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태극기 휘날리며 - 할인행사
강제규 감독, 공형진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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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5일은 한국전쟁 70주년이다. 70년 전 있었던 전쟁은 남과 북 모두에게 큰 비극이었으며, 이로 인한 상처는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깊은 상처와 아픔을 남긴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근거로 황폐화된 땅과 남북한 군인들의 사상자 수 등을 주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인 자료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마도 전쟁이 앗아간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삶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제규 감독의 한국전쟁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터에 내던져진 평범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1950년 서울 종로, 형 이진태(장동건)와 동생 이진석(원빈)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북한군이 남침을 하면서 전쟁이 일어나고 만다. 이에 진태네 집안은 피란을 떠나지만, 결국 두 형제 모두 강제 징집돼 낙동강 전선으로 가게 된다. 진태는 평소 몸이 약한 동생을 전쟁터에서 빼달라고 윗사람에게 간청하지만 묵살당한다. 그러던 도중 진태의 상급자는 그에게 무공훈장을 타면 동생을 전역시켜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이때부터 진태는 훈장을 받아 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워 나가지만, 진석은 변해가는 형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2000년에 진행된 한국전쟁유해발굴사업과,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에 얽힌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2001년부터 시나리오 작성을 시작해 2년 5개월의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2003년 2월에 첫 촬영을 진행했다. 2004년 2월 5일에 개봉했으며, 147억 원의 순수 제작비가 들어갔다. 두 번째로 천만 관객(총 관객 수 1,174만 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에 등극했으며 한국전쟁 관련 영화 관객 수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의 산업적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기술로 촬영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2014년에는 미국의 영화 전문 매체인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로부터 '최고의 전쟁 영화 30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한편 전쟁 영화 하면 빠지지 않는 명작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전쟁 영화의 전투신이 변하기 시작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전의 전쟁 영화 속 전투 장면은 낭만적이면서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해 전쟁의 참혹함을 현실적으로 제시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를 극대화했다. 아비규환의 전쟁터와 이를 휘감은 분위기, 현실적인 전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2만 5천여 명의 엑스트라와 2만여 벌의 군복, 실제 크기의 증기기관차 및 탱크를 제작해 투입했고, 20여 곳이 넘는 로케이션 장소를 선정해 촬영을 진행했다. 핸드 헬드 기법을 활용한 화면의 흔들림과 근거리에서 촬영한 적나라한 살육 장면 등도 전투의 현실감을 더욱 배가한다. 또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장사진을 이룬 피란 행렬은 그 자체로 압권이었다. 낙동강 전투에서 인천상륙작전, 평양 시가전과 중공군 개입 등과 같은 전쟁의 주요 일지를 따라 가면서 전쟁의 실제 흐름을 잘 보여줬고, 여기에 세밀한 고증을 더해 몰입도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위에서 언급한 연출 외에도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영화가 '영웅주의'와 '반공주의',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적을 몰살하는 영웅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전쟁터에 끌려온 평범한 두 형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집안의 희망인 동생을 집으로 무사히 돌려 보내려는 가족애와 이 때문에 변할 수밖에 없는 형, 이러한 형의 모습이 못마땅한 동생과 함께 이들이 겪는 갈등을 파고 들어 전장에서 희생된 평범했던 수많은 개인과 이들을 집어삼킨 전쟁의 잔인함 등을 돌아보게 했다. 결국, 영화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함께 너무나도 평범했던 두 형제가 전쟁터에서 겪는 일들, 형제 간의 갈등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동시에 평화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까지 역설적으로 전달했다.

 70년 전 있었던 한국전쟁을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이 당시를 살았던 평범한 두 형제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과정과 그 결과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이로써 영화는 우리의 이웃이 체험한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구체적·현실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리고 이는 나와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서라도 평화가 담보돼야 함을 방증한다. 그래서 그럴까? 70년 전의 비극을 그린 이 영화를 보면서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현재는 멈춰 있는 남북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를 돌아보게 됐다. 또한 영화가 끝난 후에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쟁의 당사자였던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70년 전의 참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대화를 재개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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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의 시대 - 펭수 신드롬 이면에 숨겨진 세대와 시대 변화의 비밀
김용섭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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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작년 연말에 있었던 '2019년 올해의 인물' 선정에서 누가 1위에 올랐는지 알고 있는가? K-Pop의 대표 주자 BTS? 새로운 트로트 여왕 송가인? 둘 다 아니었다. 1위는 놀랍게도 사람이 아닌 남극 출신의 펭귄인 '펭수'였다. 이것은 최초로 동물이 올해의 인물 1위에 꼽혔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연말을 화려하게 수놓은 펭수는 자신의 인기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노래(펭수로 하겠습니다)와 심심치 않게 광고에 등장하는 광고 모델 펭수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가히 '펭수의 전성 시대'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펭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안티 꼰대'를 들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안티 꼰대와 관련돼 있는 주체를 소개할 때 '2030 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2030 밀레니얼 세대의 대다수가 펭수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펭수에게 애정을 보내는 이유는 단순히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펭수가 자신들을 대변해 기성세대와 사회에 바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성세대와 기존의 시각으로 볼 때 펭수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펭수의 행동은 나이가 곧 서열이자 지위인 사회에 대한 저항이자 반발이다.

