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 - 동네 한의사의 달고도 쓴소리
김형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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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친할머니와도 함께 살았던 저는 한의원의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키로수가 작은 아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저는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살리기 위해 서울에 유명한 한의원이란 한의원은 다 쏘다니셨다고 해요. 그리고 할머니가 지어준 한약만 해도 정말 몇 통은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작은 아이로 태어났던 너가 이렇게 잘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무용담처럼 자주 꺼내놓으십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 부터 한의원에 가거나 한약을 먹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었어요. 특히 초등학교 때 이사간 집은 진짜 2분 거리에 동네에서 유명한 한의원이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를 포함해 온 가족들이 한의원에 자주 갔습니다.

저희가족은 어깨가 아프거나, 허리를 삐긋하거나, 속이 쓰리거나, 두통이 오거나, 무리하신 아빠가 얼굴 한쪽이 마비가 왔을 때나, 엄마의 손목이 나갔을 때나, 기력이 떨어졌을 때나 온갖 신체의 질병이 오면 그 동네 한의원에 갔습니다. 물론 병원도 함께 다녔지만 한의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온가족이 다닌 덕분에 그 한의원 선생님은 저희 가족의 가족력과 몸의 특징에 대해서 3대를 보면서 꿰뚫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정확한 진료와 처방을 매번 해주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몸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직방으로 위가 아프고 쓰리는 것으로 오는데 그럴 때마다 한의원에 달려갔고 한번 가면 괜찮아지니 꾸준히 오라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을 뒤로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그때 그때 급하게 불을 끄는 식으로 대처하였지요. 그럴 때마다 이야기 해주신 것은, 이것은 하루 아침에 될 것은 아니고 꾸준한 운동과 편안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더불어 제 체질에 맞는 식재료와 맞지 않는 식재료를 언급해주셨지요.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누워있으면 옆 칸에 누워있는 환자를 진료하시는 목소리가 들리시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몸이 아파서 그 증상을 치료하려 온 사람들에게 한의사선생님은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도 꼭 짚고 넘어가신다는 거였습니다. 상담실에서 제가 할 법한 이야기들을 자주하시더라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의 단골 한의사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그 선생님이 진료시간에 짧게 짧게 해주시고 감질맛 나게 저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던 이야기가 매우 상세하게 이 책에 풀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한의학적 용어가 남발되거나 딱딱하게 몸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주제 한주제 넘어갈 때마다 동네 한의사 선생님과 그날의 진료를 받으면서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동네 한의사 아저씨와 함께 차 한잔 마시면서 몸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나누는 소소하고도 편안한 대화같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제 단골 한의사 선생님 처럼 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들쳐본 독자들에게 결국 몸을 다루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돌아보고 인생에서 좋은 선택들을 하라는 매우 철학적인 부분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 나를 변화시켜야 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단순히 몸에 들어가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감정과 정신의 영역을 함께 바꿔야 합니다. 이렇게 건강과 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자연스레 나를 둘러싼 환경(사람을 포함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영역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천천히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어떤 한 사람의 삶이 이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 체질뿐만 아니라 기질과 성질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유전자에도 조화와 균형이라는 불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 사람으로 인해 질병과 건강에 관한 가족의 역사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p. 229)

결국 유기체인 인간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한 증상만 개선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사람 인생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말로도 제게는 들렸습니다. 흔히들 심리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가족들은 이 아이가 문제에요, 남편이 문제에요 와 같이 한 가족을 콕 짚어 문제를 지적하고 그 사람을 바꿔달라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물론 그 가족구성원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가족의 상태가 변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대상자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변해야 된다는 것을 저는 강조합니다. 더불어서 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문제로 나타난 증상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증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사람 인생 전체가 변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합니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 문제로 나타나는 그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 환경, 먹는 재료, 생각, 마음가짐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저자가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호랑이 의사선생님이 환자를 나무라고 강요하는 방식이 전혀 아니라 매우 따뜻하면서도 포근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무조건 한약을 먹어라, 요즘 몸에 좋다는 공진단을 먹어라, 운동을 많이 해라 라는 식의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자는 사람에 따라서 너무 애쓰지 말고, 너무 많이 운동하지 말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결국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들어다 보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고 버릴 것은 버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순환의 과정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은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래로 충분히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몸에서 불필요한 힘이 빠지고 호흡의 힘이 충분히 아래까지 내려가는 것이 가능해야 비로소 위로 잘 올라올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위로 올리려고만 하지 내려놓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힘을 갖고 주려고는 하지만 힘을 빼려고 하지는 않지요. 이것은 물론 몸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감정과 생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몸과 감정과 생각이 서로 어울린 존재니까요.

