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래 투자 시나리오 - 2025 FUTURE REPORT 대긴축의 시대를 돌파할 전략 인사이트
최윤식 지음 / 알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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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에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커다란 이벤트로 다가왔다. 세계 증시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눈치 빠른 이들은 급변하는 변동성 가운데에서 커다란 수익을 창출했다. IMF, 미국 9.11 테러, 2008 미국의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사태까지... 증시는 폭락했고 공포에 떠는 일반인들은 가진 자산들을 헐값에 던지기 시작한다. 시장에 떠도는 대규모 악성 물량은 돈이 있는 소수 부유층이 매집한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산의 가격은 반등하여 이전의 값을 뛰어넘고 과감하게 매집한 이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주식뿐만이 아니다. 주가가 폭락할 때 특정 자산들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다.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폭락할 때 '원유'는 급등했다. 이런 신호를 빨리 알아차렸다면, 급등 초기 원유 투자에 힘을 줬다면 막대한 이윤을 남겼을 것이다. 나 역시 작은 금액이었지만 원유 투자를 통하여 단기간에 15%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이렇듯 투자시장에 있어서 세계 증시의 흐름은 무척 중요하고 민감하다. 문제는 개인이 이런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거시경제는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있다. 복잡계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핵심인지 개인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다고 해서 지레 포기할 순 없다. 다행히 요즘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난다.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세계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금 투자해야 할 종목이나 섹터는 무엇인지, 주가는 하락세인지 상승세인지, 특정 원자재의 가격은 어떻게 등락폭을 가지는지,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런 부류의 책을 싫어했다. 인간은 자기의 앞날도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거시경제를 예측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전문가라는 이름을 앞세워 휘발성이 강한 상품을 찍어내는 상술이 아닐까?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차라리 과거의 사례를 복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투자를 하면서 과거 못지않게 미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과거는 해석의 영역이지만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다. 예측은 해석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예측을 위해서는 과거를 분석하고 해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과거는 팩트를 기반으로 두지만 미래는 불확실함을 내포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정교한 예측이더라도 이를 100% 맹신할 순 없다. 그렇다고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취합하다 보면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확률이 높다는 것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카피'다. 우등생들의 공통분모 특징을 '카피'하여 실천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 성공도 마찬가지고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있어서도 카피는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복잡계 세계에서 거시경제의 흐름을 개인이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나를 비롯한 일반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전문가의 견해들을 종합적으로 취합하여 공통된 부분을 '카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한 도서는 특정 저자의 책을 맹신하기보다 여러 가지 책을 두루 읽으며 다양한 견해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책도 그런 일환으로 활용한다면 투자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바로 '111 리바운드'라는 저자의 견해다. 쉽게 말해 경기가 폭락한다면 반드시 리바운드 효과로 반등한다는 내용인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도 경기의 리바운드 효과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금리와 채권, 금, 원유와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투자 섹터별로 예측한 분석도 크게 도움이 됐다. 미래를 다룬 도서들의 일부는 실증적인 데이터보다 저자의 특정 주장에 치우친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각종 도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자의 주장이 전개되기에 타당성과 신뢰성을 최대한 확보했다. 책을 덮으면서 뜬구름 잡듯 날로 쓴 책이 아닌 '돈값 하는 도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루고 있는 부분이 광범위하고 깊은 부분까지 치고 들어가기에 투자에 있어 기초체력이 없는 사람들은 버거울 수 있지만 이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어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것이며, 투자에 대해서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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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단타로 매일매일 벌어봤어? - 주린이를 위한 실전 단타 입문서
양선호 지음 / 넥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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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코스닥을 정복하는 것은 서울대를 가는 것보다도 힘들다.'

