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모르는 이야기
박재현 지음 / 가쎄(GASSE)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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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현.

다소 낯선 이름이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에 멈칫하다가 그가 87년생이라는 사실에 더욱 더 놀라고 말았다. 요즘에는 더 어린 친구들도 글을 쓰고 책을 출간 하는 것이 흔한 일이니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은 나이에 추리소설을 써내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만큼이나 책의 외관도 참 특이하고 재미있다. 요즘 보기 힘든 문고판이라 그런지 다른 책들에 비해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작은 사이즈다 보니 더 많이 손에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쓰는 소설이라고 한다. 그는 대구 태생의 토박이인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구가 주 무대였다. 주인공인 '나'가 등장하는 장소도 그렇고 빈번하게 대화하는 장소 또한 대구이다. 추리소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잘 몰랐던 대구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지방도시인 대구를 무대로 이렇게 넓은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책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이름대신 '나'로 통한다. '나'의 여자 친구는 전날 죽음을 맞이했고, 그 때문에 '나'에게 형사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는 읽는 동안 내내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반전과 유머 그리고 추리와 일반소설의 오묘한 경계 그 때문이었다고 정리하고 싶다.

 

  경찰이 집요하리라 생각될 만큼 '나'에게 집착하고 있었고 주인공 또한 전날 여자 친구의 집에 방문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은 다시 찾아올 경찰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집을 나서고 말았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의 초기 부분에 해당하는 이 부분을 읽어 내리며 '나'가 어쩌면 범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소 뻔한 반전이라고 가볍게 읽던 도중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전국을 떠돌던 '나'가 당황했던 것처럼 경찰은 범인을 ‘나’가 아닌 오 모 씨로 지목한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책이 짜임이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박차를 가해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이 아니다. 더불어 작가가 다작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게 접하는 추리소설 책들과 달리 투박한 감정라인과 거칠게 사건이 진행된다. 이 거칠음은 오히려 책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오묘하게 걸쳐져있는 책의 장르는 작가가 툭툭 던지는 유머들로 인해 긴장되는 분위기를 풀어줌으로써 독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만든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펼쳤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여자 친구의 죽음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의문의 사건들과 주인공의 비밀들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더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즉, 달리 말하면 우리가 많이 접하는 추리소설과 달리 머리를 싸매지 않고 술술 읽어 내릴 수 있는 조금은 황당하고 유쾌한!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와중에도 내가 추리라는 것에 괄호를 친 이유는 이렇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추리소설의 면모를 띄고는 있지만 추리라는 쪽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추리가 가미된 소설로 읽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의 뒷 표지를 보면 이렇게 쓰여있다.
'우리는 이런 소설을 원했다. 스피디하게 읽히는 '이야기'가 있는 소설. 늘 결핍된 주인공들의 상처와 치유의 성장통을 그린 소설에서 지루함을 맛본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쉽게 읽히며, 책을 넘길수록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의 전형은 책을 덮기 전 까지 그 끝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정말로 그랬다. 이 책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스피디하게 읽었다. 어렵지도 않았고 장황하게 풀어놓아 독자를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 작가는 있는 사실 그대로 자신이 아는 한도내에서 이야기를 끌어냈으며 중간중간 능청스러운 유머를 가했을 뿐이었다. 그 덕분에 그 어떤 책보다 쉽게 완독할 수 있었다. 또한 처음에는 추리소설이라고 접근하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을 때는 추리보다는 그냥 추리가 가미된 소설이라고 생각하였고 작가의 유머를 더 많이 보았다.


  완벽하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글이지만, 그 완벽하지 않음이 더욱 풋풋하게 느껴지고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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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으로 메이크업을 쇼핑하라 - 중저가 화장품만을 다룬 최초의 뷰티북!!
김지현 지음 / 우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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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화장품은 정말 중요하다. 그 무엇보다 없어서는 안 될 물건중 하나라 간혹 어떤 제품 같은 경우는 차라리 밥을 안 먹고 화장품을 사야지내지는 밥을 굶고 화장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끔씩 들기도 한다. 그 만큼 화장품은 여성에게 필수불가결한 물건이다. 이런 중요한 물건은 매우 비싼 것이 대부분이라 화장품값이 때로는 옷값보다 더 많이 지출되며 더 빠르게 소비된다. 게다가 이 화장품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사왔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에게 있는 건지도 의심될 때가 있다.

 

  최근 들어 브랜드 제품, 일명 고렴이와 비슷한 저렴이(로드샵제품)들이 날로 늘고 있다. 국내 한 로드샵에 브랜드인 M에서는 브랜드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연달아 두 개를 내놓으며 정면 승부를 하고 있다. 브랜드의 제품은 하나당 적게는 5만원부터 20만원 가까이 하는 제품까지 있는데, 이 효과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이 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누구인들 혹하지 않을까?

