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사랑 - 심리학자 곽금주, 사랑을 묻고 사랑을 말하다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사랑>

 

 

  도대체 사랑이 뭘까? 간단한 질문인데다가 흔해 빠진 질문이라서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멋이 가득한 멋들어진 답변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그러한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대답이 아닌,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 진 뒤 스스로에게 대답해 보았으면 한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의 경우에는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펼치기 전에 분명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을 각오가 된 뒤에 책을 펼쳐야 하는 것은 아는데, 어찌 대답하기가 이리도 힘든지… 결국 몇 명의 지인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듣고 나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랑’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겪은 사랑은 부모와 자식간의 가장 1차원적인 사랑 밖에 주고 받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성과의 2차원적인 사랑을 못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2차원적인 사랑은 아직 해보지 못해보았다고 생각한다.

 

 

  번번히 사랑 앞에서 부딪히는 실패.
이는 과연 나의 미숙함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미숙함인가 그도 아니라면 우리 두사람의 미숙함인가.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과 내가 결국 이별을 맞이하였는가.

 

 

  곽금주교수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시기부터 시작하여 소위말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시기, 연애시기 그리고 결혼 그 후에 함께 하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미숙함’에 대하여 다양한 사례와 함께 충분히 공감갈 수 있도록 조근조근 설명한다.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와 내 옆에서 볼 수 있는 사례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나의 경우에는 한번쯤 궁금하였던 ‘못생겨도 연애 잘하는 여자, 예뻐도 연애 못하는 여자’ 였는데 이 부분은 사실 나에겐 공감이 될 듯 말 듯 하지만 어쨌든간 주제가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 질문에 대해 어쨌든간 대답을 내린 곽교수의 생각이 정말 재미있어서 책을 덮고 난 지금도 한참이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나는 조금쯤은 ‘답’을 찾길 원했다.

 

  얼마전부터 대화가 잘 통한다고 여겨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 사람이 있다. 매사에 진지하고 걱정이 많은 나와 달리 그 사람은 유머러스 한데다가 좀 체 걱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외에는 비슷한 점도 많고 달라도 서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너무 즐거웠었다. 이렇게 나와 반대되면서 내가 ‘워너비(wanna be)’로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가지고 있으니 그 사람은 내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순식간에 나는 그 사람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사람이 너무 좋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유머스럽게 모든 일을 잘 헤쳐나가 오랬동안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부터 나와 달리 유머러스 함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진지한데 왜 그 사람은 진지 하지 않은걸까 라는 생각을 하기 되었기 때문이리라.


곽 교수는 이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처음에는 달라서 매력적으로 보이던 것이 나와 다르니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말이다. 이 부분에서 한 번 위안을 받고 이어 달리 생각하면 간단하다는 곽 교수의 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적절한 사례에 이어 내 마음을 다스리고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사람과의 관계가 곽 교수의 조언으로 인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조금이나마 ‘답’을 찾고파 한 나에게 이 책은 ‘위로’를 해주었다.

 

 

P.49 사랑은 배우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 우리는 언제나 서투르고, 그래서 사랑을 하면서 수 많은 상처를 받곤 한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 배우고 더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그 사람과 함께 나는 사랑을 다시 배우려고 한다. 곽 교수가 말한대로 나는 늘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우리가 사랑하는 그 상대는 늘 비슷하다고 곽 교수는 책에서 언급한다. 곰곰히 사랑해왔던 사랑하는 상대를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상대의 유형은 이미 비슷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실패이다. 그러나 비슷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라 이 사람은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서툴러서 상처를 주고 받지만 무언가를 또 배워가고 있다.

 

도대체 그 사랑 그 놈이 무엇인지 또 다시 이 놈이 나를 힘들게 하면 다시 <도대체 사랑>을 통해 곽 교수를 만나러 갈지도 모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곽 교수는 나의 사랑 멘토로써는 충분하다.
그리고 곽 교수가 사랑의 멘토로써 나 말고도 사랑에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의 멘토가 되었으면 좋겠다.