 

 단타투자를 하면서 심심찮게 들었던 문구다. 그만큼 코스닥 시장은 변동성이 강하고 등락폭이 높아 초보들이 투자를 하기에는 벽이 무척 높다. 코스피는 우리가 잘 아는 우량주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시총이 크고 안정적인 재무를 가지고 있기에 주식이 무척 무겁다. 무겁다는 뜻은 안정적이지만 등락폭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코스닥은 이와는 반대다. 벤처기업, 신생기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은 투자유치 혹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이렇다 보니 이들 기업은 미래와 비전, 그리고 기대감으로 기업 가치가 책정된다. 시총도 가볍기에 주가의 등락폭도 엄청 심하다. 한마디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시장인 셈이다. 단타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코스닥을 노릴 수밖에 없다. 등락폭이 강하다는 것은 돈을 크게 벌 수 있다는 소리고 하이 리스크이기에 주식을 짧게 보유하는 데 있어 최적이다.

 

 문제는 시장의 난이도다. 서울대를 가는 것보다 어려운 코스닥에서 단타로 어떻게 매일 살아남아야 하는가? 초짜 입장에서는 혼란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단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는 '단타 = 도박'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주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나는 단타를 친다.'라고 하면, 은근히 무시하는 투가 일반적이었다. '투자는 장기투자, 가치투자가 진정한 투자'라는 고정관념이 주류를 이뤘으니까. 그래서 단타에 대한 지식은 은밀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수되고 이어졌다. 단타 고수들은 고액을 받고 자신만의 필살기 기법을 가르치곤 했는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기꾼들도 전문가 행세를 하며 초짜들의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튼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단타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팬데믹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하던 주식시장을 개인이 압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규모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입되면서 주식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개미들의 욕구도 높아졌다. 이에 발맞춰 단타에 대한 지식들도 하나둘씩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단타에 대한 책도 여럿 출간되고, 유튜브를 비롯하여 여러 고수들의 생생한 기법들을 손쉽게 편안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과거에는 단타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는데 요즘은 손쉽게 배울 수 있으며 시간과 비용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너무 많은 지식들이 포화되어 주린이 입장에서는 자칫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식이 소수에게 공유되어서 문제였지만 요즘은 지식이 넘쳐나서 문제가 생긴다. 넘쳐나는 지식 중에는 걸러야 할 지식도 많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많은 책이 출간됐지만 정작 주린이 입장에서 단타를 차근차근 배울 책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시중에 나온 단타에 관련된 책은 거의 다 둘러보는 편이다. 출간된 단타 관련 책을 분류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기법 중심(차트 관련도 포함), 두 번째 마인드 중심(매매일지 스타일의), 세 번째 세력주 중심(코스닥 급등주의 대부분은 세력주다.). 여기서 기존의 책이 가지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 기법 중심의 책은 고수들의 필살기나 차트 해석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주식시장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변화한다. 매매 트렌드도 바뀌고 세력들의 움직임도 날로 정교해진다. 그래서 이 바닥에서는 '공개된 기법은 기법이 아니다.'라는 명언도 있다. 책에서 공개된 기법들은 과거 시점에 통용된 것이라서 '대응을 중요시하는 주식시장의 현재성'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기법을 참고할 거면 책보다는 유튜브의 셀럽 고수들의 매매법을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고수들의 경우 승률이 높은 기법은 웬만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필살기는 고액 강연을 듣는 VIP들에게만 알려준다. 물론 책에 공개된 기법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고수들의 필살기 기법들도 책에서 공개하는 기본적인 기법을 응용하고 발전시킨 것들이 대다수다. 책에서 나온 기법들을 무조건 맹신하기보다 어떻게 구체화하여서 내 것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공부는 주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중수에게 적합할 것이다. 주린이 입장에서는 버겁다는 뜻이다.

