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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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의 독백은 서늘한 맛이 있다. <다른사람>에서 등장인물들의 독백을 읽으며 이 사람 정말 쎈언니다, 함부로 언쟁에 나섰다간 독설에 찔려 숨이 멎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무서운 사람이다.

그래도 실망은 실망이다…
미국드라마엔 변호사가 나오면 재판을 하고 의사가 나오면 환자를 치료하는데, 한국드라마는 변호사가 나오면 연애를 하고 의사가 나와도 연애를 한다는 말이 있다.
소설가가 나와서 기승전연애로 끝나는 싱거운 소설이라니…...
러브라인이 나오면 덮어놓고 까겠다는 게 아니다. 이 러브라인이 소설 전개와는 도저히 개연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설마 출판사에서 강화길이라는, 차세대 여성 서사의 대표작가로 대두되는 작가한태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소설에 넣어달라는 청탁을 했을리는 없을 거고… 아무리 범보편적인 인류애를 고려해 보더라도 이 러브라인은 소설과는 아무런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다.

잘나가던 소설의 소재와 작가의 필력을 작가 스스로 망쳐버렸다.

인연이란 참 이상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렇다. 그때 우리는 친구였고, 아마 그런 관계로 계속 남을 수도 있었다. 아니,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리는 어떤 인연도 맺지 않을 수있었다. 하지만 우연은 언제나 어떤 계기를 만들고, 계기는 사람들의 관계를 어떤 시작점 혹은 마침표로 훌쩍 데려다놓는다. - P60

그래…… 가족들이야말로 서로에게 가장 분노에 차 있으니까. 칼을 겨누는 일 따위가 뭐가 어려웠겠는가. 쉬웠겠지.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겠지.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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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기차 여행 태원용의 여행이야기 1
태원용 지음 / 북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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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사지 말자…

세계 민물의 20%의 담수량을 가졌다는 바이칼 호수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2014년 19대 대통령 후보 허경영 씨의 대선 공약이 생각난다. 그때는 좀 허황됐는데 기억이 나서 검색하여 다시 읽어 보니몇 가지를 보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1. 바이칼 호수의 맑은 물을 서울시에 공급한다.
2. 몽골과 국가 연합을 한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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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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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엔 낭만적인 제목의 속뜻은 타성에 젖은 행위를 말한다.

우리가 내면 깊숙하게 자리한 부끄러운 감정들을 드러내는 소설

지금 시대에는 다소 온건해 보이는 여성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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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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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파르 길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무서웠고 부모님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다 장난이야, 그럴 거 없어………≫ 나는 내 곁에서 앞으로 향하는, 풀이 잔뜩 붙은 아버지의 커다란 신발을 봤다. 어머니는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달라붙었다. 다섯 살, 여섯 살,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믿는다. 제기랄! 언제 어느 날부터 벽에 바른 페인트가 보기 흉해졌을까, 언제 어느 날부터 방의 요강에서 냄새가 났으며, 남자들은 주정뱅이, 늙다리가 되어 버린 것일까…..…언제부터 나는 그들을, 부모님을 닮아가는 것에 끔찍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인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것은아니다. 큰 상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눈을 뜬 것이다. 바보 같은 소리. 세상이 하루아침에 내 것이 아닌 게된 것이 아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을 보며, 더는 그들을 볼 수 없다고 말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점차적으로 내가 그들의 실패작이라고 말하기까지…… 누구의 잘못인가.
모든 것이 그리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 늘 즐거움이있었고, 그것이 나를 살렸다. 더러운 년. - P54

나는 그 모든 것을 느꼈다. 고해실에서 내게 최면을 걸던그의 생기 없는 눈…… 벽에 던져버리고 싶은 유리구슬, 수치심…… 타락한 년…… 모든 방탕한 일에 타고난 재능을가졌다고 믿었는데…… 나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견딘다. 나는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애들을, 그 애들의 부모와 그애들이 속한 세계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지금 낙태를 겪는 것은 나다.
잔느나 로즐린이 아니다. 어쩌면 죄에 관한 생각이 죄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오래 간다는 것을 믿는 게 너무 쉬웠을까. - P75

나의 다름과 내가속한 사회와 연결된 끈적끈적하고 불순한 것이 완전히 나를둘러싼다. 어떤 회개 기도도 소용없다. 내가 벌을 받아야만한다. - P75

그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세계다. 나는 그 방학에 마리화나를 발견한다.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교활한 방법, 사람들이 모르는것을 알고, 고개를 숙이고 공부를 판다. 문학, 특히 문학을다른 모든 이들 위에서 떠다니기 위해, 그들을 무시하기 위해 공부한다. 진정한 우월 의식이며 쾌락을 위한 것이기도하다. - P184

정제된 문학은, 정제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났을 때 무력해진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몬 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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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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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에는
숨이 들어 있었다

사람의 울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통곡이 아니라

곡과 곡 사이
급하게 들이마시며 내는
숨의 소리였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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