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5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30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시작해 보자고 책을 집어 들었고, 우려와는 달리 가독성이 좋아 완독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답게 장발장을 비롯해 테나르디에 부부, 마리우스, 팡틴, 코제트, 에포닌, 가브로슈, 그리고 장발장을 끝까지 추격하는 데 인생을 건 자베르까지 비참한 운명 앞에서 저마다의 비극을 맞는다. 또 나폴레옹 시대부터 프랑스혁명까지 주요 세계사의 흐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답게 역사적인 배경지식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장발장이 빵 하나 훔치다 수십 년 징역을 살았다고 알고 있었으나, 자신이 먹을 빵이 아닌 누이의 자식들(무려 7명)에게 먹일 빵을 훔치다 체포되었고, 4번의 탈옥시도 끝에 19년의 징역을 살게 된 것이었다. 석방 후 문전박대를 당하던 장발장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내준 미리엘 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지만, 은촛대를 들고 달아나던 장발장을 수상히 여긴 헌병에게 붙잡힌다. 하지만 미리엘신부는 자신이 장발장에게 준 선물이었다고 증언하여, 장발장은 풀려났고, 프티 제르베라는 소년은 장발장을 보고 도망치다 40수의 은화를 장발장 앞에 흘린다. 이 두 사건은 장발장을 새로운 인생의 길로 인도하였고, 마들렌이라는 가명으로 위장해 몽트뢰유에서 사업에 성공하고 시장에 임명되기까지 한다.
팡틴의 불행은 파리의 네 젊은이들 중 하나인 펠릭스 돌로미에스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시작된다. 자기 연인의 임신 사실도 모른 채 파리를 떠난 펠릭스의 아이를 임신한 팡틴은 혼자 아이를 키우며 서서히 가난해지고, 끝내 자신의 아이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의 여관에 맡기고 마들렌의 공장에 들어간다. 하지만 공장 사람들이 팡틴의 부정을 들춰내 팡틴은 공장에서 쫓겨나고, 악독한 테나르디에 부부는 계속해서 팡틴에게 양육비를 요구해 팡틴은 전치를 하고 매춘을 하다 싸움에 휘말려 자베르에게 체포된다. 그 과정에서 마들렌에게 자신을 공장에서 쫓아낸 사람이라며 화를 내자 마들렌은 팡틴의 오해를 풀어주고 딸의 빚을 갚아주며 반드시 코제트를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한다.
자베르는 20여년 전 간수로 일할 때 교도소에서 장발장을 본 적이 있었고, 마들렌을 장발장으로 추측하여 고소하지만 아라스에서 샹마티외라는 자로 살아가던 장발장이 사과를 훔치다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들렌에게 자신이 상사를 오해했던 것을 자백하고 파면을 요청한다. 마들렌은 자신이 장발장임에도 누군가 무고한 사람이 자신으로 오해받아 은 촛대와 40수의 은화를 훔친 죄의 재판을 받는다고 생각하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자신이 체포되면 공장과 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생각이 들어 갈등한다. 하지만 결국 아라스의 법원으로 가 샹마티외의 재판에서 자신이 장발장임을 자수한다. 재판장에서 떠나 몽트뢰유로 돌아온 장발장을 보며 코제트와 함께 돌아온 것이라 기대했던 팡틴은 마들렌이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실망한 충격에 죽어버리고, 마들렌은 체포되지만, 팡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사업 자금을 챙겨 곧바로 탈옥해 버린다.
크리스마스에 테나르디에를 찾은 장발장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거액의 현금을 주어 코제트를 구출하고, 고르보 저택에 머문다. 하지만 곧 자베르에게 발각되고, 장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달아나 우연히 수녀원에 들어간다. 장발장과 코제트는 수녀원에서 유일하게 남성이자 수도원 관리를 하는 포슐르방노인에게 발각이 된다. 포슐르방은 장발장이 과거 마들렌으로 살던 시절 마차에 깔렸던 포슐르방노인을 구출해 준 생명의 은인이었고, 장발장의 부탁으로 포슐르방은 크뤼시픽시옹의 장례식 일을 꾸며 장발장을 수녀원으로 들이고, 장발장은 포슐르방의 동생으로 위장해 수녀원에서 일하고, 코제트는 수녀원에 입학한다.