 

 두 번째 마인드 중심에 대한 책이다. '주식은 멘탈이 전부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주식을 하다 보면 멘탈이 털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타의 경우, 요동치는 주가를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급행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주린이 입장에는 멘탈이 중요한 것일까 습관이 중요한 것일까? 둘 다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습관이다. '주식의 시작은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고, 끝은 멘탈로 완성된다.' 내 다이어리에 써 놓은 문구인데, 나의 단타 철학에 가장 중요한 지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멘탈 이전에 익혀야 할 것은 좋은 습관이다. 특히 단타의 경우 습관을 잘못들이면 뇌동매매로 빠질 가능성이 무척 높다. 그래서 초보 시절에서는 언제 익절하고 언제 손절해야 하는지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칼같이 지켜야 한다. 감정을 버리고 기계처럼 습관을 지켜야 한다. 익절이야 이득을 보고 있으니 상황을 보고 대처하면 되지만 손절에 관해서는 칼같이 지켜야 한다. 요지는 마인드와 관련된 책도 좋지만 좋은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이 주린이에게는 더욱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세력주에 관련된 책은 무척 주관적이라 주린이 특성상 책에 옥석을 가려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세력주에 대한 공부는 단타와 코스닥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저자별로 해석하는 방법이 다양하고 주관적이다. 따라서 단타에 대한 기본기를 어느 정도 쌓은 다음에 고수들의 해석법을 공부하면서 장단점을 가려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단타책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물론 상술로 수준 이하의 내용으로 분량만 때운 책도 있긴 하지만) 사실 단타는 어느 정도 육감적인 본능과 관계된 기법이라 글로 설명하거나 강연으로 100% 전수하기란 무리가 따른다. 수능으로 치자면 단타는 직감적인 속성을 가진 국어와 비슷하고 가치투자는 단계적으로 체계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수학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고수들은 자신만의 기법이나 생각을 풀어낸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늘 아쉽게 느껴졌다. 초보자를 위해 친절하게 저술된 단타 입문서는 없을까. 막상 지인에게 추천하려고 하면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좋은 단타 입문서들도 속속 발간되고 있다. 유목민의 《나의 월급독립 프로젝트》 시작으로 얼마 전 리뷰했던 《주식의 도》도 괜찮았다. 그리고 지금 리뷰하는 《주식 단타로 매일매일 벌어봤어?》도 주린이 입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만 담겨 있었다. 《주식의 도》가 시황 매매, 테마주 스윙 매매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단타에 대한 기초(스윙 위주)에 대해 전반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특히 3장 단타 고수들의 트레이딩 테크닉에 나온 기법들은 단타 고수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초 기법들의 원리를 과외하듯 자세하게 풀어 놨다. 이 원리를 잘 분석하여 승률이 높은 기법을 위주로 연습한다면 자신만의 기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좋은 점은 본문에 쓸데없는 저자 자랑이 없다는 점이다. 몇몇 주식 책들은 저자의 수익률 계좌 인증을 넣어 쓸데없이 책 부피만 채우는데, 단타 세계에서 계좌를 까는 것이 자격증처럼 통용된다 할지라도 독자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다. 계좌 인증보다는 독자에게 실제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좋은데, 이 책에서는 과도한 저자 PR이 없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호가창에 대한 해석과 수급매매에 대한 기법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저자의 필살기는 수급매매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단타 입문에 관해 잘 정리된 책이다. 단타의 철학과 필요성, 단타에 대한 기초지식, 단타의 기초 기법, 각종 팁과 마인드까지... 단타 전반에 관해 폭넓게 아우르는 책이다. 이 책을 입문서로 읽고 보컬 김형준의 《실전투자 절대지식》을 기본서로 본다면 단타에 대한 기초체력은 튼튼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출간을 토대로 더 좋은 단타 입문서들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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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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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KBS에서 명맥이 끊어진 대하사극을 부활시킨다고 했을 때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이후 새로운 신작이 '태종 이방원'으로 확정됐을 때 소재의 식상함에 우려도 있었지만 이방원 카드를 꺼내 든 방송사의 입장도 충분히 공감됐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시국에 KBS는 왜 이방원이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야 했을까?