오래된 병을 치유하거나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먼저 내려놓는 연습을 하길 권합니다. 몸과 감정 그리고 생각에서 필요 없는 힘을 내려 놓으면 호흡은 자연스레 깊어지고 이것이 추동한 기의 율동이 스스로 알아서 우리가 가진 본래의 치유력을 고양시킬 것입니다. (p.201)

​​

결국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이 사회에서, 그리고 앞으로는 더 뜻하지 않게 어디까지 살게 될지 모르는 무한 수명의 시대에서 좋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고 몸과 마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계속 들어다 보며 귀중한 보석을 쓸고 닦고 애지중지 하듯이 자신의 몸도 잘 쓸고 닦으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오래 살게 될 젊은 세대들이, 또 지금 60은 예전 60과 다르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 중년들이 잘 늙기 위해 몸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길 바랍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아플 때마다 들여다 볼 책 같습니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멈추셔야 해요. 막 커 나가는 나무처럼 성장하는 10대 20대 때는 무리를 해도 쉽게 회복되고 그것이 더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중년 이후로는 내가 가진 역량의 100%를 다 쓰거나 그 이상을 끌어다 쓰면 피로가 쌓이고 몸의 원기를 상하게 되세요. 잠깐 살다 가면 괜찮은데 전보다 수명이 길어졌짢아요. 그러니 건강하게 오래 즐기고 싶으시면 80%정도, 조금 더 하면 좋겠다 싶으실 때 멈추는 것이 좋아요. (p.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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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무를 찾아요 세많다 시리즈
정여랑 지음, 이연 그림 / 위키드위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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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얼굴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더라도 나와 꼭 닮은 사람은 없죠. 아무리 쌍둥이라도 아주 작은 부분은 다를 거에요. 무수히 많은 얼굴의 사람들이 있는 것 처럼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의 가족들의 존재합니다. 아가가 한명인 가족, 두명인 가족. 아가가 없이 부부만 사는 가족,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아가가 함께 사는 가족.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와 아가만 사는 가족, 엄마가 멀리 다른 곳이 있는 가족, 아빠와 아가만 사는 가족 등...


인터넷이 발달되고 내 침대에 누워서 먼 거리에 있는 나와 다른 생김새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손가락 하나로 알 수 있는 시대인 요즘, 그러한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전 보다 더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 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무수히 많은 형태의 가족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형태의 가족이 있는 만큼 스스로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도 많은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가족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 가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많고, 가족이 죽을 만큼 싫은 사람도 많습니다. 또한 나의 가족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외로워 질 때는 스스로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것 같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다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타인과 자신의 다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의 가족 형태인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참 가족이라는 것은 그 안으로 들어가봐야 그 속사정을 제대로 알 수 있지만, 누군가의 가족 안으로 깊게 들어가서 세세한 사정을 비추어 보기란 쉽지가 않죠. 그래서 겉모습을 보고 먼저 판단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판단하는 것은 그 가족의 구성이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구성대로 잘 되어 있느냐일 것입니다(저는 이 기준에 동의하지 않지만요). 어른들의 이러한 기준 속에서,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그대로 물려 받은 친구들에게 다름을 지적 받거나 다름을 지적 받을까봐 불안해하면서 상처를 받는 친구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그러한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이 있다면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크리스마스 나무를 꾸미던 우리의 귀여운 봄이와 여름이는 집에 있는 큰나무와 작은나무의 외형을 보고 느낌적으로 각각 아빠나무와 아기 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 나무는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엄마 나무를 찾으러 여행을 떠납니다. 엄마의 책장에 있는 책을 통해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단서를 얻은 두 아이는 바닷속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게 됩니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엄마 크리스마스 나무를 아는지 열심히 물으며 찾아 나서죠.


