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다듬기의 기술 - 내가 하는 교정·교열
김혜원 지음 / 21세기여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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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서 단어로 들어가는 순서가 좋았다.
피동과 사동은 여전히 어렵다.
띄어쓰기는 포기하고 사전에 의존하자.
좋은 글보다는 좋은 생각이 중요하다.

이처럼 문장을 다듬을 때는 짧게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 P42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전형적인 여인의 얼굴
->전형적인 한국 여인의 얼굴

그런 행동은 범죄에 다름 아니다.
→ 그런 행동은 범죄와 다름없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인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인간관계에서 인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해양 기후에 대하여 연구한다.
→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해양 기후를 연구한다.

동생은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 (‘have‘의 영향)→ 동생은 목소리가 좋다.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요구된다. ("require‘의 영향)→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필요하다.
나는 그와 서로 사랑하는 중이다. (‘be ~ing‘의 영향)→ 나는 그와 서로 사랑한다.
우리 회사는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be located in’의 영향)→ 우리 회사는 서울에 있다.
그것은 가장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one of the most’의 영향)→ 그것은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 비가 많이 내렸다.
소득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났다.
→ 소득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에 의해 던져진 공이 하늘 높이 날아갔다.
→ 그가 던진 공이 하늘 높이 날아갔다.
4차 산업이 발전되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 4차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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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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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스 가에 브리오니 탈리스의 사촌인 퀸시가의 쌍둥이와 롤라가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잠시 머무르러 온다. 브리오니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로, 자신의 오빠 레온이 초코바 사업으로 부자가 된 친구 폴 마셜과 함께 돌아오는 날을 기념하여 사촌들과 함께 자신이 직접 쓴 희곡 ‘아라벨라의 실연’ 무대를 준비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 않아 결국 연극은 공연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브리오니의 언니 세실리아 탈리스와 로비 터너는 소꼽 친구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해 가는 중이다. 로비는 탈리스씨의 지원으로 캠브리지를 졸업하고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지만 자신이 탈리스 가의 파출부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쉽게 세실리아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정원의 호수에서 꽃병에 물을 채우려다가 놓치는 바람에 세실리아는 속옷바람으로 호수에 들어가 꽃병을 건져온다. 그것을 멀리서 목격한 브리오니는 세실리아와 로비 사이의 관계를 오해하기 시작한다. 레온의 복귀 기념으로 열리는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로비는 호수에서 틀어진 세실리아와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편지를 쓰던 중 자신도 모르게 외설적인 편지를 쓰다 내용을 다시 고쳐 쓴다. 저녁 식사 전 브리오니에게 자신의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뒤 로비는 자신이 고쳐 쓴 편지가 아닌 외설적인 내용의 편지를 브리오니에게 전달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브리오니는 로비의 편지를 세실리아에게 전달하기 전 뜯어 보고는 자신의 오해를 굳히게 되었고, 세실리아는 브리오니에게 편지를 전달받으면서 브리오니가 자신의 편지를 몰래 훔쳐봤음을 직감한다. 저녁식사 전 서재에서 만난 로비와 세실리아가 엉켜있는 것을 본 브리오니는 로비가 세실리아를 겁탈하고 있다고 생각해 버리고 로비가 음험하고 난폭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저녁식사 도중 타지에서 적응하는 게 힘들었던 쌍둥이가 몰래 가출하자 온 가족들이 쌍둥이를 찾아 나서는데, 그 사이 롤라가 폴에게 강간을 당하지만 그 상황을 목격한 브리오니는 폴 마셜을 로비라고 확신하며 세실리아 방에서 로비의 편지를 증거품으로 가져와 경찰들에게 범인은 로비라고 증언한다. 로비는 새벽녘에 쌍둥이를 찾아 돌아오지만 브리오니의 증언과 롤라의 침묵으로 강간범이라 지목되어 교도소에 수감되고, 두 커플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세실리아는 가족과 인연을 끊고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복역 후 전쟁터로 나간 로비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로비와의 만남을 고대한다. 브리오니는 결국 자신의 어리숙한 판단으로 언니와 로비의 운명을 파멸로 몰고갔음을 깨닫지만, 자신의 죄가 너무나 과중하기에 쉽게 사과할 용기가 서지 않는다. 브리오니도 속죄하려는 듯이 세실리아처럼 간호사가 되지만, 세실리아의 시선엔 브리오니의 선택이 그저 같잖을 뿐이다. 브리오니는 계속해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지만 소설에서조차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던 중 롤라가 자신을 강간했던 폴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의 결혼식장을 찾아간다.
브리오니의 소설에서 브리오니는 롤라와 폴의 결혼식 직후 세실리아를 찾아가고, 우연히 휴가 중에 세실리아와 함께 있던 로비를 만나 어떨결에 자신의 지난 과오를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가 탈리스가의 사람들에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브리오니는 결국 세실리아를 찾아가지도, 로비를 만나 사과하지도 못했다. 세실리아는 소설에서 브리오니와 작별인사를 나눴던 철도역 공습 때 사망했고 로비는 전쟁 중 폐혈증으로 사망했다.
브리오니의 소설은 재계의 거물이 된 폴과 롤라를 감당하지 못해 출판사에서 출판을 꺼리고, 그 와중에 70세 생일파티에서 퀸시가 쌍둥이들의 손자들은 브리오니가 12살 때 쓴 ‘아라벨라의 실연’ 연극을 깜짝 공연으로 선보인다.

