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느리게 걷기 - 개정판 느리게 걷기 시리즈
전주국제영화제.최기우.박연실 지음, 이상근 사진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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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문득 전주라는 곳이 가고 싶어졌다.

 

 

  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것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전라도라는 곳은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어느 새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라니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제주도도 전라도보다 많이 방문하였는데 어째서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 한 번의 방문도 전주가 아닌 부여로 문화유적을 답사한다고 가보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유적을 답사한다고 가보았던 일 외에는 가본적도 없는 전라도 특히 전주가 어느 날 문득 정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전주라고하면 보통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맛과 멋이 어우러진 비빔밥을 떠올리는 것이 대부분이리라 예상해본다. 하지만 내가 전주에 꽂힌 이유는 비빔밥이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로 비빔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내가 전주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 친구가 들려주었던 소박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빌딩과 어디를 가도 문화공연이 많이 있는 바쁘고 화려한 도심이 좋았다. 그 속에서 나고 자랐으니 이 생활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바쁘게 쫓아다니며 누릴 것을 누리는 생활이 좋아 풀내음은 모르고 살았다. 오히려 간혹 시골에 내려가면 무료함에 견디질 못하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도심생활이 좋았고 이 도심이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내게 전주영행을 풀어 놓았을 때만해도 전혀 그가 저렇게 전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였을 뿐 전주에 가고 싶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가본적도 없는 전주가 가고 싶어졌고 한 번 가볼까 혹은 그냥 일시적인 충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다. 까짓것 한번 가보면 될 것을 이렇게 고민한데에는 전주에 대해 잘 모르는 까닭도 있었고 은근히 내가 전해 듣고 상상하던 전주가 깨지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였던 것 같다. 사실은 후자의 이유가 본심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찰나에 좋은 구실이 생겼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이유가.

좋은 구실이 생기자마자 바로 검색에 돌입하였고 <전주, 느리게 걷기>의 지은이가 전주국제영화제일 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추천해주는 책임을 알고 이 책을 반드시 봐야 될 책이라고 망설임 없이 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전주, 느리게 걷기>라는 책 제목을 참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던 전주의 이미지와 딱 걸맞은 느리게 걷기라는 문구도 그렇고 전주 뒤에 있는 쉼표(,)도 쉬엄쉬엄 둘러보며 걸어도 좋다는 뜻의 제목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고 몇 장 살피다 보면 한 눈에 보기 좋게 꾸며진 전주 지도를 볼 수 있다. 이 지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책에 나온 루트대로 따라 읽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루트를 짜서 뒤죽박죽으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전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글과 사진들이 아닐까 한다말 그대로 전주의 소박함과 전주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운치 있는 사진들과 함께 딸림 말들은 전주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녹아있어서 읽는 사람마저도 어쩐지 전주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안내 책들이 그렇듯 전주에 대한 여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소 재미있게 읽기 힘들겠지만, 전주를 계획할 방문이 있다면 <전주, 느리게 걷기>만큼 좋은 책도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특히 나와 같은 초보자인데다가 전주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지인도 없다면 마냥 웹 서핑을 죽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인데 <전주, 느리게 걷기>는 이런 수고를 단번에 덜어준다. 하나하나 맛보고 평가되어있는 것 같은 맛집들의 정보와 전화번호 찾아가는 방법 그리고 특징들도 쏠쏠한 도움이 되었고 전주하면 생각나는 한옥마을외에도 숨어있는 명소들을 알뜰살뜰 이야기 해주니 시간은 단축되고 앞서 이야기하였던 지도를 보며 루트 짜기는 좋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전주에 도착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 어쩐지 이 책을 보면 웃음이 슬그머니 난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책을 들어가는 입구에 전주를 천년의 고도라고 표현했는데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무의식중에 박혀있는 인식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라 천년의 고도라고 하면 전주보다는 경주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혹시 개인적인 생각에 그치는 것인가 싶어 천년의 고도를 검색해보자 줄줄이 신라와 경주가 검색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흔히 전주를 천년의 고도라고 이야기한다.‘ 라고 써두었는지 정말 의문이다. 시작하는 말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은이가 어떠한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도 알 수 있고 어떠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주, 느리게 걷기>에서는 다른 도시를 홍보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도시의 수식어구가 탐이 났던 건지 혹은 전주에서만 통하는 천년의 고도를 대중들의 인식을 무시하고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이었을 텐데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쨌거나 전주에 대한 좀 더 특색 있는 수식어구들이 참 많이 있었을 텐데 남의 도시를 따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씁쓸함으로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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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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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처럼 행복하라> 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는 영화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어딜 보나 어린아이지만 작은 악마가 따로 없었을 정도로 시끄럽고 통제 불가능이라 인상 깊었기 때문이리라.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아이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아이들과 달리 영화관, 학원, 놀이동산보다는 산과 풀, 흙먼지, 나뭇가지가 잘 어울릴 정도 순수해보여서 작은 악마 같은 우리 아이들도 아량 좋은 어른처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만 같다. (간혹 영화관에서 눈치 없거나 매너 없는 어른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것은 뇌가 어린아이만큼 순수해서 그렇다고 믿자!)