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방원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이 엄청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또방원'을 소환해야만 했던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숱하게 다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조명하거나 재해석될 여지가 많은 인물이라서 선택한 것이라고. 태종 이방원의 인생은 그 자체로 무척 드라마틱 하다. 두 번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자신의 권좌를 탄탄하게 만드는 과정, 부강한 조선을 다지는 모습, 그 과정에서 동지였던 인물들의 잔인한 숙청, 아버지에 대한 이중적인 마음, 그리고 조선을 위해 큰아들을 포기하고 세종을 택군하는 모습까지... 그는 아들 세종과는 다르게 무척 입체적인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세종의 삶이 인정감을 바탕으로 초지일관 우상향하는 코스피 우량주식의 모습이라면, 태종의 삶은 코스닥 작전주와 같이 등락폭이 들쭉날쭉 엄청났다. 그래서일까, 제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봤을 때 세종의 인생은 교훈은 많을지언정 흥미는 떨어진다. 2030세대의 단어로 표현해 보자면 '노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태종은 세종의 업적을 넘어설 순 없지만 인생 자체로 비교해 보면 무척 흥미롭다. 그래서 세종을 다룬 책은 많지만 태종을 다룬 책은 거의 없다. 반대로 태종을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많지만 세종이 주연인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KBS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최종적으로 '태종 이방원'을 낙점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의문이 생긴다. 태종은 세종과 같이 배울 점이 없는 지도자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태종실록》을 완독하며 살펴봤는데 그는 배울 점이 많은 지도자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배울 점이나 교훈보다 드라마틱한 그의 인생에만 집중한다. 야사와 흥미 위주의 썰, 극단적인 시각들이 난무하고 그렇게 사람들은 태종을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오해한다.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오늘날, 태종 이방원에게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독재와 특정 이념을 추종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태종에 대한 연구를 멀리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학계의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은 대중적인 저술도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악순환이 가속화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태종에 대한 괴리감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태종은 미디어에서 다루는 흥미 위주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점이 무척 아쉬웠다. 태종과 같이 배울 점이 많은 지도자가 특정 이념에 의해 가려지고 진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드라마 영상매체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태종 이방원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모을 수 있으며 연구와 출판물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검색해 보니 방송을 전후로 태종과 관련된 단행본이 여럿 나왔는데 이 책은 유독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이 다른 태종 저서들과 비교해 볼 때 무엇이 차별화된 것일까? 가장 주목할 점은 저자의 약력이다. 저자인 박현모 교수는 학계에서 조선의 국왕들을 조명한 연구와 논문을 많이 발표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세종과 관련된 강연과 저술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즉 조선왕조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강연하는 '역사 전문가'가 쓴 평전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태종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연구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에 의해 출간된 평전이기에 의의가 있다는 뜻이다. 저자의 전문성은 책 말미에 있는 '태종연구현황'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여기서 저자는 태종과 관련된 논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본문에서도 특정 논문에 시각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단락을 찾을 수 있는데, 평전을 쓰기 위해 태종과 관련된 저서와 논문을 꼼꼼하게 두루 살핀 것 같아 신뢰가 갔다.