그 동네 사람들에게 엄마 나무를 보았냐고 물어보는 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은 엄마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아이들에게 오히려 물어봅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생각했던 엄마의 정의는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마을에 있는 많은 형태의 가족을 보고 엄마라는 존재는 단순히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준 주변의 많은 것들'이라고 확장하여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아빠들이 아기를 낳는 해마 가족과, 엄마 흰동가리가 죽으면 제일 큰 아빠 흰동가리가 엄마로 바뀌는 가족을 보면서 아이들은 집에 있던 나무들 중 큰 나무가 당연히 아빠나무라고 생각하였지만, 엄마 나무일 수도 있겠다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빠는 먼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봄이와 여름이는 엄마 나무를 찾는 여정의 하이라이트로 나무들이 사는 나무 마을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보게 됩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모습의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요.


엄마만 두명인 가족도 있고, 아빠만 두명인 가족도 있으며 할머니와 아이들만 있는 가족도 있는 것. 그리고 씩씩하고 힘 센 엄마가 있기도 하고, 자그마하고 힘이 약한 아빠가 있기도 하다는 것. 이렇듯 엄마 아빠의 모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떤 곳에는 아주 많은 가족들이 함께 살고, 어떤 곳에는 아이들끼리만 살기도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같이 살지 않는 가족도 많다는 것.



처음 여정을 떠날 때, 봄이와 여름이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에게 엄마 나무를 찾아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행의 끝에서 아이들은 느끼게 됩니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그 나무들에게 자신들이 엄마이고 아빠라는 것을요.


"세상에는 아주 많은 모습의 가족들이 있어요"

"씩씩하고 힘이 센 엄마가 있기도 하고, 아주 자그마하고 힘이 약한 아빠가 있기도 하죠.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랑하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잠시 잊어버리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같이 살지 않는 가족도 많아요."

"팔이 아주 긴 나무들처럼 서로에게서 먼 거리에 있어야 함께할 수 있는 존재들도 있어요."

"봄이와 여름이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에겐 봄이와 여름이가 엄마이고 아빠인 거예요. 사랑하는 마음을 걸어두려고 만난 나무들이니 어제 어서 돌아가 반짝거리는 마음들을 전해줘요."

"함께하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고 함께하지 못해도 서로 행복하기로 해요."

- 엄마 나무를 찾아요 중에서


세상에는 수많은 사정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가족들에게 이 책은 말합니다. 함께하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고, 함께 하지 못해도 서로 행복하기로 하자고.


이 책을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혹여 다문화, 편부모, 조부모 등 등 어떠한 형태이든 자신의 가족의 형태로 인해 살아오면서 상처받았거나, 상처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많은 말보다 이 책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그림책의 형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가족의 형태로 인해 상처받고 있거나,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그 분들에게도 건네고 싶습니다. 더불어서 이미 많이 자랐지만 이러한 부분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분들을 치료할 때도 적극 활용하면 좋을 책입니다.


이 책을 마음으로 만나서 다행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3725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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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윤보영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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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는데 자꾸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시를 읽으면 느낌이 오실 거예요.


<어쩌면 좋지>

자다가 눈을 떴어

방 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어쩌면 좋을까요?

웃음이 자꾸 새어나왔습니다.



이 시집의 시인인 윤보영 시인은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함축적이여서 무슨 뜻인지 한참을 들어다 보아야 하는 어려운 단어나 어려운 비유도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멀리 있는 소재가 아니라 커피, 첫눈, 비, 선물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과 물체들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그런데 이 시인이 말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짧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꼭 집고 들어와 자꾸 자꾸 웃음이 났습니다. 어떨 때는 부끄럽기도, 어쩌면 오글거릴 수도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느낌을 느끼는 것이 퍽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꾸 웃음이 나서 시를 읽는데 행복해졌습니다. 어떤 시는 슬퍼지기도 하고 어떤 시는 고뇌에 빠지게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집에 엮여진 시인의 시는 웃음이 납니다.