 한편 펭귄은 주로 집단생활을 한다. 그래서 집단 내의 서열과 위계질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인의 의식과도 연관돼 있다. 집단주의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서열주의가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꼰대 논쟁의 핵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끈끈한 연대를 지향하는 기성세대와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간의 충돌이기도 하다. 사실 '꼰대 문제'는 2030 세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서열화된 집단에서 벌어진다. 이 점을 고려해봤을 때, 집단주의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펭귄인 펭수가 이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펭수의 행동 방향은 위계질서에 눌린 한국인의 욕망과 사회 부조리를 향한 저항과 같은 트렌드에 맞물려 있다. 어떤 말이 유행할 때는 언어적 이슈에만 그치지 않는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가 시대정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티 꼰대는 2019년을 대표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안티 꼰대 정신'은 트렌드가 됐으며, 패러다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안티 꼰대가 기성세대의 미덕과 성공 방정식을 뒤집는, 새로운 세대와 시대의 솔직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펭수가 출연하는 <자이언트 펭TV>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 예능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볼 수 있는 종합 예능 프로그램으로 나아갔다. 보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에서 나이는 상관이 없다. 펭수의 행보는 유튜브와 EBS에만 머물지 않고 타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에세이 다이어리를 내고, 굿즈를 내는 등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이 같은 '콘텐츠 크로스오버'는 장르와 형식을 넘어 타깃 대상까지 넘나든다. 엄밀히 말해 이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나이로 타깃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

 펭수의 팬을 가리켜 '펭년배'라고도 하는데, 펭년배의 등장은 나이를 초월해 모두가 펭수를 좋아하고 펭수의 세계관을 존중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나이로 세대를 구분하는 기존 관성에 금이 갔음을 보여준다.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펭수가 보여준 한국 사회 변화의 증거다. 펭수가 한국 사회를 바꿨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바뀌고 있고, 시대 진화의 '티핑 포인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짚었다고 말하는 것이 적확하다.

 펭수의 명언은 2030 세대 대부분이 좋아하는데, 사실 그렇게 특별하거나 새로운 메시지는 아니다. 다만 기성세대의 메시지와는 다르다. 이는 펭수의 세계관이 2030 세대의 보편적인 인생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2030 세대가 펭수의 어록을 되뇌고, 유행어처럼 퍼뜨리는 이유는 그들의 현재 모습과 인생관이 기성세대가 평가하는 것처럼 실패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2030 세대에게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인생관이 필요했다. 그리고 기성세대식 성공과는 다른 성공이 필요했는데, 그 속에서 개성과 취향, 솔직함과 자기만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2030 세대를 필두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펭수는 '연예인'에 가깝다. 따라서 펭수의 인기를 지속시키려면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펭수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슈퍼 스타로서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환경, 젠더, 정의, 윤리 등에 관한 상식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이 밖에 펭수의 가치가 커지고 펭수로 인한 수익이 늘어날수록, 이해관계를 둘러싼 사람들이 만들어 낼 갈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을 잘 해결하는 것도 펭수 열풍을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펭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꼰대 논쟁의 중심에 있는 2030 세대로부터 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펭수의 시대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현재의 한국 사회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펭수가 앞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2030 세대가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고민, 사회와 기성세대를 향한 바람 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봤을 때, 펭수의 인기를 단순한 현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이를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떠한 상황에 있으며, 앞으로는 어떠한 사회로 나아가는 게 좋을지 등에 대해 세대와 상관없이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펭수의 성공에는 반드시 합당한 사회문화적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그 이유를 제대로 알고 앞으로의 시대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10살이지만, 솔직하고 속 깊은 펭수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위해 이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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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색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 이 메시지가 뜨네요. 다른 기능은 잘 됩니다. 혹시 이런 현상을 겪는 분들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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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0-05-17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품검색이 안되는 오류가 생기곤 했는데 알라딘에 문의해보니 업데이트를 다시 하라고 해서 했더니 잘 됩니다.업데이트를 다시 해보면 될듯 하네요

kpio99 2020-05-17 22: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독보적인 저널리즘 -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6
뉴욕타임스 2020그룹 보고서 지음, 강진규 옮김 / 스리체어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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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몇몇 매체가 있을 텐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뉴욕타임스'일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다양한 국가에서 인용된다. 이는 뉴욕타임스의 세계적인 명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뉴욕타임스이지만, 구성원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2017년 1월, 뉴욕타임스는 미래 보고서인 <2020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뉴욕타임스는 끊임없는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미래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축약하면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디지털 기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2011년에 전면적으로 온라인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는 동시에 우려를 표했다. 이로부터 6년이 지난 2017년, 전 세계에서 150만 명의 사람들이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기사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2019년 10월 기준으로는 470만 명).