질노르망 노인의 딸은 워털루 전투에서 공화당의 편에서 싸운 퐁메르시 장교와 결혼하였지만, 질노르망에게 혁명군인 공화당은 불한당이나 다름없었고, 사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딸과 퐁메르시 장교 사이에 아들인 마리우스를 손자로 두고 있으나 질노르망 노인은 마리우스에게 죽은 아버지와의 연락을 막았다.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 마리우스는 생 쉴피스 성당에서 마뵈프 교구 위원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묘를 찾는다. 퐁메르시는 과거 전쟁통에 테나르디에에게 우연히 생명을 빚진 적이 있는데, 마리우스는 아버지가 죽기 전 남긴 편지를 통해 테나르디에라는 인물을 아버지 생명의 은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주 집을 비우는 마리우스가 여인이 생긴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질노르망은 마리우스가 아버지의 묘에 다녀오는 것을 알고 크게 다투고, 마리우스는 집을 나온다. 마리우스는 우연히 파리의 ABC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앙졸라, 콩브페르, 장 플루베르, 푀이, 쿠르페락, 바오렐, 보쉬에데에글, 졸리 그랑테스 등의 친구들과 카페 뮤쟁에서 논쟁을 하며 고르보 저택에서 지내며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한다. 마침 테나르디에도 종트레트라는 가명을 쓰고 고르보 저택에 머물며 파트롱 미네트라는 악당 무리들(괼메르, 바베, 클라크수, 몽파르나스)과 함께 파리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공원에서 아버지와 산책을 즐기는 여인에게 반해 그녀를 따라다니는데, 그 둘은 르블랑으로 생활하고 있는 장발장과 코제트였다. 테나르디에의 딸들은 거짓으로 부자들에게 적선을 구걸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중 에포닌은 마리우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고르보 저택에서 에포닌과 아젤마는 르블랑을 불러 구걸을 하다가 테나르디에는 장발장과 코제트를 알아보았고, 이들을 알아보지 못한 장발장을 파리의 악당들과 계획을 꾸며 장발장을 잡는데 성공하는 듯했으나, 자베르가 난데없이 들이닥쳐 작전에 실패하였고, 벽 너머 이 과정을 지켜본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도주, 테나르디에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진다.
장발장은 포슐르방 노인이 죽은 뒤 수도원을 나와 포슐르방으로 코제트와 지내던 중이었고, 테나르디에와 자베르를 대면한 고르보저택 사건 이후 플뤼메 거리로 피신한다. 이런 장발장과 코제트의 거처를 마리우스에게 알려준 것은 에포닌이었다.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점점 연인으로 발전해 가는 듯했지만, 계속해서 자베르와 테나르디에의 추적을 감지한 장발장은 도망가라는 에포닌의 쪽지를 받고는 영국으로 이민을 결심한다. 이 소식을 들은 마리우스는 질노르망 노인을 찾아가 코제트와의 결혼을 승낙해 주길 요청하지만, 질노르망이 코제트를 정부로 두라는 등의 발언으로 모욕만 느끼자 질노르망과 영원히 절연해 버린다.
그리고는 1832년 6월 항쟁이 발발하고, 혁명군으로 뭉친 가브로슈, ABC친구들은 자베르를 인질로 잡고 클라크수를 처단한다. 바리케이트 안에 대치하고 있던 혁명군은 마뵈프 교구 위원의 사망으로 분위기는 점점 고취되었고, 마리우스를 겨눈 총알에 몸을 던진 에포닌도 사망한다. 코제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중간에 낚아챈 장발장도 혁명군에 나타나고 혁명군의 대표인 앙졸라는 자베르를 장발장에게 넘기지만 장발장은 허공에 총을 쏴 자베르를 죽인 척하고 자베르를 풀어준다. 가브로슈, 앙졸라 등이 전부 사망하고 전멸위기에 처한 상황에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업고 그를 질노르망 노인에게 데려다 주려고 하수도로 들어선다. 하수도를 헤매던 장발장은 하수도 입구를 지키던 테나르디에를 마주치고, 그에게 돈을 건네 하수도를 나온다. 장발장에게 풀려난 자베르는 테나르디에를 쫓던 중이었고, 이를 눈치챈 테나르디에가 장발장을 하수도에서 마주치자 장발장을 자베르에게 내주고 따돌리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장발장을 마주친 자베르는 마리우스를 질노르망노인 집에 같이 데려다 주었다. 자베르를 용서한 장발장을 생각하며 마음이 산란해진 자베르는 결국 자살을 한다.
혁명 이후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결혼하고 장발장은 결혼 후 자신의 신분을 마리우스에게 자백한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점점 멀리했지만 코제트에 대한 마음만은 져버릴 수 없었고, 장발장의 정체를 알게 된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재산과 자베르의 살인을 모두 장발장의 죄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을 알게 된 테나르디에가 변장을 하고 찾아와 장발장을 고발하려 마리우스를 찾아오지만, 오히려 마리우스가 가지고 있던 장발장의 의혹을 풀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마리우스는 테나르디에를 쫓아내고 장발장을 찾아가 자신의 오해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만, 그동안 노쇠해 병을 앓던 장발장은 결국 숨을 거둔다.