 

 

Pariski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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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사용설명서 - 이럴 때 이런 클래식
이현모 지음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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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음악을 즐겨들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요즘 나오는 가요들이요. 라고 대답한다.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단히 고상한 취미로 가진 것으로 생각해서 꼴 볼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에 관련하여 많은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부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클래식을 취미로 가진 고상한 사람도 아니며 클래식에 관하여 많은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 수준도 아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공식이 정립되어 있는 것처럼 클래식을 불편해 하지만 클래식은 요즘 나오는 대중가요만큼이나 쉽고 재미있다.

<클래식 사용설명서>는 사용설명서이다. 즉, 클래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명해돈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생물학을 전공하신 분이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30년간 클래식 애호가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오신 분이다. 그는 클래식은 고급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만큼 이 책에서는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클래식을 풀어두었다.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다면 그리그의 모음곡 프레귄트 제 1번 제1곡 ’아침의 분위기’를 손님을 저녁식사에 초청했다면 텔레만의 ‘타펠 무지크’를. 책을 읽다보면 관심이 가는 노래가 있고 책을 펼쳐두고 검색을 하여 들어보면 제목만 몰랐을 뿐이지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마치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제목을 몇 번 이나 보고 몇 번이나 다시 들어보는지 모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곡들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하여 곡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더 높이기도 하였으며 ‘임신을 했을 때’와 같은 다소 엉뚱한 느낌을 주는 항목들도 있어 책을 읽는 동안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는지 아니면 유쾌한 유머집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린 정도였다. 클래식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읽다보면 클래식은 이미 우리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는데, 다만 우리가 어렵다고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클래식 사용설명서>는 클래식에 관한 그 어떤 책 보다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읽은 책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곡에 담긴 음악적 해설과 음악적 분위기와 같은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분에 따라 들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들을 수 있도록 7가지의 파트로 나누어 두었다. 나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듣기에 가장 좋은 곡들이 위로와 위안을 준다고 했다. 클래식도 대중가요처럼 내가 듣기에 좋은 것들을 그냥 듣기만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곡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CD에 담겨있거나 혹은 홈페이지를 통하여 mp3를 다운 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클래식 사용설명서>에는 내가 직접 찾아 들어야 한다는 수고스러운 점이 있다. 어쩌면 직접 찾아보고 들어보라는 저자와 출판사측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이 두 가비 버전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CD가 포함된 책과 CD불 포함 책으로. 독자들의 입맛에 골라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클래식을 좋아만 할 뿐이지 그와 관련된 지식은 다소 부담스러워 했던 나에게 용기를 준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그냥 즐길 수 있는 음악이면 됐다. 누구라도 클래식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클래식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사용설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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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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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죽음본능>에서도 열광 할 수밖에 없다. 제드 러벤펠드는 <살인의 해석>으로 독자들 뿐만 아니라 언론까지도 그의 작품 속에 베여 있는 놀라운 흡입력에 대하여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그 놀라운 흡입력에 다시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죽음본능>을 통하여 다시 제공되었다. 만약 당신이 <살인의 해석>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여도 상관없다. 전작에 등장한 스트래섬 영거와 제임스 리틀모어 형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살인의 해석>으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사건을 만나기 때문이다. 단지 <살인의 해석>에서는 누군가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이 원했던 것을 살인을 통해 획득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번 <죽음본능>에서는 많은 이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본능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제드 러벤펠드의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제목들이 자극적이다. 책을 읽기 전에 제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제목은 책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본능>, 죽음이 본능이 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의견을 달리하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죽음은 본능이 될 수 없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도 그것은 본능이 아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지금 당장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본능적으로 죽어야 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어야만 하는 상황은 아주 극한 상황이 아니면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자연재해 라든지 테러 혹은 전쟁과 같은.

