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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평점 :
베네수엘라 혁명에 대한 (거의)국내 최초의 대중 연구서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또한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담백하고 쉽게 쉽게 쓰였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 책에서 두드러진 장점이 없다. 베네수엘라의 간략한 근현대정치사와 혁명의 추이, 그리고 차베스의 사회주의 정책들을 제외하고는 이 책을 통해 베네수엘라 혁명을 깊이 있게 알기란 어렵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폭 넓은 연구를 수행했다고 보긴 힘들다. 시기적으로 국내에서 베네수엘라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혁명의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조건과 현 정세에서의 주목할 만한 쟁점, 혁명의 난점과 한계들, 이러한 우리가 혁명에 대한 연구서에서 기대할 만한 내용들을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이다.
또 다른 큰 단점은 정세를 둘러싼 모순과 갈등들이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미국의 초국적 자본, 국내 기득권 세력으로 이루어진 반동세력과 빈민, 농민, 원주민, 지식인,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하는 혁명 세력의 대결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과정들이 설명된다. 현재 베네수엘라 혁명의 모든 난점과 한계들은 단결하지 못하는 남미 국가들과 국내의 보수반동 세력의 반격으로 환원되고 만다. 이런 단순한 구도로 인해 독자들이 베네수엘라 혁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혹은 기대)이 있겠지만 사실은 이로 인해 연구서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단점은 이 책이 균형감을 잃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독자들에게 균형감을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 동안 베네수엘라 혁명과 차베스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나처럼 베네수엘라 혁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독자들은 '차베스는 비판바들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책의 객관성을 의심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긍정적인 유산을 국내에 남기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얼마나 효과적이었을지는 의심스럽다. 반대로 최대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혁명 그 자체가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고 긍정적인 내용을 남기도록 접근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9.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