"하나의 수정물(修正物)이지. 하느님이 쥐를 창조하고 나서, ‘내가 잘못했군.‘ 하고 고양이를 창조하신 거야. 고양이, 그것은 쥐의 개정표(改같은 거야. 쥐에다 고양이를 더해야 마침내 천지창조가 바르게 고쳐지는 거지!" - P21

죽는 것은 자기마음이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죽게 하면 안 되오. 이곳에서 여러분이 하려는 자살은 숭고하오. 그렇지만 자살은 좁은 범위로 한정되어야지 넓게 전파되면 안 되오. 만일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전이되면 자살도 살인이 되는 거요. - P27

"지혜로운 인간은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산단다. 아버지를 봐. 나는 호화로운 것을 욕심내지 않아. 내가 많은 돈을 가졌거나 비싼 옷을 입은 것을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 겉치레는 지각없는 사람이 하는 짓이야." - P80

"신은 분명히 죽고 말았다."
언젠가 제라르 드 네르발은 나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진보를 신과 뒤섞어서 생각하고, 운동의 멈춤을 ‘존재‘의 사망으로 잘못 생각하고 한 것이다.
좌절하는 사람은 옳지 않다. 진보는 틀림없이 깨어난다. 또, 진보는 잠들어 있는 사이에도 역시 앞으로 나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가 다시 일어설 때마다 늘 예전보다 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함없이 평화를 지켜 나간다는 것은 강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진보 역시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둑을 만들어서도, 바위나 돌을 던져서도 안 된다. 장애물은 물거품을 일으키고, 인류를 끓어오르게 한다. 그곳에서 혼란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혼란이 사라지면 얼마간 앞으로 나간 것을 볼수 있다. 일반적 평화인 질서가 잡힐 때까지는, 조화와 통일이 계속될 때까지는 진보는 혁명을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한 해답은 방금 전에 이야기했다. 민중의 꺼지지 않는 생명이다. - P98

근대의 이상은 예술에 양식을 두고, 방법은 과학에서 찾는다. - P103

장 발장을 통해 선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죄수는 친절했다. 또한 그 자신도 예전엔 그러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친절한 행위를 해 왔다. 그는 변했다. 그는 자신이 비겁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
자베르에게 이상이란, 아무런 결점도 없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인간답게 되거나 위대해지는 것, 숭고해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곰곰이 생각했다.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수가 없었다.
장발장을 법의 손에 넘겨줄 것도 생각했다. 장발장은 법률의 포로였다. 그리고 자베르는 법률의 노예였다. 장발장을 붙잡는 동안 그를 놓아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벌어져서 장발장을 놓아 버린 게 맞았다.
수수께끼 같은 많은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자문자답했다. 자신의 대답에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박해라 할 만큼 집요하게 추적한 저 죄수, 절망에 빠진 저 남자는, 나를 짓밟고 복수할 기회가 있었다. 원한을 풀고 자신의 안전을해 당연히 복수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나를 살려 주고 나를 용서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던 걸까. 사적인 의무였을까. 아니다. 그것은 의무이상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도 그를 용서했다. 또 어째서였을까? 그것도사적인 의무였을까. 아니다. 의무 이상의 무엇이다. 그렇다면 의무 이상의 것이 있단 말인가?" 이 - P216

