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시장경제를 알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43
김재수 지음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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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경제학도가 아니여도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경제학적 사고 및 시장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친근한 유투버가 알기 쉽게 재미있는 영화에 대해서 리뷰하듯이 이 책은 강의체, 대화체로 쓰여 있어서 전혀 딱딱하거나 고리타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시장 경제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 대해서 어렵다고 여기던 저도 이 책을 통해 '경제'라는 것을 매우 친숙하면서도 흥미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경제학은 제한된 자원, 제한된 선택의 영역에서 희소성이 낳는 선택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무엇을 생산할 것이고, 어떻게 생산할 것이고, 누가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를 '양면의 얼굴 보기', 또는 '무대의 뒷면 보기'라고 이름 붙입니다. (p. 15)​

이러한 선택의 상황들 속에서 경제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 또 강조되는 것은 바로 균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눈앞에 놓인 한 물건의 가격이 그냥 결정된 것 같지만, 아주 복합한 여러 이해관계와 상관관계가 얽혀져 있다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이해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은 멍청하지 않다', '복잡한 상호작용이 벌어진다'라는 두 가지 균형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인 즉슨,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직선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극단적이 아니라 균형 있게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균형이 내포하는 두 가지 특징을 이해해야 합니다. 첫째, 사람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선 계산대 앞에 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경제학자가 즐겨 쓰는 표현처럼,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빠른 계산을 통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서는 줄을 찾습니다. 둘째, 세상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결과는 단순하지만, 이것은 이미 수많은 최적 선택이 상호작용해서 낳은 결과입니다. 계산대 앞 줄은 거의 비슷하고, 어디에서든 비슷한 시간을 기다립니다. 결과는 단순하게 나타나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은 멍청하지 않다', '복잡한 상호작용이 벌어진다'라는 두 가지 균형 특징은 경제학적 세계관이라 할 수 있어요. 가격이나 거래량 같은 숫자 하나도 균형 개념을 통해 이해해야 합니다. 상품 가격은 숫자 하나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의사 결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나타납니다. (p. 36-37)​

제가 경제학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생각하였던 경제학의 이미지는 굉장히 계산적이면서 숫자적이고 어떤 부분은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히려 경제학이 강조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세상은 흑과 백으로 무자르듯이 자를 수 없으며 균형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어 어떤 부분은 문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만큼 제가 경제에 대해서 무지하게 살았다는 뜻이겠죠.

균형 개념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가르침을 담습니다. 보이는 것만 바꾼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보이는 것 뒤에 똑똑한 인간과 복잡한 세상이 존재하니까요. 균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성급하게 문제를 분석한 후 간단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p. 39)​

경제학에서 '한계적 사고'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최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을 찾는 사고방식입니다. 저는 이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요. 한계적 사고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직선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극단적이 아니라 균형 있게 사유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편익이 없거나 비용이 없다면, 잉여 곡선은 포물선이 아니라 항상 증가하거나 항상 감소하는 단순한 선형이 됩니다. 그렇다면 선택은 너무 쉽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거나, 게임을 하예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게임을 하면 공부할 시간을 포기해야 하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게임에서 얻는 재미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잉여 곡선처럼 비선형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말과 같아요. 따라서 흑과 백, 모와 도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적절한 시간만큼 비디오 게임을 해야지, 하루 종일 게임만 하거나 아예 안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기본적이고 당연한 경제적 선택 원칙을 쉽게 무시합니다(p. 31-32)​

우리가 살아가는 삶속에서 시장경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시장경제에서 함께 늘 거론되는 것들은 소비자와 판매자,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역할, 이익과 불이익, 공평함과 불평등, 독과점과 같은 개념일 것입니다. 특히 요즘 바이러스로 인해 온나라와 전 세계의 시장경제가 뒤집어 지게 되는 상황들 속에서 더 건강한 시장 경제는 무엇이고 그 시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며, 개인과 기업과 상인들은 그 속에서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경제학자인 저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경제학을 꼭 알아두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을 통해 균형의 개념을 이해하고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 먼저 이해하라고 말이죠.

경제학자는 좀처럼 낭만적인 미래, 선동적인 문구, 사이다 발언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균형 개념을 이해하기 때문이에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이 경제학을 꼭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뜨거운 꿈을 가지세요. 순진하지 않은 냉철한 이성으로 꿈을 꼭 이루기를 응원합니다. (p. 40)​

경제학이 준수하는 확률적 사고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미있고 영향력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조심해야 해요. 우리는 인상적 이야기에 너무 쉽게 빨려들고 다른 가능성을 무시한 채 성급한 결론으로 뛰어들려고 해요. (p. 43-44)​

그리고 시장과 정부, 개인 등이 각자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경제학의 입을 빌어 답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성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시장 제도와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서로 보완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은 서로 보완적이라는 것이겠죠. 둘중의 하나, 흑백 논리와 같은 협소한 접근으로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경제학자인 저자는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의 성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포용적 시장 제도와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보완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 시장과 정부에 대한 토론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라는 흑백 논리로 이뤄집니다. 이런 협소한 접근은 이해를 왜곡시킵니다. 시장제도를 거스르는 착취적인 정부개입은 성공할 수 없고, 정부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자유시장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p. 90)​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한 학문의 정수, 그리고 한 개인으로써 세상과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정수를 아주 알기 쉽게 잘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샘터사에서 나온 '아우름 시리즈' 43번째 책입니다. 아우름 시리즈는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인문교양서들로 이뤄진 시리즈입니다. 지난번 다른 주제의 아우름 시리즈 책을 한번 읽었었는데, 그 책도 중요한 인문교양의 한 주축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두껍지 않은 지면을 빌어서 아주 알기 쉽게 설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주제도 경제학자인 저자가 아주 쉽게 중요한 개념을 설명해주는 것을 보고 시간이 되면 아우름 시리즈 전권을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기회비용 개념이 불온함이라는 정신을 담는다면, 매몰비용 개념은 냉정함이라는 정신을 담습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 이미 써버린 비용을 냉정하게 무시해야 합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기회비용을 찾는 불온함과 매몰비용을 무시하는 내정함을 넘나들 것을 요구해요. (p. 26)

요즘 바이러스로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시끄럽고 동요되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위기 상황일 수록 한 개인은 어떠한 태도와 선택을 하며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마음에 깨달아진 것은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잘 지내며,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잘 헤아려 그에 맞는 결정들을 후회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알려면 우선 세상의 중요한 가치와 개념들을 이해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나의 분야, 일상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학문들과 개념들을 읽혀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그 안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 소중한 가치를 잘 탐색해 인생을 재밌게 꾸려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나에게 다가온 이 책,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책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그만큼 이 책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으면서도 세상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작동하는 시장경제는 전체 파이 크기를 키우고, 사회 구성원이 더 큰 조각을 차지하도록 만들어요. 모두가 크기가 같은 조각을 먹지 않지만, 자신이 기여한 만큼 공평하고 정당한 크기의 파이 조각을 갖습니다. 경제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성장 과실이 모두에게 분배되며, 불평등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파이 크기도 자라지 않고 불평등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독과점과 정실자본주의는 이미 큰 조각을 가져가는 소수가 더 큰 조각을 가져가도록 하고, 작은 조각을 가져가는 다수가 더 작은 조각을 가져가도록 만듭니다. 외부효과, 공공재, 공유재, 비대칭 정보와 같은 시장실패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다수 약자에게 비용을 떠넘기거나 그들을 시장의 혜택에서 배제합니다. (p. 183-184)​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855328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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