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녀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을 말하면 "아! 그 작품" 이라고 할 만큼 그녀는 인지도가 높다.
그녀의 대표작 중 또 하나인 <설득>은 2007년에 감독 애드리언 셔골드의 영화로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호평을 받았다.
내가 접했던 영화는 조금 오래된 영화인 1995년에 감독 로저 미첼의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설득>을 처음 알게 되었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외에도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제인 오스틴에 대해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을 원작을 읽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양한 책이나 영화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그녀의 주된 스토리만큼이나 사랑스럽고 달달하며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점이다.
내가 만나게 된 책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인데, 역시나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혹시라도 손상될까봐 조심조심 다루며 책을 보았었다^^;

 

 

  이 책의 시작은 켈린지 홀의 주인인 월터 엘리엇경의 세 딸에 관한 이야기다.
그 세 딸 중에서도 콕 집어 주인공을 이야기하자면 집안에서 미운 오리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앤이 집안에서 미운 오리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은 그녀가 아버지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과는 달리 허영심보다는 실속을 챙기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녀가 가문을 위해 빛 낼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3살의 젊고 활기찬 청년과 19살의 아름답고 똑똑한 소녀 앤은 사랑을 했으나 젊은 청년이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과 패기 그리고 용기뿐이었다.
그의 외모도 배경도 재산도 없으므로 가족들은 반대를 하고 주위사람들 마저 그녀를 만류하며 설득하자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서로를 보지 못하다가 8년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사랑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하루에도 몇 편씩 수많은 로맨스 소설이 쏟아지고 있는 게 요즈음이지만, 제인 오스틴만큼 우아하고 정적이면서도 로맨스를 가진 소설을 찾아보기는 드물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전형적인 제인 오스틴의 스타일이며 할리퀸 로맨스의 소재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18세기에 쓰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며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은 여전히 전형적이지만 먹혀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아한 로맨스.
이것이 제인 오스틴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가진 또 다른 매력 중에 하나는 거침없는 캐릭터 설정이라는 점이다.
<설득>은 영화로 보았지만 <오만과 편견>은 책과 영화모두를 접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주는 생생한 흥미로움은 덜했지만,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들은 <설득>을 통해서도 계속 맛볼 수 있었다.

 

 

  결국 <설득>도 해피엔딩으로 끝남으로써 흐뭇함과 안정감을 준다.
어렸을 때에는 주위 사람들의 설득으로 인해 포기했던 사랑이지만 8년이 지나 스물일곱 살이 되면서 환경과 현실의 그 어떤 조건보다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웬트워스의 8년 동안의 변화를 통해 결국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보게 해준다.
당시에 보잘 것 없었다고 생각되어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헤어졌지만 8년 뒤 만난 웬트워스는 세상을 다 가진 남자처럼 위풍당당하고 멋져보였다.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현재의 불안함에 얄팍한 설득을 통해 사랑을 포기했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해준다.

 

 

  고전소설이니 만큼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은 컸었다.
고전소설이 주는 압박감으로 인하여 이 책이 주는 우아한 사랑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고전소설이 주는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깨우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연스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스토리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역시 명작! 이라는 말이 어떨 때 쓰이는지 또 그녀가 오스틴 신드롬을 일으킬만한 작가라는 것을 유감없이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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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삼색고양이 시리즈를 읽기전 먼저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이라는 점이 이 책에 대해서 더욱 흥미롭게 하였다.
올해 읽게 된 아카다와 지로의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을 읽으면서 지난 무더웠던 여름 아카가와 지로의 매력에 푹 빠져서 언젠가 또 다른 책을 읽어보자고 결심하였던 것 이 생각난다.
이 결심이 불과 두어 달 사이에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는 읽지 않으려야 읽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 되었다.
 
삼색고양이 홈즈는 <추리>편을 시작으로 많은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추적>,<괴담>,<랩소디>,<사랑의 도피>,<공포광>,<기사도>와 같은 장편소설부터 시작하여 단편소설도 3편을 가지고 있는 큰 작품이었다.
아카가와 지로가 이 시리즈를 중심으로 인기작가가 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작품은 그의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 들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써 고양이 홈즈와 가타야마가 만나게 되는 배경을 보여주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루기 전에 배경이 되는 시점을 사건과 함께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고 시리즈 중에서도 빼놓지 않고 읽어야하는 책이 라고 생각된다.
하고로모 여자 대학의 비밀 아르바이트인 매춘 아르바이트.
그 어떤 아르바이트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여느 아르바이트 보다 인기가 높다.
그러나 어느 날 손님을 받던 여학생이 흉기에 찔려 죽게 되는 것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단지 매춘아르바이트에 관한 비밀을 벗기고자 시작하였던 일은 점점 일이 커져 하고로모 여자 대학의 비리와 교수의 죽음까지도 연관되어졌다.
 