"목덜미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것 같지 않소? 어떻소! 그런데런 주먹이 또 하나 있소. 그것이 양심이오!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결코 의무라는 것에 깊이 빠져서는 안 되오. 왜냐하면 일단 의무에 깊이빠져들면 의무는 집요하게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이오. 마치 의무에 깊이 들어간 것을 벌하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소. 의무는 그것을 깊이 깨달은 사람에게 보답을 하오. 왜냐하면 의무는 사람을 지옥으로 떨어뜨리지만, 사람은 거기서 자기 옆에 신이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오. 사람은 자신의 창자를 찢는 순간,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가 있는 것이오." - P316

"게다가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얻는 것과 같은 것이오. 또한 내게 필요한 사면은 단 하나뿐이오. 그것은 내 양심의사면이오." - P319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무서운 것은 진정으로 살지 못한 것이야." - P4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 미제라블 4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9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세기가 흐른 다음에 어느 정도 추하게 변모했는가는 마키아벨리의 예로 쉽게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결코 악령도 악마도 아니었고, 비열하고 천한 저술가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하나의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사실이었고 16세기의 사실이었다. 그러나 19세기의 도덕관에 비추어 보면 그는 추악했다.
정의와 사실, 이 두 개의 투쟁은 사회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 싸움을 멈추게 하고 순수한 관념과 인간의 현실을 잘 융합해서 정의를 사실 속에, 사실을 정의 속에 평화롭게 스며들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인간이 할 일인 것이다. - P14

제1의 명제, 부의 생산
제2의 명제,부의 분배
제1의 명제에는 노동 문제가 포함된다.
제2의 명제에는 임금 문제가 내포된다.
제1의 명제에서는 노동의 사용 방법이 문제된다.
제2의 명제에서는 수익의 분배 방법이 문제된다.
노동을 바르게 사용해야 국민의 힘이 생긴다.
수익을 바르게 분배해야 개인의 행복이 생긴다. - P33

‘연민은 헝가리 병사가 아니다!‘ 같은 말이 있다. 그러나 코제트는 북을 사랑이라고 깨닫기에는 너무 일찍 수도원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기가 걸린 병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해서 그만큼 병이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118

그렇다면 혐오할 대상에 대한 연구가 금지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의사가 병을 멀리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박물학자가 살무사며, 박쥐며, 전갈이며, 지네며, 독거미에 대한 연구를 거부한 채 "아, 이건 정말 하기 싫군!" 하고 그것들을 어둠 속에 던져 버리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사상가가 은어를 피하는 것은 외과의사가 종기나 사마귀를 피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언어의 어떤 사실을 조사하는 것을 망설이는 언어학자에게도, 인류의 어떤 사실을 탐색하기 망설이는 철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은어란 전체적으로 문학상의 한 현상이며 사회상의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세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은어란 다시 말하자면 슬픔과 끔찍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 P240

은어, 그것은 그대로 혹사당한 말이다.
인간의 생각하는 힘이 이토록 깊은 나락에 빠져 그 깊은 곳에서 참담한 운명의 학대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움직이지 못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슬에 묶인다는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다.
아아, 처참한 인간들의 불쌍한 세상이여! - P258

그러나 위슐루 부인은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해주는 것이 왜 자기에게 좋은 일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분풀이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아라비아 여자처럼 하는 것뿐이었다. 그 아라비아 여자는 남편에게 뺨을 맞고 곧장 아버지에게 가서 복수해 달라고 울며 말했다.
"아버지, 남편에게 받은 치욕을 복수해 주세요."
아버지는 말했다.
"대체 어느 쪽 뺨을 맞았니?"
"왼쪽이에요."
아버지는 딸의 오른쪽 뺨을 때리며 말했다.
"자, 이제 남편에게 가서 말해라, 넌 내 딸을 때렸지만 난 네 아내를 때렸다고 말이다." - P418

여든이 넘은 노인에 이어서 바리케이드 위에 등장한 마리우스, 그는 늙은 혁명의 망령 뒤에 등장한 젊은 혁명의 환상이었다. - P4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 미제라블 3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8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는 수 없었소. 우리 같은 가난뱅이는 남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죽는답니다." - P21

