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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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삶을 선택했기에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은 늘 막막하기만 했다. 존엄사도 인생을 군더더기 없이 마무리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는데, 책을 보고 나니 오히려 독신의 삶이 내 죽음을 선택하는 점에서는 막막히기 보다 오히려 더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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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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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시인의 시집을 펼쳤다 완주를 하지 못했었다. 시는 생각만큼 잘 읽히지 않는다. 그 얇은 책을 완주하기 힘들만큼 버거울민큼 시는 함축적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너무많은 관념과 추상적인 사색이 담겨있다.

이번엔 박준시인의 에세이고 완주를 해서 다행이다. 시인들의 에세이는 시만큼 간결하지만 그 양은 부족함이 없다. 글을 닮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내 인생이 이 문장이었으면 좋을만큼.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결혼을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절을 알아봐줄 테니 출가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나는 그길로 신경질을 내며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 P141

광부의 삶과 저희 아버지의 삶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하루 일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그렇고 생의 대부분을 노동과 다음 노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도 그렇습니다. 수면욕, 식욕 같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만을 채우기 급급하다가 나이가 들어병을 얻는 것도 그렇습니다. - P143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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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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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시대 최고의 명성을 쌓은 SF소설이니까.
꼭 읽어봐야 한다.
누군가 SF소설은 과학적 상상력만큼 윤리적인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시점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수반되는 윤리적 논쟁만큼 미래에도 그러한(아니, 그보다 더 한) 논쟁이 벌어질 테니까.
그런면에서 몇몇 단편은 신선한 논쟁점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몇몇 단편은 이해 불가능한 과학적 지식이 난립해 좀 읽기 버거웠다.

어린 시절 닐은 자신이 신이 내린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이따금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불행을 학교의 같은반 아이들 탓으로 돌렸다. 아이들의 천연덕스러운 잔인함과, 희생자의감정적 갑옷에 생겨난 허점을 찾아내는 그들의 본능적인 능력과, 사디즘을 통해 친구들 사이의 우정이 강화되는 방식. 닐은 이것들을 신이아닌 인간 특유의 행동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같은 반 친구들은 그를조롱하며 툭하면 신을 들먹였지만, 닐에게는 이들의 행동을 신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을 만큼의 분별이 있었다. - P320

그들의 이런 반응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닐이 살아오는 동안 사람들은 줄곧 그의 다리에 - 이것은 신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윤리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명백하게 신의 의지에 기인한 불행을 닐이 겪은 지금, 누군가 그가 그런 일을 겪은 것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추측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가 정신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에 이런 감정적인 의견을 들었고, 그가 이로 인해 최대의 충격을 받은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
닐은 장인 장모의 주장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믿는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의로운 사람들은 보상을 받고 죄인들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속에서살아가는 편이 정의나 죄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지만 - 아무런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낫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죄인의 역할을 맡기는 꼴이므로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짓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이것은 그 자신의 윤리관은 제공할 수 없는 하나의 보상을 그에게 제공했다. 이 이야기를 믿는다면 그는 사라와 재회할 수 있었다. - P344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걸 보면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나? 물론 그렇지 않지. 그러기는커녕 경이감을 느끼고 감탄하지 않나. 그토록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는 거야. 그런데 왜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같은 느낌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건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반응을 보이는 우리에게 반성해야 한다고 하겠지. 페미니즘은 미학을 정치로 치환하려고 하니까. 그런 시도가 성공하면 할수록 우리의 문화는 빈곤해질 거야.
세계 최고의 미인을 목격한다는 건 세계 최고 소프라노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가슴 벅찬 일일세. 재능 있는 사람들만이 그 재능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냐. 우리들 모두가 그 혜택을 받는다는 얘길세..
받을 수 있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군. 그럴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은 범죄나 마찬가지야. - P401

"우리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목적을 위해 일해온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현명하게 판단했다는 보장이 있을까? 인간이 자기몸을 빚어낸 대지를 떠나 살아가려고 선택한 것이 정말 올바른 길이었을까? 야훼는 한 번도 이 선택이 옳았다고 한 적이 없어. 그리고 지금우리는 머리 위에 물이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늘에 구멍을 뚫으려 하고 있어. 만약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야훼가 우리를 우리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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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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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이 모든 것들, 그러니까 물건, 약정, 계약, 자동이체,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사항들을 털어내면서 나는 이제는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읽지 않는 책들, 보지 않은 DVD들, 듣지 않는 CD들이 너무 많았다. 인터넷서점에서 습관적으로 사들인 책들이 왜 자기를 읽어주지 않느냐고 일제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비난이 두려워 우리는 후회의 순간을미래로 이월해버린다. 나중에는 보겠지. 언젠가 들을 날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런 날은 여간해서 오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사들인, 너무 오래 존재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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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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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사실 좀 당황스러운 에세이였다. 떡볶이의 절대적인 정당성을 토로할 때 유용한 책이길 바랐는데…

영화를 보면 꼭 의미를 찾아내야 할까요? 내가 좋았던 부분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나는 재미없었는데 타인은 좋았을 수도 있잖아요. 모든 것을너무 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에중점을 두는 거죠.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이 중요해요. - P45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 P47

회사에서 만난 이들 중 내가 가장 질투했던(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감성도 풍부하며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여직원은 지방대 출신이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난 내가 느꼈던 열등감을 나보다 낮았던 그 직원의 학벌 하나로 만회하려 했다. 학벌은 생각보다 별로네 하는 못난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우월감을 느끼려고.
이걸 머리로는 정말 잘 알면서도, 아직도 내게 주어진 수식어들로만 나를 평가하는 다수의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질투했던 사람이 나보다 낮은 학벌일 때 느꼈던 안도감, 관심 없던 사람의 높은학벌을 듣고 갑자기 그 사람이 다르게 보였던 일, 그리고 그 괴리감 속에서 나 자신을 자책했던 나날들, 진심으로 바뀌고싶다. 아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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