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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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해할 수 있는 건 이해하고 아닌 건 그대로 내버려 둬야지.

부모님이 전기를 읽으며 흥미를 느낀 부분은 삶의 시간을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지 일생을 특별하거나 비참하게만드는 특이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사실대로 말하면 특별한 일생들도 때로는 서로서로 닮아 있곤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들의 생애가얼마나 다른 이들의 생애와 닮았는지를 알지 못했다. - P9

물론 『여름비』를 읽어나가며 내가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건 소설의 형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여름비는 이상한 일로 가득한 소설이다.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적 없는데스스로 글을 깨우칠 뿐 아니라, 학교에 가지 않고도 몇 개월 만에 독일 철학까지 섭렵하는 에르네스토라는 천재 소년의 존재는 얼마나 기이한가. 아이들을 방치해둔 채 매일같이 감자만 깎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너무도 사랑하여 감시만 하는 무직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릴지도 모른다는두려움에 사로잡혀 시도 때도 없이 울부짖는 동생들은? 남매이면서도 서로에 대해 죽음보다 강렬한 욕망을 느끼는 에르네스토와 잔은?
정말 이상한 소설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을 천천히읽어나갔다.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읽을 때처럼, 중간중간에 책을 덮어두었다가 다시 펼쳐들기를 반복하면서, 이해할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이 소설이 한 편의우화라는 것을, 삶과 죽음, 사랑과 절망, 그리고 무엇보다 유년시절에 대한 쓸쓸하고도 찬란한 우화라는 것을 알았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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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책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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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마페에게 화를 내고 일을 과장해서 고통을 더 키웠다. 가끔씩은 소리를 질렀다. - P61

하지만 할머니는 낡은 물통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행운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느긋하게노를 저었다. 집에 왔을 때는 4시가 넘었고, 버섯은 가족 모두가 먹기에 충분했다. - P72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모든 일들이 점점 작아지고 멀어지고, 전에는 그렇게 즐거웠던 일들이 아무 의미가없어지고 사소해지는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하면 참 허무한 일이지. 어쨌건 이야기는 할 수 있어." - P90

"그 할머니는 미신을 믿었거든."
"미신이 뭐야?"
할머니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설명할 수 없는 걸 설명해 보려고 시도도 하지 않는 거지.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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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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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아마존을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의 삶이 같은 운명으로 공생하며 환원하는 자연관을 깨닫게 해준다. 안토니오가 연애소설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을 가지기도 하지만, 외부 문명으로 상징되는 밀렵꾼과 노다지꾼들, 뚱보 읍장의 무지한 도전을 무화시키며 자연에 대한 도전과 탐욕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다.