 

이처럼 과거의 로드샵제품들이 가격이 저렴한 만큼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최근에는 브랜드 제품 못지않게 좋은 성분과 좋은 가격으로 찾아온다.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이용하여 한 TV방송 쇼에서는 블라인드테스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제품들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그 선택지 속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각자의 능력으로 연결됨으로써 제품하나를 선택할 때 매우 고민하게 된다.

 

  <2만원으로 메이크업을 쇼핑하라>라는 제목에서부터 열광할 수밖에 없다. 2만원이라고 하면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사용하는 립스틱 하나만으로도 3만원부터 시작인데 말이다.

 

  뷰티 북을 처음 읽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대게 전문가들과 연예인들이 추천해주는 것은 비싼 제품들이 즐비하다. 가끔 저렴한 제품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 70~80%는 비싼 브랜드제품을 이야기한다. 이해는 한다. 대중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연예인들과 메이크업아티스트들은 고급스런 이미지를 위해서 고가의 제품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을 터이고 그 뿐만 아니라 비싼 만큼 값어치를 톡톡히 할 테니 말이다.

그럼 혹시 <2만원으로 메이크업을 쇼핑하라>의 저자는 그냥 저냥 일반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다른 뷰티 북과 마찬가지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김지현이다. 다만 그녀는 '고가의 제품과 저렴한 제품이 있으면 나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겠다. 만약 그 마저도 같다면 저렴한 제품을 택하겠다!' 라는 소신으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그 덕분에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매달 지갑이 빵빵해지기가 무섭게 홀쭉해졌는데, 어쩌면 이를 예방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다양한 화장품을 만져보았을 테니 확실히 일반인 보다는 이라는 것이 있을 테니 말이다.

 

  모닝케어를 시작으로 메이크업을 들어가는데 이마저도 세분화 하여 베이스-아이-립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나이트케어를 돌입한다. 이후에 메이크업방법과 강력 추천하는 아이템들을 쭉 늘어놓는 순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써보았던 제품들을 항목별로 별점을 내리고 각각 정성스런 코멘트를 달아둔다. 그러고도 모자라 혹시 독자들을 위해 이 제품은 누구에게 좋고 이 제품은 어느 타입의 피부에게 좋다고 코치해준다. 내게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기가 조금 더 쉬워지고 선택할 제품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가격마저도 착하다.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2만원을 넘는 것이 없을뿐더러 흔히 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로드샵 혹은 드럭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매일 지나다니던 길에서 즐비하게 만났던 브랜드에서 이렇게 좋은 기능과 효과를 가지고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마지막으로 과연 이 제품들로 진짜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단 말이야?’ 라고 의심하는 나에게 저자 김지현 아티스트는 한 번 더 말해준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메이크업 장면은 책에 언급된 제품으로만 사용되었다고. 이쯤 되면 내가 저자의 말에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나는 이전에도 뷰티 북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읽었던 책은 브랜드제품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다양하게 열거해둔 책이었는데 저자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확실한 비교를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저자로 참여하여 마치 인터넷 웹서핑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 말을 믿어야 할지 저 말을 믿어야할지 혼란이 오면서 책을 덮었다. 물론 선택은 내 몫이겠지만 정리되지 않은 말들은 내게 혼란만 가져다주었고 결국 책을 덮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2만원으로 메이크업을 쇼핑하라>라는 저자의 김지현은 누구보다도 확신이 있다. 그녀의 소신이 깃들여져있는 책은 자신감이 들어있어서 그녀가 하는 말에 조금씩 순응하게 된다. 게다가 그녀는 절대 자신의 말만 믿고 구입하는 오행을 저지르지 말라고 한다. 단지 개인적인 자신의 생각을 담은 추천이므로 반드시 구입 전에 테스트하여 나와 맞는지를 확인 할 것을 요구하다. 이 역시 그녀의 소신이 담긴 발언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로드샵을 그리 이용하는 편은 아니었다. 로드샵에 대한 인식도 그러했고 수많은 로드샵에서 쏟아지는 많은 제품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길을 한쪽으로 터주는 책이 아닌가한다.

