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2disc)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해 오랜 시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다. 진범이 드러나면서,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2003년 4월 25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 와요'(1996년)를 각색한 작품으로, 개봉 당시 52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영화를 제작한 봉준호 감독은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맛본 실패를 만회한 것을 넘어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라서는 초석을 다졌다. 개봉 후 제작진, 감독, 관객, 평단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은 영화는 국내 주요 영화제들에서 큰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2015년에는 미국 영화 매체인 '시네마스코프'가 살인의 추억을 2000년대 최고의 영화 9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에서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물이다. 영화는 장르 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을 통해 80년대를 저격한다. 계속해서 범인을 잡지 못하는 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조용구(김뢰하)는 아무런 근거 없이 지적장애인인 백강호(박노식)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취조를 하는 동안 고문과 폭행, 증거 조작을 일삼는다. 서울에서 내려와 합리적인 수사를 하고자 하는 서태윤(김상경)의 논리적인 설명은 그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두만과 용구가 취조 과정에서 행사한 폭력은 당시 실제로 이뤄진 행위였는데, 이는 80년대를 휘감았던, 군사 정권의 산물인 폭압적 분위기를 상징한다. 또 영화는 수사에 매진해야 할 경찰 인력을 시위 진압에 투입하는 장면을 통해, 당시의 군사 정권이 국민의 안전보다는 정권 안정에 더 매진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영화는 사건을 수사하는 두만과 용구의 폭력과 함께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는 데에만 혈안이 된 정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80년대를 관통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고발한다. 정리하자면 봉준호 감독은 80년대의 폭압적인 시대상에 기초해 수사와 취조를 진행하는 형사들의 모습과 국민 안전을 등한시하며 오직 권력 유지에만 매달린 정권의 태도를 조명하면서,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사건이 오랫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영화는 80년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농촌의 풍경과 시위 장면, 시위를 진압하는 전경, 등화관제 등을 통해 과거를 충실히 재현했다. 그리고 첫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과 현장을 통제하는 형사의 모습을 '롱 테이크'와 '딥 포커스 쇼트'를 결합해 표현하면서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였다. 산에서 강호의 진술을 강요하는 장면에서는 두만과 용구, 이 두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태윤에게 각각 다른 딥 포커스를 적용해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을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 같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작년에 범인이 잡히면서 오랜 시간 동안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로써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채 끝났던 살인의 추억의 엔딩도 그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시 사건과,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생긴 피해와 아픔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는 그 피해와 아픔을 치유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래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은 왜 해당 사건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했을까? 영화가 개봉한 건 2003년이다. 사건의 주 배경이었던 80년대를 지난 지 20년 가까이 돼 가는 시점이었다. 이에 봉 감독은 80년대보다 여러 면에서 진보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던 우리가, 그 당시의 시대상이 만들어낸 미제 사건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 사건이 하나의 추억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묻고자 한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0-09-08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진호님 글이 전문가처럼 느껴집니다ㅎ 전문가가 아니신지 의심스럽습니다ㅎ 마지막 문단 좋은 글 감사합니다.

kpio99 2020-09-08 10:15   좋아요 1 | URL
많이 부족한 글에 과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 영화를, 고상함 따위 1도 없이 세상을, 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의없다(백재욱)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주 일요일 아침 10시 40분, JTBC에서는 영화 전문 프로그램인 '방구석1열'이 방영된다.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특정 영화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인데, 본격적인 설명과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이들이 시청한 영화의 요약본이 나온다. 영화 전문 유튜버들이 보내온 영상이다.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들 중에는 '거의없다'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가 책을 냈다. 거의없다가 영화 유튜버이자 영화를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내가 유튜브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널인 <영화걸작선>은 주로 망한 영화를 다루는 콘텐츠다. 내 기준에서 망한 영화만을 다룬다. 좋은 영화도 많은데 왜 망한 영화를 다루는 건가? 내가 망한 영화만 다루는 이유는 첫 번째 잘 만들고 잘 된 영화를 소개하는 작업은 이미 수많은 유튜버들이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다. 두 번째 나는 원래 남들이 잘 되는 것보다 망하는 걸 좋아한다. 세 번째 나는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21p


"영화를 어떤 목적으로 봐야 한다, 이 영화는 이렇게 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그런 게 어디 있나. 영화는 자기 꼴리는 대로 보는 거다. 보고 싶은 것만 봐도 되고, 한 장르만 죽어라 파도 되고, 배우 얼굴만 구경해도 된다." -52p


"영화는 절대 '그냥 영화'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대중이 즐기는 대중예술이고, 당연히 대중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시대를 반영하면서 변화한다. 모든 영화는, 시대와 담론을 담는다. 싫어도 담을 수밖에 없다." -106~107p


