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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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은 입시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소설 초반에는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냥 저냥 다른 계층의 두 어린 소년 소녀가 만나 서로의 불행을 비교하며 위로하다 계층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연애소설이구나 싶었는데...

이런 반전 통속적이지 않아 좋다.
기대감을 쪼그라들게 했다 후반부에 몰아치는 박진감이라니.

세개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악과 한개의 숨어있는 악에관한 해설도 좋았다. (사실 초반에 너무 집중을 못한 탓에 그 상징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선과 악이라면 선은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고 모든 것은 결국 악으로 귀결되니까....

잠시도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인생이 과연 행복한지, 누나가 생각하는 행복이 엄마가 말하는 성공과 같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지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 P109

그때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아이였다. 어른이 된다는 게 이렇게 끔찍한일인 줄 몰랐다. 단지 달콤한 것, 부드러운 것을 알고 싶었다. 부드러운 것을 쓰다듬고, 부드러운 것을 이로 물고, 부드러운것의 속삭임을 듣고 싶었다. 부드러운 것을 아는 게 죄가 될수 있다는 진실을 몰랐다. - P160

나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모진 운명이 사람을 모질게 변화시킨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내 운명을 더 이상 손해 보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쉽게 보여도 안 되고, 쉽게 당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 P165

"이봐, 열쇠를 내가 쥐고 있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싸가지없이 말하면 돼, 안 돼, 엉? 아쉬운 거 없이 살아서 나오는 대로 입을 놀리나? 아쉬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란 말이지. 그리고 뭐가 더러워? 커피 봉지가 더러워, 아니면 머리에 피도안 마른 주제에 이런 데 드나드는 놈이 더러워?"
......
이런 데나 드나드는 놈이 더러워, 라는 말에 화가 치밀었어야 옳은데, 도리어 속이 시원했다. 그말이 맞았다. 나는 더러운 놈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데 돈을 갖다 바치면서 쫓는 배신자는 나보다 더 더러운 년이었다.
하지만 내가 한 짓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나는 어째서 이렇게 분하고 억울한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죄를 지었기 때문에?? - P166

저번에도 내가 말했지. 분노로 얻을 건 개똥도 없다고. - P167

"잘 지냈어?"
신혜가 반쯤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에게 한다는 말이, 뉴욕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침사추이로 찾아온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고작 이건가. 안 된다.
너는 벌을 받기보다 먼저 너의 죄를 고백하고 변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마를 땅에 짓찧으며 잘못을 빌어야 한다. 그 전에는 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용서는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용서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므로. - P171

그런데 죄인이 되는 것보다 이런 결말이내겐 더 절망스럽단 거 알아? 나는 죄인 아니라 악마도 될 수있어. - P173

"입 닥쳐! 너는 착각하고 있는 거야. 아버지를 사랑했다고?
너는 너 자신까지 완전히 속여 온 거야. 그렇게 믿지 않으면살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믿은 것뿐이야! 견딜 수 없으니까!"
......
"내가 아니어도 그랬을 거잖아. 넌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잖아. 그랬잖아." - P175

"그게 아니면 네가 봐야 할 지옥이 남아 있기 때문일 테고." - P177

그래, 누구나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 때문에 운다. 나를 위해 울어 주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겠지. 울음소리가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위안, 그것에 기대어. - P179

"믿음이 지나치면 그것도 지옥이 되더라고."
나는 조금 더 빈정거려 주지 못해 아쉬웠다. - P180

신혜가 나를 부러워하던 그때 나는 더없이 불행했다는 걸, 그런 아침마다 나 역시 죽음을 상상했다는 걸알았더라면, 그녀는 덜 불행했을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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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0
손보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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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시리즈를 계속 읽다보니 경장편이라 그런지 미지근한 결말이 전체 시리즈의 큰 주제인듯 하다.

우연이라는 단어에 기대서 세상을 부루마블 보드로, 인생을 주어진 말로, 주사위 숫자를 운명의 소관으로 전가시켜 버리면 편해진다는 말을 하려는 건가.
나는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우연이 겹쳐지기 보다는 의지가 엮여 보이는 부분이 더 많았는데...

