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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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장류진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보다 크게 흥하지 못했던 건 작명의 실수이거나 출판사 마케터의 문제거나 실패한 북디자인 때문이거나....아니면 유쾌함이 좀 부족했나

직장생활과 사회초년생들의 너무나 일상적인 감정의 사실적인 묘사로 속이 다 시원해지는 통쾌함.... 그 뒤에 밀려오는 씁쓸함. 그런식의 흔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진귀한 공감.

북디자인은 너무 아쉽다. 민음사 천재디자이너라면서 유튜브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과하게 양옆으로 밀린 감이 있다... 나중에 개정판 양장본 나오면 다시 구매하기로.......

"형, 데리러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찾아가도 되는데."
연승은 순식간에 그의 대외적인 모습 명랑하고 싹싹하며, 약간은 비굴한 하인의 모습으로돌아와 있었다. - P20

그는 아내에게 깍듯하게 존칭을 썼다. 한 마디한 마디 반듯하고 정성스럽게 했다. 진아는 자신이날마다 마주하는 회사 사람들, 늘상 서로 힘을 재어 보며 재치 있는 말 한마디에도 숨은 의도가 담겨 있어 곱씹어 보게 만드는 사람들 자신도 그중하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 을 떠올렸다. 그래서인지 소중한의 태도가 뜻밖에 신선하게 여겨졌지만, 사무실 안에서라면 그런 부류의 인물은 잘해봐야 외계인, 지루한 샌님쯤으로 여겨지며 고립될게 분명했다. - P21

그녀의 가족을 움직이는 건 그들이 속한 집단에서 공유되는 일종의 믿음, 금기, 평판에 대한 강한 의식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은 한데 얽혀 구분이 되지 않았고, 일상적인 두려움을 만들어 냈다. 삶에 대한 두려움. 그녀는 그녀의 엄마를 구속하고 있던 그 막연한 두려움, 공포로부터 도망치려고 애를 써 왔고, 어쩌면 자신의 인생 전체가 내내 거기서부터 벗어나려는 도주의 과정이리라는 걸 그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 P64

바깥현기증이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인식하지도 못했던 광경이 갑자기 빛을 비춘 듯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낼 때,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조차 허락되지 않을 때.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상률과 하려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들은 살림을 꾸리고 있었다. 이건 결혼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집을 구하고, 그 집을 채울 가전제품을 사러 다니고 있었다. 그게 결혼의 뜻이었다. 이번 이사는 이전 생활의 연장이 아니었다. 그저 방 하나 더 많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준비되지 않은 무대 위로 등을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 P80

엄마는 한 달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뿐인 딸에 대한 기대를 점점 내려놓았다. 하지만엄마뿐만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기대를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자신이 누릴 수 있을줄 알았던 것. 때가 되면 손에 들어올 줄 알았던모든 것들.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웠던, 교과서와 텔레비전이 말하던 이미지와 삶의 방식들을, 그리고그녀는 훌륭한 딸이 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다.
훌륭한 딸이 되려 할수록, 그녀는 불행해졌다. 어쩌면 훌륭한 딸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거라고. - P87

게다가 내가 지금껏 뭔가를 사고 찾을 때마다 검색해 참고했던 블로그 후기들도 죄다 업체를 통해작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글이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기란거의 불가능했다. 맛집이나 병원처럼 사람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일수록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자주 검색하고 참조하기 때문에 시장이 되는 것인데, 시장이 되면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정보는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다.
이것이 경제구나.
나는 세상의 이치를 목도한 사람처럼 약간의 경이로움과 체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 P107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완전히 자발적으로, 20대 중반까지는 돈을 지불하고 뭔가를 학습하고 받아들이기만 했다. 그런데 이젠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받았고, 내 머리와 손끝을 써서 뭔가를 생산해 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쓸모 있는 존재라는 느낌, 조금만 더 시간을 할애해 정성을 기울이면 결과물이 더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 P108

그러나 실제로벌점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N포털의 로직은 공개된 바가 없었기에, 업계에는진위를 알 수 없는 추측과 속설만 무성했다. - P109

그러고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내가 회사 차릴 때 연락하면 바로 온다고 약속해."
나는 애매하게 웃어넘겼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따져 보면 나를 높이 평가해 주는 말인데도, 그때 내겐 그 말이 뻔뻔하게여겨졌다. 곱씹을수록 불쾌했고, 화가 났다. 바로온다고 약속해. 마치 그동안 자기가 내게 굉장히잘해 주었던 것처럼, 내가 굉장히 대우받으며 일했던 것처럼, 심지어 질문형도 아니었다. 물을 필요도없다는 듯이, 나도 당연히 자신과 일하고 싶을 거라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 P128

