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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하루 그림 - 그림으로 문을 여는 오늘, 그림 한 점의 위로와 격려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봄은 나를 설레게 만든다. 봄이 뭐라고 나를 설레게 하는지 새벽에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봄날의 나는 책 표지의 아이들만큼이나 기분 좋게 들떠 있고 벚꽃나무를 끼고 걷기위해 부러 먼 길을 돌아갈 만큼 여유가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기분 그대로 가능하다면 그림의 아이들처럼 맨발로 걷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만 아니라면 말이다.)
매일이 두근두근하는,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고 때로는 더 지치는 봄 날.
봄날의 로망과도 같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나무아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 하에 달디 단 책을 찾고 있던 내게 한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두 번째로는 <나를 위한 하루 그림>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왔다. 세 번째로는 '그림 한 점의 위로와 격려'라는 문구가 뇌리에 박히면서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손에 넣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을 출발하는 것은 봄과 같다.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하는 '하루' 맞이는 설레지만 가끔 시작부터가 울적한 날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를 위한 위로와 격려'라는 문구가 참 재미있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 동안 나 자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일을 더디게 진행하고 있는 나를 질책했고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나를 꾸짖기만 했었지 그 흔한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조차 내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2012년을 위해 나를 격려해주기로 마음먹고 <나를 위한 하루 그림>을 집어 들었다. 계절 별로 나누어 그림과 글이 한 면씩 배치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조금 더 세분화 하여 월(月)별로 나누어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내 그림실력은 그리 뛰어나지가 않다. (지난 날의 선생님말씀을 빌리자면 스케치만 보면 나름대로 괜찮고, 또 색감만 보자면 훌륭한데 어째서 이 둘을 조합하면 참 오묘한 그림이 탄생하니 이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다라고 비웃을 정도로 그냥 못 그리는 솜씨이다.)
어쨌거나 못그리는 그림이지만 나름대로 그림에 대한 확고한 내 취향이 있어 그 편향대로 그림을 무수히도 보아왔었다. 강렬하고 조금은 난해하고 또 자신만의 철학이 가득 담긴 그림들을 보아오다가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보고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기도 했었다. 낯익은 화가들도 있고 낯선 화가들도 있었지만 다 들 어쩜 이리도 소박하게 그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모두 소박하고 정겨웠다. 마치 시골의 된장국처럼 구수하고 폐교의 벽화를 바라보는 느낌이 묻어난다고 하면 느낌이 전해지려나 모르겠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들만 주르륵 모아놓아 두었으니, 이러한 그림들을 그 동안 보아오지 않은 나도 책을 보는 내내 이유 없이 마음이 편해지고 스륵 웃게 되는 봄 날 같은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그 동안의 내 취향과 분명 다른 소박한 그림들만 모아두었는데 이것들을 보며 피실피실 웃고 있는 나라니.
p66
봄이면 마당에 꽃을 심습니다. 매년 심는 꽃이 조금씩 다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양'으로 심는다는 것이죠.
무리 지어 피는 모습들이 보기 좋거든요.
간혹 홀로 피어 있는 꽃들에게서 당당함이나 고고함을 볼 때도 있지만 혼자보다는 둘이나 셋, 그리고 이렇게 비슷한 키 높이로,
무더기로 피어 있는 모습이 저는 더 좋습니다. 특히 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함께 피어나는 모습만큼 웃음 짓게 하는 것도 많지 않거든요.
<나를 위한 하루 그림>은 말 그대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또 때로는 격려해준다고 하지만, 실상 이 책에는 그 흔한 당신 힘내세요! 오늘 하루 파이팅! 같은 문구는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한 점과 더해 그림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구어체로 전해주는 활자들을 보고 그냥 마음이 따뜻해진다. 꼭 이유를 꼽자면 그냥 소박하고 그만큼 소박하고 그래서 또 소박하고 소박하기에 마음이 따듯해지고 위안을 받게 되는게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것을 쫓아가는 현대인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나 한켠에는 고향이 시골이든 시골이 아니든 된장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그 것들과 상관없이 소박한 것을 품어두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소박하고 수수함의 절정을 이룬 책이라 구어체로 전해오는 활자들마저 정겹고 마치 낮은 저음의 사내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난다.
적당히 좋은 글과 적당히 아름다운 그림들과 오랫 동안 함께이고 싶어 조금 더디게 아껴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봄을 이 책과 함께 더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