"영화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모습, 대중의 기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이다. 그리고 이런 것은 대부분 정치 행위의 결과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한 것이고, 그러므로 당연히 영화 이야기에 정치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시선의 접근이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것이다." -132~133p


"곁눈질로 구경해놓고 영화 봤다고 하지 마라. 그냥 줄거리만 이해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164p


"어떤 장르의 영화든 간에, 편견 없는 시선으로 보기 위해선 그 뿌리를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2007년에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나 <빅쇼트> 같은 영화를 본다면, 아마 역대급 어처구니를 상실하는 2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180p


"어떤 장르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몇 가지 조건을 나열하면서 '불쾌한 영화' 혹은 '혐오 영화'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거기 안 걸리는 영화가 몇 개 없다."-185p


"영화 유튜버가 되고 싶거나, 혹은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가끔 남기는 댓글에 내가 항상 대답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대답은 이거다.


질문한 시간에 영화를 졸라 봐라."-335p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먼저 덕후가 돼라. 그냥 덕후 말고, 어지간한 사람은 혀를 내두르면서 기겁을 할 레알 찐덕후가."-336p


 책에는 영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그가 재밌게 본 영화를 설명하고 해석한 내용도 있다. 해당 내용에서 저자가 줄거리 소개뿐만 아니라 해당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소품 등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석하는 데 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데도 능숙하다고 느꼈다. 이는 영화에 대한 그의 전문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이 같은 전문성에는 영화에 대한 거의없다만의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0-09-08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유튜브 영상 많이 봤습니다. 제가 본 재미없는 영화들이 왜 재미없었나 분석할 수 있어서 재밌더라고요ㅎ 꼭 보고 싶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kpio99 2020-09-08 10:05   좋아요 1 | URL
저도 봤는데 망한 영화를 찰지게 까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NamGiKim 2020-09-08 10:06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유용한 채널이죠.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튜버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0-09-24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이 책을 kpio99님 덕에 알게 됐군요!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kpio99 2020-09-24 15: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서로 좋은 책 발견해 나가길 바라요^^
 
2020 미디어 트렌드
이창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트렌드 변화에 관심을 가진다. 트렌드가 사람들의 삶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우리가 항상 소비하면서도 잘 느끼지 못하는 '미디어'에서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2020년, 지금의 미디어는 어떤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을까? 4년 전 2020년의 미디어 트렌드를 예측한 <<2020 미디어 트렌드>>를 통해 알아보자.

 미디어와 관련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ICT'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은 하나의 '모바일 미디어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기사와 동영상을 보고 듣는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다. 테크 시장을 평정한 기술 기업이 알고 보니 미디어 기업이기도 한 것이다. 시대 변화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주체는 여전히 '매스미디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사와 동영상의 대부분은 매스미디어가 만든 콘텐츠다.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방송인'은 '1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ICT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셜 미디어'다. 한국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SNS'라고 부르는데, 이는 '서비스'를 강조해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축소한다. 소셜 미디어가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는 '메르스'를 들 수 있다. 2015년 5~6월 대한민국을 집어 삼킨 메르스에 관한 정보가 주로 유통된 경로는 소셜 미디어였다. 또 잘못된 정보와 지나친 공포를 퍼뜨린 것 역시 소셜 미디어였다. 당시 소셜 미디어는 매스미디어가 취재하지 못한 사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확산(보도)함으로써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보의 양에서는 매스미디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토리닷'에 따르면, 2015년 5월 27일~6월 3일 오후 4시 30분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메르스'라는 단어를 포함한 웹 문서의 양은 78만 7,340건이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뉴스 미디어들은 PC에서든, 모바일에서든 자사의 기사를 소셜 공유가 가능하게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소셜 공유에 사활을 거는 주체는 뉴스 미디어뿐만이 아니다. 방송 미디어, 기업들도 SNS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확산하려 애쓰고 있다.

 이처럼 소셜 공유에 올인하는 전략을 '소셜 퍼스트'라고 한다.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가 강력한 트리거였는데, NYT 내부 보고용 문건이었던 이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된 시점은 2014년 3월이었다. 그리고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디지털 퍼스트'였다. 2014년 11월에는 슈미트 회장이 '모바일 온리'를 주장했다. NYT는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뒤 모바일 온리로의 변모를 꾀했다. 이러한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바일 온리의 핵심 유입 경로가 소셜 미디어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바일 온리의 핵심은 '소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바일(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 온리' 이후 와야 하는 흐름은 '소셜 퍼스트'가 돼야만 한다.

