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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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도서 제공받음



<이방인>은 카뮈 문학의 정수로 알려진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얇은 두께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제목부터 선뜻 책장을 펼치기 어려운, 저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글이었습니다.

<현대지성클래식>의 깔끔한 번역과 컬러 일러스트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의 어머니 부고 소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화자는 부고 소식을 접하고 양로원에 가서 담담하게 장례를 치릅니다.



다만,
어머니의 정확한 나이를 모르고,
장례식 전 어머니의 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장례식을 진행하는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절차를 치러냈기 때문에, ​

"사회가 요구하는 자녀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에 저지른 죄에 대해서도 이미 '범죄자의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 받습니다.

주인공이 "틀린" 것인지,
정의된 "올바름"과 다른 이를 타자화하는 사회가 맞는 것인지,
저자 카뮈의 삶의 궤적과 더불어 생각해볼 여지를 줍니다.


알제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화자가 감정 표현이 거의 없음에도 중간중간 '더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강렬한 태양빛과 바다에 대한 묘사가 자주 나옵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강렬한 원색의 삽화가 화자의 단조롭고 무덤덤한 어투와 대비되어

역설의 미학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하고,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소설입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 P27

"저는 이 사람이 범죄자의 가슴으로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유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 P139

기실 그것보다 더 명백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이든 20년 후든 죽을 사람은 언제나 나였다. - P159

그처럼 죽음 가까이에서 엄마는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욕망이 일었음이 틀림없었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로 인해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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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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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받음


《에피쿠로스 쾌락》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생애와 헤로도토스 등에게 보낸 서신, 어록 등을
현대지성클래식에서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수록한 에피쿠로스 철학 이야기입니다.
뒷부분에서 역자가 해제를 통해 에피쿠로스의 생애와 당시 그리스의 상황, 당시 유행했던 각종 철학 학파들에 대한 소개 등을 덧붙여 주고 있어,
이 책만으로도 그리스의 철학 세계를 간단하게나마 훑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 라떼의 학창시절에는 '에피쿠로스학파' 하면 스토아학파 금욕주의에 상반되는 '쾌락주의'의 주창자라고 배웠습니다.
다만 역자는 (한국어의 '쾌락'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우려하여) 에피쿠로스의 쾌락을 '즐거움'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쾌락을 감히 한 줄로 정의해보자면,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끊임없는 사고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 앎의 즐거움을 누리라는 의미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앎의 즐거움을 추구해가는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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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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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 당첨되어 도서 제공받아 읽어봄

위화작가의 신작을 서평단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그 전에 <허삼관매혈기>와 <제7일>을 읽어보았던지라 무척 기대가 컸고,
역시나 (표지의 장강명작가님 언급대로)'위화다운' 글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위화 작가의 글은,
민초의 팍팍한 삶이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웃음이 묻어나서
마냥 웃기만 혹은 울기만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은 것 하나하나에 기쁨을 느끼고 만족해하며 살아가던 중 또다시 고난과 역경을 만나 그 작은 것 마저도 잃고 마는,
하지만 그런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가진 것 중에 그나마 차선의 행복을 누리고자 다시 노력하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그려집니다.

삶이 항상 권선징악이 아니고 늘 해피엔딩일 순 없는 것처럼 때로는 그들의 노력이 빛을 바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일지라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안타까운 이들의 결말이 행복하길 바라는 독자 입장에서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게 되기도 합니다.

그저 배 잡고 깔깔깔 웃으면서 재미있게만 볼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중국 사회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각이 느껴져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계속 손이 가게 됩니다.

종이책 588페이지의 얇지는 않은 책임에도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니,
책 펼치기 전 마음의 준비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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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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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 받음

그리스로마신화 는 전 세계인들에게 여즉까지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그야말로 서양 문화의 근간입니다.

그치만 신화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책이 내용에 일관성이 없고 시간 흐름도 명확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구성이 어수선하게 마련입니다.

이 책은 여러 작가/시인들이 남긴 내용들을 종합하여 크로스체크 하고 서술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비슷한 내용에 대해서도 여러 갈래로 해석이 나뉘거나, 각 판본별로 조금씩 말이 다른 내용들에 대해 병기해두고 있어 독자의 혼선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책들은 로마신화 기준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더 익숙할)그리스신 이름으로 고쳐서 서술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각 장의 서두에 이어질 이야기가 로마신 이름 기준으로 전개될 것임을 언급하는 등 원문에 최대한 충실하게 진행했습니다.

이만큼 꼼꼼히 담았는데도 552페이지 한 권이라니 !


그리고 각 신화의 주요 내용에 대해, 해당 장면을 그린 명화 작품들을 컬러로 함께 수록하고 있어 훨씬 더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삽화들 덕분에 신화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어렸을 적부터 신화를 듣고 자랐을 유럽인들이 상상한 그리스 로마신화 세계에 대해 함께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책의 특색이라면 각 등장인물의 외양이나, 감정 등에 대한 장황한 서술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장황하고 닳고 닳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핵심만 간추려 뽑아 간결하게 정리한 백과사전 느낌이라,

보통 시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어체라든지, 묘사가 상세한 스타일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꽤 간결하게 서술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여러 차례 도전했다가 읽다 지쳐 완독하지 못하고 접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의 간결한 서술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간결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꼼꼼한 해설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읽고 싶다면 바로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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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8020 이어령 명강
이어령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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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믿고 읽는 이어령님의 글입니다.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즐거이 읽었습니다.

평소 저는 구어체로 된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어령님의 책은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있어서인지, 오히려 구어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단 한번도 직접 이어령님을 만난 적이 없지만서도,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저를 붙잡고 옛날 이야기 보따리 하나씩 풀어주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 책은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지만 좀 더 부드럽고 정감가는 표지로 시작하는 데 반해,
첫 번째 장(여기에서는 0번, "이야기 속으로")부터 "수의 비극" 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를 압도합니다.

수의 비극이라니? 
숫자를 자주 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약간 당황스러운 시작입니다.

읽어나가면서 왜 첫 번째 장의 부제를 수의 '비극'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저자가 이끄는 대로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며 수와 언어의 세계에 흠뻑 빠지다가 돌아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제목 그대로, [생각의축제] 라는 이름의 축제에 같이 참여해서 어우러져 함께 재미나게 놀다 온 느낌이 듭니다.
이어지는 다음 축제가 또 있기를 기다리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문명은 그걸 풀 수 있다고 믿고, 시스템화해 안 풀리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누락되고 삭제되는 것입니다. - P58

그런데 우리 조상은 개 이름이나 사람 이름을 왜 그렇게도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지었을까? 그것은 아직 개인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이나 개성이 가장 중요한 근대적 개인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 더불어 함께 사는 것, 너와 나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근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서투르게 보였을 뿐이지요. - P86

‘셈 문화‘는 ‘비합리주의‘도 ‘반합리주의‘도 아닙니다. 바로 ‘초합리주의‘! 합리주의를 넘어서는 새 문명의 모델이 되는 사상입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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