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된 사실
이산화 지음 / 아작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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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만 있다면 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작 썰.

지성이 있는 생명체로서 다른 지성이 있는 생명체를그런 식으로 죽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도 사실은 죽고 싶지않잖아요?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울지 마세요. 대신에 생각을합시다. 지성이 있다는 건 생각을 한다는 뜻이니까요.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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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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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니까. 책은 재밌고, 그 재미는 철없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방식을 작가 자신을 유쾌하게 디스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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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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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혼란스럽다. 인물관계 정리가 쉽지 않다. 동명의 인물이 각각의 단편마다 등장하는데, 그들의 정체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성평등을 기본전제하에 두고 있어 단편 내에서도 성별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며, 한참 연배가 높아 보이는 ‘주희‘라는 인물에게 ’한서‘와 ‘보나‘라는 인물들은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성도 평등하고 나이도 평등하다!) ‘주희‘라는 인물이 해녀 이씨한태, 붙여준 ‘보나‘라는 이름이 다음 단편에서는 ‘한서‘의 조카 이름으로 등장하며, 남장여자였던 ‘제인‘이란 인물이 다음 단편에서는 여성으로 등장하여 혼혈아 ‘제니‘를 출산했다는 설정도 나온다.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이런 혼란을 굳이 만들어놓은 불친절함이 이 작품의 흠이다. 인물 설정이 동일했으면 인물들의 생애가 퍼즐처럼 맞춰져 소설을 더 흥미진진하게 해주지 않았을까.(마치 하나의 세계관처럼) ’줄리아나, 도쿄‘를 읽는 내내 먹먹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던지라 기대를 많이 했다(물론 등장인물 설정의 불친절함을 차치한다면 그 기대는 충분히 만족시킬만하다.). 그 감성을 즐길만한 여유는 주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럽기만 해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가가 전작에서도 보여준 르포형식의 전개방식이 역시나 돋보이는데, 그 서사가 마치 가능한 모든 비극을 등장 인물에게 일어나도록 하는 듯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게 쉽지 않다. 시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연약한 존재들을 장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작가의 장기니까.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 인물들의 비참함은 그 이상일 것이다는 것이 스포라면 스포가 될 것 같다.

인물설정이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이다. 관계도가 정산이 됐으니 작은인물들에게 숭고하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주목을 받았던 시나리오는 병아리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터트려 죽이는 남성을 등장시킨 것이었는데, 훗날 그는 자신의 그 습작에 대해 공부와 사유는 미숙하고 자아가 내무 비대한 나머지 예술과 학대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참혹한 짓을 저질렀다고 여러 번 후회했다. - P24

그리고 고모를 이렇게 만든…… 아니, 나는 속엣말로도 그 말은늘 하지 않았다. 이렇게, 라니. 나는 가끔 나를 불쌍하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들의 시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장 남자라는 말을 제인에게 붙이기 전까지우리에게 제인은 그냥 제인이었다. 그러니 내가 저 말을내뱉는 순간 고모가 이렇게든 저렇게든 되어 버릴까 봐두려웠다. 하지만 고모가 제인에게 용서를 구한 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는 것을 나는 할머니가 죽고 나서야조금은 알 것 같았다. - P111

전에 말했듯이, 나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국가 폭력 사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관련 대학원까지 진학했습니다. 그런 내가 보인 반응이 그러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말을 하는 지금도 나 자신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것이 정의로워 보이고 싶은 나인지, 아니면 정말 정의를 생각하는 나인지를요. 어쩌면 나는 늘 전자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캔디에 대해 보인 나의 태도를생각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나는 어쩌면 나만이 가지고있는 정의의 틀이 있고 행복의 기준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이 생각을 몇 번이나 고쳐 하게 될지라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싶네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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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의 삶 창비세계문학 83
소니 라부 탄시 지음, 심재중 옮김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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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상상력이 나올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어딘가 존재한다는데, 누군가의 비관적인 상상이 실현되었을 어딘가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 자들이 없는 죽은 자들은 불행하고, 죽은 자들이 없는 산 자들도 똑같이 불행하다." - P49

독재는 혁명의 무기가 아니라 정신적·육체적 고문과 마찬가지로 억압의 수단입니다. 당신이 자주 말하듯 독재가 혁명의 수단이라면,그리고 당신이 주장하듯 규율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면, 복종이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성이라면, 우리는 비인간성이 진보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을 불로 끌 수는 없습니다. 독재는 태워지지 않습니다. 독재가 불입니다. 한번 독재를 선택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완화된 형태의 독재란 없고 있는 것은 독재의 단계들이며 그 단계들이 당신과 우리를 삼켜버립니다. 아닙니다, 지옥은 불태워지지 않았습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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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 오우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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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짤의 출처가 이책이었다. 한국사람이 쓴 줄 알았는데 일본사람이었다. 일본도 아직 이런풍토가 만연하다니 실망이고, 이런책이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역시 한국은 더 후진적인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단 한치의 양보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도 문제다. 보통 이 책과 같은 생각은 위로 향하는 방향에서나 혁신적이지 내 양옆을 향하게 되면 상사만도 못한 이기적인 빌런이 되어버리고 만다.
자기 권리를 찾다 골칫덩어리 트롤이 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으니 굳이 보람 있는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의 비참한 근무 환경이 마치 어엿한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참 안쓰러웠던 적이 있다.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합리한 관습을 억지로 밀어붙이려는 때다.

가격에 맞지 않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에 특히 피해를 보는 것은 종업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대학 재학중에 취업활동을 해서 신졸로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말하자면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 사는 셈이다. 그런 전환기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이미 깔린 레일을 따라 그대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용 시스템이 붕괴했는데도 사축만 남은 이유는 ‘이제 회사가 사원의 평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냉엄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회사에 사원의 평생을 보장할 체력이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나서서 절대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가 마치 사원을 평생 고용하겠다는태도로 신졸 채용을 진행하고, 취업활동에 임하는 학생 역시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안정적인 기업에 취업해서 내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과거의 꿈을 근거 없이 신봉한다. 그런 꿈은 이제 신기루에 불과한데도.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나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이니다.
이거 귀찮은데 라고 생각한 사람이 기계를 발명하고, 이거하기 싫은데라고 생각하기에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한다. 뭐가 됐는 정공법으로 우직하게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매일 뒹굴뒹굴하면서 살고 싶다‘거나 ‘귀여운 여자애의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것도 ‘앞으로 이루고 싶은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꿈을 간절히 바라고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멋진 자아실현의 과정인데, 학교 교육에서 말하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꼭 직업을 통해 실현해야 하는 것인가보다.
보람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만이 초등학교 직업교육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자세다.

이런 회사는 말도 안되는 명령도 거부하지 않고 묵묵히 따르는 사원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업무지식보다 순종적인 태도를 중시한다.

신입연수에서 교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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