솔직히 조금 과한 상황 설명과 심리 묘사가 지루하긴 했지만 심오하게 고민해야할 화두를 던진다. 사과란 무엇인가, 용서란 무엇인가, 반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간단하게 결론내릴 수 없는 질문들을 남긴다.
세상의 모든 벌어진 일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들이다. 사과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적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사과를 받길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죄책감을 평생 가지고 살라고 할 정도로 죄를 지은 사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죄를 지은 자가 더 이득인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불행할 수 없겠지만, 그 무거운 마음을 죽는 날까지 가져가 속죄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그녀는 소설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욕구도 만족시킬 수 있었는데, 주로 가정사의주축이 되는 죽음과 결혼을 통해서였다. 죽음은 도덕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해 마련해놓았고, 결혼은 호기심과 긴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끝까지 보류하다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선한 주인공들에게 내리는 축복으로 삼았다. - P19

그녀는 그저 누군가가 자신을 못 떠나게 잡고 있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을 좋아했다. 때때로그녀는 브리오니를 위해서, 혹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거라고 자기 자신을 설득했고, 집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 끝까지 참고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짐을 꾸려 아침 기차를 타고 떠나자고 생각해봤자별로 신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떠나기 위해서 떠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는 회의가 밀려올 뿐이었다. 지루하지만 안락함을 느끼며 이곳에머무는 것이 세실리아가 선택한 자기 학대이자 형벌이었다. - P40

누군가는 로비가 상처받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순진하거나 세상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며, 그는 뜨거운 석탄처럼 달궈진 방에서도 몸 한 군데 상하지 않고 걸어나갈 수 있는 성스러운 바보라고 말했다. - P126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가지씩은 좋은 면을 가지고 있다는 레온의 말을 듣고있으면 마치 그것이 모든 인간이 존재한다는경이로운 사실의 이유라도 되는 것 같았다. - P155

증오는 사랑과마찬가지로 순수한 감정이었지만, 사랑과는 달리 얼음처럼 냉정하고이성적인 감정이었다. 그가 브리오니에게 개인적인 원한 같은 것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로비는 그 방에 들어와 그들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증오했을 것이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응접실이나 테라스에서 칵테일이나 주스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브리오니도거기에, 엄마와 그렇게도 따르는 오빠와 어린 사촌들과 함께 있어야했다. 그를 찾아내어 당연한 그의 몫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면브리오니가 서재에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봉인된 편지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은 브리오니는혐오감과 함께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애는 언니를 보호하거나 언니에게 충고를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 언니를 찾아나섰고, 닫힌 서재 문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린애의 무지와어리석은 상상과 정의감에 사로잡혀 로비에게 그만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서재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그애가 뭐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서로에게서 떨어져 조용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 P200

