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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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습니까?

P30 남편도 그 사실을 알았어야 했는데. 처음으로 마니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6주 전에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이유가 너무 많았다. 그중에는 좋은 이유도 있었고 별로 좋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파티가 끝나면 남편에게 말하지 못할 이유 따윈 없어지겠지. 여보, 할 말이 있어. 이 말을 머릿속으로 얼마나 수없이 되뇌었나. 하지만 가장 적절하게 전달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기에 딱 거기서 멈추었다. 고통스럽지만 차근차근 천천히 말하는 게 가차 없이 내뱉어버리는 것보다 덜 괴로울까, 아닐까. 어느 쪽이든 남편은 엄청난 충격을 받겠지.

P36 목숨처럼 원하는 무언가를 박탈당하면 그 열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P114 속 좁은 생각인 건 나도 안다. 사실 그런 생각은 그 힘들던 시간을
떠올릴 때만 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게, 걱정으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게 어떤 건지 남편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한다는 게 어떤 건지.

P131 마니가 내가 임신한 나이인 열일곱 살 생일을 맞이했을 때 나는 마니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어떻게 부모님은 나와 연을 끊을 수 있었지? 그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나는 마니가 무슨 일이든 하게 해줄 거야,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해줄 거야.
어쩌면 신은 내가 운명에 도전하고 있다고 판단해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는 걸까.

P180 나는 아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내의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얼굴은 흥분으로 발그레했다. 지금이 아내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만 들었다. 만일 마니가 잘못된다면 미래에, 아주 먼 미래에 아내가 과거를 잊는 순간도 있겠지. 하지만 남은 평생 매 순간, 매분, 매시간 극심한 슬픔의 고통을 느끼겠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서 있는 아내를 보면서 지금이 아내가 행복을 느낄 마지막 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순간을 연장시켰다. 대답에 뜸을 들이며 시간을 몇 초 더 늘렸다.
“여보! 나중에 해도 될까?”

P254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희망의 불씨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

학생 때 아이가 생겨 결혼한 부부 애덤과 리비아
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부부는 리비아의 마흔 살 생일을 맞아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기로 하는데....
리비아의 생일날 애덤과 리비아는 딸 마니의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고 딜레마에 빠진다
그 하루동안 펼쳐지는 애덤과 리비아의 심리 서스펜스
가족의 행복이 파괴될 엄청난 비밀과 죄책감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

그 행복은 예전의 행복은 아니다 그럴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우리 둘만 아는 행복이고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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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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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구나

P67 큰 소리를 내면 점점 더 손이 날아오므로 나는 무릎을 꿇고 신음하듯 엄마에게 사과한다 사과하며 용서를 빈다 나는 오로지 이 폭풍이 조금이라도 빨리 사그라지기를 기도한다 나중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프더라도 그 아픔에 '아프다'라는 구체적인 말을 붙이지 않는다 괴롭더라도 그 괴로움에 '괴롭다'라는 감정을 대입하지 않는다 아무튼 나 자신을 잃고 투명인간이 된 채 이 순간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어차피 앞을 못 보는 내가 저항해봤자 엄마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엄마의 감정을 해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폭풍이, 언젠가는 사그라든다는 것을
폭풍이 사그라질 징조 그것은 엄마의 뉘우침이었다

나는 폭풍이 이제 절대로 되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떠나가 버리기를 끈기 있게 기다릴 뿐이다
왜냐하면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반드시 평화가 찾아왔으니까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니까

태어났을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토와, 빛이 되어주었던 엄마도 어느 날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게 된다
돌봄이 사라지고 쓰레기 집이 되어버린 집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초록과 향기로 계절은 찾아온다
어려움 속에서도 견디고 또 버티어 마침내 치유가 되고 회복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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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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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P149 밑바탕에 부정적인 의식이 강하게 새겨진 상태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면 어떤 사고를 하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과거의 다양한 경험에서 일부러 부정적인 장면을 끄집어내 '또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사고는 단순히 사고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고함으로써 기분과 감정이 생겨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한 채 사고하고 있지만, 자신이 부정적인 일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기분과 감정이 생기고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그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느냐에 따라 생겨나는 기분과 감정에 따라 매사 모든 것을 선택하고 행동한다 더욱이 이 같은 선택은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은 그때그때 느껴지는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P161 부정적인 기분과 감정을 느꼈을 때에는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그때그때 감정의 출처를 밝혀내고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제목보자마자 '이건 난데'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고 참는 것에 익숙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부정적인 감정은 초조와 불안이다
내 감정을 들여다 보고 인지 하는 것
그리고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여유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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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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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가 그리는
가슴 뭉클한 치유의 세계