그는 정계나 권력층에 등장한 사람들 모두 비천한 속물들이라고 말하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또한 여러 신문들을 읽었는데, 그것들을 가리켜 ‘새로운 소식 쪽지들‘ 혹은 ‘자질구레한 소문들‘이라고 말하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곤 했다. - P47

이처럼 인간이란 언제나 힘들게 대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루이 14세왕관의 금을 지워 버리고 앙리 4세의 문장을 벗겼다고 해서 무슨소용이 있겠는가? 이에나 다리에서 N자(나폴레옹의 머리글자_옮긴이)를 지운 보블랑 씨를 우리는 야유한다. 그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짓도 그와 같다. 부빈(1214년 필립 오귀스트 왕이 독일 황제 오톤 4세를 무찌른 곳_옮긴이)의 승리는 마렝고의 승리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것이다. 백합꽃은 N자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것이다. 그것은우리가 계승해야 할 재산이다. 그것을 지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금의 조국이나 과거의 조국이나 똑같이 부인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역사의 전부를 원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 왜 프랑스의 전부를 사랑하지 않는단 말인가? - P83

그는 틀림없이 태평한 놈이지만 재미있는 놈일 거야. 학생으로서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군. 품행도 방정하지 못하고, 점수를 따려고 애쓰지도 않고, 과학이니 문학이니 신학이니 철학이니 무턱대고 주워 담아서 그걸 자랑하기나 하는 박식한 풋내기도 아니고, 지나치게 엄하게 뽐내기만 하는 바보 재주꾼도 아닐뿐더러 대학 따위를고마워하는 남자는 아니다. 틀림없이 존경할 만한 게으름뱅이고, 거리를 빈둥거리고 다니든가 교외에 나가 틀어박혀 있거나, 가게에 근무하는 계집에게 반해 있거나, 미인의 뒤꽁무니를 쫓고 있겠군. 어쩌면 지금쯤 내 여자 집에 숨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지. - P139

어떤 일이든 극단에 이르면 서로 통하는 것을 그는 느끼고, 조심하지않으면 물질적 타락이 정신의 비참함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하여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명심했다. 다른 입장에 처해 있었다면 오히려 당연한예절이라고 보아도 좋을 말씨나 태도도 현재의 그로서는 비굴한 것으로생각되어 애써 굳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치면 오만으로 보일까 싶어 과도한 언동은 피했다. 그의 얼굴은 엄격한 마음가짐을 나타내어 언제나 붉은 홍조를 띠었다. 마리우스는 자신에게 무자비할 정도로 이성적인 자세를 취했다. - P173

이 세상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이끼와 풀과 나무가 있어 그것을 관찰할 수 있고, 2절판이나 32절판 같은 책들이 쌓여 있는데, 사람들은 왜 헌법이다, 민주주의다, 정통 왕위 계승권이다. 왕정이다, 공화제다, 하는 턱없는 일로 온 열정을 쏟아 가며 서로를 미워하는지 마뵈프 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 P182

"지금 마리우스의 새 모자와 새 윗도리하고 만났지. 녀석은 속에 들어있던걸. 아마 시험이라도 치러 가는 모양이야. 몹시 멍청한 얼굴을 하고있더라고." - P208

거기서는 나를 잊는 마음도 사라져 버리고 악마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 맹목적인 자아가성난 소리를 지르고 뭔가를 찾고 뭔가를 더듬고 뭔가를 갉아먹고 있다. - P232

마리우스는 5년 동안 가난과 빈궁과 고뇌 속에 살아왔지만 자신은 아직 진정한 비참함은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진정한 비극, 그것을 방금 본 것이다. 눈앞을 지나간 그 아귀 같은 여자가 바로 그것이다. 남자가 겪는 궁핍을 본 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여자가 겪는 궁핍을 보아야 한다. 여자가 겪는 궁핍만을 본 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어린아이의 궁핍을 보아야 한다. -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 미제라블 2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7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도 물질세계처럼 정신세계에도 규정된 중력 관계가 있어, 그 관계의 바탕이 되는 원칙과 요소가 불만을 토로했으리라. 넘쳐흐르는 피그득한 무덤, 눈물로 지새우는 어머니들은 무서운 고발자들이다. 대지가너무도 무거운 압력에 시달리게 되면 신비로운 신음 소리가 어둠 속에서 일어나 무한한 깊이까지 그 소리를 듣게 하는 법이다. 나폴레옹은 시대를 뛰어넘어 고발되었고, 그의 몰락은 이미 예정된 상태였다. 그는 신의 뜻을 거스르고 있었다. - P44