이쯤 되면 누구라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정신분석학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마지막으로 완성시킨 학설 '죽음본능'을 바탕으로 월 가 폭탄 테러 사건과 그에 얽힌 정치적. 과학적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추리소설이다.

1920년 9월 16일 낮 12시, 마차에 실려 있던 폭탄 하나가 월 가를 초토화시킨다.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중심인물은 전작에서도 등장한 재미있고 유쾌한 매력을 지닌 스트래섬 영거 박사와 반듯하고 꼼꼼한 리틀모어 형사와 마리 퀴리 부인의 여 제자 콜레트 루소이다. 이 들은 폭발사건과 관련하여 사건을 조사해가던 도중 주위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뒤에 숨은 배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 사람은 어는 덧 진실을 향해 모험을 하기 시작했고 이 모험이 매우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다소 심플한 구성 같지만,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가장 먼저 프로이트나 퀴리 부인과 같은 실존 인물들을 책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단순히 재미의 소설, 그 이상으로 전쟁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부분을 깊숙이 파고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에만 늘 관심을 두고 있는 우리에게 중심 사건으로 방사능을 맞춰 두어 과학의 발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 숙지시킨다.

다음으로 콜레트와 영거의 러브라인도 빼놓을 수 없다. 콜레트는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전쟁으로 부모를 잃게 되는 상처를 안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의 주위에는 믿기 힘든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그녀는 매번 사건들에 위협을 받는다. 영거는 그녀의 순수함에 반하여 그녀가 위협을 받을 때 마다 그녀를 구해주고,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콜레트의 동생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막 사랑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연인의 모습을 하는 것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가미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죽음본능>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긴장감 뿐만 아니라 스펙타클하게 이루어지는 상황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에 한참을 흡입되어져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드문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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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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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라는 제목만 읽어도 죽어가는 사람의 눈에서 무언가가 조명되고 있다는 생각에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데 심지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이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추리소설로써 최고의 찬사를 몇 번이나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다잉 아이>마저도 열광 할 수밖에 없다. 게이고의 글은 특이하게 흘러간다. 일반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순서와 구조를 역행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글을 더 긴박하게 만들고,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그만큼 책에 흠뻑빠져 집중해서 읽게 만든다. 단지 게이고의 글이 독특한 진행방식 때문에 좋은 것은 아니다. 현재 일어나는 사회문제점을 가지고 결국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끌어내 독자의 심리를 이용한다. <다잉 아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건의 시작은 평범하고 지극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달리는데, 그날 밤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었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쌓여있었다. 여성은 불안감 속에서 자전거를 계속 타고 있었고, 곧 그녀는 갑자기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차와 부딪히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왜 죽어야하는지 모르는 체로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를 쳐다보다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이야기는 새로운 남성의 등장으로 환기 된다. 1년 전 교통사고를 낸 남자는 어떠한 충격에 의하여 기억의 일부를 잃었다. 그런데 자신의 주변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서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어딘가 다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말하기를 꺼려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지만 그 내용들은 충격적이고 놀랍기만 하다.

 

<다잉 아이>는 이렇게 빠져들게 된다. 사건의 큰 재목들은 이미 앍고 있지만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긴다. 작은 균열이지만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라도 던진 듯이 호기심이 일어난다. 주인공과 함께 그 과정을 쫓다보면 어느 새 책에 빠져들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어긋났던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나가는 남자의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지독히도 외로워 보인다는 생각을 만든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힘들게 하였으며 숨겨져 있던 비밀들은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그의 이야기를 쫓아 갈 수밖에 없다.
 