엘리베이터가 왔고, 선화는 다른 얘기를 이어갔다. 방금 전 자신이 느낀 감정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냥 제일 성실할 것 같아 뽑았다고 했을 때 느낀 기분이었다. 가슴께에서 막 고개를 내민 연한 싹에 끓는 물이 한 바가지 끼얹어진 듯한. - P142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선화가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점심에도 늦었는데,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녀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리고 선화 또한 자신이 의식하는 것들을 의식하도록 만들었다. 그 많던 금기들.…… - P143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때입니까?"
그가 길을 건너 다가오면서 말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살피더니, 아무것도 모르는군, 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분들이 기사도 안 봤나 보네. 김정일 죽었대요. 지금 난리 났어요."
상미와 효정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고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꺼냈다. 그는30대 중반인데, 뱅글거리는 입매에 늘 모든 걸 안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 P230

"이겼지만 패배한 기분이었다." (236쪽)라는 상미의 말은 적대와 경쟁을 부추기는 세계에서 적을 물리치는 데는 성공했으나 세계의 부조리와 부정의는 외면해 버린 그녀가 자신을책망하며 던지는 자조다. - P308

특히 팀원의 의식주에까지 관심을 갖고 호의를 베풀던 은정이 다른 팀들과의 신경전에서는 공격적이었다는 선화의 기억을 참조할 때, 은정은 팀을 마치 ‘가족‘처럼 꾸려 온 것 같다. 경쟁과 대결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가족만큼은 유일한 안식처로 기능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관습적 인식을 은정 역시 갖고있었을 것이고, 선화의 복장과 식사와 주거에 대해애정 어린 참견을 해 온 것이다. 선화의 이직이 은정에게 준 과장된 상실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된다. "난 네가 날 버렸다고 생각했어." (153쪽) - P314

한편 동기들은 일을 잘 못했다. 팀장은 홍성식의 의견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팀장과 점점 사이가 벌어졌다. 자신을 인정해 주어야 할상사가 그러지 않자, 그는 상사의 자질을 의심했다. 팀장이 옛날 사람 같다고 했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요구하는 것도 불만이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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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반양장)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13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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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고전이 될 작품들, 개인적인 독서 시기에 약간 앞서있어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보려는 계획이다. 한승원, 김승옥, 이청준.... 등등.
눈길은 이제 수능에도 나오는 문학인가 보다. 하긴 내 수능 시절에도 조세희작가의 작품이 나와서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가 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이청준과 동시대 문학작품이니, 조세희작가는 좀 더 일찍 수능의 덕(?)을 본 거라고 해야 하나. 다만 이런 문학‘작품’들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야 반가울 일이지만 수능으로 인해 그 순수함이 더럽혀지는 안타까운 일도 불가항력적이다.

한국 고전에 올라선 작품들보다는 읽기 편하지만, 현시대의 문학들보다는 조금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아직 시대를 아우르는 감성을 파악하고 사유를 체화하는데 능력이 닿지를 못하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시대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은 변했기 때문에 (굳이) 문제제기를 할 부분을 찾아낸다면 없지 않겠지만, 최근 고전을 읽다 보면 생기는 가치판단의 변화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일은 매한가지다.
당시의 감성은 확연히 현재의 감성과는 좀 더 차분한 속도감인 것 같다. 분명 극단과 혼란의 시대라고 하는 격변의 시기인데 큰 사건도 왠지 잔잔하게만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불 머금은 항아리>와 <잔인한 도시>였다. <소리의 빛>은 너무 가학적인 정신세계의 예술관이라 몰입도는 높지만, 감동이 오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고 <불 머금은 항아리>가 예술가의 성장을 보여주는 한편 영웅의 실패를 즐거워하며 ‘소장’까지 하려는 빈약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조롱까지 가미되어 몰입도는 좀 떨어져도 긴장과 감정이 은은하게 지속되는 작품이었다.
<예언자>나 <얼굴 없는 방문객>은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미신적 서사에 정당성을 주는 것 같아 별로고, <겨울 광장>은 먹먹한 여운이 있지만, 현시대 가치판단의 잣대를 잠시 옮겨두고 봐야 하는 점도 있었다.