 

 

  어쨌거나 이 책을 쓴 알렉스 김의 이력이 조금 재미있다.

토그래퍼이면서 알피니스트, 원정 자원봉사자,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태국 레스토랑 셰프 겸 CEO, 에세이스트

뭐가 이렇게 많이 나열된 건지. 가장 재미있었던 이력은 이름은 알렉스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라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남들은 하나하기도 참 힘든 세상인데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고산병을 시달리면서 까지 하늘마을을 보려고 노력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책장을 막 열면 밤톨머리에 눈물울이 크고 속눈썹이 긴 남자아이가 한 명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다. 볼 살이 텄음에도 불구하고 보드라울 것 같아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이를 꽤 한동안 바라보았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적도 없고 실제로 본 적도 없지만 사진으로 전해지는 아이가 저렇게 맑고 깨끗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해 꽤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꿈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과연 카메라를 들이민다고해서 아이들의 꿈이 찍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으로 이 책을 시작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꿈이 아니라면 가능 한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아이들의 이라는 것은 장래희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알렉스가 담아온 아이들의 꿈은 장래희망이 아닌 지금 꿈꾸는 것 혹은 소망하는 것정도라면 말이다. 들고 있던 음료수 한 병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손을 잡아 주는 아이, 비싸지 않은 엽서를 구매했다고 더운 햇볕 밑에서 꽃 그림과 함께 행복을 기원해주는 아이. 흔하디흔한 초코파이를 쥐어주면 저도 먹고 싶지만 집으로 들고가 모두와 나누어 먹는 아이.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갈 만큼 그 아이들은 맑고 순수해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티베트를 방문한 알렉스는 내가 꺼리는 고생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그는 깨끗하고 좋은 방을 버리고 저렴한 가격의 방으로 이동한다. 낡아빠진 침대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화장실들을 좋은 방보다 더 편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호화로운 여행을 보고자 한다면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을 마신 것이 전부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 마저도 잠깐 동행했던 일본 친구로 인해 금세 뉘우치는 장면으로 바뀌지만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알렉스 또한 사람이니 호화롭고 편한 여행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아내어 자신이 고생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돈을 아껴 더 많은 곳으로 떠나 더 많은 아이들을 보고 혹시 도와줄 아이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 그의 속내가 아닐까한다. 되도록 아래로 험한 길로 내려가 그 속에 묻어있는 즐거움과 아픔, 진주 같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아이처럼 행복하라>를 다 읽은 지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온통 아이들의 얼굴인 것 같다. 이름도 모르고 혹은 읽었더라도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왜 그렇게도 잘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알렉스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고 그 아이들은 알렉스의 삶에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눈을 많이 마주보았고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많이 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해주려면 그는 몸이 열 개 혹은 스무 개라도 부족하지 않을까

 

솔직한 인도의 아이, 부끄러움이 많은 캄보디아의 아이, 티 없이 맑은 티베트의 아이 그리고 공부에 찌들어 버린 한국의 아이.