안토니오는 아내 돌로레스와 불임으로 고민하던 중 정부의 아마존 유역 개발 소식에 엘 이딜리오로 이주했으나 정책의 실패로 약속의 땅이라는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아내는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하지만 수아르족 인디오들과 함께 어울리며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X뱀에 물렸다 주술사의 치료로 살아나자 통과의례를 치른 듯 수아르족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부족 친구인 누시뇨가 백인 노다지들의 총에 맞아 숨지자 그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복수를 감행하지만, 독화살이 아닌 총으로 노다지를 살해해 인디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불행을 가져다 줬다는 수아르족 전통적 믿음에 의해 부족 일원이라는 지위를 상실한다.
안토니오가 다시 돌아온 엘 이딜리오로는 지난 몇년 간 읍장이 생기고 20여 가구가 늘어나는 등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치과의사 루비쿤도가 육지에서 정기 검진을 오고 있었다. 전도활동을 하다 실패하고 육지로 돌아가려는 신부의 성경책을 우연히 본 안토니오는 신부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사랑에 관한 책에 매료되어 연애소설에 대한 열망을 갖게된다. 앵무새와 원숭이를 포획해 루비툰도의 배를 얻어 타 육지에서 포획한 동물을 팔아 소설 책을 구하려던 안토니오는 루비쿤도의 소개로 엘 도라도에 도착해 학교 여교사를 소개받고 책을 추천받는다. 그 후 루비쿤도는 연애 소설을 가져다 주며 안토니오는 연애소설에 나오는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감정들에 빠져 지낸다.
그러다 어느 날 발견된 백인 시체를 보며 뚱보 읍장은 수아르족을 의심하지만 안토니오는 밀렵꾼들이 새끼 살쾡이를 사냥하다 암살쾡이에 공격당한 것이라며, 복수심에 불탄 짐승이 군락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을거라며 경고한다. 자신의 위상이 실추됐다고 여긴 읍장은 안토니오를 앞세워 암살쾡이 소탕 작전에 나서지만 아마존에 적응할 수 없는 우비와 장화를 착용한 읍장은 걸림돌만 되었고 안토니오는 소설을 읽는 시간을 빼앗겨 속상하지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수색대를 이끌어 나간다. 암살쾌이에게 당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란다의 상점에 도착하자 자신의 위신을 회복할 수 없다 판단한 읍장은 방호를 구실로 마을로 돌아가고, 안토니오는 암살쾡이의 복수는 죽음에 대한 수아르족의 생각처럼 명예로운 승부 후 스스로 찾아나선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안토니오의 꿈에서 현실로 자각하는 과정 중 대치한 암살쾡이는 끝내 안토니오의 총으로 사살되는 명예롭지 못한 최후를 맞는다. 살쾡이를 아마존 강에 밀어내며 안토니오는 살쾡이의 명운을 빌며 자신이 사용한 총도 부끄러운 듯 강속에 집어 던지고, 연애소설이 있는 자신의 오두막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니까 말이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나중에는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숱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이야기였네. - P76

"그들은 죽음을 죽음 자체의 행위라고 믿었다. 죽음은참혹한 것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이 말하는 죽음은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밀림 세계의 냉혹한 원칙에서 나온 죽음이었다. 그때서야노인은 눈앞의 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인간이었다. 금발의 양키는 짐승의 어린 새끼들을 쏴 죽였고, 어쩌면 수까지 쏴 죽였는지도 몰랐다. 그러자 짐승은 복수에 나섰다. 하지만 암살쾡이의 복수는 본능이라고 보기에 지나치리만치 대담했다. 설사 그 분노가 극에 달했더라도 미란다나 플라센시오를 물어 죽인 경우만 봐도 인간의 거처까지 접근한다는 것은 무모한 자살 행위였다. 다시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노인의 뇌리에는 어떤 결론이 스쳐가고 있었다. - P143

맞아, 그 짐승은 스스로 죽음을 찾아 나섰던 거야.
그랬다. 짐승이 원하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죽음은 인간이 베푸는 선물이나 적선에 의한 죽음이 아닌, 인간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벌인 뒤에 스스로 선택하는 그런 죽음이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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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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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문학 작품에서 현명하고 인자하고 숭고하고 지혜롭고 성찰력이 뛰어난 인물로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젊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라는 지나친 요구가 투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욕쟁이 할머니나 수전노 같은 노인들도 알고 보면 속내는 따듯한 사람이었다라는 반전을 심어 놓은 이야기들은,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이 그러한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준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과도한 나이값을 청구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도 그럴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처럼, 우리는 나이만 먹어갈 뿐 전혀 성숙해지지 못할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 만큼 성장하지도 못할 것이다.


올리브라는 인물은 나이가 충분히 찼지만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불친절하며 성질이 고약하고 이기적이며 입담이 거칠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난 그녀가 가진 기질에서 나 자신을 쉽게 발견했다. 그리고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 나 같은 감정을 느껴 이 책에, 올리브 키터리지에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연작 소설인 것도 모르고 두 번째 챕터를 읽으면서 등장인물이 쇄도해 혼란에 빠졌다.
올리브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단편들은 재밌으나, 다른 단편들은 조금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이다. 올리브에게 집중하고 빠져들고 싶은데 곁가지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랄까. 헨리의 죽음도 안타까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너무 갑자기 죽어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내가 두려워했던 미래의 노년의 모습이 썩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기도 한다. 이 책을 몇 년 뒤 다시 읽는다면 정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요즈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마치 결혼생활이라는 복잡하고 기나긴 식사가 끝나고 이제야 근사한 디저트가 나온 것만 같았다. - P228

