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 - 동네 한의사의 달고도 쓴소리
김형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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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친할머니와도 함께 살았던 저는 한의원의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키로수가 작은 아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저는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살리기 위해 서울에 유명한 한의원이란 한의원은 다 쏘다니셨다고 해요. 그리고 할머니가 지어준 한약만 해도 정말 몇 통은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작은 아이로 태어났던 너가 이렇게 잘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무용담처럼 자주 꺼내놓으십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 부터 한의원에 가거나 한약을 먹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었어요. 특히 초등학교 때 이사간 집은 진짜 2분 거리에 동네에서 유명한 한의원이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를 포함해 온 가족들이 한의원에 자주 갔습니다.

저희가족은 어깨가 아프거나, 허리를 삐긋하거나, 속이 쓰리거나, 두통이 오거나, 무리하신 아빠가 얼굴 한쪽이 마비가 왔을 때나, 엄마의 손목이 나갔을 때나, 기력이 떨어졌을 때나 온갖 신체의 질병이 오면 그 동네 한의원에 갔습니다. 물론 병원도 함께 다녔지만 한의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온가족이 다닌 덕분에 그 한의원 선생님은 저희 가족의 가족력과 몸의 특징에 대해서 3대를 보면서 꿰뚫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정확한 진료와 처방을 매번 해주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몸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직방으로 위가 아프고 쓰리는 것으로 오는데 그럴 때마다 한의원에 달려갔고 한번 가면 괜찮아지니 꾸준히 오라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을 뒤로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그때 그때 급하게 불을 끄는 식으로 대처하였지요. 그럴 때마다 이야기 해주신 것은, 이것은 하루 아침에 될 것은 아니고 꾸준한 운동과 편안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더불어 제 체질에 맞는 식재료와 맞지 않는 식재료를 언급해주셨지요.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누워있으면 옆 칸에 누워있는 환자를 진료하시는 목소리가 들리시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몸이 아파서 그 증상을 치료하려 온 사람들에게 한의사선생님은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도 꼭 짚고 넘어가신다는 거였습니다. 상담실에서 제가 할 법한 이야기들을 자주하시더라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의 단골 한의사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그 선생님이 진료시간에 짧게 짧게 해주시고 감질맛 나게 저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던 이야기가 매우 상세하게 이 책에 풀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한의학적 용어가 남발되거나 딱딱하게 몸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주제 한주제 넘어갈 때마다 동네 한의사 선생님과 그날의 진료를 받으면서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동네 한의사 아저씨와 함께 차 한잔 마시면서 몸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나누는 소소하고도 편안한 대화같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제 단골 한의사 선생님 처럼 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들쳐본 독자들에게 결국 몸을 다루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돌아보고 인생에서 좋은 선택들을 하라는 매우 철학적인 부분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 나를 변화시켜야 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단순히 몸에 들어가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감정과 정신의 영역을 함께 바꿔야 합니다. 이렇게 건강과 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자연스레 나를 둘러싼 환경(사람을 포함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영역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천천히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어떤 한 사람의 삶이 이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 체질뿐만 아니라 기질과 성질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유전자에도 조화와 균형이라는 불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 사람으로 인해 질병과 건강에 관한 가족의 역사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p. 229)

결국 유기체인 인간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한 증상만 개선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사람 인생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말로도 제게는 들렸습니다. 흔히들 심리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가족들은 이 아이가 문제에요, 남편이 문제에요 와 같이 한 가족을 콕 짚어 문제를 지적하고 그 사람을 바꿔달라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물론 그 가족구성원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가족의 상태가 변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대상자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변해야 된다는 것을 저는 강조합니다. 더불어서 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문제로 나타난 증상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증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사람 인생 전체가 변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합니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 문제로 나타나는 그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 환경, 먹는 재료, 생각, 마음가짐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저자가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호랑이 의사선생님이 환자를 나무라고 강요하는 방식이 전혀 아니라 매우 따뜻하면서도 포근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무조건 한약을 먹어라, 요즘 몸에 좋다는 공진단을 먹어라, 운동을 많이 해라 라는 식의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자는 사람에 따라서 너무 애쓰지 말고, 너무 많이 운동하지 말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결국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들어다 보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고 버릴 것은 버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순환의 과정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은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래로 충분히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몸에서 불필요한 힘이 빠지고 호흡의 힘이 충분히 아래까지 내려가는 것이 가능해야 비로소 위로 잘 올라올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위로 올리려고만 하지 내려놓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힘을 갖고 주려고는 하지만 힘을 빼려고 하지는 않지요. 이것은 물론 몸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감정과 생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몸과 감정과 생각이 서로 어울린 존재니까요.

오래된 병을 치유하거나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먼저 내려놓는 연습을 하길 권합니다. 몸과 감정 그리고 생각에서 필요 없는 힘을 내려 놓으면 호흡은 자연스레 깊어지고 이것이 추동한 기의 율동이 스스로 알아서 우리가 가진 본래의 치유력을 고양시킬 것입니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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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이 사회에서, 그리고 앞으로는 더 뜻하지 않게 어디까지 살게 될지 모르는 무한 수명의 시대에서 좋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고 몸과 마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계속 들어다 보며 귀중한 보석을 쓸고 닦고 애지중지 하듯이 자신의 몸도 잘 쓸고 닦으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오래 살게 될 젊은 세대들이, 또 지금 60은 예전 60과 다르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 중년들이 잘 늙기 위해 몸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길 바랍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아플 때마다 들여다 볼 책 같습니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멈추셔야 해요. 막 커 나가는 나무처럼 성장하는 10대 20대 때는 무리를 해도 쉽게 회복되고 그것이 더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중년 이후로는 내가 가진 역량의 100%를 다 쓰거나 그 이상을 끌어다 쓰면 피로가 쌓이고 몸의 원기를 상하게 되세요. 잠깐 살다 가면 괜찮은데 전보다 수명이 길어졌짢아요. 그러니 건강하게 오래 즐기고 싶으시면 80%정도, 조금 더 하면 좋겠다 싶으실 때 멈추는 것이 좋아요. (p. 157)



https://blog.naver.com/sak0815/221741718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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