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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모그!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0
주디스 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4월
평점 :

'이제 영원히 잠들고 싶어'
지치고 힘든 모그는 영원히 잠들고 싶어 했습니다. 모그의 몸은 영원히 잠들었지만, 모그의 영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볼 수 있었지요. 모그의 죽음을 가족들은 슬퍼하고, 집안 곳곳에 남아있던 모그와의 기억으로 힘들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어미를 잃고 돌봐줄 가족이 없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데요. 아기 고양이는 너무 겁이 많아서 가족들과 쉽게 함께 하질 못하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이 모습을 모그는 여전히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아기 고양이는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모그의 영혼은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요? 모그가 세상을 떠나고 가족들의 모습을 그린 <안녕, 모그!>입니다.
안녕, 모그!제목과 표지를 보며 처음에는 모그가 가족과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모그의 모습을 보고 아, 모그가 죽었구나를 떠올리며 슬픈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하고 책을 펼쳤습니다.첫 장도 모그의 빈자리부터 시작을 해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전에 읽었던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에서 너무 사랑스러운 고양이 모그에게 홀딱 빠졌었거든요. 가족들은 정원 한 곳에 모그를 묻어주고 모그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아이들은 모그와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모그를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tv 화면을 가리던 모그의 꼬리, 침대에서 함께 자던 기억으로 매일매일 모그를 그리워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옵니다.영혼으로 남아 가족들을 바라보던 모그는 내심 서운해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아기 고양이가 겁이 많아서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보며 도와주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놀란 아기 고양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 아기 고양이도 가족들도 모그도 서로의 방식으로 안정을 찾아가는데요.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치 있는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작을 다루고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아기 고양이가 왔다고 모그를 잊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모그를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대부분 죽음을 다룬 그림책들을 보면 죽은 이에 대한 이야기, 또는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다루고 있어서 나름 공감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너무 슬퍼서 마음이 아팠거든요.하지만 주디스 커 특유의 재치와 따뜻함으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는 <안녕, 모그!>는 왜 그녀가 오래도록 사랑받았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