는 혹을 발견하고는 수술을 제안한다. 스텐코프는 이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수술이 시작됐다. 인국은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 수술을 무사히 마친다. 수술을 받고 퇴원하던 날, 스텐코프는 인국을 가리켜 "꺼삐딴 리"라고 칭한다. '꺼삐딴'은 영어 단어 'Captain'의 러시아 발음으로, '최고·우두머리' 등을 뜻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인국에게 '엄지 척'을 한 것이다. 이렇게 맺은 스텐코프와의 인연을 통해 인국은 아들 원식을 소련으로 유학 보낸다.

 인국은 특유의 생존력으로 위기를 돌파해냈다. 이제 그의 앞에는 비단길만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전쟁이 터졌고, 인국은 1·4 후퇴 시에 청진기가 든 가방 하나만 들고 월남한다. 남으로 내려온 인국은 병원을 차리고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다.

 브라운을 만난 인국은 그에게서 미국에 갈 때 소개장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브라운의 집에서 나온 인국은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라는 독백을 하면서 반도호텔로 향한다.

 '꺼삐딴 리' 이인국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로 묘사된다. 일제 치하에서는 일본에 붙고, 소련군 주둔 시에는 소련에 붙어 연명하고, 미군정기에는 미국을 택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민족'과 '정의',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큰 관점에서 보면 인국은 처벌과 지탄의 대상이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자연인 '이인국'에 주목했다. 내가 본 자연인 이인국은 자신이 속한 시대 속에서 생존하고자 발버둥친 한 인간이었다. 현대인에게도 생존이 중요하듯,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전쟁을 거쳐온 인국에게도 생존은 절대적인 과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일본과 소련, 미국 주위를 기웃거리며 살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해 온 이인국을 '기회주의자'라고 쉽게 손가락질할 수 없었다.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여기저기 배회한 그의 삶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공적 개념 하에서는 이인국에게 '기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지만, 사적 존재로 바라본 이인국에게는 이 딱지를 쉽사리 붙일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기회'를 좇는 것과 '기회주의'의 차이가 과연 무엇일까에 관해 고민해 보았다. 사전에 의하면, 기회는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이며, 기회주의는 "한결같은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경향"이라고 나와 있다. 사전의 뜻으로 보면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둘을 명확히 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기회 추구'와 '기회주의'라는 기준으로 내가 여태껏 해 온 행위와 앞으로 할 행위를 명확히 나눌 수 있을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고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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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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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인생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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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각자의 가치와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상상을 하며 생활한다. 이 같은 상상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희망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상상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면 ~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작가 김동식은 필부필부들이 즐겨하는 이런 생각을 한 편의 단편소설로 신박하게 그려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마치 주인공인 김남우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재수생인 김남우는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러 새벽에 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신세를 한탄하던 김남우는 위령탑을 걷어 찬다. 그때 그의 앞에 귀신이 나타난다. 귀신은 김남우에게 제안을 한다.


 "만약 내가 수능 만점을 받아준다면, 네 일주일 중 하루를 내게 줘."


 김남우는 귀신의 말에 당황했지만 이내 이를 받아들인다. 결국 김남우는 불수능에서 만점을 기록해 명문대에 입학하는 동시에 일주일 중 월요일을 귀신에게 주고 만다. 대학에 들어간 김남우는 여태까지 본인 스스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학점 관리에서 애를 먹는다. 이때 그의 앞에 귀신이 찾아온다. 이번에도 귀신은 김남우에게 제안을 한다. 그것도 새로운 귀신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김남우와 처음 만난 귀신은 5급 공무원 시험에 붙게 해주겠다며 이런 딜을 제시한다.


 "무조건 합격시켜주마. 그 대신! 나도 일주일 중 하루를 주거라."


 고민하던 김남우는 귀신의 안을 수용한다. 김남우는 이번에도 일을 저질렀다. 수능 만점과 명문대 입학에 이어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이제 그는 세속의 성공은 거의 이뤘다.

 김남우는 인기 아이돌 홍혜화에게 빠진다. 그가 홍혜화의 팬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귀신이 또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새로운 귀신을 데리고 왔다. 김남우를 본 새로운 귀신은 그에게 홍혜화와 결혼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한다.


 "나도 조건은 같네. 일주일 중 하루를 내게 줘."


 홍혜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김남우는 이 제안에도 응한다. 이제 일주일 중 김남우가 본인으로 살아가는 날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4일뿐이다. 그래도 김남우는 홍혜화와 결혼할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불과 결혼 1년 만에 둘은 이혼을 하고 만다.