이스트 사이드 예술재단의 젊은이들은 같은 옷을두 번 이상 절대 입지 않았다. 유행과 브랜드에엄청나게 민감했는데, 요즘은 상의와 하의의 색깔을 맞춘 슈트나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원피스가 유행이었다. 그들은 유기농 식재료에 집착했고, 소이캔들을 집에 두었다. 새 모이만큼만 먹었고 매일 아침마다 다른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않은 과일주스를 마셨으며 사무실에는 블루에어사의 공기청정기가 하루 종일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너무 늙은 것같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녀는 그들과는 거의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젊은이들은 흡연이 유행에 뒤떨어진 미개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거기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흡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그녀가 그들보다 직급이 높아서 그랬던 건 아니었고, 그녀 생각엔 자신이 동양인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혹시라도인종차별자로 보일까봐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 P45

그는 동물을 보고 어떤 감정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인간의 이기심이 제멋대로 포장된 결과라고 생각한 적이 있긴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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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이상우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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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소설을 잘못썼나?
소설에서 문제적인 현실을 마주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불쾌감을 조장하는 글은 그냥 G랄일 뿐이다.

이미지적으로 받아들이라니 그냥 단어의 배열을 이미지적으로 감상하기 적당한 종이짝인가?

정지돈이랑 친한거 같다. 거기서 견적이 다 나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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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돈의 속성 -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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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사실 다른 주식투자나 마케팅 관련 서적 정도의 사이비 정신수양 자기개발서 아닐까 생각했었다. 읽어볼 기회가 되어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고 선입견에 사로잡혀있던 나의 예상은 아주 크게 빗나갔다는 걸 알게되었다.
투자는 기본이고 돈을 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과거 고금리 경제성장시대에 적합했던 성실근면함의 배신, 겸손함으로만 치장하지 않는 바람직한 부자의 마음가짐 등 인생의 가치를 부와 함께 양립하여 사고하는 길을 만들어 준 책이 되었다.

투자에 대해서만 논하는 책이아니다. 돈과 부에 대해 사고하는 철학책이라 하고 싶다.

결국 나쁜 상황은 나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할인된 가격에 자산 구매 기회를 주니, 리스크가 줄어든 시점이된다. 리스크가 무서워 아무도 매입하지 않는 순간이 리스크가 가장 적은 순간이 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때는 비행기 사고가 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다. 모든 항공사가 정비 점검을 더욱 철저히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평균이라는 말처럼 실속 없는 것이 없다. 때때로 평균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스크를 이해한다는 건 패턴과 분석에 의한 가정이 아니라 리스크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라고 보는 것이더 합리적이다.

욕심은 리스크를 낳는다. 이 욕심이 대중에게 옮겨 붙으면 낙관이라는 거품이 만들어진다. 거품은 폭락을낳는다. 그러나 자포자기하고 두려움에 떠는 시기가 오면 봄이 오고 해가 뜬다. 이건 굳이 통계나 패턴으로증명하지 않아도 인문학적인 지식으로 알 수 있다. 모든 욕심의 끝은 몰락을 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절망은희망을 품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애정과 신용은 없는 운도 만들어낸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글을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무섭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산금리, 경기동향지수, 경상수지, 고용률, 고정금리, 고통지수, 골디락스경제, 공공재, 공급탄력성, 공매도,
국가신용등급, 국채, 금본위제, 금산분리, 기업공개, 기준금리, 기축통화, 기회비용, 낙수효과, 단기금융시장,
대외의존도, 대체재, 더블딥, 디커플링, 디플레이션, 레버리지 효과, 만기수익률, 마이크로 크레디트, 매몰비용,
명목금리, 무디스, 물가지수, 뮤추얼펀드, 뱅크런, 베블런효과, 변동금리, 보호무역주의, 본원통화, 부가가치,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채비율, 분수효과, 빅맥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서킷브레이커, 선물거래,
소득주도성장, 수요탄력성, 스왑, 스톡옵션, 시뇨리지, 신용경색, 신주인수권부사채(BM), 실질임금,
애그플레이션, 양도성예금증서, 양적완화정책, 어음관리계좌(CMA), 연방준비제도(FRS)/연방준비은행(FRB),
엥겔의 법칙, 역모기지론, 예대율, 옵션, 외환보유액, 워크아웃, 원금리스크, 유동성, 이중통화채, 자기자본비율,
자발적 실업, 장단기금리차, 장외시장, 전환사채, 정크본드, 제로금리정책, 주가수익률(PER), 주가지수,
조세부담률, 주당순이익(EPS), 중앙은행, 증거금, 지주회사, 추심, 치킨게임, 카르텔, 콜옵션, 통화스왑,
투자은행, 특수목적기구(SPV), 파생금융상품, 평가절하, 표면금리, 한계비용, 헤지펀드, 환율조작국, M&A.

