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
김진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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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자식과 남편 을 돌보며 살아오신 인생이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척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인생은 그녀의 선택이 다. 그녀가 남들에게 인정받을 사회적 커리어가 없거나 통장 에 쌓아놓을 금전적 이익을 직접 창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왜 그녀가 살아온 인생까지 무용한 것으로 쉽게 단정 짓는 것인 가? 정작 자신은 그 보살핌 덕분에 오늘날까지 살아왔으면서 말이다. - P149

‘성평등‘이라는 것은 ‘공기‘와 비슷한 것 같다. 아이들을 책상 머리에 앉혀놓고 ‘남자와 여자는 평등해. 똑같은 사람이잖니. 여자를 무시하면 안 되고, 여자를 때리는 것은 절대 안 된단 다라고 가르치는 것은 행동과 의식에 제약을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평등의 본질을 깨닫게 하지는 못한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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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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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이란 상투적 표현은 싫지만, 돈지랄은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 될 때가 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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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미학 - 20주년 개정판
승효상 지음 / 느린걸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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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도 아름답게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침묵의 메타포로 가득 차 있던 그 학생의 작품을 읽으며, 나는 막스피카르트의 말을 기억해냈다.
"살아있는 침묵을 가지지 못한 도시는 몰락을 통해 침묵을 찾는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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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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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컷>
직장 내 회식자리에서 희주는 팀장인 최팀장에게 성희롱을 당한다. 그런데 피해자인 희주대신 사내커플이었던 남자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았다. 희주는 사과를 납득할 수 없고, 가해자의 전보를 요구했지만 회사 방침은 피해자에게 원하는 곳으로 인사발령을 내준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성희롱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의 몸싸움이 있었으니 문제가 커지지 않길 바라면 남자에게 희주의 반발을 조용히 잠재우라는 압박도 있었다. 멍청한 남자는 회사의 의견이 합리적이라 생각했고, 심지어 희주가 자기와 결혼해 빨리 회사를 그만두기를 내심 바란다. 희주는 회사를 그만두고는 비혼을 선언한다. 남자는 끝까지 희주의 경고를 눈치채지 못한다. 마치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일 발생했을 때, 최팀장의 성희롱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처럼.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남자는 계속 커플사진 대신 희주를 관찰자 시점으로 촬영한다. 자기중심적으로 희주만 바라보던 남자는 그제서야 자기 앵글 안의 희주의 시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완벽한 밀 플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모한 짓이다. 투어 가이드가 말한대로, 이해하려는 자는 뿔달린 물고기고 이해받아야 하는 대상은 바다거북이처럼, 이해하려는 자가 이해받아야할 대상을 자기 뿔로 찔러 동반 추락하고 마는 꼴이다. 사실 화자의 방식은 누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자신의 기준대로 상대방의 행동양식을 강요하는 행위이다. 호텔에서 뛰어내려 암흑의 바다를 헤엄쳐 가는 현영을 보며, 화자는 현영이 어둠의 바다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으려는지 모르겠다.

<러브 플랜트>
이혼 후 꽃집을 차린 현준은 결혼 실패 후 같은 건물 은행에 역시나 이혼 후 독신으로 지내는 이미나 차장에게 호감을 표현하기 두려워한다. 이미나 차장의 부하직원인 김정한 대리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사적인 질문을 함부로 던지는 사람이다. 현준은 김대리처럼 결혼 전에는 상대에게 쉽게 감정표현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상대만 비난하며 끝난 이혼 소송 후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고백하려고 꽃다발을 사려 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인데, 김정한 대리가 술에 취해 자신에게서 산 꽃다발로 이미나 차장에게 막무가내로 고백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자신의 과거를 상기하게 된다. 이미나 차장은 그 사건 이후 본사로 발령나며 소식이 뜸해졌지만, 언젠가 주말에 오픈하기 전 자신의 꽃집을 찾아온 이미나 차장을 기억하며 주말에도 일찍 가게문을 여는 습관이 생겼다. 마치 이미나 차장에게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려는 듯이.