테나르디에는 무엇보다도 간사한 꾀가 많은 침착한 사나이로, 악당치고는 온순한 편이었는데 사실 거기에 위선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가장 질이 안 좋다. - P114

한편 남편 쪽은 머리에 단 한가지 부자가 되려는 계획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계획을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의 훌륭한 재능에 어울릴 만한 무대가 없었던 탓이다. 몽페르메유의 테나르디에는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파산이라는 말이 재산이 전혀 없는 자에게도 해당된다는 전제를 두고 하는 이야기지만………. 스위스라든가 피레네 지방이라면 이 무일푼 사나이도 백만장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관 주인은 운명이 매어 놓은 범위에서만 풀을 뜯어야 했다. - P115

"여관 주인이 해야 할 일은 말이야. 누구든 들어온 사람에게는 음식과휴식, 촛불과 난롯불, 더러운 시트와 하녀, 벼룩, 애교 띤 웃음을 팔아야해. 지나가는 놈들을 붙들어서 조그만 지갑이라도 몽땅 털게 만들고, 큼직한 지갑이라면 적당히 가볍게 만들어 주고, 식구를 거느린 나그네는정중히 재워 주면서 남편에게서는 털어 내고 아내에게서는 뜯어내고 아이놈들에게서는 벗겨 내는 거지. 창문 하나 여닫는 데도 돈을 받고, 벽난로 구석, 안락의자, 보통 의자, 걸상, 발판, 깃털이불, 요, 짚방석, 무엇이든 손님이 건드린 것은 일정한 값을 정해 계산에 넣는 거지. 거울에 비친그림자라도, 그것이 얼마나 거울을 닳게 했는지 알아 두었다가 그 값을매겨야 하는 거야. 그 밖에도 만약 손님의 개가 파리를 잡아먹었으면 그값도 모조리 손님에게 씌우란 말이야!" - P116

인간은 빵으로 산다고 하기보단 훨씬 더 많은 긍정으로 산다. 보는 것과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충분하지 않으니 철학은 하나의 에너지가 아니면 안 되며, 그것은 그 노력의 결과를 인간을 향상시키는 어떤 것으로 삼아야만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담 속에 들어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낳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복의 인간으로부터 현명한 인간이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에덴동산을 리세움 동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 P305

지난날 공증인 서기 노릇을 한 적 있는 포슐르방 노인은 침착성과 뻔뻔스러움을 겸비한 촌사람들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종류의능란한 무지는 일종의 힘이다. 아무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으므로 누구나손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 P324

수도원에 사는 사람들에게 ‘정부‘란 교권을 간섭하는 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언제나 이론의 여지가 있는 간섭을 했다. 수도원에서는 규율이 먼저였다. 그리고 세속적 법규는 둘째이다. 인간들이여, 그대들 멋대로 법률을 만들어라.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희들만의 것으로 간직하라. 카이사르에게 지불하는 통행세는 언제나 신에게 바치는 통행세의 잉여분에 불과하니라. 군주도 교리 앞에서는 무력한 것이다. - P353

수녀원 역시 하나의 감옥이며, 그가 도망쳐 나온 또 다른 집과 불길할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같은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않았다. 그는 다시 눈앞에 철문과 빗장과 쇠창살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누구를 가두기 위한 것인가? 천사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이전에 본, 호랑이들을 둘러싸고 있던 그 높은 담벼락들이 암양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다시금 보고 있었다. - P3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 미제라블 1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6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모두 출세를 바란다. 자기희생과 봉사에 몸바친 성자는험하기까지 하다. 성자는 피할 수 없는 가난과 막힌 출셋길, 그리고 자기희생을 다른 이들에게까지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면모를 피하려 든다. 비브뉘 예하가 고독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어두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성공이란 부패의 골짜기에서 한방울 한 방울 떨어져 내릴 뿐이다. - P74