마치 예전에 노예나 노비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던 이유와 같다. 글을 배우면 생각이 깊어지고 기억을 정리할 수있고 문서가 보이기 때문에 다스리는 사람들에겐 아래 사람들이 글을 배우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경제 지식도마찬가지다. 경제적 지식이 많은 사람은 자산가들의 위치를 위협한다. 온갖 투자 계약이 노출되고 주식거래나은행거래에서 우위에 설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중산층이 두터워질수록 국가의 안전망이 확대되며, 건전한 사회로 발전한다고 믿는다. 나는 부자가 되고 남들은 가난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런 나라는 정치와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결국 그 위험을 상위 그룹 사람들이 떠안게 된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우리가 들어가서 현재 시장 임차료를 낼 수 있는 정도의 상가라면 사서 들어간다.
우리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자산을 상가 건물주에게 빼앗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명세나 세상의 영향력이 내게 개인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리 전문가의 의견이라도다른전문가가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투자 전문가, 종교인들의 모든 의견은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고급 전문용어로 포장되어 있어도 겁먹지 않는다. 결코 내가그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그들보다 못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상대적비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정치인이나 유명한 연예인도 자기 밑은 자기가 닦을 것이다. 저명한학자라도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그만한 학자가 항상 있고, 시간당 1,000 달러를 받는 변호사라고 해도 그의견해를 반박할 상대가 있으며 경력 많은 의사라도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동료가 많을 것이기에 나는 그 누구의절대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제한된 선택권을 제시한다면 그것이 최종 선택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에 따라서는 ‘선택을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 된다.

억지를 쓰라는 말이 아니다. 선택을 요구받거나 선택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답안지 안에서만 선택할 수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 억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무례한 사람이 되게 하지만 정보에 기반한요청은 나에겐 이득이 되고 상대에겐 최소한 손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자녀가 창업이나 사업을 하고 싶어 하면 그에 맞는 공부도 저절로 찾아서 하게 된다. 그들은 왜 수학이필요하고 영어가 필요한지 몰랐을 뿐이다. 자기 스스로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대학을 간다 할 것이다.
무엇이든 필요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공부하게 된다. 기업인들의 강연에 데리고 다니고 주주총회에 참여하고박람회나 기업체 방문을 통해서 경영자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라. 한국 청년들은 창의적이며 뛰어난 실험정신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오히려 도전을 포기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결국 공부 잘해서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 젊은이가마음먹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감히 짐작도 못 한다. 부모의 포기를 자녀에게 물려주지마라. 나는 범죄에 연루된 일이 아니라면 아이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한 아이가 고작 대기업 직장인이 꿈인 목표에동참하게 하지 말기 바란다.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의 저자인 런던 대학교 스티븐 로(Stephen Law) 교수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이런비합리적인 믿음의 덫을 ‘지적 블랙홀‘이라고 이름 지었다. 우리의 일상 대화 속에까지 이런 비합리적인 믿음과주장이 범람하고 엘리트들조차 이런 믿음과 주장에 현혹되는 이유는 논리와 이론이 매우 합리적이기때문이다. 이들은 주변의 이성적 비판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자신들의 믿음 체계를 만들어낸다. 사실에근거한 판단보다 주장에 맞는 근거들만 찾아 점점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버린다. 어렵고 복잡한전문용어들을 나열하거나, 모호한 말로 심오한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듯 가장한다. 히틀러(Adolf Hitler)의탄생과 9-11 테러 사건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모두 예견했다고 하는 중세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이런 모호함 때문에 아직 존재하고 있다. 직접적 언급이 없음에도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달에 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중에도 믿는 사람이 많다. 자신들이 옳다 믿으면그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신앙이 된다. 논리나 증거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너만 알고 있어"라는 것도 일종의 음모다.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소문이 나에게까지?‘ 라고생각해야 한다.
.......
소문은 음모와 희망과 예측이 범벅된 경우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을 때 돈을 쓰지 말고, 부자가 되었을 때 돈을 써야 한다.