 이혼 후 평범하게 지내던 김남우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장진주의 팬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남우의 앞에 귀신이 등장한다. 귀신은 늘 그랬듯 새로운 귀신을 데리고 왔다. 그 귀신도 앞의 귀신들처럼 김남우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미끼를 던진다. 장진주와의 결혼을 도와줄 테니 자신에게도 일주일 중 하루를 달라는 것이었다. 몇 차례 있었던 귀신과의 거래로 협상의 달인이 된 김남우는 역으로 제안을 한다.


 "거래를 할 수는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연애 기간을 2년으로 잡고, 결혼 후 1년 안에 이혼하게 되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귀신을 이를 허락했다. 약속대로 김남우는 장진주와 2년간 연애를 하고 1년 넘게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이 결과로 김남우의 일주일 중 나흘이 귀신들의 것이 됐다. 남들이 동경하는 직업과 인기 스타인 아내를 얻은 후 김남우는 자기 관리를 게을리해 비만, 탈모 등을 갖게 된다. 귀신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또 다시 김남우를 유혹했다. 이번에는 자기 관리를 도와줄 귀신을 소개해줬는데, 김남우는 이전처럼 귀신의 제안을 수락한다. 이제 김남우는 토요일과 일요일, 단 이틀만 자기 자신으로 살게 됐다. 하지만 그는 행복했다. 일하기 싫은 주중에는 귀신들이 자기 삶을 살아주기 때문이다. 김남우는 귀신과의 거래로 자신이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며 자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있던 김남우는 아내와 자신의 어머니가 나누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김남우가 주말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말에 마치 김남우에게 귀신이 씌인 것 같다고 맞장구친다.

 김동식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에 기초해 이 글을 썼다. 그래서 그럴까? 이 글은 쉽고 재밌다. 그런데 이 글은 단순히 재밌게 읽고 덮을 수 있는 내용만으로 이뤄진 것 같지 않다. 

 글의 주인공인 김남우는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인생, 이른바 성공한 인생을 이뤘다. 작가는 성공한 김남우의 삶, 더 자세히 말하면 그가 귀신과의 거래로 성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현실 문제를 끄집어낸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귀신에게 내주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입시 문제를 지적하고, 5급 공무원 합격을 위해 하루를 떼어주는 장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우리의 현실을 그려냈다. 또 이런 김남우의 모습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귀신에게 자신의 하루를 넘겨주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갑자기 자기계발서에 있을 법한 내용을 언급해 나 역시도 당황스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끝으로 작가의 핵심 의도에 관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일주일 중 단 이틀만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김남우의 모습을 통해 '과연 내가 없는 삶이 성공한 인생일까'와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작가가 재밌고 가볍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로 나에게 물어왔으니, 나도 이에 응답할 수 있도록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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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문장들 - 퇴짜 맞은 문서를 쌈박하게 살리는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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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양한 글을 쓰며 살아간다. 여기에는 사적인 글과 공적인 글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 문제는 공적인 글인데, 대표적으로 기획서·보고서·제안서 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회사 등에서 써야 하는 기획서나 보고서 같은 공적인 글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고뇌의 나날을 보내곤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공적인 글을 보다 더 잘 쓸 수 있을까? 답은 글쓰기의 원리와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백우진의 <<퇴짜 맞은 문서를 쌈박하게 살리는 일하는 문장들>>은 이를 위한 책이다.

 책이 제시한 첫째 원리는 두괄식이다. 두괄식으로 글을 쓰면 읽는이가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는 보고서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원리는 첫 문단에서 글의 핵심 내용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즉, 글의 첫 부분에서 독자에게 글의 방향을 알려주는 친절한 글을 쓰라는 얘기다. 셋째는 제목과 관련된 내용이다. 저자는 좋은 제목을 짓는 데 필요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이것은 '논문형 제목인가 아니면 상업용 책의 제목과 같은가, 설명형인가 아니면 비유와 은유를 섞은 제목인가, 포괄적인 제목인가 아니면 구체적인 제목인가, 재미있는가 아니면 무미건조한가'이다. 또 적절한 제목을 짓는 능력을 갖추려면 활자매체가 뽑는 제목을 비교 분석하라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주어와 술어 간의 거리에 유의하고, 각 문단에 역할을 부여하되 한 가지만 맡기라고 권한다. 양괄식을 활용하라고도 권고하는데, 양괄식이란 첫 문단에서 핵심 내용을 요약한 후 마지막 문단에서 이를 강조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문장 구성 방식이다.

