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 글쓰기 특강
주성철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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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이 개최되었다. OTT 플랫폼 작품인 '코다'의 작품상 수상(OTT 플랫폼 작품의 첫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윌 스미스의 남우주연상 수상과 해프닝, 올해 시상식에서도 대두한 '다양성', '듄'의 6관왕 등극 등이 이번 시상식의 주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요 일간지와 온라인 매체의 연예·문화부 기자들에 의해 기사화되고, 대중은 이를 소비한다.

그런데 이 같은 영화 관련 소식에 관해 연예·문화부 기자보다 더 깊은 내용을 전달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영화 전문 매체의 '영화 기자'다. 일간지와 온라인 매체의 기자들도 큰 책임감을 가지고 영화에 관한 기사를 쓴다. 하지만 영화 기자는 이들보다 더 크 책임감과 전문성으로 영화 기사를 작성한다. 이와 관련해 책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은 영화 기자의 책임을 말한다.


"내가 쓴 글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사람, 내가 쓴 글의 평가에 따라 관람을 결정하겠다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글을 쓰기 위해 '나는 무엇에 대해 중점적으로 쓰겠다'는 정확한 초점과 '이 영화는 좋다(혹은 나쁘다)'라는 명쾌한 주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32p


"직업적 글쓰기를 하게 되면 '당신은 왜 이 영화에 대해 쓰는가'라는 질문에 '청탁을 받아서, 아니면 편집장이 시켜서 쓰게 되는' 순간이 분명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들켜서는 안 된다. 어떤 순간에도, '지금 나는 이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중략) 이 영화를 통해, 이 주인공을 통해 결국 나를 들여다봐야 하고, 그리하여 다른 사람도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글을 통해 영화와 관객 사이의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 - 34~35p


"영화기자는 매주 일정 분량의 원고를 써내야 한다. 괜찮은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주를 거를 수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라도 재차 관람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살펴야 하고, 프로듀서를 비롯한 스태프를 만나서 요인도 분석해야 한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연기를 한 배우라도 연말에 연기상을 휩쓸었다면 직접 만나서 소회를 들어야 한다." - 72p


"한 영화에 대해 잘 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작품을 만든 감독의 이전 작품을 보는 것이다. 만약 감독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는 방법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해당 작품과 유사한 내용과 스타일의 영화인 이른바 '한 핏줄 영화'를 찾아본다." - 244p


지금까지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에서 강조한 영화 기자의 책임을 소개했다. 어찌 보면 영화 기자의 일상, 저자의 글쓰기 노하우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더 나은 영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자의 목적 의식, 마음가짐, 성실함 등이 담겨 있기에 영화 기자의 '책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책은 영화 기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직업적 책임 의식은 영화 기자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이에 꼭 영화 관련 일을 하지 않더라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을 상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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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이어 원 디럭스 에디션 시공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지음,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임태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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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탄생기. 최근에 개봉한 ‘더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2005)와 연결되는 작품. 1985년, 프랭크 밀러와 데이비드 마주켈리, 리치몬드 루리스가 창조한 작품. 고담시 특유의 어두움과 배트맨의 어두운 내면, 경찰 중 홀로 정의를 추구하지만 그 나름의 이중성을 지닌 고든 반장, 등장할 때마다 강한 인상을 주는 셀리나 카일(캣우먼)의 매력이 어우러진 그래픽 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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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기술 (리커버) -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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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의 첫 달도 절반 가까이 지났다. 1월의 절반까지 오는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년 '계획'과 '목표'를 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계획을 실천하고, 목표를 이루며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았을 테다.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에 나쁘지는 않지만, 이보다 앞서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혹시 새해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실천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뜨끔하다. 만약 그렇다면 개리 비숍의 책 '시작의 기술'로 자신의 뼈를 때려 보자.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책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자기 확언을 제시하는데, 이를 익히기 전에 알아야 할 게 있다.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말, 즉 '자기 대화'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강력하고 단언적인 언어가 삶의 영구적 변화를 이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대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혹시 새해 계획이 '~할 거야.', '~될 거야.'로 끝나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한다.', '~이다.'로 바꿔라. 이 같은 변화는 생리학적·심리학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준다.