이 시를 읽고 있는 제가 미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

어젯밤

비 내리는 창가로 가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글쎄

비가 마음까지 열라는 거야.

비를 보고 있다가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하마터면 열어줄 뻔했어.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시인이 재료로 사용한 일상의 사물들을 볼때면 이 시들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특히 커피 시인으로도 불리는 윤보영 시인은 커피를 등장 시킨 시가 많습니다.


<커피>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누군가 커피 마시는 모습만 보아도 이 시가 생각나면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지만 사회적 상황과 위치 등 이런 저런 이유로 가슴 한켠에 숨겨 놓았던 날 것 그대로의 사랑과 기쁨의 감정을 시인은 콕 찝어서 아주 간결하면서도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를 내보이며 풀어냅니다. 벌거 벗었을 때 부끄러운 것 처럼 그 감정의 알맹이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매우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껍데기를 벗고 알맹이를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온 갓 미사어구를 벗어 던지고 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더불어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내 마음 한구석에 너무나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 마음을 둘러쌓고 있는 먼지와 포장지가 너무 많아 그 온도가 제대로 닿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윤보영 시인의 시를 사용해 보세요. 알맹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부끄러울 수는 있겠으나 감정의 온도를 전하는데는 매우 효과적일 겁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마음은 정말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계속 듣고 싶은 그 마음을 시를 통하여 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시 이 시집을 들추어 보는데 미소가 제 입가에 번집니다.

이 시집을 보는 내가 너무 행복합니다.

시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가끔은 커피>

가끔은 커피가

진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대 미소를 넣으면

부드럽게 되니까요

가끔은 커피가

싱거울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대 생각을 넣으면

진하게 되니까요.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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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지음, 메이지 파라디스 시어링 그림, 이진영 옮김 / 아이위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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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의 왕자.

어린 시절 그림책으로 읽었던 행복한 왕자를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게 되었어요.

이상하게 어린 시절에도 이 책을 좋아하여 10번 이상 읽었던 기억이 나는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책입니다.

 

곱고 부드러운 황금 잎으로 온 몸이 둘러싸인 행복한 왕자 동상은 커다란 루비로 장신된 멋진 칼과 사파이어의 빛나는 두 눈을 가진 아름다운 동상입니다. 이 동상을 보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관광 명소가 되지요. 아마 지금 시대였으면 인스타 갬성 사진을 찍기위해 셀기꾼들이 구름 같이 몰려 들었을거에요.

어느 날 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로 날아가던 작은 제비 한 마리가 왕자의 동상 발치에서 쉬어가다가 도시 사람들의 슬픔으로 슬퍼하는 왕자의 부탁들을 들어주게 됩니다. 왕자는 동상이 되기 전, 사람의 심장을 가졌을 때 아주 멋진 왕궁에서 살았고 매일 매일 파티가 계속 되는 화려한 삶을 살며 행복했어요. 그 때 왕자는 정말 행복했고 자신의 백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없었다고 해요. 왜냐하면 왕자는 자신만 행복하면 그걸로 만족하였고 그걸로 좋았거든요.

그러나 아름 다운 동상이 되어 도시를 바라보게 된 왕자는 이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의 슬픔이 보이게 됩니다. 아픈 아들을 간병하며 재봉일로 간신히 끼니와 약을 사는 어머니의 슬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어 대본 집필을 마무리 하려고 하지만 추운 날 불을 지필 장작을 살 돈도 없는 예비 작가 청년의 슬픔. 팔고 있던 성냥을 시궁창에 빠뜨려 성냥을 팔지 못해, 집에 가져갈 돈이 없어 아버지에게 혼이 날까봐 걱정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슬픔. 그리고 도시에 만연해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슬픔.

이 사람들의 슬픔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왕자는 제비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칼에 있는 루비와, 사파이어 두 눈, 그리고 자신의 몸을 덮은 황금 잎들을 전해줍니다. 다른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자신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치장하던 것들을 나누어주는 왕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볼품이 없게 되고 이런 왕자를 사람들은 더 이상 좋아하지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도 않게됩니다.

"하지만 이제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몰랐던 슬픔이 보이는 구나."