 기술과 관련해서는 '까닭'과 '때문'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이를 적절히 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 '부터'의 용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것이다'라고 하면서, 여기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의지·예정·가능·추측'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는 '~ㄹ 것이다'이고, '설명'의 용도로 쓰는 '것이다'는 '~ㄴ 것이다'이다. 시제를 나타내는 표현 중 '~이었다'와 '~했었다'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이 밖에도 복수형을 여러 번 써야 할 때 한 군데에만 쓰는 우리말 어법에 대한 설명과 영어의 Be 동사에 해당하는 표현인 '~이다'와 '있다'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 외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맞춤법과 띄어쓰기, 각종 약물의 활용 방법, 적절한 괄호 사용법, 볼드 처리법 등이 등장한다. 이 역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글쓰기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그러나 나 역시도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기에, 이 일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도망갈 수가 없다. 개인적인 글쓰기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괴롭더라도 내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적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이전보다 더 즐기면서 잘할 수 있을까? 결국 글쓰기의 기본 원리를 공부하고, 보다 나은 기술을 터득해 내 것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루할 수도 있는 이 과정을 거치며 글을 쓰고 다듬는 능력을 향상시킨 후, 여기에 나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더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과정을 거쳐야만 이전보다 더 나은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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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자본주의공화국 - 맥주 덕후 기자와 북한 전문 특파원,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 / 비아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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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있었던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무드를 조성했다. 이 두 이벤트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놀라움과 감격을 안겨줬다.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면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북한을 주제로 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책을 발견했는데, 이 중 유독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책의 제목은 <<조선자본주의공화국>>으로, 외국인 기자 두 명의 저서였다. 제목에 매력을 느껴 알아보니, 주요 내용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본주의적 현상이었다.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를 가장 경멸한다고 알려진 나라에 자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현재 북한에서는 자본주의를 향한 이중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중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이중 시장 중 하나는 '공식 경제'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곳에서 일하면서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다른 하나는 '회색시장경제'다. 합법적이진 않지만 북한 전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마당'으로, 불법이지만 용인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장마당에서 사유 재산을 거래한다. 하층민을 넘어 당과 군의 엘리트들도 이에 동참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양상이 북한에서 전개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적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대기근을 겪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고난의 행군'이다.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 당국은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됐다. 배급 체제가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섰다. 이 몸부림이 위에서 언급한 자본주의적 현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고난의 행군이 북한 정권과 주민 간의 유대감을 약화시켜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한 셈이다.

 고난의 행군은 공무원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 파탄으로 국가에서 주는 녹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 공무원들은 유사 민영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사 민영 사업이 이뤄지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영 기업이 사업을 시작하면 개인 사업자가 여기에 합류한다. 사업을 운영하며 생기는 수익 중 60~70%는 경영자의 몫이다. 나머지는 당의 부서와 상급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들어간다. 이렇게 개인 사업자는 자기 수익을 올리고, 당은 예산을 확보한다. 개인 사업자는 장부도 조작한다. 생산품의 양을 허위로 기재한 후, 남는 상품을 장마당에 팔아 이윤을 남긴다.

 한편, 북한의 군인들은 훈련에 쓸 에너지를 건설 현장에서 쓴다. 현재 북한에서는 군이 참여하는 민관 건설 산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평양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 경제에서 볼 수 있는 변화상을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북한 주민의 삶에 보다 밀접한 옷, 패션, 유행과 관련된 변화를 설명하겠다.