죽은 사기를 깨 없애는 데에 그 사기를 구워내는 법칙이 생기는 게요. 죽은 사기들을부수면 부술수록 살아남은 우연들이 남아서 분명한 법칙의 묶음을이루는 이치지요. 그래서 이 사기장이 일에도 그 나름의 보람이나법도가 정해져온 것이오. 그런데 노형 같은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의 실수들을 찾아 엮어보시오. 아무 곳에도 신용할 법칙이 남아나지 못할 게요. 실수가 없을 사람도 없고, 실수가 없는 일이 없을수도 없지만, 또한 그 실수를 사람답게 감싸고 아껴주는 것도 사람 나름의 생각일 터이지만, 그런 사람이 들끓다 보면 세상은 그저 아무 곳에도 법도가 없는 무법천지가 되고 말 게요…..." - P193

"가마 일이란 그저 나무를 지펴 불길을 내는 것만으론 흙이 제대로 구워지질 않는 법이오. 가마 속의 불길이 붙을 때는 사람의가슴으로 옮겨붙어와서 불을 때는 사람도 그 가마 속의 흙덩이들과 함께 불길을 참으며 심혼이 뜨겁게 타올라야 하오. 그 불길로사람은 자기가 지녀온 잡념을 깡그리 태워 없애서 가마 속의 흙덩이들과 오롯한 정성으로 함께 타올라야 하는 게란 말이오. 그래야사기다운 사기를 얻을 수 있는 게요. 말하자면 가마의 불을 때는일은 불 때는 이 자신의 불길을 피워 올리는 것이오. 그래서 그 불때는 일이 가마 일을 배우는 근본인 것이오."
"그런데 그 젊은이에게 이제 비로소 불길이 옮겨붙은 줄 어른께선 어떻게 아셨다는 겁니까?"
"그 아인 여태까지 죽은 사기와 산 사기 구분도 제대로 못해온위인이었소. 구분을 못하니 사기 깨기가 무엇보다 두려웠소. 하지만 불 때는 일을 익히기 시작하면 죽은 것과 산 사기의 구분은 저절로 익혀지오. 제 불길로 익은 흙이 제 눈에 어떻게 분별이 안 되겠소. 제 불길로 제가 타지 못하면 사기도 제대로 구워지질 못하오. 잡념이 남으면 불길이 사람으로 옮겨붙을 리가 없지요. 가마속의 흙과 함께 탈 수가 없지요. 잡념이 모두 타 없어지지 못하면사기에도 역시 잡념이 옮겨 남소. 그 아인 여태 잡념이 들끓고 있었소. 그래 흙을 제대로 구워내지도 못했고, 죽은 사기와 산 사기의 구분도 못해왔소. 그 일이 그저 두렵기만 했소. 하지만 요즘엔많이 나아졌지요." - P195

하지만 그런 경섭의 자랑을 듣고 난 사람들 가운덴 그 사기장의생애와 항아리의 내력에 대한 감동 이외에 뒷맛이 이상스럽게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바로 그 사기장의 오랜 소망에도 불구하고 그 한 번의 실수의 흔적이 아직도 사기장의소망대로 거두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말하자면 그 사기장의 이야기가 보여준 아프고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항아리는 바로 그절망스런 내력과 말 없는 소망까지 오히려 소중스럽고 값진 의상이 되어버린 기이한 운명의 역리(逆理) 때문이었다. 사기장에게로되돌아가야 하는 항아리의 그 말 없는 소망의 내력 때문에 오히려경섭의 늠름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씁쓸한 역리의 뒷맛 때문이었다. - P203