연애부터 시작해 결혼 후 이혼까지 이어지는 연작소설 같은 구성이다. 연애에 대해 진심인 작가인 듯하고 <일인칭 컷>에서 받은 임팩트가 강해 차기 작품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너는 꼭 그래본 적 없는 것처럼 말하네." - P25

그곳에는 ‘경험 많은 선원은 바다를 장담하지 않는 다‘라고 적혀 있었다. - P41

다만 유일한 문제는 괜찮다는 대답이 진심으로 좋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아무래도 상 관없다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55

"그냥 행복한데 불안하고, 그래서 불행하게 느 껴지는 거. 아니면 반대로 불행해서 편안하고, 그래서 행복한 거. 그런 게 쌓이다가 어느 날 목 끝까지 잠겨버 려" - P60

너한테는 디폴트인 게 다른 사람한테는 아닐 수도 있어 - P72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쏟아부을 권리까지 생기는 걸까? 누 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아름답지 만 그만큼 또 일방적이라 상대방에게는 어떻게 받아들 여질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그렇게 함부로 표현해도 괜찮은 일일까? - P75

그러니까 유 책이라는 말은 누구에게 더 책임이 있다는 의미일 뿐이 고 이혼소송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 었다. - P90

"소송으로 헤어지면 바닥을 본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상대방 바닥도 보지만 결국 내 바닥도 보게 되는 거예요. 전 저의 밑바닥을 완전히 봐버린 것 같아요." - P96

예전에는 사랑한다는 말에 반드시 사랑한다는 말로만 대답할 수 있으며 웅당 그래 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랑 한다는 말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의 줄임말로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의 방식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이 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사랑하겠다 는 뜻은 아니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 의미가 반드시 같 거나 같아야 하는 줄로만 알아서 누군가에게는 사랑한 다는 말을 들으면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닌데 이상하다고 부담감을 느꼈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 면 이미 사랑에 충분히 빠졌어야 할 대목인데 너무 부 족하다고 모자람을 느꼈다. 연애라는 게 내가 정해놓은 플롯대로 진행될 수가 없는 것인데 매번 고민할 필요조 차 없는 일로 혼자 괴로워하고 또 상대방을 괴롭혀왔 다. 그리고 그건 사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했던 게 아 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내 자신을 사랑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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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1
이디스 워튼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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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직한 번역체가 읽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일찍 고아가 된 아름다운 여인인 릴리가 결혼에도 실패하고, 친척의 유산상속에도 실패하고, 사교계 안에서 추문에 휩싸이다 결국 노동자로 전락해 남은 빚을 청산하며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이야기다. 그녀의 개인적인 불행과, 사람 마음이 다 산만하고 혼란스럽다는 부분은 공감하지만, 그녀의 사고방식과 논리회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당시 결혼만이 삶의 전부였던 여성의 한계에 좌절한 비련의 여주인공을 재밌게 풀어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주변 설명이 사교계 등장 인물들 수만큼 너무 복잡하고 장황해서, 한마디로 재미없다.

페미니즘이 자꾸 소설평에 끼어드는데, 망상적인 피해의식이 여성주의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면 어서 완독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우시라. 다만 그 페미니즘 사이에 버사 도싯의 자리는 어디쯤 위치하는지 설명해 보시길….

그녀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릴리 를 맡겠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기 적인 행동을 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어도 남들 앞에서 이기 적으로 구는 것은 견딜 수 없어 하는 일종의 가식적인 도덕적 겸양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나섰던 것이다. - P70

그녀가 파티의 여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그녀가 남 달리 사람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 속에 있지 않 으면 자신의 삶을 지속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P78

더욱이 교양의 본능은 적에게 곤란을 주는 것보다 적을 이용하는 데서 더 섬세한 기쁨을 경험하는 법이다. - P242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고통은 절반의 고통에 지나지 않듯 질문을 하는 동정심에는 치유력이 있을 수 없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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