영문과 교수인 모리사키는 이 비밀을 풀기위하여 총장과 반대로 학교 내로 형사를 불러들이게 된다.
그 형사가 바로 이 책의 홈즈와 같이 콤비를 이루게 될 가타야마 형사이다.
어쨌거나 사건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보다는 급기야 '전쟁' 처럼 갈수록 심화되고 악화되는 양상을 띄었다.
표면적으로는 매춘 아르바이트에 관한 여학생의 죽음을 해결하려는 일을 하면 하게 될 수록 사건은 엉망진창으로 꼬여 가는데, 영문과 교수인 모리사키의 죽음이라든지 또 다른 여대생의 죽음과 같은 사건들이 줄줄 이어진다.
범인의 단서는 그 이디에도 없고 모리사키의 죽음은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나 읽을 수 있는 밀실 살인 사건으로 떠오른다.
가타야마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사건들이 줄줄 터지는 와중에 모리사키가 키우던 사람과 동화되는 신비한 고양이 '홈즈'는 가타야마 곁에 붙어 어쩔 수 없이 그가 맡아 키우기로 한다.
 
 고양이 '홈즈'는 사건에 관한 단서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냥 고양이가 아닌 어쩐지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 같은 홈즈의 능력을 의심하면서도 고양이 홈즈가 던져주는 단서로 쉽게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우연히 주인공이 단서를 포착하게 된다던가 하는 구조인데 반해 아예 단서를 던져주는 고양이라니 일반 추리 소설과 다른 점이 느껴졌다.
말도 못하는 고양이지만 눈빛이나 몸짓으로 사람과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묘한 홈즈라는 소재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소재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양이 홈즈 이외에도 범인에 관하여 반전이 책이 끝날 때 까지 거듭된다는 것이다.
모리사키의 동생이었다가 학교수위였다가 결국 애인으로 끝나는.
그러나 곰곰이 돌이켜 보면 모두 한패로 묶여있다는 것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주위인물들의 수상한 점을 끊임없이 밝혀가며 예상치 못한 인물의 범죄동기를 듣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형사 가타야마와 아카가와 지로 특유의 유머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카가와 지로의 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용에 대한 구조와 트릭, 반전도 탄탄하지만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겁기 보다는 인간적인 웃음이 많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 이다.
일명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작가' 라고 생각된다.
얼핏 보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설일지도 모르나 진지한 추리소설 못지않은 배경과 탄탄한 구조로 읽는 이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글이 아닌가 한다.
 
<추리> 편을 시작으로 하여 계속 이어지는 홈즈시리즈는 꽤나 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책들을 꼭 읽어보자고 마음먹을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
심심하고 무료한 주말에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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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의 심리학
에드 라이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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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캔들의 사전적 정의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부정행위라고 한다.
이러한 스캔들은 이 시간 현재에도 각종 분야에서 세간을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그것들에 대하여 사람들은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캔들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정숙하고 규범을 딱딱 지킬 것 같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터뜨리기 때문 일거라고 생각된다.
즉, 사회의 이목과 규범을 거스르는 것이 그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딱딱한 얼굴로 옳은 일만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놀라운 스캔들은 지루하고 나날이 같은 하루 속에 재미있는 가십거리를 만들어 준다.
만나는 사람들과 이 스캔들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그들의 행동에 대하여 비꼬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런데 스캔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유독 고위간부라든지, 연예인 심지어 목사까지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사회적 파문이 될 스캔들로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사람들.
어째서 그들은 스캔들을 일으켰으며 또 어떤 스캔들을 어떠한 이유에서 행한 것인지 알고 싶어 <스캔들의 심리학>을 읽고자하였다.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스캔들의 심리학>에서는 다양한 욕망들을 크게 9가지로 나누어 그와 관련된 스캔들의 사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빌 클린턴이라든지 혹은 지미 스웨거트의 누구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법한 유명한 스캔들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계층들의 인사들이 벌여놓은 다양한 사례를 읽고 있노라면 TV나 메거진과 같이 미디어로 비추어지는 모습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늘 웃고 있으면서 신뢰를 줄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던 빌 클린턴.
그가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스캔들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그렇게 사람들을 잘 알고 정치적으로 뛰어났었는데, 스캔들 하나로 자신이 밑바닥까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스트레스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세력(질투하는 사람들) 때문에 최고의 자리임에도 규율을 거스르는 일을 벌이는 게 아닐까한다.
그런데 비단 자신의 스트레스로 인한 스캔들 외에도 또 다른 유형의 스캔들도 있었다.
선천적이거나 환경이 사람의 성향을 만들어 결국 스캔들로 이어지기는 하는 사례들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예카테리 2세와 퍼시 그레인저와 세균을 너무 무서워해서 결국 자신을 감금한 하워드 휴스의 이야기도 있었다.


