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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무를 찾아요 ㅣ 세많다 시리즈
정여랑 지음, 이연 그림 / 위키드위키 / 2019년 12월
평점 :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얼굴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더라도 나와 꼭 닮은 사람은 없죠. 아무리 쌍둥이라도 아주 작은 부분은 다를 거에요. 무수히 많은 얼굴의 사람들이 있는 것 처럼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의 가족들의 존재합니다. 아가가 한명인 가족, 두명인 가족. 아가가 없이 부부만 사는 가족,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아가가 함께 사는 가족.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와 아가만 사는 가족, 엄마가 멀리 다른 곳이 있는 가족, 아빠와 아가만 사는 가족 등...
인터넷이 발달되고 내 침대에 누워서 먼 거리에 있는 나와 다른 생김새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손가락 하나로 알 수 있는 시대인 요즘, 그러한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전 보다 더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 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무수히 많은 형태의 가족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형태의 가족이 있는 만큼 스스로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도 많은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가족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 가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많고, 가족이 죽을 만큼 싫은 사람도 많습니다. 또한 나의 가족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외로워 질 때는 스스로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것 같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다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타인과 자신의 다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의 가족 형태인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참 가족이라는 것은 그 안으로 들어가봐야 그 속사정을 제대로 알 수 있지만, 누군가의 가족 안으로 깊게 들어가서 세세한 사정을 비추어 보기란 쉽지가 않죠. 그래서 겉모습을 보고 먼저 판단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판단하는 것은 그 가족의 구성이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구성대로 잘 되어 있느냐일 것입니다(저는 이 기준에 동의하지 않지만요). 어른들의 이러한 기준 속에서,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그대로 물려 받은 친구들에게 다름을 지적 받거나 다름을 지적 받을까봐 불안해하면서 상처를 받는 친구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그러한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이 있다면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크리스마스 나무를 꾸미던 우리의 귀여운 봄이와 여름이는 집에 있는 큰나무와 작은나무의 외형을 보고 느낌적으로 각각 아빠나무와 아기 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 나무는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엄마 나무를 찾으러 여행을 떠납니다. 엄마의 책장에 있는 책을 통해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단서를 얻은 두 아이는 바닷속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게 됩니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엄마 크리스마스 나무를 아는지 열심히 물으며 찾아 나서죠.
그 동네 사람들에게 엄마 나무를 보았냐고 물어보는 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은 엄마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아이들에게 오히려 물어봅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생각했던 엄마의 정의는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마을에 있는 많은 형태의 가족을 보고 엄마라는 존재는 단순히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준 주변의 많은 것들'이라고 확장하여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아빠들이 아기를 낳는 해마 가족과, 엄마 흰동가리가 죽으면 제일 큰 아빠 흰동가리가 엄마로 바뀌는 가족을 보면서 아이들은 집에 있던 나무들 중 큰 나무가 당연히 아빠나무라고 생각하였지만, 엄마 나무일 수도 있겠다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빠는 먼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봄이와 여름이는 엄마 나무를 찾는 여정의 하이라이트로 나무들이 사는 나무 마을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보게 됩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모습의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요.
엄마만 두명인 가족도 있고, 아빠만 두명인 가족도 있으며 할머니와 아이들만 있는 가족도 있는 것. 그리고 씩씩하고 힘 센 엄마가 있기도 하고, 자그마하고 힘이 약한 아빠가 있기도 하다는 것. 이렇듯 엄마 아빠의 모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떤 곳에는 아주 많은 가족들이 함께 살고, 어떤 곳에는 아이들끼리만 살기도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같이 살지 않는 가족도 많다는 것.
처음 여정을 떠날 때, 봄이와 여름이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에게 엄마 나무를 찾아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행의 끝에서 아이들은 느끼게 됩니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그 나무들에게 자신들이 엄마이고 아빠라는 것을요.
"세상에는 아주 많은 모습의 가족들이 있어요"
"씩씩하고 힘이 센 엄마가 있기도 하고, 아주 자그마하고 힘이 약한 아빠가 있기도 하죠.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랑하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같이 살지 않는 가족도 많아요."
"팔이 아주 긴 나무들처럼 서로에게서 먼 거리에 있어야 함께할 수 있는 존재들도 있어요."
"봄이와 여름이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에겐 봄이와 여름이가 엄마이고 아빠인 거예요. 사랑하는 마음을 걸어두려고 만난 나무들이니 어제 어서 돌아가 반짝거리는 마음들을 전해줘요."
"함께하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고 함께하지 못해도 서로 행복하기로 해요."
- 엄마 나무를 찾아요 중에서
세상에는 수많은 사정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가족들에게 이 책은 말합니다. 함께하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고, 함께 하지 못해도 서로 행복하기로 하자고.
이 책을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혹여 다문화, 편부모, 조부모 등 등 어떠한 형태이든 자신의 가족의 형태로 인해 살아오면서 상처받았거나, 상처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많은 말보다 이 책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그림책의 형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가족의 형태로 인해 상처받고 있거나,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그 분들에게도 건네고 싶습니다. 더불어서 이미 많이 자랐지만 이러한 부분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분들을 치료할 때도 적극 활용하면 좋을 책입니다.
이 책을 마음으로 만나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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