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사람 그릇 - 18년 유배지에서 정약용을 만나다
진규동 지음 / 레몬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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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에 신유박해로 인해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 다산 정약용. 

18년 간의 유배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저술 활동을 하면서 600여 권의 서적을 집필한 다산 정약용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시중 서점에 가보면 이러한 다산 정약용의 정신을 본받고 기리기위해 정말 많은 다산 정약용 관련 서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강진의 다산 유적지를 찾아다니고 118차례 이상 다산초당을 오르내리며 2년간 다산 박물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로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다루기보다는 다산이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형벌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우울한 마음과 생각을 극복하고 어떻게 다산학이라는 위대한 학문적 결실을 거둘 수 있었는가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던 대목이 있었다. 

학문에 대한 폭과 열정이 남달리 뛰어난 다산을 총애했던 정조가 다산과 다음과 같은 한자 놀이를 한 부분이었다.


정조 - "보리뿌리 - 맥근맥근"

다산 - "오동열매 - 동실동실"


처음에는 '뭔소리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맥근맥근과 동실동실이 우리말과 한자의 발음이 같은 것으로 맥근은 보리 맥(麥)자에, 뿌리 근(根)으로 보리뿌리가 맥근맥근하다는 표현이고, 동실동실은 오동나무 동(棟)자에 열매 실(實)로 오동열매가 동실동실한 것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나서 정조와 다산이 이런 한자 놀이를 통해 학문적 식견을 나누었다는게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책에서 다산이 백성을 배부르게 하는 3농 정책으로 경지정리, 관개수리, 기계화를 통해 농사를 편히 지을 수 있는 편농과 정부가 각종정책을 베풀어 수지에 맞는 농사가 되도록하는 후농 그리고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는 상농을 들고 있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다산은 농업, 농촌문제를 나라와 겨레 발전의 필수기본조건으로 인식하고 사회정의 확립과 민생의 바른 길을 깨우쳐 진정으로 나라가 바로 서고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고 사는 나라가 되길 바랐다. 이 3농 정책을 통해 다산이 얼마나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또한 다산이 강진 유배 중 세도가의 친족이자 그의 친구인 사람이 호남관찰사로와서 세도가를 칭송하는 시나 글을 써주면 유배 생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때 다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 일신은 유배로 종신하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 호남에 탐관오리와 부패의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니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이 부분을 통해 유배 생활의 불안과 초조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는 다산의 마음을 옅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책에는 다산의 다양한 시가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시들 속에는 백성들의 피폐하고 참혹한 생활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산은 재물을 가난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 주는 것만이 영구히 없어지지 않고 죽은 뒤까지 천년토록 꽃다운 명성을 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리사욕에 재물을 탐내고 더욱 단단히 잡으려 하면 더욱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것이 재화라고 하면서 재화를 미꾸라지라고 표현한 부분은 신선하면서 재미있 표현처럼 느껴졌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산의 끈질긴 학문적 열정으로 만들어진 '주역사전'

조선사회의 개혁서 '경세유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백성들의 생명을 아끼고 보살피려는 마음으로 목민관들이 보다 쉽게 백성들의 죄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형벌 매뉴얼인 '흠흠신서' 

다산이 강진 유배시절부터 부임해서 돌아갈 때까지 지방 관료들이 서민을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지 공무에 대하여 상세한 사례와 함께 적은 '목민심서'까지 

그래도 우리가 다산하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다산의 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책 중간중간에 찍은 사진들을 흑백으로 다루었다는 부분이다. 흑백이라 책 속에 담겨있는 사진들이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져 컬러로 다루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더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존경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더 많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책을 탐독하면서 다산의 정신과 마음가짐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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