P111 의사로서 환자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영광스러운 일이며 활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기쁜 일인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료 현장에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조리가 넘쳐난다 마음 따뜻한 의사가 최선을 다한 덕분에 환자가 건강해진다는 식의 멜로드라마는 완전한 환상이며,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의료는 만만하지 않다 의사가 열심히 한 만큼 환자가 좋아지기만 한다면야 그만큼 편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고로 의사가 살을 깎아가며 노력했음에도 환자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 신뢰의 감정은 종종 분노의 감정으로 바뀐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얻어서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을 때란, 치료의 전망이 긍정적이거나 치료가 끝났을 때 정도일 것이다

P328 의료 현장에는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신이 자비롭다고 믿지는 않는다
의료에, 기적은 없다

P429 후타쓰기 씨는 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응시하고 있다
악착스레 집에 매달리기를 포기한 동시에 치료를 향해 덤비지도 않는다 가혹하고 삼엄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진중하게 살아내려 하고 있다
과연, 헤밍웨이가 말했던 대로다
'용기는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다'
지금의 후타쓰기 씨는 틀림없이 용기 있는 사람이다

P456 이곳은 생과 사의 현장이다
이 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의료인의 책무다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리 없다 명의라면 자신감에 차서 사람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100명의 인간이 100가지 형태로 죽어간다 그 모든 것에 휘둘리면서도 있는 힘껏 곁으로 다가서는 것이 의료인이다
복잡기괴한 의료 현장 속에서 가이드라인은 확실히 필요하다 룰이나 규칙도, 그것이 없다면 더욱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도구다
고작 도구가, 언제부터인가 제멋대로 병원 안을 활보하고 있다 쌓아 올린 도구가 너무 많아서 도구 너머에 뭐가 있는지조차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P484 마음이란 돌고 도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돌고 돌아 다시 온다 그렇게 힘을 얻은 사람은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는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다 가혹한 의료 현장에서 내가 환자와 그 가족을 헤아릴 수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총명한 아내가 나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리라

P505 사람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그것이 일상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라서가 아니다 허무하리만치 쉽게 생명이 스러져가기에 슬픈 것이다
드라마도 기적도 그곳에는 없다
죽음은, 스쳐가는 경치에 지나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혼조병원에 근무하던 내과의 구리하라 이치토는 시나노대학 의학부에 들어가고 소화기내과의로 근무한다 왼쪽 고관절이 고장난 채로 어린 딸 고하루가 태어나고...
여전히 환자를 부르는 구리하라가 맡은 환자가 환자의 가족 그리고 모순덩어리 대학병원의 업무 가이드
현직 의사가 쓴 의료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따뜻한 드라마 한 편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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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 - 정세균 에세이
정세균 지음 / 이소노미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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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총리
리더십을 말하다

P62 노인들은 그저 다음 세대 걱정뿐이지요

한국전쟁 이후에 우리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은 엄마 아빠보다 계속 부자가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가난해질 것 같아요 나는 그게 걱정이에요 지금 세대를 정점으로 다음 세대가 가난해진다면 이거 정말 면목이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노인들이 가난했던 어린 날을 생각하면서 좋은 인생이었다고 추억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다음 세대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의 일이니까요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부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자, 이게 나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이 숙제를 하고 은퇴하는 게 꿈입니다

P119 많은 대상을 넓고 얇게 지원하기보다는 숫자가 적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게 낫다는 논리입니다 고통의 무게는 평등하지 않습니나 고통이 큰 사람들의 고통을 먼저 덜어주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P219 선거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일로 생각해야 해요 그냥 민심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선거에 임하는 자세나 선거를 관리하는 방법, 조직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책을 어떻게 개발하고 정책경쟁을 할 것인지 등을 포함해서 선거 캠페인을 생각해야 해요

P248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까지 한 정치인이다 보니 누군가 제게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미래의 비전을 물을 수도 있겠지요 우리 미래 세대가 지금 우리 세대보다 더 잘사는 나라, 이것이 정세균의 정치입니다

P258 호구지책만 생각하던 그 어린 시절에 참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도 진학하게 됐던 겁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도 중요합니다

P263 부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물론 크게 돕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요 능력이 되는 사람은 그 능력만큼 더 많이 남을 도울 수 있어요 하지만 도움의 양질보다 더 중요한 건 '도움을 시작했다'는 게 아닐까요?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이 정치인 될 수는 없잖아요? 뭔가라도 구실을 찾으면 더 오랫동안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작게라도요

수상의 기록, 수상록
에세이를 즐겨 읽지만 정치인의 책이라 어려울 것 같기도 했고 잘 모르는 분야라 두려움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출간하자마자 중쇄를 찍고 눈에 자주 보이니 읽고 싶어졌다
정치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에피소드가 짤막해서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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