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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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녀처럼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직업으로, 너무 많은 나 자신으로 바뀌고 건너고 환승했던 것이다. - P8

가끔 나는 내가 앞선 사람들, 이름이 있는 사람들의 말에 지나치게 갇힌다고 느낀다. - P25

그렇게 사로잡힐 수 있는 인생을 가진 내가 스스로 좋은 거다. - P33

하여간 사랑 때문에 망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망함 전문가라고 하면 인생이 정말 망한 것처럼 보이니까 비문학 영역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명명하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로 내 인생은 망하지 않았다. 사랑이 지나기 을 뿐이지, 나는 그들로부터 많은 걸 얻었고 그렇게 설정된 내가 꽤나 마음에 든다. - P38

사람들이 정해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몰랐던 시절의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외모‘로 한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해내는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는 마음과 같은 거였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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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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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이런 류의 소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제3세계에서 만난 신비한 여인과, 귀국해서도 이어지는 베일에 감싸인 듯이 더 신비로운 인연.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자기 합리화가 없이는 여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서 자신을 설득시키고 난 후에야 행동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속이기의 과정인 경우가 더 많 다. 당신은 스스로 만든 합리화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현명하지만, 그러나 현명함을 뒤로 감추고 기꺼 이 그 술책에 넘어가줄 만큼 교환하기도 하다. 명분을 확보한 당신은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 P9

타인을 연민하는 것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연민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그러나 교활한 수단이라는 걸 당 신은 알고 있었다. 예컨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타인을 동정한다. 당신이 애처로워지지 않기 위해 누군 가가애처로워야 하는 것이다. - P25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당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자유는 차압당한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사람은 곧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사랑에 빠진 사 람은 아무리 기다리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기다리게 된다고,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항상 너무 빠르다 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라고 정의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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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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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간호를 하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집에 내려와 지내면서 엄마의 몰랐던 삶을 접하며 이웃들과 새로운 인연도 만나게 된다.
평범한 내용임에도 작가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 찾게되는 작가이다.

사람의 몸은 시간이 담긴 그릇 같다고. - P8

고독한 사람이 곧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가난은 고독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으며 고독은 보편적인 풍경으로 구현된다는 생각, 그 생각은 영준 씨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고착화됐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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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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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의 찌질함에 정말 읽는 내내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주제파악(흔히 요즘 순화해서 표현하는 자기객관화)은 하는데, 그것만으로 근거 없는 자만심과 세상에 대한 교만함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마냥 구는 태도에다가, 자신의 실패를 숙주로 삼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돌려버리는 비열함까지 갖추고 있어 요즘 (작가를 포함하여)30-40대 남자들의 공통적인 저급함을 보여주겠다는 게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자살을 세상 논리의 부조리를 입증하려는 행위라고 착각하는 꼴도 볼성사납다. 거기에 허세는 포기할 수 없었는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업적을 성취한 후에만 자살할 수 있는 자격을 서로 부여하는 것도 기가 막혔다.

청년들의 좌절에 ‘노오력’이 부족하다라거나, 자살옹호에 대한 비판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좌절에 공감하고 ‘자유죽음’을 옹호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불쾌감을 불러 일으키는 게 신기하다.

물론 다행히 재미없는 수준의 글은 아니다.

자기들의 행위에 조잡하나마 어떤 주장을 담으려고 했기 때문일 거야. - P6

단지 정상인이라면 감히 넘을 생각조차 못하는 어떤 선을 살짝 넘기만 하면 돼. - P7

우리는 위대한 좌절의 시대를 세연의 표현을 빌리면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를 살고 있다고.
그런 열패감을 극복하기 위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국가 대표 축구 선수들을 응원하거나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던 게 아닌가. - P8

재수 학원에 가긴 했는데 그 건물 전체에 어린 패배의 기운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 P16

몇 푼 더 벌고 몇 점 더 얻기 위한 싸움은 다른 머저리 같은 녀석들이나 하라고 해. 그런 보잘것없는 싸움은 처음부터 항복해버리는 거야. 밥벌이로 저녁 6시까지만 일하고, 그다음에는 네 할 일을 하는 거야. - P26

자신의 기대 수명이 스물여섯 살이나 스물여덟 살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삶은 얼마나… 숙제 걱정 없이 알찰 것인가. - P26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매사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바보였다. - P28

모르는 사람이게 반말을 하고 젊은 남자들에게서 대접을 받는 것이 몸에 밴 듯한 태도였다. - P29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 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 표백‘이라고 불러." - P39

한국 여고생들의 계급을 결정하는 요인이 뭔지 알아? 외모와 학업 성적, 성깔이지. 그리고 세연은 그 세 가지 를 완벽하게 다 갖춘 여왕이었지." - P55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종의 패배였다. 그 자리에 있는 어떤 사람도 다른 이로부터 존중과 존경을 받지 못하며, 설사 원하는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터였다. - P67