"나의 소중한 제비야, 너는 정말 굉장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구나.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사람들이 겪는 슬픔이란다. 세상에서 불행보다 더 슬프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단다."

"이 황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렴. 사람들은 이 황금이 자신들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는단다."

이 과정 속에서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야 했던 제비는 왕자가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아 떠나지 못하고 왕자의 부탁들을 들어줍니다. 그러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져 결국 제비는 행복한 왕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 순간, 납으로 된 왕자의 심장이 둘로 갈라지게 됩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왕자를 "필요없다"고 여기게 되고 녹여 버립니다. 그러나 왕자를 녹여도 두개로 갈라진 납으로 된 심장은 녹지를 않게 되고 사람들은 죽은 제비가 놓여 있던 쓰레기장으로 왕자의 심장을 버리게 됩니다. 그 이후 하나님이 천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가지를 찾아오라고 하자, 천사들은 작은 제비의 몸과 행복한 왕자의 심장을 가져가게 되고 둘은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천국의 정원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제목인 '행복한 왕자'라는 타이틀이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찾고 싶어합니다. 무엇이 행복인지.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행복이란 소중한 가족과 주변 관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행복은 꿈을 찾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이 행복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주는 교훈이 물질적이고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복한 왕자 처럼 다른 사람을 돌아보며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되어 이 책을 읽어 보니 단순히 그냥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참 '행복한 왕자'라는 제목이 너무도 많은 뜻을 가지고 있고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 나이가 먹으면 그 '행복한 왕자'라는 의미가 또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저에게 '행복한 왕자'가 주는 의미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 세상의 가치, 내면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더 초점을 맞추고 싶은것은 바로 '누군가에게 소중한 것의 존재' 입니다. 어린 시절을 지나 사회에 나와 보면서는 단순히 돈이라는 것이 좋고 나쁨의 성질로 이분법적으로 분리 되기 매우 힘든 존재라는 것을 미약하게 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데에 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쫓는 사람들을 단순하게 나쁘다 좋다로 분류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왕자가 동상이 되기 전, 풍족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며 행복하였던 것을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왕자의 황금 잎들을 가지게 되어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단지, 현재 각자의 상황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람들을 바라고 그것을 가졌을 때 행복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상이 되기 전 행복한 왕자는 아마도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 였을 겁니다. 그러다가 동상이 된 후 사람들의 슬픔을 보고 나서는 도시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그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랐을 것입니다. 또한 지나가던 손님에 불과했던 제비는 행복한 왕자가 자신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버려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선택을 했을 겁니다. 더불어서 재봉일 하는 어머니에게 소중한 것은 아픈 아들이고 그 아들의 치료를 위해서 치료비가 필요했을 겁니다. 작가가 꿈이었던 청년에게 소중했던 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글을 쓸 환경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소중한 '것', 그러니까 소중한 '대상'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행복과 슬픔을 가르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존재를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할 건지도 행복의 크기를 가르는 중요한 키가 되지 않을까요.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행복한 왕자는 그렇기 때문에 겉모습은 녹아도 그 마음은 영원히 지켜지지 않았을까요? 요즘의 청년들, 그리고 나이불문 하고 요즘의 대한민국 사람들 마음속에 가장 많이 드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지?'일 것입니다. 그 질문에 120년 전에 서거하신 오스카 와일드는 행복한 왕자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너한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봐"

라고 말이죠.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재밌었던 것은 일러스트가 매우 재치가 있습니다. 정형화된 행복한 왕자의 느낌에서 벗어나 왕자도 제비도 위트가 있달까요?

왕자의 과거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린 일러스트가 참 재미있다고 느끼며 웃음이 피식 났습니다.

