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 2019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ㅣ 미래주니어노블 3
메그 메디나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9월
평점 :
*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 글 메그 메디나
* 옮김 이원경
* 밝은미래
"2019 뉴베리 대상"
"이 따뜻하고 존경할 만한 소설은 한 가정의 삶을 진실하고 공감있게 거장다운 묘사로 보여 준다."
-엘런 M 아이어던, 뉴베리 심사위원장
뉴베리 상은 해마다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를 쓴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 수상 중 최고인 대상을 받은 책!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는 책 두께에 '헉!' 하고, 책 소개에 '읽고 싶어~~' 그런 책이다.
긴긴 추천사를 보며 나로 하여금 두꺼운 책에 손이 가게 만들었다.
북커버를 벗기면 드러나는 노란색 표지~
가운데 동그란 그림은 기어를 나타내는 건가?
책 표지를 180도 펼치니 화사한 핑크색의 집들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소녀와 뒤에 서 있는 사람들...
하얀색 트럭에는 '솔페인팅'이란 글자가 보인다.
머시 수아레스는 명문 사립학교, 시워드 아카데미 5학년을 마치고 막 중학생이 된 소녀다.
주인공 11세 소녀 머시는 우리집 큰 아이와 비슷한 또래다.
머시의 관점으로 소설을 이끌어가다보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사춘기에 닿을랑말랑하며 줄다리기 중인 큰 아이와 공감대도 형성될 것 같다.
머시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다닌다.
축구를 좋아하고, 자전거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조별 과제가 있을 때는 창의성 가득한 아이디어를 던진다.
하지만 번번이 에드나에게 무시당한다.
봉사 활동을 해야하고, 성적도 B플러스를 유지해야하는 조건으로 명문 학교로 전학 온 머시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의 대장인 에드나가 머시를 질투한다.
그 이유는 햇살 친구 마이클 클라크 때문!
(햇살 친구는 전학 온 아이를 돕는 친구를 말하는데, 원하지 않는 짝이라 머시도 불만이다.)
머시가 마이클에게 말을 건네는 것까지 에드나는 감시를 하고 질투한다.
머시네는 쿠바계 미국인 가정으로 삼 대가 한데 모여 '수아레스 단지'를 이루며 산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별별 걱정 잔소리꾼 할머니, 이네스 고모와 쌍둥이까지~
그 중 가장 마음이 잘 맞고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할아버지께 에드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자
"사람 관계라는 건 이따금 취향의 문제란다.
이 쿠키처럼 말이다.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는 법이지.
그건 나쁜 게 아냐. 사람은 원래 그래."
- 94 페이지
라며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셨다.
하지만, 머시가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신다.
자전거 타다 넘어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다.
반복되는 질문을 하시고, 심지어 머시의 이름까지 헷갈리신다.
에드나의 파티에 머시만 초대 받지 못해 속상하게 집으로 가던 길,
도로 가운데 있던 할아버지...
그리고 들리는 엠블런스 소리...
머시와 오빠는 사고를 당했고, 자기만 몰랐던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게된다.
머시는 "수아레스 집안에 비밀을 없다!"라는 공식을 믿었는데...
자신만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족들에게 화가 많이 났다.
분노 속에서 삐뚤어진 행동을 하는 머시에게 다가 온 할아버지의 한 마디
"두려운가 보구나."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진다.
할아버지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이 맞다는 걸 깨달았다.
할아버지는 머시를 안아주며 실컷 울도록 기다려주셨다.
마침내 가까스로 울음이 그치자, 할아버지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한다.
"나도 두렵단다. 우리 모두 두려워.
하지만 수아레스 가족은 강하단다, 머시.
모주 합심해서 이 위기를 맞서자꾸나."
나는 할아버지의 가슴 속에서 그 말이 메아리쳐 퍼지는 소리를 듣는다.
벌써부터 할아버지가 아주 멀게 느껴진다.
- 323 ~ 324 페이지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으면 손녀의 분노의 이유를 단번에 알아주실까?
얼마 전 읽었던 초등 자존감 책에서 그랬다.
저학년 아이들은 자기가 우는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그래서 우는 이유를 말로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머시의 할아버지 모습이 그랬다.
자신도 아픈 몸과 마음일텐데, 손녀의 두려운 마음을 헤아려 위로해주고 있다.
그러니 삼 대가 함께 살 수 있는게 아닐까?
머시는 마지막 장면에서 용돈을 모아 사려던 자전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는다.
자기가 원하던 바로 그 자전거!
그러나 이 자전거보다 훨씬 더 간절히 바란 것들이 있는데,
아무리 원해도 얻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나는 할아버지가 병들지 않기를 바랐고,
내 주변의 세상이 '늘 그대로'이기를 바랐다.
소중한 것들이 변치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늘 그대로'라는 것은
......
내가 조금도 성장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늘 그대로'라는 건 할아버지의 변화만큼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괜찮다. 무슨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
조금 더 힘든 기어로 바뀔 뿐이다.
난 그저 크게 숨 한번 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면 된다.
- 417 페이지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드디어 기어의 비밀이 풀렸다.
작가 후기와 수상소감을 통해 작가가 자전거에 담고자 했던 의도를 찾아볼 수 있다.
잔소리 하는 어른들, 오빠와 티격태격하는 모습, 조부모의 손녀, 손자 사랑, 넉넉하지 않지만 함께하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닮은 따뜻한 가족들을 만났다.
아이들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친구에 '에드나의 마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여자 아이들의 우정과 질투, 남학생에 대한 관심, 가족으로부터의 사랑과 인정, 조별 과제를 해내는 책임감 등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머시의 모습도 보았다.
두께에 겁 먹고 시작했지만, 머시의 일상에 우리의 삶이 오버랩되기 시작하면 흡입력있게 책장이 넘어간다.
수많은 추천사가 말해주듯 2019 뉴베리 대상에 빛나는 주니어노블~
반전을 주는 굴곡은 없지만, '공감'만으로도 충분한 소설이다.
우리 아이들도 한 단계씩 기어를 바꾸며 성장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