 
  처음 <스캔들의 심리학>을 펼쳐 읽었을 때는 다양한 스캔들에 놀라움과 함께 영화에서나 가능할 스토리들로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문득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들이 몇 가지 생겨났다.
어리석을 만큼 대담하고 뻔뻔한 행동으로 결국 파멸을 길을 걷는 것은 단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스트레스나 환경뿐이었을까?
그들은 분명 자신이 추락한다는 것을 알만큼 영리한 사람들이다.
이에 대하여 에드 라이트는 인간의 9대 욕망인 분노, 시기, 고집, 탐식, 탐욕, 허망, 교망과 나태는 자신이 파멸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사실을 알지만서도 심리적인 문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자신을 통제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이 <스캔들의 심리학>에서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총 31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스캔들을 일으키지만, 이들에게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모두 제각각의 욕망의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그들은 결국 심리적인 압박감, 혹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게 되어 결국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스캔들의 심리학> 이라고는 하지만 저자 에드 라이트는 이들의 심리를 책속에서 분석하지는 않았다.
스캔들의 배경과 인물들의 삶과 같은 이야기를 실어둠으로써 읽는 독자로 하게끔 그들의 심리와 또 이모든 이들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세계를 발칵 뒤집고 놀라운 스캔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공개된 삶이거나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한때를 보낸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스캔들 속에는 추악하고 무서운 인간의 욕망이 숨어 있으며 이러한 탐욕은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며 결국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읽는 내내 단숨에 읽어 버릴 만큼 흥미롭지만, 인간의 욕망에 대해 본질을 깨닫는 것으로 끝나며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끝없이 탐욕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책을 덮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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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키드의 발칙한 영어노트
김태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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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보면 기억하고픈 문구나 의도치 않아도 내 마음속 깊이 박히는 문구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대사 하나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는데, 이런 문구들을 발견할 때 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욕구가 샘솟는다.
그러고 보면 영화는 단순히 재미 그 이상으로 멋진 그래픽이나 대사, 그리고 음악, 인생 공부 때로는 외국어 공부까지도 제공해준다.
이렇게 멋진 영화의 세계를 조금만 파고 들다보면 외국영화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요즘은 미드, 일드, 혹은 중드 그리고 영화로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명대사들을 간단히 정리해둔 책을 서점에서 종종 마주하기도 하는데, 큰맘 먹고 책을 펼쳐들었건만 생각치도 않게 의외의 벽을 마주하게 될 때도 있다.
분명 영화를 통해서 배울 때는 쉽고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책만 펼쳐들면 딱딱하고 한 없이 지루하다는 것이다.
즐겁게 보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어 금방 포기하는 경우를 만나게 될 때도 있다.
 
<할리우드 키드의 발칙한 영어노트> 또한 영화 속의 명대사와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영어들을 담아놓은 책이다.
이 책도 딱딱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의 '키드'라는 말이 나를 사로잡았고 큰 글씨에 컬러풀한 책 속이 여타 지난 책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Dream, Justice, Hope, Stereotype, Love 라는 총 다섯 개로 분류되어 각 주제별로 영화가 3개씩 소개되고 있는데, 유명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모아둔 책이라 많은 영화들에게서 공감을 하며 볼 수 있었다.
간혹 보지 않았던 영화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모르는 영화라서 그런지 명대사들이 더욱 명대사 같이 느껴졌고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만들었다.
 
과거 내가 보아왔던 명대사들을 정리해둔 책들은 영화 속의 대사를 따와서 문법적으로 정리를 해주고 그것의 의미와 그 속의 중요한 단어를 설명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할리우드 키드의 발칙한 영어노트>에서는 간단한 영화줄거리, 명장면의 대사읽기, 일상생활 속에 쓰일만한 표현, 명언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문화까지 담고 있으니 영화만큼이나 다양한 멀티기능을 가진 책이 아닐까 한다.
흔히 말하는 '영어' 에 대한 거리낌을 가지지 않고 술술 읽어 내려갔었다.
 
