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윤보영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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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는데 자꾸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시를 읽으면 느낌이 오실 거예요.


<어쩌면 좋지>

자다가 눈을 떴어

방 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어쩌면 좋을까요?

웃음이 자꾸 새어나왔습니다.



이 시집의 시인인 윤보영 시인은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함축적이여서 무슨 뜻인지 한참을 들어다 보아야 하는 어려운 단어나 어려운 비유도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멀리 있는 소재가 아니라 커피, 첫눈, 비, 선물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과 물체들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그런데 이 시인이 말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짧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꼭 집고 들어와 자꾸 자꾸 웃음이 났습니다. 어떨 때는 부끄럽기도, 어쩌면 오글거릴 수도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느낌을 느끼는 것이 퍽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꾸 웃음이 나서 시를 읽는데 행복해졌습니다. 어떤 시는 슬퍼지기도 하고 어떤 시는 고뇌에 빠지게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집에 엮여진 시인의 시는 웃음이 납니다.


이 시를 읽고 있는 제가 미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

어젯밤

비 내리는 창가로 가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글쎄

비가 마음까지 열라는 거야.

비를 보고 있다가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하마터면 열어줄 뻔했어.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시인이 재료로 사용한 일상의 사물들을 볼때면 이 시들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특히 커피 시인으로도 불리는 윤보영 시인은 커피를 등장 시킨 시가 많습니다.


<커피>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누군가 커피 마시는 모습만 보아도 이 시가 생각나면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지만 사회적 상황과 위치 등 이런 저런 이유로 가슴 한켠에 숨겨 놓았던 날 것 그대로의 사랑과 기쁨의 감정을 시인은 콕 찝어서 아주 간결하면서도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를 내보이며 풀어냅니다. 벌거 벗었을 때 부끄러운 것 처럼 그 감정의 알맹이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매우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껍데기를 벗고 알맹이를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온 갓 미사어구를 벗어 던지고 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더불어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내 마음 한구석에 너무나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 마음을 둘러쌓고 있는 먼지와 포장지가 너무 많아 그 온도가 제대로 닿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윤보영 시인의 시를 사용해 보세요. 알맹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부끄러울 수는 있겠으나 감정의 온도를 전하는데는 매우 효과적일 겁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마음은 정말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계속 듣고 싶은 그 마음을 시를 통하여 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시 이 시집을 들추어 보는데 미소가 제 입가에 번집니다.

이 시집을 보는 내가 너무 행복합니다.

시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가끔은 커피>

가끔은 커피가

진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대 미소를 넣으면

부드럽게 되니까요

가끔은 커피가

싱거울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대 생각을 넣으면

진하게 되니까요.

- 윤보영, 세상에 그저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시집 중에서



https://blog.naver.com/sak0815/221735456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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