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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드라큘라’는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친숙하다. 드라큘라는 이제 공포를 제공하는 존재이기 보다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악령, 또는 귀신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처음 드라큘라가 만들어졌던 1897년에는 흡혈귀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큼 큰 명성을 얻었고 그 결과 음악,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언어로 많은 작품이 탄생하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끊임 없이 사랑 받고 있다.
문득 드라큘라를 처음 알게 되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원래 겁이 많은 지라 부모님께서는 공포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잘 말씀해주시지 않는 분이셨는데,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드라큘라를 알게 된 후로 밤이 얼마나 무서워졌는지 밤마다 같이 자자고 조르고 십자가를 지니고 있으면 드라큘라가 오지 못한다는 말에 하나만 구해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나는 여전히 겁쟁이였고 공포와 관련된 것은 일절 접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여름마다 줄줄이 쏟아지는 공포영화도 절대 보지 않았다. 어느 덧 성인이 된 지금은 드라큘라가 무섭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브램 스토커의 원전을 그대로 번역한 <드라큘라>가 나오면서 한구석에 꽁꽁 묶어두었던 기억들을 풀어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드라큘라>라는 keyword에 영화를 떠올리고, 이 책을 읽을 때 영화와 비교하면서 읽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유일무이한 드라큘라는 <두치와 뿌꾸>라는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큐라’가 전부여서 그런지 오히려 원작이 낯설게 느껴졌다. 또 만화영화를 보면서 드라큘라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두었던 내 노력들이 다 부질없는 짓이 었다고 생각될 만큼 찰스 키핑의 그림은 노골적이면서도 찌릿하게 섬뜩하였다. 다양한 색감도 없이 오직 펜 하나로만 그려졌을 것 같은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찰스 키핑이 겪어보고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드라큘라>는 영국 런던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조너선 하커는 루마니아의 황량한 지방인 트란실바니아로 향한다. 그곳에 사는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에 집을 한 채 구입하는 과정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일러주기 위해서다. 음산하고 수상한 분위기의 성과 백작의 분위기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는 조너선 하커는 어느 순간부터 드라큘라 백작이 언데드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상황은 조너선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자 그는 백작의 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조너선의 약혼자인 미나는 조너선과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한 마음으로 친한 친구인 루시와 길을 떠난다. 인간의 피로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되는 드라큘라 백작에게는 이 두 사람을 이용하여 더 없이 좋은 인간의 피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루시의 변화를 눈치체면서 드라큘라 백작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진행된다.
흡혈귀 문학의 명작, 흡혈귀 문학의 고전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드라큘라>이지만 명작과 고전이라는 어려움을 털어낼 수 있을 만큼 흥미롭게 진행된다. 현재와 맞지 않는 의학적인 내용도 다소 포함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수혈에 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재미로 가볍게 넘길 수 있다. 그만큼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드라큘라>는 여전히 오싹하고 가슴을 뛰게 만들며 공포를 가져다 준다.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
<드라큘라>와 비슷한 keyword를 가지고 있는 책들이 주인공 시점으로 사건이 흘러가는데 반하여 이 책에는 기록으로 의해 사건들이 흘러간다. 뿐만 아니라 지금과 다소 맞지 않는 의학적인 지식이 포함되어있지만 브램 스토커가 차근차근 자료를 조사하고 모아 써내려 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보인다. 등장하는 인물 모두에게 각자의 특징을 부여하고 특징에 맞는 새로운 삶이 부여되었다고 생각될 만큼 생생하고 흥미롭다.
여전히 지금도 인터넷을 띄워 검색 창에 ‘드라큘라’ 단 4글자만 입력하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등장한다. 그 시절 꼬마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겁이 많은 나는 스쳐 지나가는 사진만으로도 겁이 날만한 그림들도 많다.
그러나 정말 <드라큘라>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원작의 충실함과 삽화들. 그 보다 정확한 드라큘라가 어디 있으랴.
무더운 여름날 밤, 작년에 읽었더라도 또 읽고 싶어서 매년 꺼내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