 

  주말에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갔다가 책을 읽은 것이 기억나 충동적으로 로드샵에 들어갔다. 마냥 어색하게 서서 두리번거리는 나와 달리 성인들도 많이 보였다. 게다가 내가 보았던 제품들이 나열되어있는 모습에 반가워 책을 읽으며 점찍어두었던 제품도 몇 개 사들고 왔다. 슬쩍 자랑을 하자면 립스틱과 포인트 리무버와 같은. 개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나는 이번에 구입한 제품을 써보면서 꽤 만족하고 있다. 저저자의 말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마 이 책은 내 보물로써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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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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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겠다고 욕심부리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몰입력이 대단하여 이 책을 지금 읽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억누르는 중. 언제고 빠지게 되면 리뷰를 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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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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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남자의 자리>라는 제목을 읽었을 때는 한 여자와 남자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짐작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1988년 홍상희씨의 번역으로 책세상을 통해 <아버지의 자리>로 먼저 출간되었던 바가 있다. 당시 출간되었던 책에는 <아버지의 자리>를 한권으로 선보이기보다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한 여자>와 함께 수록된 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 재번역 되어 개정되어 나온 책은 <남자의 자리>라는 제목으로 저자 아니 에르노의 글에 실린 진정한 무게와 의미를 다시 되짚어보게 만든다.


 <남자의 자리>는 작가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에 대하여 그녀가 직접 써내려간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그 어떤 글보다도 진지하고 묘한 힘이 있으며 은근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자식에게 애정표현을 그다지 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성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그늘아래에서 자란 에르노는 아버지의 지난 삶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이게 기술하려고 노력한다. 추억에 젖어 갖은 수식어구를 끌어와 예쁘게 꾸미는 법도 없고 아버지의 삶을 비웃는 것도 없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아버지라는 사람을 오랫동안 보아왔고 이 글은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내려두고 ‘남자’로써 그를 관찰하고 그 옆에서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앞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지극히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는 객관적인 것이라 오히려 읽는 입장에서 가슴이 더욱 먹먹해졌다.


 그 꾸밈없이 서술하는 아버지는 애정표현 하나 잘하지 못하는 남자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못 배움이 늘 한이 되어 자식만은 많이 배우길 바라는 우리네 옛 아버지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자신이 못 배운 만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자식들은 희생만큼 많은 것을 보고 자라지만 그럴수록 이유를 모르고 아버지와 멀어져간다. 어쩌면 지금도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지금은 아버지가 못 배워서가 아닌 자신이 젊었을 때 부족했음이 아쉬워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먼저 알려주고파 희생하시고 자식들은 그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아버지를 앞서나가게 된다는 차이점만 가지고 있을 뿐이지.

 <남자의 자리>를 읽다보면 누구라도 관계가 좋든 나쁘든 자신의 아버지가 떠오를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러했다. 저자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와 달리 나의 아버지는 한 없이 다정한 사람이다. 어느 덧 연세가 머리카락들이 하얗게 새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나는 딸 바보야. 허허’하고 웃으실 정도로 위트 있으시고 사랑표현에 거리낌이 없으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주시고 앞장서주시는 아버지 덕분에 참 행복하게 자라왔다.

에르노의 아버지처럼 나의 아버지도 많은 것을 희생하였고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아버지를 앞서게 되었다. 그리고 에르노가 마냥 행복한 시간들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상황도 서슴없이 찾아왔다. 그녀와 그의 아버지에 대하여 서술한 것처럼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우리 부녀에게도 생겼다.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해 서로가 어색하게 지냈던 것이 짧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조금씩 더 자라고 아버지가 조금 더 고독해 질수록 더 이상 ‘아버지’라기보다는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젊은 날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모두 퍼부었고 남은 것은 쓸쓸하게 뒤에서 내 등만 바라보고 있을 아버지의 심정을 뒤돌아보게 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의 나는 정말 울보였고 감성적인 아이였다. 지금도 잘 울고 여전히 감성적이지만 그 어릴 때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만약에 어느 날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왈칵왈칵 눈물을 터뜨리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이 아니라 몇 차례나 어린 맘에 그런 고민을 하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는데 그 기억이 많이 커버린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 건지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면 눈물부터 쏟아진다. 그리고 <남자의 자리>를 읽으며 어린 시절의 옛 추억과 함께 아빠를 생각해보는 한편 성인이 되어 남자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남자의 자리>라는 제목이 궁금해졌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할 때 이야기 했던 것처럼 제목만 보고서는 도무지 아버지에 관한 자전 소설이라는 것이 짐작되지 않는다. 차라리 1988년에 나온 것처럼 <아버지의 자리>라는 것이 오히려 내용을 유추하기 더 쉬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번 책을 펴낸 열린 책들에서도 작가에게 ‘아버지’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그녀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고 출판사 열린 책들에서는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받아들였다고 한다.
책 표지에도 쓰여 있듯이 이 책의 원제목은 <La place>이다. 프랑스어 <place>는 ‘자리, 좌석, 광장, 위상…’ 등 중의적인 의미를 함축한 단어라고 한다. 그 만큼 그녀는 많은 의미를 이 책에 담고 싶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접하고 난 15년 후에 집필한 이 글을 읽은 사람은 그 누구라도 뜨거운 눈물을 터뜨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세상 어떤 부모도 다 똑같은데서 느껴지는 부모의 공통된 사랑을 통해 나의 아버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아버지가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사랑한다”는 말 한 구절도 들어가지 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그 어떤 누구이든 간에 한 번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마 이 책은 독자가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값을 발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즉 나와 함께 세월을 보내게 될 것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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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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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도 입시교육에 물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수영 시인의 이름에 ! 반갑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교실에서 아이들과 색색의 형광펜과 펜을 들고 밑줄 긋고 함축적 의미가 된 부분에 별표나 그렸지 정말로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를 해부하고 의미를 파헤쳐 머리로는 배웠지만 진정 그의 삶을 이해하고 가슴으로 배운 김수영은 내 지난 지식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가서 김수영 시인을 알고 있다 라고 대답한 것도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고 앞으로 김수영 시인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생각했다.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을 보며 진짜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했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철학이라는 키워드였다. 김수영 시인은 관심이 가지만 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철학이라는 두 글자는 어쩐지 손을 멈칫하게 만들고 무겁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손을 뻗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하였는지 모른다. 하나의 책을 선택하면 웬만하면 끝까지 읽는 편인데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었다가 나와 맞지 않는 책이라면 가독성이 떨어져 읽는 나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독서를 할 것이고 이를 저자가 원하는 것은 아닐 테니 피차 좋지 않은 꼴을 보이는 셈이 될 거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고나서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김수영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지난 나의 지식에 대한 반성으로 김수영 시인을 알고파 한다면 철학이 무엇이 대수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책은 철학자의 눈으로 본 김수영 시인일 뿐이지 철학에 관해 논하는 책은 아니니까 말이다.