주교가 ‘당신‘이라는 말을 점잖은 목소리로 품위 있게 말할 때마다 사내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죄수에게 ‘당신‘이라는 말은 메뒤즈호의 조난자에게는 물 한컵과도 같았다. 비천한 자는 존경을 갈구했던 것이다. - P106

장발장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올바른 문명의 시대에도 비극은 찾아온다. 바로 형벌이 인생의 파멸을 선언할 때이다. 사회로부터 분리되고고유한 정신을 지닌 인간이 재기할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인가! 장발장은 5년 징역형을 받고 항구의 감옥으로 옮겨졌다. - P116

이 숙명적인 사건에서 과연 그 혼자서 잘못을 저질렀던가? 첫째로 그는 좋은 일꾼이었지만 추운 겨울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열심히 살아간 그가 빵을 갖지 못한 것을 그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잘못된 선택이 벌어지고 그가 자백을 했음에도 형벌이 너무 무거웠던 것은 아닌가?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죄의 정도와 맞았던가? 형벌은 뉘우침에 너무 치우쳐 있던 것은 아닌가? 형벌이 아무리 무거운들 이미 벌어진 범죄를 무화할 수 있던가? 무거운 형벌은 사태를 악화시키고, 죄인을 희생자로 만들고, 채무자를 채권자로 만들고, 범죄를 저지른 인간을 결국 법으로 용서해 준다고 든다. 탈옥으로 형기가 늘어난 것은 어땠는가? 강자 앞에서 약자는 얼마나 무력했는가? 사회는 개인에 대해 무죄였는가? 19년마다 매일매일 죄는 늘어나지 않았는가?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회는 그 안의 부조리와 무자비함을 구성원에게 떠넘길 권리가 있는가? 한낱 불쌍한 영혼을 고통과 결핍 속에 몰아넣을 권리가 있는가? 우연히 이루어진 재산 분배에서 탈락한 불쌍한사람들, 가장 동정받아 마땅한 그들을 사회가 매몰차게 대한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가?
그는 묻고 또 물었다. 그는 스스로 사회를 재판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는 증오심에 차올라 사회를 벌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가혹한 운명을 사회적 책임으로 돌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에 대해 가혹하게 책임을 물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이 남에게해를 끼친 것과 남이 자신에게 해를 끼친 것 사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단정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형벌은 죄에 대한 대가였지만 불공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무언가에 대한 적개심은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오류를 만든다. 사람은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마음속에는 분명 그 원인이 숨어 있다. 장발장은 크나큰 분노를 느꼈다. - P121

신비로운 그 하늘이 주교의 이마 위에 떠 있었다.
한없는 투명함이었다. 하늘은 그의 내부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양심이었다. - P135

"내 형제 장발장이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영혼을 샀습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음울한 곳에서 구원하여 하느님께 바칠 겁니다." - P141

"뭐가 피곤해? 일요일엔피로도 쉬러 가거든?" - P170

멍청한 것을 읽으면 멍청해질 수밖에 없다. - P203

세상에는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은 왜 항상 저녁에 찾아올까? 저 사람은 왜 꼭 목요일에 외출할까? 저 사람은 왜 골목길만 골라 다닐까? 저 사람은 왜 집에 도착하기전에 마차에서 내렸을까? 그 여자는 왜 편지지를 한가득 갖고 있으면서도 편지지를 사려고 할까?
그런 의문을 풀기 위해 진정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좋은 일을하고도 남을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다. 그것은 단지 호기심을 위한 것으로 그 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 - P230

청렴, 강직, 진지, 결백, 확신, 의무감 등은 잘못 사용되면 혐오스러워진다. 그러나 혐오스러워도 위엄은 남아 있다. 인간의 양심만이 갖는 그러한 특별한 위엄은 두려움 속에서도 의연히 존속한다. 그것들은 착오에빠질 수도 있는 하나의 결점만을 지닌 미덕이다. 흉악하기 이를 데 없는광신자의 무자비하고도 외곬으로 달리는 희열 속에는 비통하면서도 존경할 만한 광채 같은 것이 있다. 자베르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으나, 승리를 뽐내는 모든 무지한 인간처럼 그 포악한 행복 속에서 가엾은 존재가되어 있었다. 선이 갖는 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드러난 그의 얼굴만큼 무섭고 또 가슴을 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3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