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이꽃송이 지음 / 휴앤스토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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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던 서른 살의 어느날 저자는 '사는 것 처럼 살고 싶어'라는 마음이 길가에 떨어지는 노오란 은행잎을 보고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자의 여행은 시작이 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 그렇게 715일간의 세계여행이 시작이 됩니다. 이 책은 저자의 그 여행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715일간의 여행동안 들었던 경비는 900만원. 저자는 히치하이킹과 카우치서핑을 통해 여행을 완수하겠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약 2년여간의 여행을 지속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동양인 젊은 여자가 혼자, 그것도 히치하이킹과 카우치서핑 만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물론 쉬운일이 아니었지요.

* 카우치서평(couch surfing) 이란? : '여행자가 잠잘 수 있는 소파(couch)를 찾아다니는 것(surfing)'을 뜻하는 말. 현지인들은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남는 카우치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카우치에 무료로 머무를 수 있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숙박 공유 커뮤니티. 무료로 숙소를 공유하고 제공받는 역할을 넘어 단순 관광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이 여행을 통해 감자칩과 맥주로 하루 끼니를 떼우기도 하고, 밤이슬과 야생동물을 피해 마당 한켠만 내달라고 사정하여 누군가의 음식점이나 집 앞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거나 공항 노숙은 기본으로 하게 됩니다. 또한 어느 바다에서는 잠시 동안 머물며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치며 돈을 벌기도 하고,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여행동안 찍은 사진과 여행 경험을 팔기도 합니다.

또한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경찰차를 타기도 하고, 죽을 만큼 아플 고비도 여러번, 배낭을 통채로 도둑 맞기도 하는 등 여행의 고비를 당연히 만났지만 그때마다 더 새로운 세상, 그 속에서 느끼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기 위해 저자는 걷고 또 걸었습니다.

- 떠나도 괜찮아 -

여행이란 단어가 그리 무겁지는 않은데 혼자 떠나는 여행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그 문턱을 넘기까지가 수능 시험만큼이나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작 앞에서 망설이고, 뒤돌아선다. 직장, 미래, 나이, 안정, 가족 등의 정말 현실적인 것들을 두고. 막상,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 두려움은 뜨거운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처럼 마침내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떠나기 전엔, 누구나 다 두렵지만 떠나고 나면, 결국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괜찮다. 그대가 두려움의 선을 넘어 한 발자국을 내디뎌도. (p. 201)​

따뜻한 우리 집 이불에 누워서 저자의 2년 간의 여행기록을 살펴보면서 편안하게 대리 여행을 하면서도, 이미 끝난 여행기지만 함께 걱정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게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겁이 많고 불안이 높은 저는 저자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같은 여성으로서도, 또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도 마음이 덜컥 하고 걱정이 되는 순간이 많았었는데요, 그러한 순간들 속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 위험한 일을 마주하는 여행자의 자세 -

어느 장소든 어느 사람이든 여행할 땐 그 누구의 말보다 내 감을 믿어야 한다는 나만의 규칙이 있다. 실제로도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처했던 위험한 상황에서 나는 늘 나를 믿고 행동한다.

...

나는 그때마다 정말 단호하게 굴었다. 그게 내 감이었고 확신이었다.

...

이런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굴진 않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단호히 화를 내거나 늘 긴장하며 지냈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짐은 풀지 않았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그래야 내가 여행을 오래 하면서 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이 낯선 타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하나다.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p. 100~101)​

이 세상의 다양한 단면들을 만나면서 저자는 정말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행복의 순간을 속에서도 현실에 대한 걱정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렇지만 그 과정들 속에서 저자가 앞으로 살고 싶은 자신의 삶의 모습을 찾아가게 되고 여행이 계속 될 수록 그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강해진 듯 합니다.

- 성장통 -

여행을 하면서조차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수많은 생각이 자주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어요. "이러고 있을 떄가 아냐!", "한국에 가면 뭘 하지?" 다가오지도 않은 그 미래를 걱정할 때면 마음이 조급해져 억지로 무언가를 해내려고 했어요. 자책감과 자괴감에 휩싸여 불완전한 나를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애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이런 성장통들을 겪으며 한 가지 꿈이 생겼어요. "나는 나로 살고 싶다"는 꿈이요. (p. 179)​

"나는 나로 살고 싶다"

이 한 문장이 저자를 세계 위에 올려놓는 여행의 시작을 가능케 하였고, 또 세계 위를 계속 질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사는 2년여 간의 여행이 끝난 후 앞날이 탄탄대로만 풀리지는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오히려 여행이후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그로 인한 압박감, 현실에서의 적응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여행 이후의 시간이 저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오히려 더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여행 전의 고민과 여행 후의 고민의 결은 저는 분명 달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행 이후의 저자의 죽을 만큼 힘들었던 고민은 여행 속에서 달라진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그 자신을 여행 속에만 갇혀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알을 깨고 나와 여행과 현실의 세상 모두에서 달라진 자신을 마주해야 할 때 필수 적으로 아플 수 밖에 없던 고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여행이 내 인생을 바꾸진 못했다. 하지만 이 긴 여행으로 나로 살 수 있는 용기와 긍정적인 힘, 매 순간에 대한 감사함, 수많은 추억을 얻었고, 세계 어느 곳에서 살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아졌다.

...

여행은 내 인생을 바꾸거나 내게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여행을 통해 일정하게 짜인 프레임을 벗어나 있었던 그 시간들 안에서 나로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수많은 추억과 세계 어느 곳에서 살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힘이 생겼다. (p. 262~264)

​​

그 고통 속에서 저자는 또다시 깨닫습니다. 여행이 인생 전체를 바꾸진 못했노라고. 하지만 여행이 준 선물이 분명이 있었고, 그것은 자신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노라고. 그리고 이제는 그 선물을 통해 어느 곳에서도 내가 나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자신있게 마주하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노라고.

오히려 저자가 여행 이후에 '내 삶은 뭔가 달라졌어야 하는데.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생각에만 갇혀 있었다면 계속 더 힘들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깨닫습니다. 여행이 모든 것의 답은 아니며, 내 인생을 바꾸지 못했노라고. 그렇지만 내안의 무엇가 다른 물길이 생겼노라고.

그렇게 자신을 찾은 저자는 다시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눈을 통해 내가 가지 못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자의 다음 여행기가 매우 궁금합니다. 그 여행에서는 어떤 고통과 마주하며 자신의 어떤 모습을 만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자의 또 다른 여행을 이 책을 읽고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52189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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