 

  <김수영 시인을 위하여>를 통해 김수영 시인을 꼭 만나고 싶었다.

과연 내가 시험을 치기 위해 배운 김수영 시인이 아닌 그의 진짜 삶과 사상과 성품 그리고 남겨둔 시와 글들을 이제는 마음으로 배우고 싶었다.

 

  먼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가장 특이했던 것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부록에 관한 것이다. 잡지나 어린이 책을 사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록이 인문학 책에도 딸려온다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 그리고 그게 본문 수록 작품이라는 점도 특이했다.

대게 한 사람의 인생을 뒤돌아보고 그의 작품을 느껴보는 인문학 책들은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이 책 속에 실려 있다. 그래서 그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게 별책부록으로 따로 무언가가 주어진다는 게 생소했다. 낯설게 손에 쥐고 있는 <김수영을 위하여-본문 수록 작품>을 손해 들고 참 뿌듯했다. 일일이 책 속을 훑어서 찾아내어 읽어야 되는 수고를 덜어내고 언제 어디서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은 시인을 위하여-사람을 위하여-자유를 위하여 라는 총 3부작에 걸쳐 이야기된다.

어쩐지 이 순서에 실린 각 키워드들이 김수영 시인을 대표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 사람, 자유를 위해 삶을 살다간 김수영.

  사실 <김수영을 위하여>는 내 기대에서 약간 빗겨나기도 했고 들어오기도 했다. 많은 부분을 김수영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책은 김수영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저자 강신주가 본격적으로 자기 지향점을 드러내는 책으로 드러났다. 즉 철학자로서 인문정신이라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간 책이다. 무엇보다도 <김수영을 위하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은 민족주의 시인으로 오해 받았던 김수영을 실은 강력한 인문정신의 소유자라고 소개함과 동시에 한국 인문학의 뿌리를 찾는 철학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1960년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이 땅의 자유와 인문정신에 대한 강신주의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인문적인 고백록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김수영이라는 사람 자체만이 궁금하다면 이 책은 다소 적합한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불온이란 키워드를 통해 인문학의 주요한 정신과 본질을 제시한 김수영이 한국 인문학의 핵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한 철학자 강신주와 김수연의 편집에 의해 만든 책이다 보니 그들의 생각이 다소 많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에서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김수영시인이 익히 입시교육에 물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민족적인 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는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왔고 현재 우리의 삶에서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갈망해왔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김수영을 위하여>를 시작하면서 듣게 된 저자 강신주의 김일성만세시를 통한 일화는 내 가슴에 콱 박혀왔으며 미친 듯이 공감되었다. 나도 조금의 불쾌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 때 부터는 책을 읽는 것이 어렵지도 않았고 그저 내가 부끄러울 뿐이었다.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시를 읽고 나서, 강연장을 가득 메운 교직원과 학생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 무엇인가 잘못되었다.(중략)<김일성만세>라는 시를 듣고 청중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그들 내면에 모종의 검열 체계가 작동한다는 것을 말해준다.(중략)50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김수영의 정신이 만개하지 못하고 위축된 것일까? P18~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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