하지만 결혼 후 어느 시기가 되면, 어떤 종류의 싸움은 더는 하지 않게 된다고, 그 이유는지나온 날이 남아 있는 날들보다 더 많아진 시점에서는 사물이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올리브는 생각했다. - P221

그녀는 오늘 왜 여기에 왔던가? 헨리가 에드 보니의 장례식에꼭 가보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그녀는 누군가의 깊은 슬픔을 보며 자신의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들기를 바라며 왔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로 가득한 오래된 집은그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그리고 한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들 위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 P310

"아하." 루이즈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내 꼬락서니를 보고위안을 얻으려고 왔구나. 근데 그게 잘 안 됐고." 그녀가 노래하듯 덧붙였다. "미이이이안" - P281

하지만 그 여자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루이즈 라킨을 찾아간 것은 잘못이었다. 또한 가고 싶으면 가라고 헨리에게 말했다고 해서 그가 죽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이 이상하고 불가해한 세상에서 그녀는 자신이 대체 누구라고 생각했던 걸까? 올리브는 옆으로 돌아누우며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기고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켰다. 튤립을 심을 것인지를 곧 결정해야 할 것이다. 땅이 얼어버리기 전에. - P293

사람들은 대개 정작 인생을 살아갈 때는 그 소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올리브는 지금은 그 추억을 건강하고 순수한 것으로 간직하고 있다. - P292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 P378

그녀의 몸은, 늙고 뚱뚱하고 살갗이 축 처진 몸은 그의 몸을 처절히 원했다. 헨리가 죽기전 몇 년 동안 자신이 이렇게 헨리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너무 슬퍼서 올리브는 눈을 감았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것을.
그렇기에, 지금 그녀 곁에 앉은 이 남자가 예전 같으면 올리브가 택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한들, 무슨 상관이랴. 그도 필시 그녀를 택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 둘은 이렇게 만났다. 올리브는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치즈 두 조각을, 이 결합이 지닌 숭숭 난 구멍들을 그려보았다. 삶이 어떤 조각들을 가져갔는지를.
그녀는 눈을 감았다. 지친 그녀는 파도를 느꼈다. 감사의, 그리고 회한의 파도를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햇살 좋은 이방을, 햇살이 어루만진 벽을 바깥의 베이베리를. 그것이 그녀를힘들게 했다. 세상이. 그러나 올리브는 아직 세상을 등지고 싶지않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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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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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애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현대인들의 불안, 외로움, 무기력함과 같은 심리를 잔잔하게 그리는 소설이라 덤덤하게 읽어 나가니 기분이 차분해지고 좋았다. 그러고 마지막 해설을 보고 소설 속의 상징과 은유의 치밀한 짜임에 기함하고 말았다. 그의 상징을 하나도 간파하지 못했는데도, 이게 무슨 소리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해설은 해설일 뿐이니까 하나의 의견으로 재밌게 읽어 보았고, 나는 그냥 나의 감상대로, 나의 해석대로 소설을 즐기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소설을 읽고 한마디, 한 줄로 정리가 된다면 그게 정말 인생을 담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의 중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무기력함은 무엇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명확한 감정은 스스로 적당한 이유로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감정, 느낌들을 그냥 흘려보내며 삶을 달관하고 싶을 때 적절하게 어울리는 소설이다.