 데스크톱 PC보다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모바일 온리'라고 한다. 국내 미디어 이용률을 보면 모바일 온리의 시대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2012년 이전까지는 모바일이 PC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2011년과 2012년에 '갤럭시 S2'와 'S3'가 각각 출시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데스크톱 PC에 익숙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이러한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모바일이 대세이지만 국내 언론사들의 모바일 실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바일 투자 대비 수익도 저조하다. 언론사가 '모바일 세컨드, 모바일 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광고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즉 돈이 모바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언론사들이 모바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2015년 기준 국내 모바일 광고비 액수는 약 9,400억 원으로, 모바일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에 비해 약 1,800배나 늘었다. 디지털 광고 점유율에서는 PC가 81%를 차지했지만, 앞으로 PC와 모바일의 점유율 역시 뒤바뀔 것이다.

 2015년 5월 7일, NYT는 초특급 기획 기사를 터뜨리면서 기존 종이신문의 관행을 완전히 깨버렸다. 1부를 5월 8일 온라인판에, 2부를 5월 9일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종이신문에는 5월 10일에만 올렸다. NYT는 이 기사에 디지털 퍼스트뿐만 아니라 '소셜 퍼스트'와 '글로벌 퍼스트'까지 적용했다. 이에 반해 국내 매체들은 입으로는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페이퍼 퍼스트'(인쇄 매체 우선 전략)로 움직인다. 기성 언론이 디지털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디지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미디어 업계도 디지털 퍼스트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 2016년 1월 4일부터 지면 회의를 편집 회의로 바꿨다. 또 지면과 온라인의 비율을 8:2에서 5:5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널리즘 현장에서도 '가상현실'과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테크 저널리즘'이라고 칭한다. '로봇 저널리즘, 드론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 등은 현재 진행 중이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라이브 생중계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를 이용한 보도를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좀 더 정밀하게 정의하자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 기사화하는 것을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결국,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저널리즘은 '탐사보도 저널리즘'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심층 보도를 하려면 데이터를 찾고, 발굴하고,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탐사보도의 예로는 2016년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트렌드는 어찌 보면 미디어 형식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형식은 시대에 따라 항상 바뀐다. 이 같은 현상 속에서도 미디어의 '본질', 심오하게 표현하면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한결같이 유지돼야 한다. 아무리 형식이 화려해도 미디어의 존재 이유 자체를 변질시키거나 망각한 채 생산한 콘텐츠는 한낱 '눈요기'나 '소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국가별 언론 신뢰도'에서 2017년부터 4년째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언론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톱데일리, '언론 신뢰도 4년째 꼴찌... 제도 개선은 '글쎄'', 2020. 6.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Parasite (기생충) (2020 골든글로브 영화상 수상작)(봉준호 감독 작품)(지역코드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Universal Studios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월 9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5월 25일(현지 시간)에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기생충은 '제66회 시드니영화제 최고상·제38회 밴쿠버국제영화제 관객상(2019년)·제77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부문 앙상블상·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관객상·제72회 미국감독조합상 영화 부문 감독상·제73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외국어 영화상(2020년)' 등의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순위 25위(2020년 7월 18일 기준)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기생충은 국내외에서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는데, 앞으로 이런 국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성과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가족 전원이 부잣집에 취업하면서 생기는 일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 속 '상징'과 종반부의 '파국'이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영화를 보는 동안 깊은 여운과 인상을 남긴 상징과 파국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비'와 '냄새'가 있는데, 부유한 동익(이선균)의 부인 연교(조여정)에게 비는 미세먼지를 깨끗이 없애 파티를 열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반면 기택네 가족에게 비는 보금자리를 앗아간 잔인한 존재다. 냄새의 경우 기택의 몸에 밴 반지하 특유의 냄새를 가리키는데, 동익은 이를 기준으로 자신과 기택을 구분한다. 결국, 냄새는 부유한 동익과 가난한 기택을 가르는 하나의 구분 기준이다. 정리하자면 비와 냄새는 동익네 가족과 기택네 가족을 관통하는 빈부격차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동익의 집을 찾아갈 때 조망한, 높은 곳에 있는 부잣집들과 낮은 곳에 위치한 기택의 반지하는 수직 구조를 통해 기택과 동익, 더 나아가서는 한 사회 내에 있는 부자와 빈자의 처지를 나타낸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에서 대사를 통해 등장하는 '계획'은 신분 상승을 향한 기택네 가족의 열망 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기택네에게 계획은 그저 계획이자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이다.

 기우의 친구인 민혁(박서준)이 전해준 '산수경석'은 항상 기우를 따라다닌다. 실제로 기우는 '산수경석이 항상 자신을 따라온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걸 보면서 산수경석은 기택네 가족에게 늘 붙어 있는 가난이라는 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영화의 막바지 부분에서 기우는 이 산수경석에 맞게 되는데, 이 장면은 기택네 가족이 현재의 사회경제적 시스템 하에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이라는 짐을 벗어 던질 수 없음을 뜻하는 것 같다.