마지막 한국의 아이는 앞의 세 아이들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기에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움을 느끼며 자랄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가 파하면 흙먼지 속에서 뛰놀 시간도 없이 학원 두 세 개쯤 돌고 개인 과외를 하고 학습지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우리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행복한 미래를 위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왜 먼저 이야기된 아이들보다 힘들어 보일까?

 

 

  책을 손에 잡기만 한다면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아이처럼 행복하라>는 책 제목대로 내가 아이처럼 행복하지 않아 참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덮게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드로잉서클이 후원하는 파키스탄 해발 3천 미터 오지마을의 알렉스초등학교에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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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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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생각 없이 잘 이용하던 물건에서도 가끔 그 기원이 문득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시선을 돌리다가 어떤 물건을 보게 되었는데, 쟤는 어떻게 생겨난 거지? 하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들고 한참을 들여다봐도 그 물건이 내게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답해줄 리가 만무하다. 한번 피식 웃고 다시 내려두며 그냥 쓸 때 없단 생각을 하고 말았다고 넘긴다. 그 시간에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고 하며.

 

우리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물건들의 하나하나는 이제 더 이상 자연에서 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보기 드물다. 대부분이 인간은 필요에 의해 혹은 우연에 의해 어떤 물건을 만들고 우리는 그 것을 편히 이용하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얼마 없다.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손으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정확히 기원을 알지 못한다, 설사 그 기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들리는 말에 ~하더라. 정도만 알뿐이지 깊숙이 알고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런 궁금증이 쓸 때 없다고 생각하고 넘기게 되는 걸까? 

 

 

  <사물의 민낯>이라는 제목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민낯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인위적으로 보여주는 메이크업 보다 꾸밈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참 좋아한다. 이를 사물에 적용시켜 표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아마 이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이 독특함이 톡톡 튀는 책이라 제목마저도 이렇게 기발함이 넘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성형수술, 면도기, 돈가스, 게임기. 레고, 피임약, 안경, 라면, 냉장고, 헬로 키티, 비아그라

 

  이 중에서 모르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다.

쉽게 거론되는 만큼 빈번하게 보고 사용되는 우리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의 숨은 비화는 놀랍기도 하지만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는 성형수술은 처음에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몇몇 고대 국가에서는 죄인의 코를 잘라 죄를 벌하고 죄인임을 표시해서 일생을 부끄럽게 살도록 했는데, 이 때 자신의 부끄러운 죄를 덮고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서 성형수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형수술에 얽힌 다소 황당한 이야기는 돈 많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했던 적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많은 다른 의미의 성형수술에 얽힌 시대에 따른 흐름을 읽고 나서 길게는 몇 세기 짧게는 수십 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로 성형수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사물의 민낯>을 읽고 나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았더니 확연히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라 조금은 놀랐다. 이 책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하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혀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물의 기원을 찾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처음에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으나 책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였을 경우, 그에 걸맞은 배경지식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금세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민낯>에서는 어려운 말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이 몇몇의 독자들의 생각대로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요한 핵심을 짧게 간추리고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를 많이 늘여 끝까지 독자들의 집중력을 붙잡고 감으로써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책을 읽다보면 꼭 필요한 사항들은 모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구성은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절로 기억된다.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하려고 책을 펼쳐 두었더니 본문 보다는 작은 칸에 들어있는 쉬어가기 코너의 이야기들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전문성을 강요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물의 민낯>이라는 책이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킬링 타임(Killing Time)용으로 평소에 궁금했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그다지 전문성을 강요하지 않는, 그래서 머리 아플 일 없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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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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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나는 오늘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라는 책을 택하였느냐고 묻는다면 표지가 나를 설레게 했다고 대답하고 싶다. 비록 내가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예쁜 민트색과 둥실 떠다니는 찻잔과 티포트 그리고 예쁜 글씨는 이제까지 소중함을 몰랐어도 괜찮아. 지금 책을 열고 느껴보고 마음대로 해도 좋아!” 라고 외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소소하고 일상적인 관찰이 담긴 얇디얇은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고 숨을 돌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지 않은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은이 이기주씨는 얼마나 작은 소리의 온기가 외치고 있는 소리를 듣는 걸까.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택시기사, 휠체어 타는 아주머니, 잡지판매 아저씨,