 한편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바람대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자신의 '의지'를 돌아보라. 주요 요인이 의지의 부재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각자의 의지 부재, 이로 인한 결과를 인정하게 된다. 이후 자신에게 "나는 의지가 있어."라고 단언하라.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의지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라.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집중하려면 한 가지 의식을 통과해야 한다. 자신에게 '나는 의지가 있는가?'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한두 번으로는 되지 않는다. '나는 의지가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는 "나를 말해주는 건 지금 나의 행동이지."라는 대사를 접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명대사가 아니다. 삶의 진리를 말해준다. 나의 생각과 말이 아닌, 행동이 나를 보여준다는 진리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과 말보다 행동을 중시해야 한다. 물론 행동하기 싫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동 없이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게다가 행동은 생각까지 바꾼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우리를 막아 세우는 생각인 '두려움'과 '나태함'을 잠재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괴롭다면 자신에게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나를 규정해."라고 말하라.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실행하라. 이렇게 하면 다음 번에는 생각에 상관없이 행동하는 게 더 수월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책 '시작의 기술' 속 7가지 확언 중 두 가지를 살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골랐는데, 읽고 고르는 동안 뼈를 심하게 맞았다. 뭐든지 직설적으로 말하는 저자의 글 때문이었다. 직설적인 글에 뼈를 맞으며 괴로웠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해 뭐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신년 뽕'에 취할 수 있는 만큼, 다정한 글보다 죽비 같은 글이 더 필요했다. 이에 계속 읽어 나갔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줄을 쳐 놓았고,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보고 있다. 볼 때마다 정신이 드는데, 만약 새해 계획을 세워 놓고도 미루고 있다면 '시작의 기술' 속 7가지 확언과 저자의 직설 화법을 추천드린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갈 의지와 추진력을 되살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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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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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문장과 시대상을 꿰뚫는 날카로운 문장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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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10월 20일에 개봉한 작품. 영화 '에이리언'(1987), '블레이드 러너'(1993), '델마와 루이스'(1993), '글래디에이터'(2000), '블랙 호크 다운'(2002), '킹덤 오브 헤븐'(2005), '마션'(2015)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명감독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다. 에릭 재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션'에서 호흡을 맞췄던 맷 데이먼, 감독의 차기작 '하우스 오브 구찌'에도 출연할 아담 드라이버, 벤 애플렉과 조디 코머가 주연을 맡았다. 각본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니콜 홀로프세너가 썼다. 1998년에 개봉(국내)한 명작 '굿 윌 헌팅'에서 맷과 벤은 공동 각본·출연에 나섰는데,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두 사람의 공동 각본·출연이 이뤄졌다. 감독과 함께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을 함께 연출했던 제작진이 이번 작품에 합류하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은 14세기 프랑스다.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장 드 카루주'(맷 데이먼)가 집을 비운 사이, 한때 그의 친구였지만 원수가 되어 버린 '자크 르 그리'(아담 드라이버)가 장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를 겁탈한다. 마르그리트는 이를 장에게 말하고, 장은 자크의 죄를 알린다. 하지만 자크는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두 사람은 국왕 앞에서 '결투 재판'을 벌이기로 한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결투 재판에서 이기는 사람은 진실이고, 지는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에 거짓이 된다. 과연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의 특이점은 세 사람, 즉 장과 자크·마르그리트의 시점을 오간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큼, 같은 장면이 다른 맥락에서 펼쳐진다. 시점에 따라 장은 자크의 죄를 밝혀서 아내의 치욕을 씻어주려는 정의의 사도이고, 자크는 마르그리트와 별 문제 없이 성관계를 맺었으며, 마르그리트는 성폭행의 피해자다. 이 방식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 '라쇼몽'(1917),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1950)와 같다. 하나의 사건을 주제로 각자의 입장에서 진술을 하는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객은 혼란을 겪게 된다. 마르그리트의 시선에 이르면서 진실이 드러나지만, 한편으로는 그 역시 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기에 의심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었다.

'에이리언'과 '델마와 루이스', '지. 아이. 제인'(1997) 등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서사를 그렸다.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서사가 등장한다. 사람들의 모욕적인 언사, 침묵을 강요받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르그리트는 사건의 진실을 말한다. 이 부분에서 오늘날의 '미투'가 떠올랐다. 마르그리트를 통해 감독은 주변의 시선과 강요로 침묵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결투장에서 싸움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있을까? 사건의 진실은 안중에 없고, 승패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닐까? 물론 당시에는 결투에서 이기는 자가 진실인 만큼, 승패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투장을 찾은 사람 중 그 누구도, 결투의 결과 이전에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한 사건의 진실보다 이를 두고 벌어지는 언쟁, 가십거리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언론 행태와 일부 대중을 보는 듯했다. 물론 나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결투 장면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던, '라쇼몽'을 계승한 연출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를 통해 하나의 진실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인간의 특성을 잘 표현했다. 또 실제 중세 시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고증도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마지막 결투신은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연출과 연기 모두 극찬을 받아 마땅하다. 왜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이 할리우드 명감독이자 배우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평점-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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