깃털들
잭과 버드는 공장의 직장 동료이다. 버드는 잭과 그의 아내 프랜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는데 프랜은 썩 내키지 않아했고 버드가 사는 동네를 강촌이라 폄하한다. 버드의 집에서 잭과 프랜은 버드와 올라의 반려동물인 기이한 공작새 조이를 보고 놀라고 집안의 괴기한 치아를 본뜬 상을 보고 또 놀란다. 올라는 자신의 교정전 치열을 본뜬 것이라며 자신에게 교정을 시켜준 버드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자랑스런 아들인 해럴드를 보여주지만 잭 부부는 해럴드가 정말 아이답지 않게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올라는 조이를 집 안으로 들였고 못생긴 해럴드와 기괴한 조이를 보며 그들 부부는 왠지 자신들이 비교적 저들 부부보다는 낫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임신한다. 이후 조이는 숲으로 날아갔고 프랜은 살이 찐 풍만한 여자가 됐지만 여전히 잭과 버드는 절친한 동료이다. 하지만 잭은 그날 이후 버드에게 버드의 집안에 대한 말을 삼가하고 있고, 자신의 아이는 그날의 자신들처럼 조금 음흉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셰프의 집
과거 남편인 웨스로부터 친구 셰프의 집을 무상으로 임대해 있다는 연락에 다시 살림을 합친다. 웨스는 셰프와 마찬가지로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들 부부는 다시 결혼반지를 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셰프가 돌연 찾아와 자신의 딸 린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그들이 머무는 집에 들어와야 한다며 집을 비워달라 요청한다. 다시 그들의 삶을 시작하려는 듯했지만 웨스는 다시 막막해진 기분을 느끼며 원망섞인 소리로 셰프의 딸 린다를 욕하지만 그것은 린다가 아닌 막연한 세상을 향해있는 듯하다.

보존
샌디의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일은 쉽게 구해지지 않다 장기간 무직의 상태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샌디는 직장 동료에게 남편의 문제를 상의하려 했더니 동료는 비슷한 처지에 이십여년 간 침대에 누워있기만 한 삼촌에 대해 얘기해 샌디를 더 걱정스럽게 한다. 집으로 돌아온 샌디는 냉장고가 고장나 안의 음식이 녹고 상해가는 것을 보고 짜증이 치미지만 곧 진정해 음식물을 정리하며 경매장에 냉장고와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가자고 한다. 어렸을 때 샌디는 아버지와 함께 경매장에 자주 갔지만 부모가 이혼한 후 가보지 못했고, 샌디의 아버지가 중고차를 경매장에서 구입한 후 가스가 누출된 그 자동차에서 사망한 것이 떠오른다. 샌디는 급하게 폭찹을 만들어 남편을 부르지만 식탁에 냉장고에서 녹은 물이 생겨 남편의 발에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남편은 아무 말 없이 거실로 돌아간다.

칸막이 객실
마이어스는 오래전 헤어진 아들을 만나러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가는 칸막이 객실에 있다. 아내와 헤어지면서 아들과 격하게 몸싸움을 벌였던 일을 상기하며 그동안 자신의 외로움이 왠지 아들의 탓일 것만도 같다고 생각하지만 8년 만에 아들에게 받은 편지에 사랑한다는 말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다 화장실에 들른 사이 아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산 일제 손목시계가 도난을 당했고, 그는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잠자는 승객을 의심했지만 그와는 말이 통하지 않았고 이내 자신이 그 선물을 찾아낼 수 없음을 깨닫고는 열차를 배회한다. 그러다 스트라스부르역에 정차한 뒤 열차는 조차장에 들려 정비를 하는 듯했고, 그는 과연 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다시 출발한 열차에서 그는 자신의 칸막이로 돌아가려 했으나 자기가 탔던 열차 칸을 떼어내고 다른 칸이 연결된 것을 알게된다. 그는 자신의 내면의 갈등을 열차가 선택해준 것마냥 행선지가 바뀐 차 안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스코티는 생일 날 하교하는 길에 뺑소니를 당한다. 앤은 집까지 걸어온 스코티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의사는 처음에는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판정하지만 병원에서 잠든 스코티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하워드와 앤은 점점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하워드는 자신의 인생이 그동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불행의 대가가 찾아올 것만 같고, 앤은 폭행사건에 휘말려 응급실에 실려온 다른 환자에게 스코티의 운을 걸어보지만 그 환자가 결국 사망하는 것을 보며 희망을 잃어간다. 앤은 며칠 전 스코티의 생일케이크를 주문해 놓고 사고로 경황이 없어 기억하지 못하고, 빵집 사장은 주문한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은 앤에게 화가 나 항의 전화를 하지만, 앤과 하워드는 그 전화를 건 사람을 뺑소니 가해자라고 오해하며 분노한다. 스코티는 결국 사망하고, 집으로 돌아온 앤은 같은 전화가 걸려오자 불현듯 자신이 주문한 케이크가 떠올라 하워드와 빵집으로 향한다. 그들은 충격과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정을 모르고 역정이 나 행패를 부린 빵집 사장에게 스코티의 사망소식을 전하고, 서로 분노를 가라앉힌 채 사과하며 빵집에 앉아 새벽까지 대화를 이어간다.