 

누구나 한번쯤 또는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이 소리치는 사연을 들어본 적이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바삐 앞만 보고 걷기에 바빠 이외는 그들을 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입버릇처럼 여유를 찾겠다고 외치면서 시간이 날 때면 카페를 쫓아가고 공원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왜 내 옆의 시간들에서는 그러함을 찾지 못했던 걸까? 주위와 소통하는 쉼을 알지 못했던 나를 다시 말하면 여유 있게 살지 못했다는 소리가 아닐까. 귀를 꽉 막은 이어폰에서는 상큼하고 쉬어가는 노래가 도심 속을 걷는 내 고막을 울리면 무엇 하나, 정작 나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는데. 

 

 

오늘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젊음. 어디까지가 젊은 것이고 어디까지가 늙은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무언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은 나와 그리 멀리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 식상한 이야기지만 달리 표현할 길도 없을뿐더러 이 책이 전하고 있는 것들은 정말로 그러하다.  

 

 

  책을 덮고 지금 글을 쓰며 가장 기억이 나는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이야기였다. 암으로 고생하는 남편을 두고 있지만 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입니더.”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에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 질 것만 같았다. 당연히 옆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존재에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 대단한 시간이 들지도 않는데 그러한 생각을 왜 하지 못했던 걸까. 입 밖으로 한 마디 뱉어 본적이 없는 내가 참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람 냄새가 나고 또 순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짜인 이 책은 가볍기도 가볍고 얇기도 얇아 다 읽고 나서도 손에 쥐고 가방에 넣고 참 많이도 들고 다녔다. 마치 부적처럼 들고 다녔던 것 같은 지난날들이었다.

 

<오늘은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의 주인공들 덕분에 나는 지나갈뻔한 순간의 행복에 대해 감사해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내 가슴을 훈훈하게 채웠으며 죽어있던 마음에 잔잔히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켰다. 덕분에 보고픈 이, 고마운 이 에게 참 많은 연락을 했었다.

 

또 내가 치매에 걸린 경비원이 되었다는 마음으로 사소 한 것을 기록해보고자 서랍 한 구석에 박혀 뜯지도 않은 수첩을 열어 몇 개를 끄적여보기도 했다. 편지든 무엇이든 그렇듯 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역시 흔히 하는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지만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것은 그 순간의 행복이 진짜 행복의 기록이었고 그 순간의 고민마저도 지나가면 웃게 되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이 책을 다 읽은 아직도 오늘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더 나이가 들어서 젊음이 그리운 날 진짜로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지나간 메모를 보며 젊음을 만끽할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이렇게 미묘하게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변했듯이 그들도 행복을 진정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이기주씨의 눈으로 바라보고 관찰당해 찾은 행복이 아닌 정말로 행복을 그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큰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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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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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만 해도 헬렌 켈러,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위인전 한 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내 책장에도 참 여러 종류의 전집들이 가득 꽂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많게는 40~50권 적게는 20권이 조금 넘는 전집들을 보며 어린 마음에도 뿌듯해서 그 앞에서 많이 머물렀었다. 많은 전집 가운데 어디에서 헬렌 켈러를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위인전 중에 한권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 책 중에 몇 권의 위인들이 섞여있었는데, 그 중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혹은 그 둘 다이던가.