게이고의 책의 결말에는 깨달음과 뉘우침이 있다. 이는 이번 <다잉 아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런 죄 없는 여성과 돈으로 자신의 잘 못을 덮고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남성을 등장시켜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이 남성으로 인해 여성이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이 책의 결말이 어떠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현재 우리 시대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내가 알지 못하지만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뉴스로 보도 되기도 한다. 이들도 주인공 남성처럼 돈으로 일을 무마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 이에 대하여 게이고는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지라도 책을 통하여 돈으로 죄를 용서받고 다시 삶을 살아가려는 인물의 결말의 비참하게 그린다. 어쩌면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결말이지만, 이 결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참 재미있지 않은가? 

 

비현실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정립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일을 현실적인 사건으로 만들기 위해 가는 과정의 결말이 예측하기 쉽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껏 히가시노 게이고는 많은 미스터리 장르에 관한 글을 선보였고, 기존의 방식에 이미 독자들은 익숙해져있다. 이러한 방식 뒤에는 어떠한 방식들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독자들에게 반전을 제공해주었다.
작가 스스로가 스스로의 틀을 깨버리려고 노력하고 발전을 부여해버리니 독자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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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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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친숙해진 작가이고,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하나쯤은 읽어보았을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하여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대표작들 중 하나인 <상실의 시대>와 <1Q84>와 같은 굵직한 책들을 통해 그를 재미있게 생각했었다. 무라카미 히루키의 글에는 묘한 분위기와 톡톡 튀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마찬가지로 <빵가게 재습격>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묘한 분위기와 톡톡 튀는 생각들이 담겨져 있다. 이 책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러나 책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다.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고 흐름이 스펙타클하게 진행되는 법도 없다. 시종일관 물 속을 헤엄치는 듯한 분위기고 책을 읽다보면 몽롱한 기분만저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톡톡 튀는 상상력과 철학들은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빵가게 재습격>의 표제작은 주인공과 그 친구가 빵가게를 습격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둘은 단지 허기를 채울 만큼의 빵이 필요했고, 곧 실행에 옮겼다. 그 빵집 주인은 주인공과 친구에게 바그너의 음악을 끝까지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주인공은 친구와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옛날 빵가게를 습격했던 것과 달리 아내가 생겼다.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음식도 풍족히 먹는데도 공복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빵집은 습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새로운 파트너는 아내 자신인데, 주인공의 저주에 자신도 옮았다는 것이다. 아내의 '빵가게 재습격' 주장을 바탕으로 둘은 새로운 빵가게를 습격하기 시작한다.

이어 <코끼리의 소멸>, <패밀리 어페어>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로마제국의 붕괴ㆍ1881년의 인디언봉기ㆍ히틀러의 폴란드 침입ㆍ그리고 강풍세계>,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이 차례로 실린다.





짧은 단편이지만, 이야기들이 묶여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 공통되는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그게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떠오른 것은 단 하나였다.

'상실과 소멸'





무라카미 히루키는 지독한 상실과 소멸에 따라오는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이미 이야기 했던 표제작 '빵가게 재습격'을 통해 이야기를 하자면, 더 쉽게 이해된다.

'빵가게 재습격'에서 주인공은 친구와 틀어진 것은 빵가게를 습격할 당시 들었던 바그너의 음악이 저주가 되었다고 했지만, 둘은 그 이유에서만 틀어지지 않았을것이다. 미묘하게 둘의 사이에 틈이 생기고 있던 찰나에 그것을 계기로 둘은 완전히 틀어졌을 뿐이다. 주인공은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을 느낀다. 그 상처로 인해 새로운 사람인 아내와 있어도 어떤 음식을 먹어도 공복감이 찾아오고 행복하지 않다. 아내는 주인공이 빵가게 습격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해결해 주기 위하여 재습격을 주장한다.

이어 <코끼리의 소멸>.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을 읽으면서 무라카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확실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무라카미 히루키의 글을 자칫하면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냥 활자들만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라카미에게 이끌려 몽한 분위기로 따라가지 않고 조금만 가볍게 읽는다면 그의 진짜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딘가 음침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름은 와타나베 노보루. 그가 재미있는 이유는 아마 책을 읽을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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