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은 정말 여자인 것인가. 여성작가가 솔직하게 풀어내는 현실적인 세 여자인간 쓰레기들의 기상천외하고 난잡한 일들이 한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와중에 이성적이고 따듯한 감정을 잃지않는 지고지순한 남자는 현실적인 여성인물들과 대비되어 너무나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건 뭐 심지어 작가가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남자를 그리고자 책을 집필한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여성들에겐 추악한 본성의 정당성을, 남성들에겐 모범적인 여성들의 로망을 교육시키려는 의도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중간중간 사색이 깊은 작가의 뼈있는 문장덕분에 별 두개정도는 줄만하다.

여자들이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맞닥뜨릴 때, 곧잘 운명이라든지 인연 따위를 들먹이며 비빌 언덕으로 삼는다. 영문도모르는 채 현실을 그대로 수긍하는 것이다. 할머님도 그러셨고, 작은어머님도 그러셨으며, 지금 반쯤 여자가 되어가는 난인도 어제와는 다르게 그런 취향에 물들어 있다. 운명이라니! 그따위로는 절대 나를 설득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알 수 없는 많은 일이 있 다는 데, 나 역시 동의한다.(21p)

언젠가, 그녀가 내게 한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거 아니? 싱가포르에 있을 때, 한번은 어떤 손님이 천 달러를 팁으로 줬어. 그저 하룻밤 테이블 앞에서 노래하는 대가로 말이야. 천 달러라고! 많은 돈이지. 싱가포르에서도 하룻밤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하지만 천 달러가 내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오면, 그 순간 비로소 알게 돼. 그게 돈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는 정말 계급이라는 게 있어."(29p)

하지만 나는 줄곧 이 문제를 해명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쉽게 믿는 것처럼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는 그런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개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무엇이든 설명 못 할 일이없다고 여긴다. 만약 어떤 문제를 규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지, 해답 자체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정작 안타까운 것은 바로 나의 그런 열악함이다.(46p)

그래서 나는 계속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일은 모두 내 잘못이었다고, 알지 못하는 사이 그녀 가슴속의 지뢰를밟았음에 틀림없다고 말이다.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저마다 지뢰가 하나씩은 있어서 누구도 그것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폭발 후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그런 사람, 예를 들어 천옌은 그저 침묵할 따름이었다.(50p)

"왜 안 되겠어. 때로는 모두가 없었던 일처럼 구는 것을 원하 기도 하니까. 그래서 실제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가 있는 거야."(104p)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을 때먼저 내가 말을 걸었다. "막내 삼촌, 이런 일은, 그냥 서로 원하는대로 하는 거지, 누가 틀린 게 아니에요.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마세요. 하지만 앞으로는 예전처럼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있을 것 같지 않네요. 할 말도 없을 것 같고요. 삼촌도 삼촌 나름의사정이 있을 테고, 저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니까요."(190p)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손에 쥔 사소한 권력을 쓰지 못해 안달이었던것이다.(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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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엔 독서에 성공할 것이다.
무엇을 집어 들던 이것보단 나을테니.

혹시나 한국작가가 부천이나 성남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면 재미가 있었을까란 생각도 해봤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왠지 저기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 사막의 문학소년이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을 읽고 있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젊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우리생은 비참해.
어설프게 마술적 리얼리즘을 흉내내거나,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작가의 욕망이라면 면죄부를 줄 수 있겠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으니 이건 그냥 ㅆ, ㅈ이다.

이제는 열 살짜리 아이들을 보아도 무감각하다. 그 나이 때 그녀 안에 있던 것이 요즘 아이들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80p)

리아는 네드의 장황하고 흥분된 설명에 굴복한다. 이 도시를 향한 네드의 열정이 부럽다. 네드는 교외의 소수 민족거주지에 가서 동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럭비 경기를 보며 시간을 때우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감탄할 정도다. 네드는 혼자서 도시를 구석구석 탐방한다. 공연장, 강연회, 영화관, 전시회, 멀리 떨어진 공원, 신비스러운 옥외 수영장 등을 찾아다닌다. 런던 토박이인 리아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86p)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이 뭐였는데?
커피나 콜라 같은 걸 대령하는 일. 이런 게 내가 하는 일이었어. 허구한 날 그런 것만 했다고. 그 사람들은 그런 일에서 나를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게 했어. 왜 자꾸 사실이 아닌 얘기를 지껄이는 거야?"(253p)

그 같은 끈질긴 성격이 다른분야에 적용되면 ‘지적 능력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완벽을 추구하여 책 한 권을 읽으면 관련된 책을 찾아서 계속 읽었고, 그런 여정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늘 그렇듯 그런 삶 은 그녀에게 조금도 기쁨을 주지 못했다. 처음에는 욕망과능력이 근본적으로 보조를 맞추어 가는 것처럼 보였는데아무튼 키샤는 끊임없이 읽고 싶어 했다. 읽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다. 책 읽기는 쉽고 비교적 돈도 많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반면에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그 같은 조건 반사적인 습관 때문에 남들에게 칭찬을 받았을 때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많은 것에 대단히 무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능으로 착각하는 것이 사실은일종의 변형된 의지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293p)

"때로는 허구보다 진실이 더 낯설다"

