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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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57 나는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유기체들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 데 뇌가 하는 역할을 알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소에서 일했다 또한 소중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엉뚱한 장난을 치며 인간관계를 탄탄하게 다졌다

우리는 뇌 덕분에 인간관계를 맺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그러나 때때로 뇌는 망가져버린다

P94 나는 창백하고 칙칙하고 멍해 보이던 그들의 얼굴이 결연한 표정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나는 모든 이가 언젠가는 마주치기 마련인, 삶과 죽음의 의미가 서로 교차하는 문제들은 대개 의학적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이런 문제들과 마주치면, 필연적으로 철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주제를 파고들게 된다 인간은 유기체이고, 물리 법칙에 복종해야 하며 슬프게도 그 법칙에는 엔트로피의 증가도 포함되어 있다 질병은 분자의 탈선에서 비롯된다 삶의 기본적인 요건은 신진대사이며, 그것이 멈추면 인간은 죽는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뇌는 우리가 겪는 세상의 경험을 중재하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에 걸린 환자와 그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P257 폴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줬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 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뇌와 의식, 삶과 죽음, 의미를 찾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석사 과정까지 마쳤으나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다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가 되었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돌보고 도움을 주고자 했던 그가 암 선고를 받은 환자가 되었다
어떤 책인지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도 너무도 찡하고 아팠다 그 상황이었다면 나도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그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했을까? 어떤 책들이 더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시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던 그가 부족한 시간과 싸우며 전하고자 했던 미완성의 단 하나의 책

그날 아침 나는 결심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왜냐고?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나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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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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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둡고 바람이 울어 댔어요 페르도 울었지요
겁도 없이 혼자 떠도는 개, 가여운 페르
가진 거라곤 빨간 스카프밖에 없었어요

새까만 털은 비에 흠뻑 젖었고,
발밑은 축축한 풀 때문에 차가웠어요


페르는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수 없었어요


어느새 페르의 발에 닿는 감촉이 달라졌어요
콘크리트 바닥을 딛자
탁, 탁, 탁, 탁, 탁, 탁,
소리가 났어요


'나도 이제 머물 곳을 찾아야 돼'
페르는 속으로 말했어요

갈 곳 없는 강아지 페르, 종일 걸어 네 다리와 발은 욱신욱신 쑤시고 배는 고프고 어디로 가야 할까?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가구가 많고 또 유기 동물과 학대받는 동물 역시 많다 지금도 어느 공원이나 거리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페르가 있을지도 모른다 페르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빨간 모자 쓴 소녀처럼 주위에 고통받는 동물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로 그림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힐링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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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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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순환, 자연의 풍요, 그리고 생명이주는 매혹....
우리 인류의 1만 년 동반자, 소를 키우며 알게 된 것들

P66 우리는 한때 부족민이었다 어머니 집안은 오라일리 가문의 본고장인 캐번의 브레프네족 출신이며 아버지는 오코널 가문의 본고자인 케리의 무무 출신이다 우리 조상의 언어는 바뀐 지 오래지만 이 언어와 문화는 여전히 우리의 핏줄 속을 흐른다 우리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족주의는 죽지 않았다 우리가 이 땅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영적 교감 때문이다 이곳은 우리의 '집과 삶baile agus beatha'이다 우리가 집이라 부르는 곳, 우리를 지탱하는 것

자유는 경이로운 것이다 자유를 누리는 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피식민 민족이다 원주민은 빼앗긴 것을 결코 전부 되찾을 수 없으며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문화가 그토록 끈질기게 버티는 것은, 과거의 제의들이 현대에 와서 새로운 의미와 중요성을 얻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일랜드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존 코널이 가족 농장으로 귀농하면서 1월부터 6월까지 겪었던 경험들을 써내려간 책이다 처음으로 송아지를 받아내고 어린 송아지를 돌보며 더러워진 축사를 청소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과 기쁨, 소 치는 농부의 아들로 농사꾼이면서 작가로서의 그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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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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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P38 언제부턴가 우리는 서양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패션 하우스의 제품에 '명품'이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고 있다 자기 이름이 있는 제품은 다 명품이련만, 이젠 그 말에 특별한 뜻이 뒤따른다 우선 비싼 제품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사회적인 위치와 안목을 드러내는 고급품이라는 것 이것이 명품에 대한 공감대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의 내리자면, 이러한 인식 외에 사회적으로도 공헌한, 나아가 의생활 역사의 변천에 기여한 제품이라야 진정한 의미의 명품이 아닐까 한다

크리스찬 디올과 같은 시대 여성으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라는 찬사를 받는 코콘 샤넬 역시 여성들의 삶의 방식의 변화에 주목해 '샤넬 룩'을 발표했다 활동적인 니트와 바지를 매치한 초창기 샤넬룩은 그동안 전쟁에 찌들어 있던 정서를 달래줄 만큼 신선하고도 충격적이었다
패션 산업이란 끊임없이 색과 모양과 질감을 바꿔 새로운 상품을 제시해야 하는 세계이다 그곳에서 타고난 천재성과 현실 감각을 발휘해 여성의 삶의 질을 바꾸는 데 기여한 디자이너들. 이들의 브랜드에 '명품'이란 이름을 붙여 경의를 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P232 과거 없는 현재나 미래는 없다 더구나 패션은 예술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 위에 걸치는 기술일 뿐이다 멋있고 아름다울수록 빛을 발하는 기술이다 멋있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복고나 빈티지 같은 과거 회귀 트렌드와 재활용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물에 미친 아저씨의 고물이 언제까지고 보물 대접만 받았으면 좋겠다

P242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모르면서 지레짐작으로 상대방을 오해하거나 상처받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방에겐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건 세상 어디서나 통하는 이치 같다

패션 컨설턴트 장명숙이 40여 년 전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만난 사람들을 통해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한다 유명 백화점의 바이어, 무대의상 디자이너이자 20만 구독 유튜버 '밀라논나'로 활동 중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했던 못생기고 말라 옷태가 안난다는 말이 컴플렉스가 되어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이탈리아로 유학까지 가게 되었다 이탈리아를 고향처럼 오가며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명예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패션과 디자인의 왕국 이탈리아 '밀라노' 세계 패션의 중심, 이탈리아와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커리어 그랜마 유튜버 밀라논나의 이탈리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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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 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권혁재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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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오늘날의 우리를 '사진 찍는 인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너나 없이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를 굳게 믿고 사는 듯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했다'라는 기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일상입니다

P177 사진 찍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날씨와 빛을 살피느라 그리합니다

버스 타고 지방 출장 가는 길이었습니다
버스 창에 희한한 구름이 맺혔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 하늘에서 노니는 듯합니다
마치 하늘 어항 같습니다

검은 대리석으로 된 계단과 하늘 구름이 만났습니다
데팔코마니와 다름없습니다
저 길을 통하면 하늘로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렇듯 하늘을 보면,
하늘이 구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렇게 구름을 보면,
구름이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사진 인류, 글보다 사진으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시대 우리는 늘 찍는다
IT의 기술로 핸드폰 카메라도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폰 사진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에 확신을 할 수 없다
예쁘고 멋진 사진을 보면 DSLR로 찍었을거라 짐작했는데 알고 보면 폰카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을 보고 내 사진과의 차이가 폰 기종 때문이 아님을 알았다
항상 자동 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상황에 맞게 수동 모드 및 손전등 기능 등의 노하우로 멋진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똑같은 풍경과 사물을 다르게 보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사진은 LG V30으로 촬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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