롤라의 엄마가 그랬듯 롤라 역시 누가 말린다고 들을 아이가 아니었다. 에밀리가 편지를 읽자마자 비장한 말을 남기고 극적으로 식당을나가버림으로써 그애는 도망간 남동생들에게서 주인공 자리를 빼앗았다. "우리 엄마가 날 죽일 거예요" 라니! 지금 롤라를 생기 넘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 엄마의 정신이었다. 쌍둥이 형제가 집으로 돌아온후에는 분명 롤라를 찾는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자기애와 자기 연민이 강한 그 아이는 쌍둥이들이 돌아온 후에도 어둠 속에 남아 세상의불행을 혼자 다 겪고 있다는 듯 비통해할 것이다. 마침내 롤라가 현관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의 안도감은 극에 달할 것이며, 모든심은 그애에게 쏠릴 것이다. 에밀리는 오늘 오후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서 롤라가 브리오니의 연극을 망쳐버릴 거라고 걱정했다. 이젤에 붙어 있던 포스터가 대각선으로 찢겨나간 것은 그것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역시 그녀가 예측했듯 브리오니는 화가 난상태로 어디론가 사라져 찾을 수가 없었다. - P212

어느 누가 곤충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세상 모든 것에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것은 아닌데도 그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세상사를 그르치는 일이며 쓸데없는 짓일 뿐 아니라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어떤 일들은정말로 그렇다. - P215

브리오니는 그의 무죄 입증을 도울 수있다는 가능성을 비쳐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그애 자신을위한 것이었으며, 양심상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지자 자신의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얻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고마워해야 할까? 그래, 물론1935년에 브리오니는 어린아이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그것을 수없이이야기했으며 세실리아와도 거듭 되풀이하여 이야기했다. 그래, 그애는 그저 어린애에 불과했어. 그러나 모든 어린애가 거짓말로 한 남자를 감옥에 보내지는 않는다. 모든 어린애가 그렇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태도로, 시간이 지나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회의를 갖지 않을 만큼 지독할 수는 없다. 브리오니가 어린애였다 해서감옥의 독방에 앉아 복수와 설욕을 꿈꾸지 않을 수는 없었다. 프랑스에 오고 나서 가장 추웠던 어느 겨울날, 로비는 코냑에 엄청나게 취해그애를 총검으로 찌르는 상상을 한 적도 있었다. 그것은 이성적이지도않았고, 그저 브리오니를 계속 증오하려는 데서 나온 행동이었지만, 그에게 힘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 P323

그런데 요즘 같은때에 죄란 과연 무엇인가? 별 의미가 없었다. 누구나 다 유죄이기도 하고, 무죄이기도 했다. 모든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 적고 증거를 모으기에는 인력도, 종이나 펜도, 그리고 인내심과 평화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증언을 번복하는 일 따위로 명예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368

진정한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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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저자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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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며칠 간 정말 쓸데없는 문제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정신차리라고 진정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책이다.

"저는 농인 부모님의 세상이 견고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그 사회가 항상 밝고 아름답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실제로 농인이 농인을 대상으로 범죄와 사기 행위를 벌이기도 하고, 계모임을 하다 도망치는 일도 벌어지죠. 누군가를 대상화하여 무조건적으로 아름다울 거라고 믿는 건 또 하나의 선입견이 아닐까요? 착한 장애인만 존재해야 한다는 그런 통념 말이에요." - P33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 보스턴 남부에 있는 섬 마서스비니어드에는 유전적으로 청각장애인이 많았다. 19세기미국 전체 인구의 청각장애인 비율과 비교해 100배 높았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보면 저주받은 섬 같겠지만 섬사람들은 들리지 않음을 장애로 생각하지 않았다. - P40

고민에 빠진다. 당연히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몸으로 살아가는 것과 그의 자녀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에이블리즘"과 오디즘 이 만연한 사회에서 나와 부모는 수용되고 포용되기보다 차별받고 거절당한 경험이 더 많다.
그러나 어려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기쁘고 가슴 벅찰 때도 있고 화가 나고 속상할 때도 있다. 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끄덕이며 눈물을 흘리거나 쯧쯧 하고 혀를 찬다. 그 순간 나와부모의 삶은 대상화된다. 그저 불쌍하기만 한 건 아닌데 ‘불쌍한 사람‘이 된다. 자기 삶의 서사를 구축하는 주체성을 잃어버린다. - P43

한번 멈춰섰다. 신경학적인 장애로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건누군가에게는 상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본값이다. 상실로인한 슬픔과 안타까움은 비장애인 중심의 관점일 수도 있다. - P47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고통과 ‘원치 않는‘ 순간들에 대한 소유권을 쥐고 스스로의 서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고통과 상실에만 집중할 때 나는 불편함을 느낀다. - P49