어린 시절에 내가 최초의 만남을 가졌던 헬렌은 나와 마찬가지로 어렸다. 그 아이가 못된 어린이에서 착한 어린이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읽으며 신세계를 맛보았던 것 같다. (밥상에서 포크를 던질 수 있는 아이라니!) 그랬던 그 아이는 눈이 멀고 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바르게 자라났다. 바로 앤 설리번 선생님에 의해. 당시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났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헬렌은 단지 시청각장애우였고 그녀를 인도한 것은 앤 설리번이었는데 왜 그녀가 위인전에 올라가게 되었는가?

헬렌이 위인전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리의 짐승에서 사람으로 변해 착한 심성을 가지고 살아갔다는 이유인가?

그녀는 앤 서리번의 교육을 받은 후 무탈하게 생을 마감하였는가?

더 이상 내가 빽빽이 꽂힌 위인전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어린아이가 아니 듯 내 기억속의 헬렌도 어려서는 안 된다. 나만큼이나 헬렌은 자라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고른 위인전집의 헬렌이 아닌 내가 헬렌을 선택해야하고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헬렌 켈러-A life>는 ‘햇살이 환히 비쳐들고 소리가 가득한 방에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가 슬픔으로 목이 메인 채 앤 설리번이 영원히 잠들어있는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p241)’ 으로 시작한다.
하등 의문을 품을 문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첫 문장을 인용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헬렌이 애니의 죽음을 보았고 실과 바늘처럼 단짝인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먼저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위인전에서는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그녀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나는 놀라웠고 <헬렌 켈러-A life>에서 많은 것을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렌 켈러는 균형 잡히고 어여쁜 여성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그녀가 정상인이었더라면 그 무엇보다 그녀의 몸매와 아름다움이 먼저 이야기 될 만큼 그녀는 실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앤 설리번은 최고의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고집 세고 독하며 가난뱅이의 여자일 뿐 사실 그 분야에서 알려진 최고의 선생님도 아니었다고 한다. 애니의 성품을 보아온 선생님에 의해 추천되었을 뿐이지. 어쨌든 애니는 헬렌과 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로라를 도와주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또 선생님이 추천해준 성품을 한껏 살려 애니의 방식대로 헬렌을 가르쳤다. 그것은 인내였지만 애니에게는 희망이었다…

 

표면적인 헬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헬렌의 삶에 대한 ‘결과’는 확실히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헬렌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한 번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처음에 내가 던져둔 몇 개의 질문이 있다. 그러나 그 몇 개의 질문마저도 부질없으리란 생각이 들만큼 <헨렌 켈러-A life>는 척척 대답을 내놓는다. 그 당시에는 헬렌만큼 복잡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드물었고 설사 있다고 해도 부모와 사회에 의해 버려져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일찍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헬렌은 복잡한 장애임에도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이 기울여졌고 그녀는 일상생활이 가능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또한 그녀의 이러 인간다운 삶은 그 당시 장애우에게도 큰 희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 이전과 이후로 장애우에 대한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녀는 단지 역경을 이겨낸 것에 대해서 위인이 아니라 작게나마 장애우를 위한 사회로 발돋움했다는 것에 대해 ‘위인’전에 실린 것이 아닌가 한다.

 

 

  누군가가 지난날의 나와 같이 헬렌 켈러를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당신은 도로시 하먼이 말하는 헬렌이 장애를 극복한 성녀이기이전에 누구보다도 수줍고 당찬 여성이니 어쩌면 내가 알고 있던 헬렌과 달라서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p546. 헨렌 켈러 A Life

빛이 없는 어둠이 있다면 그것은 무지와 외면의 어둠일 뿐이다.

우리는 다르다. 볼 수 없는 사람들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

감각이 다른 것이 아니라 감각을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감각을 뛰어넘는 지혜를 찾기 위해 펼치는 상상력과 용기가 다를 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헬렌 켈러, 그 ‘여인’을 안다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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