역사에 대해 우리가 크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있다. 역사는 강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사실은약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 기록이다. 인간이 감동하고 희열을 느끼는 것은약자가 강자가 돼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을 승자가 된 이후에 기록했을 뿐이다. 인간은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희열을 느끼고, 약자에 자신을 투영하여 강자를 쓰러뜨릴 때 대리만족을 느낀다.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약자가 강자를 물리친 경우는 허다하다. 조조의 수십만 대군을 화공으로 제압한 삼국지의 적벽대전이나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 열세 척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 300척 이상을 격퇴한 해전은 모두 약자가 강자를이긴 사례다.

내가 사업에서 성공한 것 역시 운이다. 이 사업이 시작되고 확장되는 시기에 내가 그 도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실력이 아니고 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실력이라면 나는 언제고 어느 도시에서든 다시성공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대단한 것은 딱한 가지다. 그것이 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주어진 부에 대해 항상 감사하고겸손해져야 하는 근본적 이유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의 실패에 너그러워야 한다. 실패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 많은 부모가 자신들은실패했으니 자녀는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 이유로 실패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도전도 하지못하게 막음으로써 결국 실패하게 만든다. 실패를 하는 자녀를 두었다는 것은 도전을 하는 자녀를 가졌다는뜻이다. 창업을 말리고 취업을 부추기는 부모야말로 실패자다. 자신의 두려움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부모의 관용만 있어도 자녀들은 다시 도전하고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

흔히 책을 읽으면 저자에게 몰입되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생각이나 판단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지적 포로가된다. 책에 나온 모든 글을, 사실을 넘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자기의 생각을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저자의글이나 위대한 학자의 이론이라도 모두 옳을 수만은 없다. 성경도 오역과 빠진 부분이 있는데 저자에게 빠져필사를 하고 저자보다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부분이 옳다는 것만 보고 그 밖의 모든 부분이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다.

신이 공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넘쳐날수록 실망이 번져서 결국 불공평이 확장되는 것이다.

신이 세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무심이 아니라 무위다.

때때로 이들의 점괘가 당신을 구해줄 수도 있지만 행운의 변덕 외에는 어떤 개연성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인생에 있어 초자연적인 힘이나 신앙에 기대어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부자의 기준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융자가 없는 본인 소유의 집이고, 둘째는 한국 가구 월평균 소득 541만 1,583 원을 넘는 비근로 소득이다. 강남에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고 억대 연봉자라도 융자가있고 본인이 일을 해서 버는 수입이 전부라면 부자라 말할 수 없다. 어떤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신체적 상해가 생겨도 살고 있는 집이 있고 평균 소득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 사람이 부자다. 500만 원 이상의 비근로 소득이 있으려면 20억 원이넘는 자산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투자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욕망 억제능력 소유자다.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려면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한다.
부는 상대적 비교다. 50억 원을 가졌든 100억 원을 가졌든 스스로를 상대 비교하면 여전히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100억 원을 가졌어도 200억 가진 사람 앞에 서면 초라하고 1,000억 원을 가진 사람에게 비굴해질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벌어도 항상 가난하다. 수조 원의 재산을 가져도 빌 게이츠(Bill Gates)나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앞에 서면 초라하게 느낄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철학과 자존감을 가져야 비교하지 않을 수 있다. 돈이 있으니 언제든 명품을 살 수도 있지만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
결국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시골의 작은 집에 살아도 자기 집이 있고 비근로 소득이 동네 평균보다 높고 그 수입에 만족하면 이미 부자다.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내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도 수입이 나오고 내 정신과 생각이 자유로워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즉, 육체와 정신 둘 다에서 자유를 얻은 사람이 부자다.
......
따라서 부자란 금액에 따른 기준으로 잡을 수 없다. 부자는 더 이상 돈을 벌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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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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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재밌고 문장도 흡입력이 좋은게 이장욱 소설인데, 갈피를 쉽게 잡을 수 없는 상징과 은유가 너무 남발한다고 해야하나. 재밌게 읽고나서 결국 ‘이게 뭔가요’ 하다가 결국엔 ‘이게 인생이라는 아이러니군요’ 정도만 깨닫게 되는?

