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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쓴 철학사 탈레스에서 헤겔까지 - 위대한 정신 50인에게 묻는다
이수정 지음 / 아테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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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철학사를 국내의 중견 철학자가 과거의 대철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훔쳐 보며 배운다니! 

 좋은 기획에서 탄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08 문화체육 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도 되었다. 그러나 기획의 참신함 만큼이나 대중들에게 철학사의 단면들을 친근하게 알려주고자 했던 시도가 성공적이었을까? 단언하건데 철학을 공부해본 적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이 책만을 가지고 철학사의 큰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편지는 시대 순으로 쓰여졌지만 연속적이라기보다는, 말그대로 각각의 편지가 각각 다른 사람에게 부쳐진 것처럼 단절되어 있다. 철학자들 사이의 영향과 상속/비판의 관계들이 언급은 되어 있지만 말 그대로 언급되어 있는 수준이다. 각각의 철학자에게 부쳐진 편지 단편으로 놓고 보더라도 그 편지 한 편으로 (그 편지 한 편으로 철학자의 대략적인 실루엣이나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란 나열되어 있는 철학자의 용어들, 저자의 애정이나 감상들 정도이다. 거의 언급 수준인 한 두 마디를 가지고 독자들이 철학사의 개념과 줄기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저자의 판단 착오가 아닌 듯 싶다.  

 물론 이 책이 무익한 것은 아니다. 애정어린 서간문을 읽으며 독자 역시 저자처럼 역사 속의 대 철학자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이름과 말과 언어들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목적으로 이 책을 읽기엔 너무 두껍고 비싸다.  

(200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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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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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혁명에 대한 (거의)국내 최초의 대중 연구서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또한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담백하고 쉽게 쉽게 쓰였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 책에서 두드러진 장점이 없다. 베네수엘라의 간략한 근현대정치사와 혁명의 추이, 그리고 차베스의 사회주의 정책들을 제외하고는 이 책을 통해 베네수엘라 혁명을 깊이 있게 알기란 어렵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폭 넓은 연구를 수행했다고 보긴 힘들다. 시기적으로 국내에서 베네수엘라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혁명의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조건과 현 정세에서의 주목할 만한 쟁점, 혁명의 난점과 한계들, 이러한 우리가 혁명에 대한 연구서에서 기대할 만한 내용들을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이다. 

 또 다른 큰 단점은 정세를 둘러싼 모순과 갈등들이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미국의 초국적 자본, 국내 기득권 세력으로 이루어진 반동세력과 빈민, 농민, 원주민, 지식인,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하는 혁명 세력의 대결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과정들이 설명된다. 현재 베네수엘라 혁명의 모든 난점과 한계들은 단결하지 못하는 남미 국가들과 국내의 보수반동 세력의 반격으로 환원되고 만다. 이런 단순한 구도로 인해 독자들이 베네수엘라 혁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혹은 기대)이 있겠지만 사실은 이로 인해 연구서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단점은 이 책이 균형감을 잃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독자들에게 균형감을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 동안 베네수엘라 혁명과 차베스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나처럼 베네수엘라 혁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독자들은 '차베스는 비판바들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책의 객관성을 의심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긍정적인 유산을 국내에 남기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얼마나 효과적이었을지는 의심스럽다. 반대로 최대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혁명 그 자체가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고 긍정적인 내용을 남기도록 접근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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