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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5년 10월
평점 :
19대 국회 필리버스터 때 인기있던 책 중 하나였던 책.
나는 전자도서관에서 치열한 대기행렬 끝에 ㅋㅋ 대여해봄.
한 고등학생이 우연히 테러 현장에 있다가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후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과잉대응하는 정부와 맞서 싸우는 스토리.
전산 용어가 많이 나와서 중간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있었고
욕설도 좀 있긴 하지만 그건 화자가 고딩이니까 ㅋ 글타치자.
여하튼, 그래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편이었다.
ㅡ그럼에도 나는 읽기가 좀 힘들었다.
어제 저녁에 읽기 시작해서 반쯤 읽다가 힘들어서 덮고,
오늘 오전에 나머지를 읽었다.
힘들다기보단, 상황에 몰입해 읽으면서 좀 지쳤다.
이 소설속 세상의 배경이 딱 언제다, 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약간 현실보담 좀 더 미래인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동떨어진, 터무니없이 먼 미래는 아닌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한국과 비교해보게 되고,
머리가 아프고 한숨이 나게 되더라고.
마커스의 입을 통해 저자가 계속 얘기하는 것은,
˝권리장전˝의 기본권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하는 정부 권력,
그리고 그에 대립해서 기본권을 지키려는 고등학생.
저자는 그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사투와 그의 조력자, 방해자를 함께 그렸다.
읽는 내내 숨이 막혔다.
마커스가 지키려는 건 한국으로 치면 대한민국 헌법 상의 기본권리다.
우리는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혹시 무심결에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거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버리지는 않았던가.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도 지난번 필리버스터 때 알라딘 이벤트를 통해서야 헌법 전문을 처음 읽어봤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피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여 이룩한 지금의 자유와 평등, 권리를
나도 모르는 새에 포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
이념적인 면에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고,
다른 면에서도 몇가지 더 있었다.
하나는, 역시 세상을 바꾸는 건 공돌이인가- 하는 거. ㄲㄲ
공돌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IT제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그런 능력이 되는 건 공돌이뿐인 것 같아서
(공순이 포함 ㅋㅋ 왠지 어감이 좀 안 사는 느낌이라)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과연 내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공헌할 수 있을까?
현실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든 그냥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에 그치게 되는 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하나는, 미쿡(혹은 서양?) 애들은 미성년자도 집에 콘돔을 구비해두고 있구나 하는 거. ㅋㅋㅋㅋㅋ
뭔가 이 책의 주제의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긴 하지만 ㅋㅋ
그래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걸 그냥 쉬쉬하고 금기시하기만 할 게 아니라고 봐. 하나 나아지는 것도 없고.
어릴때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과 콘돔 사용법을 알려주는 게
개인의 의식 면에서도 그렇고 각종 사회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거 같어.
뭔가 소설 속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ㅋㅋ 나와서 보다 혼자 빵터짐;
아무튼. 모처럼 생각할거리가 굉장히 많았던 소설이었다.
내가 속한 이 사회와, 나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여러가지를 돌이켜볼 수 있었다.
소설에선 25살 이상은 믿지 말자고 하지만,
내가 이미 이 나이를 넘은지 좀 됐으므로ㅋㅋ;;;;
40살 이상은 믿지 말자고 나 혼자 바꿔 써본다.
40살 이상의 누군가를 믿지 말고,
나를 위해 일해줄 정부 책임자는 나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