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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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동료가 다이어리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분홍색 표지가 너무 예쁜 책이에요.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LA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일본에서 거주했던 작가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지만

그 만큼 어디에도 속함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낸 책이에요.

그 시간들 속에서 작가는 자기 자신을 찾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 보게 되는데요.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채기 위해 
안테나 처럼 한쪽을 향해 있는 나의 귀
...
관찰자로서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느라 
항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옆을 봐야 했던 나의 눈동자"

를 깨닫게 되어요. 
그리고 작가는 그런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러한 귀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늘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배려했다는 것임을 깨닫게 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담은 '에스더버니'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런 외로움과 슬픔을 스스로 다독이는 마음에서 한쪽을 향해 있는 큰 귀와 글썽이는 눈망울을 담은 '에스더버니'가 탄생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늘 누군가 배려했던 그 안테나를 내면으로 돌리기로 했어요.
나 자신의 눈치를 보기로 했거든요!"

그리고 또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 후 작가는 깨닫게 됩니다. 
자신 안에는 수많은 버니, 즉 여러가지 자기 자신의 모습이 있는 것을요.
-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패션과 문화에 열정적인 리본버니
- 감성적이고 사려 깊으며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로즈버니
- 워커홀릭에 스스로에게 부정적이고 엄격한 옐로우 버니 등
다양한 버니(자기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각각의 버니(자기 자신)이 모두
'나'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러한 모습을 즐기게 되었다고 해요.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변화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저는 평소에 많이 하였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중요한 수용을 경험하고 난 후에 삶의 다양한 면과 이야기들을 '에스더버니'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요즘 그림과 힐링 글을 엮어 나온 책들이 많이 있어요. 아니면 이전의 명화나 만화영화들을 엮어서 만든 책들도 많이 있고요. 솔직히 어떤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서점에서 가볍게 읽는 것이 더 좋게 느껴질만한 내용의 책들도 있어요. 

저는 그래서 처음에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인가 싶었는데, 책을 읽은 후의 결론은 아니더라구요. 서평을 위해 찬찬히 꼼꼼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고, 좋은 글귀나 나중에 다시 돌아보고 싶은 페이지에 메모지를 붙이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거에요! 메모지를 붙이고 싶은 페이지가...
그래서 이러다가는 메모지 한 통을 다 쓰겠다 싶어서 붙이는 것을 포기하고 여러번 읽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글과 그림을 함께 보았는데, 한 번 다 읽고 난 후에는 그림을 다시 뜯어보려 여러번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어요.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의 경우에는 많은 책들이 아마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따로 있고 일러스트 작가님이 있으실 텐데요. 물론 이런 책들도 두 작가님들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탄생한 거겠지만 이 책은 직접 직접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기 때문에 두 컨텐츠의 만남과 궁합이 너무나 잘 맞고 어느 하나가 한쪽의 보조적인 이해의 도구가 아니라 글과 그림을 같이 보고 찬찬히 뜯어봐야 그 진가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 책이 그림이 많아서 처음에는 금방 보겠다 싶었는데, 이후에는 빨리 읽는 것을 포기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글을 이해한 다음에 옆의 그림을 살펴볼 때 작가님이 글을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살펴보고 그림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는 것도 꽤 재미있었요. 그리고 그것을 표현한 작가님의 재치도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써놓으신 영어 문구들도 살펴보고 이해하느라 한참을 쳐다보게 되네요. 

그래서 에스더 김 작가님의 작품을 읽으려면 꼭 그림과 글을 같이 보고 찬찬히 뜯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편집자분도 옆에 병렬로 한 페이지에 볼 수 있도록 배치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육아를 하던, 누군가와 관계를 맺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잃게 되는 순간들이 많이 있잖아요.내가 나를 잃게 되어 속상할 때, 나를 다시 찾고 싶을 때, 내 삶 안에 내가 많이 없는 것 같을 때 이 책을 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회사 사무실 컴퓨터 옆에 이 책을 놨습니다. 

좋은 마음의 악세사리가 될 거에요.


책상에 놓여진 이 책을 보며 
"상사, 니가 나한테 지랄을 해도 나는 나를 잃지 않겠어"
"회사, 니가 나의 골수까지 빨아 먹으려 나를 갈아넣으려고 해도 나는 나를 잃지 않겠어"

이렇게 다짐하며 오늘도 하루를 지내봅니다. 
상담은 나를 찾는 여정이라고 보통 이야기를 합니다.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사실 나를 잘 똑똑히 붙잡고만 살아가도 웬간한 어려움은 잘 극복할 수 있을 텐데, 더 큰 문제는 항상 나를 잃는 것에서 시작해요. 
에스더 버니와 함께 자신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평소에 스케치북에 소소히 남겼던 에스키스와 드로잉들은 나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확인과 깨달음을 꾸밈없이 보여줘요. 대개는 이렇게 채색되지 않은 날것 그 자체의 스케치를 볼 수 있는 이는 작가 자신뿐이에요. 
스케치를 통해 내 자신의 진솔한 감정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죠. 스케치를 할 때만큼은 종이 위의 그 어떤 실수에도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치유로써 그림을 그리며, 이는 결코 나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지 않아요."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마 속 작가의 말 중에서

* 본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19396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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