비타민
비타민 방문판매를 시작한 화자의 연인 패티는 영업수완을 발휘해 자신의 사업을 차린다. 패티는 핵심 멤버인 실라와 도나와 함께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곧 비타민 판매가 부진하게 된다. 실라는 패티와의 동성 접촉을 시도하다 거절을 당하지만 파티에서 술에 취해 다시 패티에게 접근하려다 화자의 냉담한 태도에 상처받고는 그들을 떠나버린다. 한편 점점 쇠락해가는 사업에 상심한 패티를 두고 화자는 도나의 매력에 몸이 달아오르고 밀회를 즐기려 화자가 간혹 들리는 흑인 펍에 들어간다. 하지만 펍에서 지인 베니에게 소개받은 넬슨이 취중에 거친 입담으로 둘 사이를 희롱하자 펍에서 나오고 도나는 심한 모욕감에 울음을 터뜨린다. 포틀랜드로 떠날 것이라는 도나를 두고 화자는 집으로 돌아오고, 악몽을 꾸다 늦잠을 자버린 패티가 두통을 호소하며 우왕좌왕하며 방을 어지르는 것을 마치 모든 관계가 끝나가는 그들을 지켜보듯 가만히 쳐다본다.

신경써서
이네즈와 로이드는 별거 중인데, 따로 사는 이유는 로이드의 음주 문제인 듯하다. 로이드는 아침 식사를 샴페인과 도넛으로 하는 게 이상할 게 뭐냐고 따질 정도로 음주에 관한 문제가 많은 듯 보인다. 별거한 지 2주 째 되던 어느 날, 이네즈는 상의할 일이 있다며 로이드를 찾아오지만 로이드는 귀지로 귀가 막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할 말은 일단 제쳐두고 자기만 신경써 달라는 로이드를 이네즈는 주인집에 찾아가 물건을 빌려오기까지 하면서 도와주고는 다음을 기약하며 로이드를 떠난다. 로이드는 이네즈가 떠난 뒤 샴페인을 따서 마신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
알콜치료센터에서 만난 조에게 화자는 조와 조의 아내 록시와의 연애사를 듣는다. 친구 집에 굴뚝 청소부로 온 록시는 조에게 행운을 주는 키스를 해달라고 하면서 연애를 시작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누리며 굴뚝청소부로 승승장구 하지만 알콜중독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해 결혼생활이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화자에게 록시를 소개받을 기회가 생기고, 화자는 조에게 록시가 요구했던 대로 행운의 키스를 해달라는 말에 록시는 흔쾌히 화자에게 키스를 해준다. 행운을 바라는 화자는 자신의 아내에게, 여자 친구에게 행운을, 희망을 걸어보는 전화를 하려고 한다.