물론 난 이장욱작가가 좋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에서 보는 미친듯이 걷잡을 수 없는 조소라던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기괴한 서사라던지. 소설이 줄 수 있는 유희 중 여러가지 종목들이 포장되어 있으니까.

인간이라는 종의 생명만큼 가치가 과대포장된 게 있을까? 공부깨나 한 인간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간일수록, 마치 인간의가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말하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거짓말인지는 금방 알수 있을 텐데, 그들 자신이 이 우주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그저 우연한 존재라는 걸 모르는 걸까? 종족을 보존하려는 본능을 휴머니즘이라는 알량한 가치로 포장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일인지 모르는 걸까? 설마. 거짓임을 알면서도, 또는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무의식중에 그걸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게 인간들의 특기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야. 집단적인 믿음에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바로 포유류 - 영장목 - 유인원과 - 인간종에 속한 생물들이니까. 다르게도 말할 수 있지. 믿음의 체계에자신을 의탁하는 순간 모든 게 가능한 존재, 그게 또 인간이라고, 안 그런가? - P50

아, 당신은 내가 꼬일 대로 꼬인 이혼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럼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 당신 마음이 편해진다면말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지구의 운명을 걱정하는 부류의인간은 아니야. 어느 작가였지? 하루 종일 지구의 운명을 걱정한 뒤 집에 가서 마누라를 패는 게 바로 인간 수컷이라고 말했던게? 물론 지구나 인류 사회야 걱정하면 할수록 좋지. 그것으로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으니까. 죄를 짓기 위해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넘쳐나잖아. 새로운 마음으로 패기 위해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강박증자처럼. - P52

‘나는 거짓말쟁이다‘ 라고 선언한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계시겠지요? ‘나는 거짓말쟁이다‘ 라니. 참 이상한 말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거짓말쟁이라면,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이므로 거짓말쟁이가 아니게 됩니다. 그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면, 그는 자신이거짓말쟁이라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됩니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쟁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더 이상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없고거짓말쟁이가 안 될 수도 없는 이상한 상황에.. - P124

물론 내가 일하는 박물관은 소규모 대학 박물관이기 때문에소장품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급여도 형편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불평 없이 관리인 일을 해왔습니다.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말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입니다.
관람객 수를 다 합해봐야 하루 열 명이 안 되니까요. 초등학생들이 단체관람 올 때를 빼면 적막한 공기가 내내 고여 있습니다.
어둡고 은은한 조명, 청결한 실내, 푹신한 소파… 시간은 그런 곳에 머무는 법입니다. 시간이 거처하는 유일한 곳, 시간이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유일한 장소, 그게 박물관이니까요. - P125

안녕. 아름다운 동화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냈는데도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으로, 그렇게 살아갈게. - P153

처음에는 자네 역시 그 두 사건을 연결시키지 않았다네. 이런우연이 있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지않은가. 우연이라는 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사건에 붙이는 이름이라는 것을. - P199

의혹이란, 부정하면 부정하는 만큼 죄인의 살을 파고드는 아라비아의 동아줄과 같다네. 부인하면 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긍정을 향해 나아가지. 자네의 의혹은 점점 더 완강해졌고, 자네의 부정은 점점 더 자네의 긍정을 의미하게 되었네. 동아줄은 영혼의 연약한 살갗을 긁어대면서 점점 더 깊이, 점점 더 잔인하게 파고 들었지. 이미 필연적인 결론이 예정돼 있다는 듯이.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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