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기온 영하 41도, 기후 재앙으로 혹한기에 들어선 지구는 스노볼이라는 돔 형태의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선택된 사람들만이 그 안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노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액터와 디렉터 그리고 그들을 위한 사람들이다. 액터는 그들의 삶을 살고 디렉터는 그들의 일상을 드라마로 엮어서 외부로 송출한다. 외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발전기를 돌리는 일에 매진하고 액터의 삶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이 다인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이 열광하는 것도 드라마고 그들이 동경하는 것도 드라마고 되고 싶은 것도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스노볼 밖의 사람들은 인간 전지로 살아간다. 마을마다 존재하는 거대한 회전체를 돌리면 거기서 발전된 전기가 스노볼로 전달되고 그것을 동력으로 스노볼 사람들은 인공 기후 속에서 인공 하늘을 보며 마음껏 누리고 산다. 기후재앙이 온 아포칼립스의 상황에서도 차별이 존재하고 권력에 눈이 멀어 속고 속이고 죽이고 지금의 상황 보다 더한 상황이 펼쳐진다. 아니 그런 상황이 마치 어떤 법칙에 의해 보호받고 더욱 치밀하게 정당화 되어 보인다.주인공 전초밤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액터 고애리와 동갑이고 매우 닮았다. 초밤의 꿈은 유명 디렉터가 되어 액터와 함께 멋진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외부 마을 사람들도 액터와 디렉터로 발탁될 수 있다. 시험에 통과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초밤은 디렉터를 목표로 하루하루 무료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그녀의 일상은 차설이라는 디렉터가 고애리의 대역을 부탁하며 반전이 시작된다. 고애리는 전용채널(채널 60번)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액터였고 스노볼에서도 외부에서도 영향력이 컸다. 그런 고해리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를 지켜보며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고인이 된 고해리를 위해서도 이대로 드라마를 끝낼 수 없으니 드라마를 종영할 때 까지만 대역을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초밤은 망설인 끝에 고해리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한다.초밤이 해리가 되어 스노볼로 들어가면서 자신과 똑 같이 생긴 여러명의 소녀들을 만나게 되고 스노볼을 통제하는 이본 집안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SF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환경, 복제 인간, 미디어 중독 등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키며 생각할 거리들을 곳곳에 두었다. 가장 깊이 와 닿은 것은 권력이 만들어낸, 사회와 마음 속 허상이 만들어 낸 거짓 자아에 얼마나 우리가 휘둘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안락과 평화를 약속하며 영혼 까지 잠식당한 사람들은 너무도 철저히 속아서 자신이 속는지 조차 모른다.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나머지는 인생의 들러리처럼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그것이 운명인양 그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최선의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삶 말이다. 초밤은 설사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로 살아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첨단 기계들과 실험, 미스테리한 상황과 미로처럼 얽힌 사람과 사건들은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놓고 한없이 휩쓸리게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설정된 환경이나 주어진 삶에 만족하느라 누군가에게 휘둘린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극한 상황이 아니라 너무도 일상에 스며들었기에 그렇게 사는 것이 의심이 없어져 버린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고 다시 한 번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게 진짜 너의 삶이냐고 물어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