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를 너에게
사노 요코 지음, 히로세 겐 그림, 김난주 옮김 / 샘터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사노 요코를 저는 그림책 <100만번 산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추천을 받을 때마다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간 서점이나 책방에는 없었어서 아직은 못 읽었습니다. 줄거리는 알고 있어요). 그녀는 그림책 작가로 데뷔하여 수많은 그림책을 발표하고 동화와 에세이집 등 다양한 분에서 작가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저에게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간단하게는 한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우표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그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로 정리 할 수 있겠지만, 결코 그 한마디로는 이 책의 아름다움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총 16번의 챕터로 숫자가 매겨진 이 책은 처음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연관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표가 건네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바라보았던 세상, 삶의 의미들이 곳곳에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의 흐름을 읽어가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살면서 경험했던 감정들, 주변 누군가를 관찰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뮤지컬이자 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 명작인 이유에 대해서 여러 번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고 나이가 먹어 갈 수록 감정이입하는 인물들이 달라지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학창시절 어느 선생님이 해주었던 것이 생각이납니다. 꼭 그 영화 뿐만 아니라 몇년 전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볼 기회가 있을 때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드라마인데도 다르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주변의 다른 등장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에도 감정이입이 되지요.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을 때 특별히 더 다가오는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이 있다면 나이가 먹고 다른 경험들을 하면서 이후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래서 명작이겠지요.

특히 현재 저의 나이와 상황에서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은 딸에게 엄마가 우표를 주면서 했던 말이었습니다. 큰 도시에 가면 슬픈 일이 있을 것이고 그럴 때 이 아름다운 새가 담긴 우표를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더불어서 전쟁을 앞두고 서로 이별해야 하는 연인들의 마음과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 그리고 남편이 돌아온 후의 애뜻함, 이후 딸을 떠내보낼 때의 마음 들이 마음에 콕 박히더군요.

전쟁에 나가고 그 안에서 평화롭게 전쟁이 끝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원래 작가의 나이를 잘 알지 못하던 저는 혹시 이러한 전쟁을 겪은 세대인가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이후 작가의 연대기를 살펴보니 38년 생으로 그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경험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작가가 느끼고 관찰한 바를 풀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한 아이와 함께 세상에 나오고 시간이 흘러 여러사람의 손을 거치고 결국 그 아이의 손에 들어간 우표, 그리고 그 안의 새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양한 의미를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중 현재의 제가 느꼈던 것은 우표, 그리고 그 안의 새란 '삶'이라는 것에 대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해석하기 어려운 말로 써있습니다. 그 삶은 변하지 않고 같은 형태,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지만 누구의 손에 들려지냐에 따라서 달리 보입니다. 참으로 손에 들려지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합니다. 누구의 해석이 틀렸다 맞다 할 수는 없지만 그 많은 해석 중에서 한가지 공통된 것은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상황과 시간 속에서 다르게 해석됩니다. 조금더 나아가 의미를 더 더해보자면,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그 새를 직접 마주하는지 외면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의 정체를 찾아 새를 계속해서 그렸던 청년은 그 새를 마주하자 더는 그 새가 중요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삶에서 다른 형태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 새를 자신의 그림 안에 가두어 두지 않고 그녀에게로 그리고 세상에게로 자유롭게 훨훨 날려보낸 느낌이 듭니다.

그는 오랬동안 자신의 몸에서 떨어진 새를 그리워하고 찾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냈지만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의 마음 속에 있었고, 그의 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는 그와 떨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 많은 사람들 손에 들려지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가치와 바램을 그 새에게 투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새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용기가 누군가에게 주어졌을 때 그 새는 자유롭게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한번 읽었을 때 여기 저기 마음이 울리는데 그 울림의 정체가 뭘까 생각했지만 손에 명확히 잡히지는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이 책의 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처럼 현재 나의 상황과 가치관으로 그 새를 보게 되겠지요. 그래서 그 새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상황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적지만 또 언젠가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보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새의 우표를. 저의 마음 속에 있는 새, 그리고 우표는 어떤 모양일지 들어다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마음이 지칠 때, 그리고 누군가를 위로할 때 선물용으로 참 좋은 책입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830682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