 

 책은 태종의 삶을 서사적으로 풀지 않고 테마별로 나눠서 집중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숱하게 다룬 이방원이기에 그의 삶을 시간순으로 조명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식상함을 선사했을 것이다. 《태종실록》을 완독했지만 책을 통해 간과했던 부분들도 체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왕비 민씨에 대한 해석인데, 저자는 왕비가 태종을 폐하고 세자인 양녕대군을 왕위로 올릴 역모를 꾸몄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생각해 보면 태종의 선위 파동 때, 민씨는 태종이 없는 틈을 타 민무질의 부인 한 씨를 불러들여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민씨가 어떤 사람인가? 태종을 왕위에 올리려고 집에 병장기를 몰래 숨겼던 이력도 있다. 실록에는 민씨가 모반했다는 직접적인 기사는 나오지 않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정황상 역모를 꾸몄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국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다. 이 중 특히 여진과의 전쟁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도움이 됐다. 《태종실록》을 읽어도 여진과의 관계는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책을 읽고 해당 날짜의 실록 기록을 보니 양국의 관계에 대한 흐름이 명료하게 정리됐다. 이 시기 우리는 여진보다 강국이기에 전쟁에서 많이 이겼을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왜구와의 전쟁 분석도 흥미로운데, 조선군의 승률이 20%를 밑도는 것도 처음 알았다. 태종 시대의 국방을 이토록 구체적으로 분석한 사례는 처음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인간 이방원에 대한 고찰이다. 방송매체에서는 태종을 냉혹하고 차가운 모습, 그리고 무(武) 인에 이미지로 묘사한다. 그래서 태종을 생각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물상이 일반적으로 떠오른다. 실제 태종은 그랬을까? 책에서 분석한 태종은 이런 대중의 시각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무인이 아닌 문(文)에 치우친 인물이다. 키도 작으며 감정 기복도 심했다. 궐 안에서 정치를 하는 것보다 사냥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감수성도 풍부했했으며 눈물도 많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이다. 그는 천성적으로 감정이 섬세했고 무척 예민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실록에서 살핀 태종도 저자의 분석과 비슷했다. 그는 무척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을 가졌지만 공적인 일 잎에서는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며 개인적 감정을 정사에 투영하지 않는 자세. 이런 모습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태종 이방원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통하여 새로운 해석과 기존의 책에서 고찰하지 못하던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전을 덮으면서 태종이 주는 교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우리는 태종에게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할까? 내가 찾은 교훈의 핵심은 '일'이다. 태종은 일을 아는 리더였다. 그랬기에 일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제대로' 돌아가게 할 것인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산재한 문제들을 명료하게 처리했다. 고려의 유습을 없애고, 기득권 세력을 잠재우며, 새로운 인재들을 등용하였다. 제도를 개혁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일'을 아는 지도자, '일'을 되게 만드는 지도자. 팔로워들을 적재적소에 포진시켜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가 태종 이방원이었다. 책은 그런 이방원의 진면목을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편견을 거두고 책을 읽으면 태종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균형 잡힌 시각으로 태종의 전반을 잘 살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종의 장점과 단점을 두루 설명한 것도 좋은 평전의 기준을 만족하는 부분이었다. 한 가지 옥에 티를 꼬집자면 태종 시대의 신료들을 설명하는 챕터에 문관들만 집중적으로 조명한 부분이다. 