이 책을 단숨에 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영어와 관련된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원서를 읽는 경우도 있었지만, 재미있다고 느끼기 보다는 '아, 한권을 다 읽었군!' 이라는 내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픈 대견함을 느낀 경우가 더 크다.
영어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할리우드 키드의 발칙한 영어노트>에는 기억하면 좋을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모든 것을 흡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디 그러기가 말처럼 쉬운가?
오히려 책이 질리면서 종래에는 덮게 될 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가볍게 여러 번 보다보면 분명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외우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암기될만한 것들은 절로 될 것이다.
 
P138: This is a chance to escape. isn't it?
Walk into another life
(이건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니까 안 그래?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슬럽독 밀레니어' 라는 영화의 명대사 중 하나라고 소개된 저 문구는 책을 읽기시작하면서 그 이후로 나를 잘 반영한 것 같고 또 저렇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모든 일에 임하고 싶다는 마음에 외우게 된 대사이다.
내가 앞으로 배워나가는 것, 익혀 나가는 것 그러한 모든 것들은 '탈출의 기회'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무지로 부터의 탈출, 좁은 세상으로부터의 탈출, 부족한 나로 부터의 탈출.
배워나가는 모든 것들이 내 인생을 더 나은 인생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힘들고 지치거나 짜증날 때 이 문구를 떠올리며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영화의 '대사' 이지만 내 마음속에 콕 박히는 그 순간부터 마음속의 의지할 곳 하나를 마련해두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보니 이 책은 더 이상 영어 책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P84: You make your own luck
행운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문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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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엘모어 레너드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엘모어 레너드는 범죄소설의 대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범죄소설계의 으뜸인데다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펄프 픽션의 제왕이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집필하고 또 역사소설, 탐정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이지만, 사실대로 이실직고하자면 나는 그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접해보게 되었다.
44편의 장편소설과 많은 단편을 썼으며 또 그중의 많은 수의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대단한 작가인 '레너드'의 세계 속에 빠져든다는 것은 나에게 설렘을 안겨주었다.
내가 읽고자 하는 '표적' 또한 1998년 스티븐 소더브그 감독이 영화화해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조지 클루니의 표적'의 원작이라고 하니 이만하면 이 책이 재미있을 거라고 확실하게 믿고 펼쳐 봐도 좋다고 생각하였다.
 
교도소가 첫 장면이 되어서 <표적>은 시작한다.
한 여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은행을 털다 걸려 교도소로 잡혀 들어온 잭 폴리는 30년형이라는 어마어마한 선고를 받게 되었다.
이에 늘 그러했듯이 탈옥을 준비하였지만 그의 탈옥은 설공을 코앞에 두고 연방보안관인 캐런 시스코와 맞딱드리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캐런과 함께 도망친 폴리는 비좁은 트렁크 속에서 그녀가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폴리만 그녀에게 반한 것이라 아니라 캐런 또한 그가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강렬히 끌리지만 서로의 신분이 쫓는 자와 쫓기는 자라는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범죄소설은 잘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혹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많이 걱정을 했었다.
아무리 엘모어 레너드의 작품이 재미있다고 할지라도 나에게 마지않는다면 더 이상 내게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소설이 어둡고 사악하고 또 잔인하다는 내 편견을 깨부수듯이 표적에서는 어둡기보다는 유쾌함이 묻어났고 잔인하기 보다는 숨 가쁨이 묻어나왔다.
일반 여타 소설보다 더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소설이었던 <표적>을 읽으면서 내가 범죄소설을 읽고 있는 건 맞는지 자꾸만 확인했어야했다.
 
폴리의 영민한 캐릭터와 캐런의 깐깐하고 도도한 캐릭터 또 그 밖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 책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특히 폴리의 범죄에 관한 아이디어라든지 생각들은 톡톡 튀고 기발하기 까지 하여서 그가 '천재' 범죄자란 무엇이라고 확실하게 정의 내려주는 듯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들은 한순간이라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반전도 반전이겠지만, 배신 또한 난무하고 있는 <표적>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마치 레너드의 표적이 되어 이 책속에 그대로 흡수되어지는 듯 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이야기세계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인물들이 주는 화려함과 흥미로움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였는데 레너드의 팬들은 그의 광신도(?) 처럼 그를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를 사랑하는 건 누구라도 같지만 레너드의 팬들은 광적일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에 입이 딱 벌어졌다.
차츰, 나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 나 역시 레너드의 표적 속에 들어가 쫓고 쫓기는 놀이를 신명나게 하고 있었던 것 만 같다.
범죄소설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어 고정이미지를 고수하기 보다는 단순한 이야기와 블랙코미디로 버무린 <표적>은 더 없이 재미있는 책이었다.
가벼운 범죄소설같이 보이지만 독특한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팬들은 그렇게도 그를 사랑했고, 나는 쫓기듯이 이 책을 읽었으리라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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