그것도 나 같은 이유로 공무원이 되겠다고 생각한 놈들일 거야. 나를 포함해 이런 싹수 노란 녀석들이 정말로 시험에 합격해 대한민국 중앙과 지방 정부를 이끌어가는 공무원이 될 것을 생각하니 나라의 장래가 근심스러 웠다. - P69

어떤 일이 위대해지려면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내가 시대정신을 꿰뚫어봤다는 뜻이 되는 거야.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을 할 때 그 동기가 그저 순수하기만 했을까, 아무런 정치적 득실을 고려하지 않고? 도스토옙 스키가 도박 빚을 갚으려고 (죄와 벌>을 썼다고 해서 그 책의 가치가 달라져?" - P72

물론 자살은 공동체에 해가 된다. 자살은 그 공동체가 믿고 있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해 결속을 무너뜨린다. 바 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살 선언을 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그러므로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그걸 범죄로 규정한다. 자살 선언에 동참하든 하지 않든, 그런 규정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지는 여러분 마음이다. - P86

완성된 사회에도 근본적인 불의와 부조리는 있으나, 완성된 사회는 한 가지 답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그 부 조리를 피해간다.
이 시스템에서는 어떤 모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또 어떤 모순도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는 쌓이지 못한다. 고작해야 ‘선거 혁명‘이다. 즉 오늘날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사이의 논쟁은 적당한 온도의 온수를 놓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관과 차가운 물이 나오는 관 사이에 레버를 어느 위치에 놓느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 불과하다. - P94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결합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다. 자유민주주의는 교리에 따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가치 면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수정자본주의는 시장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평가 적도 한 가지만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두 이데올로기가 결합한 가치 체계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그 사람이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독재자나 범죄자가 아닌가>‘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시장 가치를 갖고 있는 가‘가 된다. - P97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하며, 그들 에게 열린 가능성은 사회가 완성되기 전 패기 있는 구성원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것 에 불과하다. 가장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조차 엘리트 조직의 끄트머리가 되기 위해 몇 년을 골방에 처박혀야 하고, 그런 노력이 결실을 얻은 뒤에도 조직의 말단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 P98

박탈감과 좌절감은 뿌리 깊이 박혀 있지만 이런 좌절감은 집단적인 분노로 발전하지 못한다. 투쟁은 손해 보 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 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선배와 상사, 기성세대를 찢어 죽일 것처럼 성토하다가도 면접 시험장에서는 한없이 고분고분해지고 공손해진다.
패배를 자연스러운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이들 중 몇몇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작은 이득을 위해 아득바득 싸우 는 태도를 촌스럽다고 여기게 된다. 기왕에 지는 것, 한발 물러난 자세로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와 같은 태 도를 보이거나 아예 싸움을 피하는 것이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그것이 ‘쿨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진 다.
진정으로 새로운 주장이나 사상이 없는 상태에서 조롱과 비아냥거림, 의미 없는 장난이 이 세대의 트레이드마 크가 된다. - P99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생의 가판 장사가 망해버려 그나마 내 면목이 상대적으로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데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했다. - P100

공무원 연금과 고용 안정성의 대가로 미래가 없다는 사실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 내가 그러기로 했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 P108

직장과 직업이 한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결정짓고, 사회적 신분이 그 사람의 내면과 성격을 좌우하는 것 같았으며, 나는 하급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하급 공무원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 P111

세연은 세상을 바구고 사람들의 존경을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무가치한 것처럼 예기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잖아. - P150

7급 공무원으로서 나는 재미없고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이런 괴로움을 참고 견된다고 해서 누 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거나 세상을 바꿀 업적이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자살 선언을 허황 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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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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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린 여론 조사. 거기에서 구체적 상징들의 힘을 발견한다. 신을 모욕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생 각하나 십자가에 침 받는 일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십자가를 인조 음경으로 사용할 사람의 수는 아마도 더욱 적었으리라) - 탈영은 하고 싶어도 국기를 밝고 싶지는 않다. 어린 시절에 존중해야 한다고 주입당했던 사물들의 신성한 성격, 그리고 꼭 그만큼, 사람들이 보고 만지는 사물의 위력. 그것을 위반하는 것은 즉각적이 고 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침해이다. 말과 사상에는 동작이, 행동이 사물에 대해 갖는 힘이 없다. 적을 해치고 싶다고 쉽게 소원하지만, 인형을 집어서 그러한 해악을 구현하기 위해 바늘로 찌르는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에 계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미신에 대한 경멸 때문이라기보다는, 위반 이외의 다른 목적성은 없는 동작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 P42

교육 시스템이 제공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계급에 따른 문화 자본의 차이가 어떻게 사회적 지배 관계의 재생산에 작용하는지 뼛속 깊이 체험했던 에르노는, 떠나온 계급과 새로이 진입하게 된 계급 사이에서 찢김과 모색의 시간을 보낸 뒤,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을 상향 계급 이 탈자 혹은 계급 종단자라고 거침없이 규정한다. - P59

오히려 피지배 계급에서 지배 계급으로 이동한 자신의 현실과 자기 부류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언어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벼려 낸 무기인 셈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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