 북한 주민들이 해외 매체를 보다 많이 접하고 자본주의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갖게 되면서, 사회주의 스타일로 본인을 꾸미려는 시도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옷차림, 머리, 화장, 미의 기준, 성형 수술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북한에는 일정한 의복 규정이 있다. 평상시에는 검정색과 푸른색 옷을 주로 입고, 여성들은 섹시함을 어필하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청년동맹이라는 단체는 주민들의 규정 준수 여부를 단속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규범을 깨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단속에 걸려도 뇌물을 주고 빠져 나간다. 결국 청년동맹도 뇌물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새로운 유행은 북한 내부의 변화와 외부 자극의 만남으로 탄생했다. DVD와 USB를 통해 들어온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 패션이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함경북도 청진시는 평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거리가 멀다보니 평양에 가해지는 이념적 통제가 그곳까지 미치지 못한다. 청진은 북한의 패션 도시로 부상했다. 청진은 기본적으로 산업 도시인데, 자본주의적 전환이 일어나면서 교역의 허브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이렇다보니 해외 패션이 북한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청진에 상륙한다. 하지만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청진의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단속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에 책의 저자들은 청진 출신의 한 여성 탈북자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 여성 탈북자가 청진에 있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스키니진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스키니진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을 주로 이념적 프레임으로 봐 왔다. 분단과 전쟁, 이념 대립을 거쳐온 나라에서 이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북한도 자의 반 타의 반 변화해 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았던 북한이 조금이나마 달라진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더 이상 이념의 잣대로만 북한을 바라보고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북한을 봐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시각으로 현재의 북한을 바라보면서 미래의 북한을 예측해야 한다. 이는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에도 중요하다. 북한이 겪는 변화와 앞으로 북한이 나아갈 길이 남북 간의 협상과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끝으로 책의 주요 내용과 동떨어져 있지만, 지난해에는 한반도에서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져 우리를 기쁘고 설레게 했다. 작년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은 올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간 온탕과 냉탕을 오간 남북과 오랜 적대 관계에 있던 북미가 항상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한 이상, 전략과 인내로 어려움을 뚫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적대와 대립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부디 올 한 해 동안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져, 남북과 북미가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함께 걸어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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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를 만든 참모들 - 개정판
이철희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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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을 뚫고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에게는 찬사가 쏟아진다. 아마 그 단계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영광을 오직 리더 혼자서 이룬 것일까? 분명 아닐 것이다. 리더에 오른 이도 결국 사람이다. 그들도 때로는 실수하고 오판하고 외로움과 괴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들이 최종 목표를 이룰 때까지 옆에서 위로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쓴소리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참모'라고 부른다. 이들이 없다면 그 누구도 리더라는 영광스럽고 무거운 자리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 또한 리더 못지않게 박수갈채를 받아야 한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은 자신의 주군을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한 동서고금의 특급 참모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들이 1인자를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 설명한다. 책에 나오는 참모는 총 9명이다. 조선 왕조의 설계자인 삼봉 정도전, 한낱 건달에 불과했던 유방을 황제로 만든 장량,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도와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루이 하우, 빌 클린턴의 전략가 딕 모리스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장량에 관해 살펴 보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 고조 유방은 건달이었다. 그것도 날건달이었다. 하지만 그의 참모 장량은 유방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했다. 자신이 그보다 더 낫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았다. 만약 장량이 이런 마음을 먹었다면, 아마 유방은 한 왕조를 세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장량은 사무사의 마음가짐을 가졌던 인물인 것 같다. 유방을 왕에 앉힌 후 권력의 중심에서 떠나버린 그의 태도 또한 이를 증명한다.

 사무사의 자세 외에도 장량은 몇 가지 강점을 더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극기였다. 그는 유방에게 감정에 의한 잘못된 조언을 하지 않기 위해 항상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불편함을 견뎠다. 한 겨울에 부는 찬바람 같은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게다가 그 당시는 항우와 유방이 패권을 다투던 난세였다. 난세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때 미숙한 참모는 그 변수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파악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장량은 달랐다. 그는 예상치 못했던 작은 변수를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제대로 컨트롤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장량이 항우와의 전쟁에서 극소수의 전투만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장량은 어떻게 항우와의 싸움에서 그의 주군인 유방을 최후의 승자로 만들 수 있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장량이 하나하나의 전투가 아닌 전쟁 전체를 바라보면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우는 하나하나의 전투에 집착했다. 그러나 장량은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체 전쟁의 그림을 그리면서 민심을 얻고자 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면서 전쟁을 이끈 장량은 결국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유방은 한낱 한량에서 한 왕조의 초대 황제로 인생역전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장량의 이야기에서 크게 세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첫째, 지피지기가 승리의 기본이라는 점이다. 지피지기 시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감해서 보되, 상대의 전력은 더해서 보라는 것이다. 둘째, 순간의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전쟁 전체를 보라는 것이다. 셋째, 다른 참모들과의 경쟁과 공존을 인정하라. 그리고 오직 리더에게 바치는 조언과 참모로서 맡은 일에서 승부를 보라는 것이다.

 한 리더의 성공은 오로지 그의 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리더의 옆 혹은 뒤에서 묵묵히 보좌해 온 참모의 몫도 성공에 녹아 있다. 그래서 참모가 중요하다. 어떤 참모를 두느냐에 따라 목표를 이루어 비상할지 아니면 패배자로 전락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참모가 좋은 참모일까? 개인적으로 장량의 예를 보면서 좋은 참모란 사무사의 마음가짐과 핵심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집중력, 무수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직장에서 누군가를 보좌하기도 하지만 참모들의 조언을 듣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또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만의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한다. 이어서 전략을 실행에 옮긴다. 그래서 우리는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도 참모이자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이제 2018년 한 해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때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더 멋지게 살기 위해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고민한다. 만약 여기에 참모 마인드를 적용한다면 어떨까? 자기 인생의 참모가 되어 자신을 냉정하게 성찰하고 자신의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한 해 동안 이뤄야 할 핵심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구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에게 좋은 참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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