 뉴욕타임스는 혁신의 일환으로 그래프와 동영상을 기사에 포함할 것을 주문한다. 이에 따라 기사 작성 초기 단계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비주얼 디자이너와 에디터 사이에서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언론사로 각인되기 위해, 또 이러한 명성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세 가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보도의 혁신, 구성원의 혁신, 업무 방식의 혁신'이다.

 뉴욕타임스는 비주얼 저널리즘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했으며, 기사를 위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새로 정립했다. 이를 통해 뉴욕타임스는 관련 분야에서 선두 자리에 올랐다.

 한편 더 큰 혁신을 위해 뉴욕타임스는 '요리'나 'TV 리뷰' 섹션처럼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특집 기사에 디지털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부터 특집 기사를 선보였다. 당시의 '일상'과 '집' 같은 섹션은 광고 유치에도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제는 '재미와 정보 전달'이라는 특집 기사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해당 콘텐츠의 구체적인 활용 방법을 독자에게 조언해주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새롭게 도입한 '스마터 리빙' 섹션처럼 독자에게 조언을 전해주는, '서비스 저널리즘'을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다.

 2020그룹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많은 기자와 에디터들이 디지털 관련 기술을 배우길 원했다. 이제는 기자 등도 회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디지털 저널리즘에 관한 최신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익혀야만 한다. 이와 함께 혁신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수혈도 이뤄져야 한다.

 지면 중심의 전통적인 활동에서 디지털 중심의 활동으로 나아가는 것. 새롭게 뉴욕타임스에 합류할 인재들에게 회사가 바라는 부분이다. 디지털 방식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교열·편집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혁신에 필요하다. 이에 더해 뉴욕타임스의 편집국 구성원에 있어서 다양성을 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다양성이란 다인종·여성·지방 인재·젊은 인재·외국인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양성의 확보는 더 많은 독자의 확보라는 뉴욕타임스의 전략을 달성하는 데도 필요하다.

 설문조사 결과, 기자들과 에디터들은 기사 작성 초기 단계부터 교열·편집 부서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원했다. 기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기사를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세세한 교열·편집 업무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글의 재배치와 삭제, 추가처럼 단순하고 큰 의미 없는 편집 업무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기사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거나, 기사를 날카롭게 다듬기 위해 고민해야 할 시간을 갉아 먹는다. 편집의 힘을 살리려면 전반적인 편집 과정을 오히려 기사 작성의 전반적인 과정으로 옮겨야 한다. 이는 교열·편집 부서를 포함해 편집국 구조의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에디터들의 경우 뉴욕타임스의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해 깊게 인식하지 못한다. 상품팀은 보도의 우선순위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협화음 속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두 부서 간의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만든다면, 편집국과 상품팀 각각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하되 이를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언론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언론사들도 지금까지의 관행만 고집하면서 혁신을 게을리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뉴욕타임스가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대중으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가 근본 원인인 것 같다. 뉴욕타임스가 언론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 말이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그동안 뉴욕타임스가 기사 등의 콘텐츠를 통해 쌓은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국내 언론을 떠올리게 됐다. 한국 언론 역시 뉴욕타임스처럼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언론이 제대로 혁신을 할 수 있으며, 혁신을 한다고 해서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 언론이 뉴욕타임스처럼 혁신에 박차를 가하려면 가장 먼저 대중의 신뢰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후, 한국 언론이 '기레기'라는 말로 대표되는 언론을 향한 대중의 불신을 하루 빨리 신뢰로 전환시키고 우리만의 언론 환경 등에 맞게 혁신을 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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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컨테이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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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베스 엠호프(기네스 펠토르)는 기침과 열에 시달리다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남편인 토마스 엠호프(맷 데이먼)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끝내 그녀는 사망하고 만다. 의료진조차 사망 원인을 모르는 상황에서 토마스의 아들마저 세상을 떠난다. 토마스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낸 후 슬퍼하고 있을 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베스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죽어간다. 일상생활 속 접촉을 통해 이뤄진 감염으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프리랜서 기자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 이에 애틀란타 질병관리센터 소속의 엘리스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경험 많은 에린 미어스(케이트 윈슬렛) 박사를 감염 현장으로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리어노러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코티아르)는 최초발병경로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원인 모를 전염병의 창궐과 확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이 같은 영화의 장면들은 마치 현재의 상황을 그린 듯하다. 영화 속 장면들이, 지금까지 전 세계를 혼돈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초래한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물론 한국을 포함해 큰 혼란을 겪지 않는 국가들이 있지만). 영화는 급속도로 퍼지는 전염병,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이로 인한 혼란, 사재기, 사회적 거리 두기, 도시 봉쇄 등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영화적 기법을 통해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마지막 장면은 전염병의 근본 원인을 시사한다. 그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환경 파괴다. 이는 인간의 욕심과 이로 인한 환경 파괴가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의 근원이라는 주장과 공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결국,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재난을 만들어냈고, 그 책임을 인류 전체가 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이로 인해 생겨난 각종 혼란을 이겨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극복한 후 위기의 근본 원인과 위기 발생 시 나타난 각종 혼란을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코로나가 남긴 교훈을 전혀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코로나 정국 속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만으로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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