 동익네 집에 숨겨진 '지하'와 그곳에 사는 '존재'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 즉 현재의 자본주의 구조 하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최하층민을 가리키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과 기택네 가족의 싸움은 연대를 통해 그들에게 끝없는 가난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기보다는, 바로 눈앞에 있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서로를 물어 뜯는 '을과 을'의 싸움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마지막 부분의 '파국'은 상류층과 빈곤층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고민하고 만들지 않으면 종국에는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장면일 수 있다.

 끝으로 위에서 언급한 영화 속 대사 및 소품 등의 상징과 파국이라는 결말을 통해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과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또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등의 장르를 섞은 듯한 영화인 기생충의 상징과 결말이, 현재 전 세계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이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다양한 계층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지 않으면 예외 없이 모두가 파멸을 맞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같은 연출과 메시지는 관객에게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을 한 번쯤 돌아보면서 고민해볼 것을 주문하는데, 바로 이 점이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호평과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과 현실주의, 그만의 촘촘한 계획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의식은 답을 알고 있다 - 길을 잃었을 때,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석정훈 지음 / 알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빙산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의하면 빙산에서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의식이고,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깊고 거대한 부분이 무의식이다. 이는 결국, 인간의 정신이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의식 못지 않게 중요한 무의식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무래도 무의식보다는 의식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듯 싶다. 그럼에도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있어서 무의식이 의식 못지 않게 중요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무의식을 자세하게 풀어낸 '무의식 설명서'를 기초로 우리의 무의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노력'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무수히 듣고 봐왔다. 대개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노력은 의식에 속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의식적인 노력만으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자기 내면에 있는 진짜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희소식'이 있는데,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중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은 모두 무의식의 영역인데, 결국 무의식을 잘 이해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십중팔구 자신과 관련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을 텐데, 이때 '내가 모르는 나'가 무의식의 영역에 속한다. 그만큼 우리는 무의식에 무지하다. 여기에 담긴 메시지는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참된 자신이 될 수 있으며, 무의식을 더 잘 이해하고 경험해야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의 무의식은 무엇인가가 다른 것들에 비해 더 많이 반복되면 그것이 생존에 직결된 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그것을 피하거나 얻도록 의식을 충동질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한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의 '공명'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에 대한 끌림이다. 정리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내며 그것을 얻거나 피하도록 행동을 유도하는데, 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같은 무의식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과 무의식을 분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나의 통제권 밖에 있는 실체적인 무엇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그것의 한계와 가능성을 인식해야만 무의식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무의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무의식에 대한 비유가 하나 있다. 바로 '쓰레기통'이다. 평범한 쓰레기통이 아니라 아무리 많은 쓰레기를 넣어도 절대 넘치지 않는 깊고 거대한 쓰레기통 모델 말이다. 이렇게 설명해야 할 만큼 우리의 무의식은 굉장히 많은 부분을 담을 수 있다.

 '감정'은 무의식과 매우 밀접하다. 때로는 본능과 무의식을 대신해 사용할 만큼 중요한데, 인간은 이처럼 중요한 감정을 느끼고 살아간다. 기본적으로 인간에게는 '희로애락'이라는 네 가지 감정이 있다. 우리는 어떤 행위의 결과로 이 네 가지 감정을 느낀다. 우리의 무의식은 주변 환경과 부딪치면서 영향력을 넓혀 나가는데, 이때 이 접촉의 결과로 우리는 네 가지 기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인간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의지력이 강한 사람들은 평소 일상적인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은 포도당을 소비했다. 이 사실은 이들이 의지력을 발휘할 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썼음을 나타낸다. 의지력을 기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리고 이것들을 비교 실험한 결과, 의지력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평소에 바르게 앉는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이는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의지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지력은 의식이 관할하는 반면, 습관은 무의식에 속한다. 이것의 교훈은 간단하다. 바로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의지력의 힘을 우선 활용하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무의식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낼 만큼 영리하다. 그러나 이처럼 무의식이 지혜롭다고 해서 마냥 무의식을 믿은 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무의식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데에는 우리의 도움이 일정 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돕는 방법에는 '1. 분리하기, 2. 관찰하기, 3. 느껴보기, 4. 지시하기, 5. 시도하기, 6. 조율하기, 7. 몰입하기'가 속한다.

 개인적으로 자아가 건강해야 건강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왔고, 이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같은 개인적인 믿음 때문인지 책을 읽는 동안, 자아를 건강하게 가꾸려면 의식과 무의식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 운동을 하듯, 틈틈이 나의 무의식을 돌아보면서 그것의 근원이 무엇이며, 주로 어떤 상황에서 발현하는지 등을 생각하고 이해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