질을 따라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며10펜스 동전 크기로 살짝 돋아 나온 자그마한 살이 만져가는 듯한데, 바로 이곳이 ‘엉덩이를 앞뒤로 살살 움직임이 그써’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부위일 것 같았다. 다만 키사로는 그 부위가 질 안의 성감대인 지스팟이라는 곳인지, 거의참을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을 일으키는 곳인지 확인할 길이없었다. 확인했다 하더라도 질 오르가슴에서 중요한 것은그 지속 시간과 강도라고 생각했다. 질 오르가슴은 마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듯 질 자체가 열렸다 닫히는 연속적인경련을 통해 느껴질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오르가슴이 아닐까. 그러나 키샤는 그 쾌감이 ‘멀티플 오르가슴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성의 전형적인 겸손한 성향 탓에 한차례의 ‘절정에 가까운 상태‘만을오르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현상학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어떤 꽃을 두고 리아 한월도 키샤 블레이크도 파란색이라고 말했다 치자. 그렇다고해서 둘 다 파란색‘이라는 단어로 같은 현상을 이해한다고확신할 수 있을까?(312p)

"어울리려면 로드니 같은 애와 어울 려 봐." 마샤가 키샤 블레이크에게 접시를 닦으라고 건네며넌지시 말했다. "그 애는 너처럼 항상 책을 끼고 살더구나."
바로 그런 이유에서 키샤는 늘 로드니를 경계하고 피했다.
콜드웰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래야만 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필요 없는 존재가 그 사람에게 매달리려는 또 한 명의 물에 빠진 사람이라면 키샤에게 로드니이야말로 그런사람이었다.(315p)

"우리는 생각하는 습관을 익히기도 전에 살아가는 습관에 젖어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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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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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볼 때도, 차남들의 세계사를 볼 때도 나는 이기호작가의 기독교 세계관, 아니 한국의 기독교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이 궁금했다. 부인이 절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정도 풍자라면 열렬한 기독교 신자에게 충분히 이혼 당할 만 한 일인데 역시 저작권료의 힘인가......
방화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측하기 보다는 ‘아버지’라는 자들의 모습, 습성을 이기호작가만의 해학적인 방식으로 조소를 보내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아버지가 되어보지 못한 점에서 크게 공감하지 못한 점, 간파해 내지 못한 부분이 많을 거라는 점이 아쉽지만, 점점 ‘아버지’들에 대한 작가의 의중이 그려져 나갈 때 쯤 마지막 한 학생의 진술에서 나온, 아이가 목사에게 아저씨가 우리 아빠라도 되냐는 소리를 들었다는 부분에서 모든 것이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라니....... 나에겐 어렵다.

지금이야 엄연히 교회 담임목사와 집사 관계라고 하지만, 우리 면처럼 작은 동네에선 그거 이전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질서 같은 게 있잖 아요…(57p)

그거 알아요? 애들은요, 아빠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구요, 문제가생긴 다음부터 아빠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구요.
그게 어떤 차이인지 잘 모르시죠? 하여간 좆같은세상이란 뜻이에요.(68p)

영업적 마인드가 있어야지 하나님도 팔고, 예수님도 팔고, 신앙심도 팔고, 복도 팔고, 하는 거죠. 네? 뭐 심한 말이에요? 그게 사실이죠…… 자본주의적 마인드로 보면 다 마찬가지예요. 열심히 하나님 믿고 신앙생활 하면 복 받는다, 그게 우리나라 교회에서 하는 말 아니에요?
아니, 뭐 막말로 우리 말 믿고 여기 상가 분양받으면 사장님 큰돈 버시는 거예요, 그 말하고 다른 게 뭐 있습니까? 다 같은 거죠. 제가 우리 영업사원들한테도 늘 그렇게 말한다니까요, 전도하는마음으로 영업해라, 고객을 네 이웃이라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접대해라. 교회에서도 늘 그렇게말하잖아요? 다 같은 거죠……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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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경계를 넘어 절정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래를 향해, 즉 죽음을 향해 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나는 지금 당당하게 어둠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가, 아니면 어둠을부정하고 그저 방의 불이 꺼진 것뿐이라 여기며 과거에 머물던 그곳으로 되돌아가는 중인가.
더러워진 눈 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빨간 장갑은 상속자에게 깨달음을주었다. 뭔가가 변화하고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 모든 것은 발전한다는확고한 믿음, 모든 종류의 낙관주의는 결국 청춘이 품고 있는 가장 큰 기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가 언제나 독약처럼 은밀히지니고 다니던, 절망으로 가득 찬 그릇이 그의 내부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상속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러움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는 고난과 죽음, 부패를 목격했다. 예슈코틀레 곳곳을 걸었다. 유대식 도살장과고리에 걸린 신선하지 못한 고기, 셴베르트의 가게 아래 웅크리고 앉아있는 얼어붙은 걸인, 아이의 관을 운반하는 작은 장례 행렬, 광장 옆 나지막한 집들 위를 낮게 유영하는 구름과 사방으로 내려앉아 모든 걸 지배하는 어스름을 보았다. 이 광경은 서서히, 그리고 부단히 거듭되는 분신(焚身)을 떠올리게 했다. 그 속에는 시간의 불길에 희생양으로 던져진인류의 운명, 모든 생(生)이 깃들어 있다.
(43p)

모든 게 달랐다. 단지 세상의 윤곽만이 같을 뿐이었다.(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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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지나가기 쉬운 부분이라 신경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더라도 공간을 만든 사람에게는 이런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화룡점정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소비자 1명이라도 ‘아, 이 브랜드는 이런 작은 것 하나까지도 신경 쓰는 브랜드구나.‘ 하고 인지해주는 순간 공간은 소비자와 교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85p)

매장 안에 상품을 배치하고 소비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 해서는 인테리어 도면의 동선에 의지하기보다 직접 매장 입구에 서서 공간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때문에 매장을 오픈할 때나 운영할 때, 집기의 위치나 상품의 위치가 계획했던 도면과 달라지는 경우들은 비일비재합니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고객의 동선이 A3 종이가 아닌 현장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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