따뜻한 곳을 꿈꾸며 상상하는 제비의 꿈을 표현한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양한 작가의 삽화 버전으로 읽어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아이위즈 출판사의 행복한 왕자는 삽화도 매우 재치가 있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행복한 왕자를 읽으며 제가 행복해졌습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3107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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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준비 사전 사춘기 사전
박성우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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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경험하는 무서운 그말 '사춘기'


나는 사춘기를 누구나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나는 사춘기 없이 지나겠는데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도 모르게 지나갔을 수도 있고 아직 안왔을 수도 있다. 사춘기를 누구나 경험하지만 그 나이는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우리가 말하는 10대 때 경험하지만 요즘 더 어린 시절에 경험할 수도 있고 20대, 30대가 되서야 사춘기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춘기가 스쳐가는 시기는 누구나 다르겠지만 끊임없이 성장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춘기를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몸의 발육 상태도 빠르고 여러 모로 빠른 아이들은 이전 세대가 경험했던 사춘기 보다 더 시기가 빠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요즘 평균 사춘기 나이를 보통 빠르면 초3 부터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누구나 경험하는 사춘기가 당사자 스스로나 부모 모두 지옥일 수도 있고 한 쪽만 지옥일 수도 있다. 혹은 둘 다 지옥이 아닐 수도 있다. 아직 사춘기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은 '도데체 사춘기가 뭐길래 어른들은 사춘기, 사춘기 거리는 거지?'라는 질문을 품을 수 있겠고 사춘기를 지나온 부모들은 자신이 했던 '짓' 들을 알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면서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엄마와 아빠, 선생님은 우리를 사춘기라고 부르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있길래?'라는 친구들도 있겠다. 사춘기를 앞두고 있거나 사춘기를 지나고 있을 당사자와 부모들을 위해 작가는 '사춘기 준비 사전'과 '사춘기 성장 사전'을 준비했다.


이 준비 사전을 통해 작가는 사춘기를 표현하는 낱말을 하나씩 하나씩 풀면서 그에 해당 하는 예시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딱딱하거나 도덕책 같지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 예시와 그림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또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한 마디 씩 하는 통쾌한 한방도 각 단어 마다 들어가 있다.


사춘기 준비 사전에서는 특히 사춘기에 들어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익숙했던 것들에 대한 불만, 변화하는 나의 몸에 대한 궁금증, 관계에 대한 고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이전에는 느끼지 못하였던 다양한 감정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부모님과 어른들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것들이 많은데 정작 어른 들은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의문과 질문들을 정곡을 찔러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2차 성징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변화와 성에 대한 관심들도 전공법을 통해 다루면서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더불어서 사춘기 때 경험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질문들과 의문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을 자기 자신, 주변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성장의 언어로 뒷 부분에 수록하였던 점이 인상깊다. 그래서 사춘기 준비 사전만 나는 읽었지만 사춘기 성장 사전이 매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이에, 책이 너무 두꺼워졌을 수도 있겠지만 사춘기 준비 사전과 사춘기 성장 사전을 한 권으로 묶었어도 매우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사춘기 준비 사전과 함께 성장 사전을 읽어야 사춘기에 대한 이해가 완성 될 것이다.


특히 재밌다고 느낀 부분은


< 신경질, 안 낼 수가 없어 >

- 좀 튀는 운동화를 샀는데 아빠가 뭐 그딴 운동화를 사왔냐고 할 때

- 엄마가 허락도 없이 내 물건을 버렸을 때

- 친척들 앞에서 친척 누나랑 비교당할 때





"너 같으면 신경질 안나겠니?"

"어른들은 우리한테 막 신경질을 내 놓고 미안해하지도 않잖아"

(p. 38~39)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순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는 것이 재미있다.


이 책을 아이들이나 부모님이 각자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서 '너도 이렇게 생각했어?', '엄마도 이랬자나', '나도 아빠가 그렇게 말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와 같이 서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경험하는 가장 힘든 점은 '외로움'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소통되지 않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또래로 부터 소외받는 것은 아닐까, 다른 아이들과 내가 많이 다른 것은 아닐까 걱정에서 오는 외로움. 그런 외로움을 경험하는 시기를 이 책을 통해 친구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어 내가 느끼는 것이 이 시기에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며, 엄마 아빠도 느낀 것이라고 여기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의 자존감이 조금은 덜 상한 채로 사춘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하루 하루 한뼘 씩 크며 마음도 몸도 무게도 늘어갈 사춘기 아이들에게 '니가 이상한 것이 아니야'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28320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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