책에는 조준과 하륜 그리고 권근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인인 조영무와 이숙번 이천우, 박은 등등도 소개하여 균형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들 무인들도 태종조에 커다란 기둥이었으며 정권을 안정시키는 부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문관과 문인들의 저서, 사상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연구하며 조명하는데 반해 행정가나 무인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학계의 문(文)에 편향된 시각이 이 책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무척 반갑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조선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태종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학계에서 그치지 않고, 단행본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많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매체에서 흥미 위주로 사골로 우려내는 '또방원'을 넘어서 '일을 아는 지도자 태종 이방원'에 대한 진면목이 대중화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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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체인저 2 - 바뀐 세상에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부의 체인저 2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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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를 하면서 큰 수익을 원한다면 쉬운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체감하고 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원칙'을 찾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만의'라는 수식어다. 아무리 뛰어난 원칙이더라도 자신에게 안 맞으면 쓸 수가 없다. 주식도 부동산도 어떤 자산이라도 투자 이전에 원칙을 세우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초보 투자자들이 스스로 원칙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고 경험도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남이 떠먹여주는 쉬운 길을 갈구하는데 이럴 경우 십중팔구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고수들이 제시하는 원칙을 무시해야 하는가? 그렇진 않다. 고수들의 원칙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소액으로 실천하면서 잘 맞고 수익률이 높다고 생각하면 이를 토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모방 없는 창조는 없다고 한다. 투자 원칙도 마찬가지다. 초보 때에는 고수들의 원칙을 참고하며 투자하되 열린 마음으로 기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각 분야의 거장들의 원칙을 다양하게 공부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거물 투자자에서부터 최근 유튜버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칙을 살펴보고 취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든 생각은 '좋은 투자 원칙의 기준은 무엇이냐는 점'이다. 기왕 본받을 것이면 신뢰가 가고 믿음이 있는 원칙에서 찾아야 하니까. 그렇게 고민한 결과 두 가지 기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투자의 원칙의 첫 번째 조건은 투자 원칙에 깔린 철학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명의 고수가 있다. 어떤 고수는 자기의 원칙을 실천하면 무조건 수익이 따른다고 강권한다. 또 다른 고수는 원칙을 설명하되 그 원칙의 수익률이 '왜' 좋은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초보 투자자라고 가정할 때 누구의 원칙을 파고들어야 할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후자다. 왜냐면 자신의 투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How'가 아니라 'Why'다. 초보 투자자일 경우 How를 추종하기보다 Why에 더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며, 좋은 원칙과 나쁜 원칙을 스스로 구분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의견을 추종한다. 공부는 싫고 투자 수익에 대한 욕심은 크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이 노리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두 번째, 최대한 간결해야 한다. 원칙에 예외가 많다는 것은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수는 시장의 위기를 융통적으로 능숙하게 대처한다. 초보는 쉽지 않다. 초조한 성급한 행동을 하다간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초보일수록 실천하기 쉽고 가시적이며 간결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서 주식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기본적 분석이나 기술적 분석보다 계량분석(퀀트 투자)으로 입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아무튼 두 조건을 요약하자면 바람직한 투자 원칙은 '이해를 할 수 있으며 최대한 간결해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날고 기는 고수들의 필살기 가운데에서 이런 기준을 만족하는 원칙은 의외로 찾기가 쉽지 않다. 출처를 알 수 없어 의심스러운 원칙, 위험해 보이는 원칙, 난해하고 복잡한 원칙, 예외가 많은 원칙, 들을 땐 알겠는데 막상 실천하려니 막막한 원칙... 등등.