검표원 녀석도 그때그 비슷한 말을 한 바가 있었지만, 완행댁은 그 처녀 시절의 의붓터의 되풀이된 좌절감이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여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원망과 좌절의 기억들이 그녀에게 자신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였고, 그 사라진 자신을 대신하여 자꾸만 다시 가엾은 딸을 떠나보내고 있는 형국이었다. 완행댁이 찾고 있는 딸아이는 바로 완행댁 자신을 대신하여 그 딸의 이름으로 그녀를 떠나가고 있는 완행댁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완행댁에겐 무엇보다 아름답고 소중스런 꿈이었다. 광장 사람들은 그 완행댁에게서 그녀의아비에 대한 두렵고도 원망스런 기억 이외에 그남편과 아들로부꿈을 빼앗아버릴 수가 없었다. 완행댁에게서 딸의 환상을 빼앗는것은 완행댁을 위해서나 광장 사람들 자신을 위해서나 더 이상 잔인스러울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 배운 것 없이 늙어온 군밤장수 강 영감마저도 젊은이로부터 사연을 듣고 나선 오히려 이렇게 말했댔다.
"그렇담 젊은이도 알겠구만, 젊은이의 모친에게 그 딸을 찾아나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모친을 얼마나 상심시키게 될 일인 줄을말이여. 젊은이의 모친은 지금 그 딸아이에 의지해서야 비로소 자기 신세에 얼마간 너그러워질 수가 있는 것이고, 그 딸아일 의지하고서야 세상이 훨씬 견딜 만하게 되어가고 있으니께 말일세. 뭣보담도 모친은 지금 그 딸아일 쫓아서 자기 자신을 찾아 돌아댕기고 있는 거 아니겠느냔 말이여. 그러니 나 같으면 여기서 자꾸 모친을 집으로 끌어들이려 하질 않겠구만, 여기서 그냥 가여운 딸아이 소식이나 기다리게 모친을 놔둬드리는 게 나을 게란 말이여."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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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리커버)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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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가 이렇게 따듯한 글을 썼다니 조금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

감동적인 소설이라기엔 표현이 적절하진 않은 것 같고, 감정이 쉽게 복받쳐 오르게 하는 소설이라는 게 적당한듯하다.

복잡하게 인과가 얽힌 세상에서 피해와 가해라는 불분명한 선 위에 방치돼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랄까.

내가 아까 우리 중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죠? 그런데 현재를 제대로 보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사람이 과거에사로잡혀 있거나 미래에 홀려 있으면 현재를 제대로 보지 못해요. 서울 택시기사들, 특히 개인택시 하시는 분들은 내가 보기에 상당수가과거에 사로잡혀 있어요. 작가가 말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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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거짓말 오늘의 젊은 작가 11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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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소년 그 그녀 로 이어지는 모호한 인물 설정때문에 초반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플롯이라면서 두서없고 인과관계 무시한 전개도 문제지만 일단 재미가 없다.
남성작가가 여성화자로 이야기하는데 감정도 전달안돼고...


마지막에 참고문헌을 보고는 한숨이 절로.....
그렇게 떠들어 댄 거짓말에 대한 서술이 작가의 사유도 철학도 아닌 전문서적 짜집기였다니....

남자를 만나기 전 거짓말 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제껏 진실은 과대평가되어 왔다. 거짓말은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병들게 하지만 진실은 사랑을 아예 도려낸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낸 관계는 결코 견고하지 않다. 숨어 있던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이별하는 순간과 정확하게 맞물려있다. - P10

같은 사람이 인사를 해도 평가는엇갈릴 수 있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 안에서 각자의 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디에도 순정한 진실은없다. 각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있을 뿐. - P39

감정이 스며든 문장은 금방 물렁해진다. 음식이 공기와 만나는 순간 썩기 시작하는 것처럼 거짓말은 감정과 만나는순간 밑바닥부터 무너진다. 거짓말이 내려앉는 건 순식간이다. 그 자리엔 진실이 눈을 부릅뜨고 오도카니 앉아 있다. - P40

남자에게 그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자는 별 사이아니라고 둘러댔지만 그래서 둘의 관계가 나만큼이나 깊다는것을 알았다. 둘러댄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니까.
내가 아무리 집요하게 캐물어도 남자는 절대 그녀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나를 부정할까. 의문 끝에 언젠가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원래 더 귀한 걸 뒤로숨기는 법이다. - P49

하지만 질문이 지나간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내가 믿고 있는 게 진짜라는 것. - P67

진실을 알아서 좋을 건 없었다. 불신은 몸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었다. 한 번 싹튼 의심은 울창하게 자라나 시들 줄 몰랐다. 온몸을 꽁꽁 옭아맬 때까지도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진실을 기대했지만 몰랐더라면 좋았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때론 아닌 줄 알면서도 믿었다. 애써 믿는 척하기도 했다. 그게 전 났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최선을다해 속는 편이 현명할 수도 있었다.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는 오아시스가 나올 거란 거짓말을 믿어야 했다. - P68