재일조선인 저술가이자 작가로서 디아스포라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서경식은 다나카 가쓰히코의 논의를 빌려 모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익혀 자신의 내부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말이며 한번 익히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근원의 말"이고, 모국어란 자신이 국민으로서 속해 있는 국가인 모국의 국어라고 정의한다. 모국어는 "근대 국민국가에서 국가가 교육과미디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가르쳐 국민으로 만드는 장치로기능"하며 "모어와 모국어가 일치하는 경우는 국가 내부의 언어 다수자들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어느 곳이든 모어와모국어를 달리하는 언어적 소수자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일본사회에서는 재일조선인이, 한국사회에서는 언어적 소수자인한국 농인이 그에 해당한다. - P57

BTS의 수어 안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스스로를 수어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몇몇 청인이 매체를 통해 수어안무에 대해 잘못 설명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수어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양산할 뿐 아니라 청인이 수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가로채는 행위다. 보다 못한 몇몇 농인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리자에 의해 모든 댓글이 지워졌다. 언어적 소수자의의견이 다수자에 의해 묵살당하는 일이었다. 농인은 수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타자화되고 주변화된다. - P58

나의 부모는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건강하다. 우울증을않는 나의 파트너도 건강하다. 장애와 질병은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만들어진다. 어떤 고통은 사회적인 담론이 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누가 그것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당신과 나의고통은 보다 적극적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여기서부터 다시 쓴다. - P75

페미니즘과 장애를 다 떠나서, 이 모든 건 잘 듣고 말하고 보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도, 장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결국 다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대한 것이다. 당신의 말을 잘 듣지 못해서, 제대로 보지 못해서,
다르게 말하기 어려워서 만들어진 상황은 아닐까. - P82

차별과 배제의 경험이 쌓여 체념적 태도를갖게 되는 건 알겠지만 가끔 당사자는 싸울 의지가 없는데 농인도 아닌 내가 분노하며 항의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하자 코다 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농인부모와 달라요. 우린 청인으로 태어나 음성언어로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죠. 들을 수있기에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요. 코다는 ‘듣는 권력’을가지고 있는 거예요." - P87

그 자리에 장애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인가해달라며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무릎을 꿇는다. 2017년 9월 강서구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의 장면이다. 그러나 공진초등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싸웠던 이들은 특수학교 건립을위해 투쟁하는 장애학생 부모들에게 연대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당한 분리와 차별을 어떻게 보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가양동 일대의 역사적·지역적 맥락을 보여주며 이는 단순한 장애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분리 욕망‘이 투사된 사건이며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구분 짓기의 유구한 역사라는 점을 짚는다. - P89

"가족은 차이를 둘러싼관용과 불관용의 시험대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이런 과정이 강조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시급한 장소" - P91

"귀하는 장애를 극복하고어려운 역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므로 이상을 드립니다" - P93

정부, 정치가, 기업가 등이 장애인의날을 대중적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거나 허울뿐인 장애인 복지정책을 내놓는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비판하며, 시혜와 동정의 날이 아닌장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알리고 공감대를 확장하는 의미로서 ‘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부르자고 투쟁하는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 투쟁의 역사를 이어온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서야 나는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괴롭지 않은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 P94

"글을 쓰는 일은 재능보다, 성실함보다, ‘용기‘에서비롯된다" - P120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부락 밖의 사람들이 오히려 부락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지."
이렇듯 차별과 혐오는 바깥으로부터 온다. - P125

"손가락 하나 까딱해 신용카드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면 내가 사회운동과 공동체에 참여한다는 일종의정치적 판타지를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사회운동이 가능할까를 질문해야 한다고, 중요한 건 "마주 보고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의견을 교환하는 ‘살아 있는 여성동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자율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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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 정지된 일상을 깨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자기만의 방
강민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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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태기가 온 나에게 뭔가 힘이 되려나 기대했지만, 역시 권태기는 글로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줬다

호르몬 주기는 꼭 남자들이 읽어봤으면 한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성 라이더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알게 해준 부분이었다.

운동을 한다는 건 누구에게 보여주고자 함이 아닌 자기 자신의 건강을 위함이다. 기록과 계측이 없다 한들, 운동의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치와 지도의 족적이 주는 뿌듯함은 상상 이상의 효과가 있다. - P126

작심삼일이든 작심사일이든, 계획하는 그 순간만큼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는 행복감을 선사받지 않는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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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10
찰스 디킨스 지음, 황금진 옮김 / 더클래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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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돈의 가치를 절하하는가
이런 고전은 인간성에 기대를 심게 만든다
저주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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