기차
미스 덴트는 한 남자를 총으로 굴복시킨 뒤 기차역에 간다. 늦은 시간 황량한 기차역에서 한 노인과 여인이 들어온다. 서로 타인의 존재를 거북해 한다. 두 사람은 미스 덴트 앞에서 ‘별의별 종류의 일’(215p.)을 이야기한다. 객차가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는 승객들은 플랫폼의 세 사람을 이상하게 여긴다. 하지만 세 사람은 ‘세상의 별의별 종류의 일들’처럼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과심사에서 멀어지고 기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술 강사 칼라일의 아내 아일린의 칼라일과 같은 학교 동료인 리처드 홉스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아이 둘, 키스와 세라를 남겨두고 떠나 칼라일은 급한 대로 베이비시터를 구하지만 실패하고 같은 학교의 비서로 근무하고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어가는 캐럴에게 난처한 상황에 대해 상담한다. 칼라일은 분노와 수치심에 아일린에게 전화하기를 꺼리다 칼라일의 상황을 들은 아일린의 전화를 받고 베이비시터 웹스터 부인을 소개받는다. 가족을 두고 떠난 여자에게 내연남의 가사도우미였던 웹스터 부인을 소개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웹스터 부인은 그동안의 형편없었던 다른 베이비시터와는 다르게 아이들도 좋아하고 살림을 잘 꾸려나갔다. 몇 달 간의 생활이 만족스럽게 이어지면서 칼라일은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미련을 버리고, 캐럴과 더 가까워진다. 어느 날 칼라일은 심하게 몸살을 앓게 되고, 칼라일까지 간병하던 웹스터 부인은 조심스럽게 웹스터씨의 전처소생인 밥이 밍크목장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하게 돼 베이비시터를 그만둔다고 말한다. 칼라일은 파자마 차림으로 웹스터 부부 앞에서 자신과 아일린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칼라일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 준 웹스터 부부는 칼라일에게 행운을 빈다며 그를 떠나고, 칼라일은 웹스터 부인과 함께 아일린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끝났다는 후련함을 느낀다. 열과 함께, 마치 아일린이 자신의 모든 과거를 정리하기를 도와주려 웹스터 부인을 보내줬던 것처럼.

굴레
홀리츠와 베티는 재갈을 물고 어떤 꿈을 깨기 위해 나아가는가.
미네소타에서 온 홀리츠 가족은 화자의 집에 세를 든다. 두 아이는 홀리츠와 전처의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놀고, 홀리츠는 특별한 직업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미용일을 하는 화자에게 한 번 들려 머리를 하던 배티는 과거 학생 시절 상담교사가 꿈에 대해 묻던 이야기를 하며 그때는 이런 말을 하지 못했지만, 꿈을 깨라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아무도 자시에게 꿈에 대해 묻지 않는다고 말한다. 손톱 손질을 받으면서 홀리츠가 경마에 빠졌던 이야기도 한다.
어느 날 홀리츠 부부와 무리의 사람들 늦은 밤 수영장에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파티를 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화자는 갑자기 홀리츠가 부주의로 머리를 다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응급실로 데려가려 하지만 홀리츠는 ‘난 더 못가겠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며칠 후 홀리츠의 가족은 짐을 싸서 떠난다. 굴레에 씌여 재갈에 물리고 나아가야 하는 말들 처럼.

그때 그녀가 말했다. "안돼요. 지금은 안 돼."
"지금은 안 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녀를 풀어줬다. 나는 그말이 은행에 있는 돈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37

그들도 잘 알다시피 세상은 별의별 종류의 일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 일은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세 사람이 통로를 걸어자기 자리를 잡는 동안-여인과 백발노인은 서로 나란히 앉았고, 핸드백을 든 아가씨는 몇 자리 뒤쪽에 앉았다―, 그들은 더이상 다른 생각으로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에 승객들은 역을 바라보며 그 역에 기차가 서기 전에 저마다 빠져들었던 생각, 그러니까 저마다의 문제들로돌아갔다. - P215

"암시가 가장 중요한 거야." 그는 수 콜빈의 손을 가볍게 잡고 붓질을 이끌며 말했다. "의도가 보이면그건 그림을 잘못 그린 거야. 알겠니?" - P237

그는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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