거짓말 가이드북에서는 보통 이쯤에서 첫 거짓말을 계획한다고 했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그제야 아이들이 던졌던 질문에 마땅한 대답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정말 알고 싶던 건 따로 있었을지도 몰랐다. 거짓말을 잘 칠 수 있는지 없는지. 거짓말은 나쁜 아이가 치는 것이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친다.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면 굳이 거짓말에 손댈 필요는 없다.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거짓말을 치게 만드는건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거짓말은 사랑해 달라고보내는 생의 첫 번째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완벽한 거짓말을 연습했다. 너무나도 완벽해서나마저도 진짠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의 거짓말, 선물을 받으려면 산타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믿는 척해야 했다.
산타를 믿지 않는 아이에게는 결코 크리스마스 선물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익은 오로지 거짓말쟁이들의 것임이 분명해졌다.
일단 속일 사람이 필요했다. 예전에는 거짓말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두 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속이는 사람과 속는사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것을알았다.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이 꼭 다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첫 연습 상대는 나로 정했다. 나는 거짓말을 연습하기에 알맞은 상대였다. 일단 들킨다고 해도 혼날 일이 없었다. - P71

거짓말은 진실을 견디는 힘을 주었지만진실은 거짓말을 견디는 힘을 주지 않았다. - P80

그거면 그쪽 말을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믿을 수도 있겠다는 건 믿겠다는얘기가 아니었다. 도리어 어떻게든 믿지 않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 P123

서른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더 이상 성장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이제는 퇴화와 유지에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해 왔던 성장을 하나씩 잃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몸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질병의 신호일 때가 잦다. 앞으로 이제껏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병에 노출될 것이다. 뭘 시작하기에도 마무리 짓기에 애매한 나이도 서른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는 위로가 먹히는 나이. 그런 위로로 몇년쯤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나이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때가되면 자격증에 홀로그램이 붙어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마흔둘이나 환갑에 어울리는 거짓말도 있겠지. - P135

"늙었다고 잘 속는 줄 아니?"
"그럼?"
"잘 속는 사람은 따로 있어."
"그게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지. 그런 사람들이어물쩍 거짓말에 기대는 거야." - P150

돌이켜 보면 이렇게 숨기는 건 소년의 방식이었다. 문장 사이사이를 비워 두고 그 틈에 상대방의 짐작이나 기대가 고이게끔 하는 방식. - P161

아버지는 구라를 알아차렸을 때 내가컸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진실과 거짓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 P171

남자를 보며 사랑을 느낄 만한 구석을 찾았다. 작정하고 덤비면사람마다 어느 한구석쯤은 꼭 사랑스러운 데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것만 집요하게 보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쉬웠다. 거짓말 가이드북에선 거짓으로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생각보다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었다. 나에겐 아버지보다 거짓말을 잘 치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소년이 거짓말을못 치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처럼. - P188

어쩌면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거짓말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와 그녀는 답을 얻을 것이다. 끝까지 답을 얻지 못한 건 나뿐이다. 거짓말이 무너지면 마지막엔 진실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남은 것이 진실이라도 의심할 것이다.
혹시 나에게만 통하는 건 아닌지.
결국 마지막까지 아무도 믿지 못했다. 끝까지 믿는 척만 했을 뿐이다. 모두를 의심하면서 속는 척 연기하다 보면 분명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나아진 것도 밝혀진 것도 없다. 나는이제껏 내가 남을 속이고 있는 줄만 알았다. - P213

믿음을 깨뜨린다고 알려진 거짓말은 믿음을 바탕으로 통한다. 그녀는 별다른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남자는 한숨 뒤에 혼잣말을 파묻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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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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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여성문호 장아이링의 작품인데 책이 절판되어 더 이상 시중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인데 쇄를 더 찍거나 개정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게 좀 의아하지만 나름 그럴만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소설의 문장을 중간 중간 떼먹은 느낌이랄까. 함축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는데 사실 불친절한 전개일 뿐이다. <못잊어>정도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맛이 있지만 다른 작품들은 소설의 진위를 파악하기가 좀 힘들어 소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섹계는 전혀 선정적인 작품이 아니었다. 당시 시대를 생각해봐도 문학이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같은 정도의 수위를 오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영화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되지만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여 영화에서 각인된 이미지를 떠올려 비교해 보자면 과연 장아이링은 이안감독의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녀의 눈에 이렇게 변해버린 그의 모습은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너무나도 증오하는 동시에 너무나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분명 ‘사랑‘ 이라는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었지만 증오 역시 뭔가를 철저하게 이해하는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 P104

그녀는 가끔 ‘오래되고 낡은 것은 하찮게 여기면서도 새로운 것은 또 할 줄 아는 게 없는’자신이 속한 세대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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