 

 《내일의 부》의 저자 조던은 전작에서 강조했던 '나스닥 -3%', 세계 1등 주식 투자 원칙을 대폭 업그레이드하여 《부의 체인저》라는 신간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부의 체인저》는 두 권으로 구성됐는데 1권은 바뀌는 세상에 대한 흐름 분석과 저자의 투자 원칙에 대한 배경 설명으로 구성됐다. 2권에서는 《내일의 부》에서 주장했던 원칙들을 전면 수정하고 보강하여 안정성을 강화했는데 '-3%' 전략도 대폭 강화됐으며 '리밸런싱'과 '말뚝박기'라는 원칙을 통하여 기존의 '-3%'전략의 취약점을 보강하고 있다. 조던의 원칙은 앞서 말했던 좋은 원칙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책을 읽어보면 '왜' 이런 원칙이 나오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의 원칙은 최대한 돈을 잃지 않는 보수적인 입장으로 설계되었고, 구체적이며 간결하다. 핵심은 전 세계 1등의 주식을 보유하며 성장 복리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내용인데, '-3%'와 '리밸런싱' 그리고 '말뚝박기'라는 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한 기계적인 방법론이다.

 

 조던의 원칙은 미국장을 다루고 있기에 탑다운을 기본으로 깔고 있어 가치투자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살펴본 바로는 전혀 상이하다. 조던의 원칙은 개별 기업분석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골치 아프게 기업분석을 하기보다 세계에서 1등 하는 주식을 계속해서 끌고 간다. 어차피 1등 기업은 재무는 안정적일 것이고 압도적인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력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1등주가 바뀔 경우에는 새로운 1등 주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종목 선정을 위해 이것저것 따질 필요도 없고 1등 주의 추세만 집중하면 되므로 저자의 원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실천해도 좋을 것 같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을 토대로 투자 원칙을 설정한다. 그런데 저자의 원칙은 기본과 기술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방법론이라 특이했다. 투자에 대해 이색적인 원칙을 살펴보고 싶은 사람, 주식 투자 초보자인데 매뉴얼화된 원칙을 원하는 사람, 미국 주식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 탑다운 분석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께 《부의 체인저》 시리즈의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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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체인저 1 - 세상은 어떻게 바뀌는가? 부의 체인저 1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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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할 때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탑다운 분석'이다. 탑다운 분석은 큰 틀로 보면 가치투자의 일종으로 전체 경제의 흐름을 읽은 뒤 이를 토대로 투자를 진행하는 방법을 뜻한다. 세계 거시경제 흐름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예측하고 나아가 유망 기업이나 원자재를 분석한다. 위에서 아래로 분석하는 기법이기에 '탑다운'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수출로 벌어먹는 국가이기에 세계 거시경제 흐름에 굉장히 민감하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증시 흐름은 한국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반도체가 폭락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도 폭락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특정주가 오르면 한국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투자에 있어 탑다운 분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어떤 투자를 지향하던 탑다운 분석은 필수적이다. 가치투자를 하건, 차트 중심의 투자를 하건 세계 증시의 흐름을 무시할 순 없다. 꼭두새벽부터 출근하는 증권맨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세계 증시 분석이다. 금리와 환율의 변화, 미국 증시의 흐름, 주요 뉴스들을 확인하고 리포트를 쓰고 회의에 들어간다. 개인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단타를 치던 가치투자를 하던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미국 증시의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탑다운 분석이 개인에게는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에 해박하지 않은 일반인이 세계 거시경제를 파악하고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참고해야 할 지표도 많고 범위도 광대하다. 경제를 전공한 학자들이나 실물 금융에 빠삭한 애널리스트들도 오판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경기에 대한 기사나 자료를 봐도 이를 어떻게 통합하여 해석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공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제도권 학자들이 많은데 탑다운 분석을 일반인의 입장에서 풀어낸 책은 시중에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모르는 분야를 공부할 때에는 그 분야를 '전공'한 이력이 있는 사람을 존중한다. 현대사회는 분업을 기초로 하고, 분업을 통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공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권에서 탑다운 분석을 잘 하는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홍춘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는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커리어도 실물 투자와 관련됐다. 스펙도 스펙이지만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괜찮다.'라는 느낌을 유독 많이 받았다. 《환율의 미래》와 같은 책은 지난 책이지만 여전히 투자자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전공, 실무 경험도 충분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공이 상당하다. 삼박자를 만족하는 저자이기에 신간이 나올 때마다 주목하는 저자 중 한 사람이다.

《부의 체인저》의 저자 조던은 제도권 출신은 아니다. 저자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전작인 《내일의 부》를 통해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해박한 지식에 놀라서 약력을 살펴봤는데 투자 이력만 나와있고 개인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모로 가도 수익률만 좋으면 된다는 국룰(?)이 있다. 그래서 실물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수익률을 자랑하며 투자서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책도 있지만 걸러야 할 책이 훨씬 많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의 체인저》는 걸러야 할 책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조던은 수익률만 내세우는 일반적인 성투족들과는 달랐다. 전공자와 견줄 수 있는 해박한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로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개인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탑다운 분석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주관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거시 경제를 조명한다. 사실 실력만 있다면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조던은 '찐'이다. 홍춘욱의 인사이트가 조용하면서도 정적이라면 조던의 인사이트는 역동적인 기세가 느껴진다. 무림에 있어서 정파와 사파의 표준을 상징하는 것 같다.

《부의 체인저》는 《내일의 부》의 후속작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조던의 혜안이 돋보인다. 1권의 핵심은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략, 살아남는 산업의 특징, 일류 기업의 초격차 흐름 등등을 조망하며 바뀔 미래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단락 중간중간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뉴스 기사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토대로 조던은 세계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한다. 독자는 조던의 분석을 통하여 경제 뉴스 기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탑다운 분석이 어려운 분들이나, 투자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책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설명하자면 글이 길어진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투자를 함에 있어서 특정 자산만 고집하지 말고 시기에 맞춰 자산 리밸런싱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시장 변화를 감지하여 채권, 원자재, 주식, 부동산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재빠르게 탑승해야 한다. 전업투자자라고 하면 보통 주식 투자자를 떠올리지만 진정한 전업 투자자는 주식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ETP의 발전으로 원자재나 채권, 부동산 리츠에도 손쉽게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투자자라면 주식 이외에도 여러 자산들을 공부해야 한다. 이런 지식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전문가 못지않은 탑다운 분석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책을 덮으며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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